남한 의과대학들, 탈북 의사들에게 의사국가고시 준비 특별프로그램 제공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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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과 2019년 의사국가고시를 준비하는 탈북의사를 위한 특별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 전북 익산의 원광대학교 의대 부속병원 전경.
2018년과 2019년 의사국가고시를 준비하는 탈북의사를 위한 특별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 전북 익산의 원광대학교 의대 부속병원 전경.
/연합뉴스

(INTRO)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시간입니다.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은 사람 중심의 보건, 복지, 의료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탈북 의료인 양성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들여다 봅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남한의 사립 종합대학인 원광대학교가 최근 탈북 의료인 양성 교육지원에 앞장선 공로로 남북하나재단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사진이 도하신문을 장식했습니다. 남북하나재단은 탈북자의 성공적 정착과 생활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2010년에 설립된 공공기관인데요, 원광대학교는 2018년과 2019년 의사국가고시를 준비하는 탈북의사를 위한 특별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했습니다. 이를 총괄한 원광대학교 오석규 의과대학장으로부터 탈북 의사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된 배경, 직접 들어보시죠.

(오석규) 북한에서 의학교육을 마치고 의사 생활을 하셨던 분들도 남한에서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남한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해야 합니다. 그런데, 탈북의사들이 이 의사국가고시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필기시험보다는 실기시험에서 많은 어려움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남북하나재단에서 그런 어려움을 알고 전국의과대학학장협의회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 후, 협의회가 전국 각 의과대학에 공문을 보냈는데요, 저희 원광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현재, 탈북의사들이 남한에서 의료활동을 할 수 있는 면허를 취득하려면 학력인증 절차를 거쳐 국가시험 응시자격 인정심사, 의사고시를 통과해야 합니다. 관련 법률에 따라, 북한 의사들의 학력과 자격을 남한 내에서도 인정하지만 대부분 서류를 소지하지 못해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이에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북한에서의 의료활동과 해당 학문의 기초지식, 전문지식, 업무수행지식 등을 심사해 국가시험 응시자격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데요, 자격을 증명한 후 응시자격을 얻더라도 갈 길이 멉니다.

왜냐면, 의사국가고시는 남한 내 의과대학 또는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보는 시험으로, 인지도 있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 취직하기 위해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해서 정말 많이 공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필기시험뿐만 아니라 실기시험도 실시하고, 두 시험 모두 합격해야 의사면허를 받을 수 있는데요, 원광대학교는 이런 어려운 시험을 준비하도록 탈북의사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을까요? 오석규 교수의 대답입니다.

(오석규) 실기시험을 준비하는 데 있어 제일 중요한 게 기본적인 의료술기가 40여개 되고, 환자면담기법 등은 체계적이고 반복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그러나, 탈북의사들은 북한에서 오랜 의사경험이 있지만, 남한에 적합한, 혹은 체계적인 체제는 되어있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기시험을 준비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 겁니다. 저희가 준비했던 교육 프로그램은 원광대학교 의과대학생들이 하는 교육과정의 연장선인데요, 탈북의사들을 위해서 일주일 동안 하루 10시간씩 원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과 교육전문 인력들이 참여해 기본적인 의료술기, 면담기법 등 항목별로 교육해 반복할 수 있게끔 했습니다. 또, 저희 학생들에게 실시했던 모의 실기시험에 함께 참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술기’는 영어의 ‘skill’을 번역한 단어인데요, 기술과 같은 말로 의학계에서 사용됩니다. 원광대학교는 모두 45시간에 걸쳐 필수 의료 술기에 대한 교육을 지원했는데요, 오석규 교수는 2년간 12명의 탈북의사들이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도 5명의 탈북의사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여러분께서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을 듣고 계십니다>

북한에서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으로 근무한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의료인으로서 활동하기에는 경제 형편을 비롯해 현실적인 장벽이 높습니다. 함경북도 청진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다 탈북해 남한으로 간 김성구 씨가 지난 2016년 빌딩 유리창을 닦다가 추락해 숨진 게 대표적 사례죠. 고인은 간질환에 시달리는 아내를 치료하기 위해 딸을 데리고 탈북해 2006년 입국했는데요, 이후 남한에서 의사로서의 삶은 없었습니다. 남한 언론에 따르면, 김 씨는 아내의 치료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공사장에서 막노동했고 2010년 한 용역업체에 취직해 건물 주차 관리와 청소를 해왔습니다.

실제로, 남한의 인터넷매체인 데일리메디가 지난 2016년 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998년부터 2016년까지 의사국가시험 응시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신청한 탈북 의사는 87명이었고 이 중 47명이 응시자격을 얻었으며 취득자는 24명에 불과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의사국가시험에 응시한 총 인원은 실제 응시자격을 취득한 47명보다 두 배정도 많은 91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탈북의사들이 당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을까요? 이들을 직접 가르쳤던 오석규 교수의 분석입니다.

(오석규) 첫 번째는 언어 표현입니다. 남한 의학은 서양 의학을 근본 바탕으로 해서 의학용어 자체가 주로 영어로 돼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영어식의 이런 의학용어보다는 순수 우리말의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기본적인 의학용어를 해석하는데도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두 번째는 실기시험에 있어서 체계적인 평가항목이 있는데, 그런 항목들을 반복해서 연습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실습 기자재, 모형 등이 있어야 반복적으로 연습할 수 있는데, 그런 장소가 없다 보니, 북한에서 실시했던 술기요법과 실기시험 평가에서 요구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남북의 의학용어가 분단의 시간만큼 차이점이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올해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 운영위원장으로 ‘남북의학용어사전’ 편찬을 맡아 추진 중인 김영훈 고려대학교 순환기내과 교수에게 구체적인 사례를 몇 개 들어달라고 부탁했는데요, 한번 들어보시죠.

(김영훈) 예컨대, 남한에선 ‘이뇨제’를 쓰는데, 북한에서는 ‘오줌내기약’, 우리는 ‘진통제’라 하고, 북한은 ‘통증멎이약’, 우리는 ‘해열제’라 하는 반면, 북한은 ‘열내림약’이라고 하는 식입니다. 북한 쪽은 쉽게 이해하게 사용하는 셈입니다. 우리는 ‘흉통’이라고 하면 다 통합니다. 그러나, 북한에선 ‘가슴아픔’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지혈’인데, 북한은 ‘피멎이’ 등 식으로 상당히 한글화됐습니다. 영어의 경우, 우리는 ‘바이러스’라고 흔히 쓰지 않습니까? 북한에서는 ‘비루스’라고 씁니다. ‘심장박동기’를 뜻하는 ‘패이스메이커’는 북한에서 ‘패스메카’로 표현합니다.

이런 가운데, 가톨릭대학교가 최근 남북하나재단과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를 통해 북한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갖춘 탈북 의료인을 대상으로 의사면허 취득에 필요한 실기, 실습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됩니다. 아무쪼록, 탈북 의사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필요한 교육을 받고 양질의 일자리를 얻어 성공한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네요.

(OUTRO) RFA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오늘은 탈북 의료인 양성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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