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한의학연구원, 북 고려의학연구원 전통의학 협력사업 뿌리내리는데 밑거름 돼야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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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의학연구원 건물.
한국한의학연구원 건물.
/이준혁 센터장 제공

(INTRO)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시간입니다.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은 사람 중심의 보건, 복지, 의료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남북 전통의학 협력 가능성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한반도 북쪽의 보건의료 현실이 열악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졌는데요, 단적인 예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7월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북한의 병상 수는 인구 1만명당 132개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입니다. 하지만, 전기공급과 약품 공급체계가 무너지면서 기초적 의료서비스조차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준혁 한의학정책연구센터장.
이준혁 한의학정책연구센터장. /이준혁 센터장 제공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은 고려약과 고려의사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북한 고려의사 출신으로 남한에서 한의사로 일하는 김지은 씨는 지난 3월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고려의학이 북한 의료의 80%까지 담당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북한에서 이처럼 고려의학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거기에는 ‘궁하면 통한다’는 역설이 자리잡고 있다고 ‘한의학연구원’의 이준혁 한의학정책연구센터장은 요약합니다.

(이준혁) 북한은 고려의학 부문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 지도부의 의지가 있고, 의약품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북한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특히, 의약품에 있어서 부족한 의약품 문제를 해결하고 해외수출이 가능한 제품을 모색하기 위해 고려약의 개발과 생산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평양만 해도 평양시 고려의학 생산관리국 산하에 평천고려약공장이라든가 모란봉고려약공장, 중구고려약공장 등 각 구역별로 고려약 생산공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대학교 신희영 통일의학센터장은 올 봄 열린 토론회에서 북한이 약제 등 연구에 있어 보물섬과 같다고까지 했는데요, 신 센터장에 따르면, 북한 논문 총 1,538편 중 고려약제와 관련된 것은 12%에 달합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의 고려약제 활용 논문과 약재 목록을 정리해 남한 천연물 연구자에 보여줬더니 놀라더라”며 “남한은 아직 동물실험 단계인 약재를 북한은 이미 쓰고 있었는데, 이런 부분을 활용하면 천연물 신약 개발을 위해 걸리는 시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통의학을 일컫는 북한의 고려의학과 남한의 한의학, 이름만 다른 걸까, 아니면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걸까, 궁금해졌는데요, 이준혁 센터장은 남북 분단이 70년 이상 지속하면서 사회문화적 차이가 심화한 결과, 크게 세가지 상이점이 존재한다고 설명합니다.

(이준혁) 고려의학은 남한의 한약과는 다른 식물을 사용합니다. 일례로, 한약 중에 사삼이라는 약이 있는데, 남한은 잔대를 정품으로 하는데, 북한은 더덕을 씁니다. 남한과는 식생대가 다르기 때문에 남북한에 자생하는 약초도 차이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용어의 차이입니다. 북한은 용어를 대부분 순우리말로 변형해 사용합니다. 남한은 대부분 변형 없이 원래 문헌에 있는 언어를 그대로 사용합니다. 예컨대, 혀의 상태를 진단하는 영상기기의 경우, 남한에서는 ‘설진기’라고 하는 반면, 북한에서는 ‘혀 화상처리기’라고 부릅니다. 마지막으로, 치료 질환 범위가 다릅니다. 북한의 경우, 고려의학이 사용되는 질환의 범위가 남한보다 광범위하고 이용률이 높습니다. 반면, 남한은 북한보다는 치료하는 대상질환이 근골격계가 월등히 높습니다.

<여러분께서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을 듣고 계십니다>

이처럼 남북간에 일부 차이점은 있지만, 한의학과 고려의학은 모두 동의보감을 비롯한 전통의학과 민족 고유의 의약 경험으로부터 유래했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는 동일하다고 이준혁 센터장은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관련 공동연구와 협력은 어느 정도 진척됐을까요? 안타깝게도, 남북관계와 미북 관계 경색 여파로 현재 남북 전통의학 교류협력 사업은 사실상 정지된 상태라는 답이 돌아오네요.

(이준혁) 남북 전통의학 협력사업은 대부분 2001년-2008년에 집중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이 때는 남북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는 시기였기 때문에 전통의학 분야도 활발한 교류가 진행됐습니다. 당시에는 주로 일방적인 지원과 학술교류 중심으로 보면 됩니다. 2003년 10월과 2006년 12월에 평양에서 공동 학술토론회를 개최했고, 구급차, 심전도, 약탕기 등 의료기기라든가 약제지원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2007년에는 고려약 공장 설립과 관련된 실무회의까지 진행했는데,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협력사업이 중단됐습니다. 최근에는 올해 5월에 북한에서 개최된 의과학학술대회에 남측에서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이후 북미관계가 경색되면서 취소됐습니다. 현재, 직접적인 협력사업은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의학연구원 한의학정책연구센터는 지난 6월 ‘남북 전통의학 협력 포럼'을 개최해, 전통의학 협력을 위한 공통분모를 파악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포럼’은 ‘공개토론회’를 뜻하는 영어단어인데요, 이 모임에 참여했던 이준혁 센터장의 제언 내용, 들어보시죠.

(이준혁) 남북 전통의학의 지속적인 협력을 위해서는 외부여건의 변화와 관계없이 남한 자체적인 협력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점입니다. 언제라도 기회가 생기면,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북한의 보건의료, 고려의학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지속적으로 취득하고 있어야 하고, 국내 전문가들이 상시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교류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는 협력방식입니다. 이제는 이전 시기에 진행됐던 일방적인 지원 중심의 교류협력이 아니라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남한의 기술과 북한의 자원이 결합해서 북한은 원료와 인력, 남한은 기술력과 자본을 통해 남북한이 모두 경제적 이득을 가질 수 있는 형태의 협력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참고로, ‘네트워크’는 어떤 일이나 문제점을 처리하는 데 각 기관 따위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조직적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 체계를 뜻하고요, ‘윈윈’은 ‘쌍방 모두에게 만족함’, 그리고 ‘시스템’은 체계 혹은 장치를 말합니다.

이준혁 센터장은 무엇보다 전통의학 협력 연구는 일종의 작은 통일과 마찬가지라면서, 이를 위해 남한의 한의학연구원과 북한의 고려의학연구원이 앞장서서 남북 협력사업이 뿌리내리는데 밑거름이 되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준혁) 협력연구의 시작 자체를 남북의 정부 연구기관이 시작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남한에 한의학연구원이 있다면 북한에는 전통의학 연구기관으로 고려의학연구원이 있습니다. 고려의학연구원은 종합병원까지 보유한 꽤 규모 있는 연구기관입니다. 6개 연구소와 40여개의 전문연구실로 구성돼있고, 매년 100여건의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정부 연구기관들이 먼저 교류협력을 통해서 길을 열면, 그 다음에 대학, 병원 등에서 공동연구나 학술교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어 기업들도 그 속에서 사업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재 제재국면에서는 매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예정인데요, 국제회의를 통한 다자간, 삼자간 교류를 비롯해 인적, 물적 교류가 현 상황에서 어렵다면 정보교류 차원에서라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OUTRO) RFA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오늘은 남북 전통의학 협력 가능성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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