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질병 및 의학용어 비교 연구 확대 추세, 반면 교류협력 및 국제지원 연구 위축돼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9.12.17
hospital_lab_b 북한의 대표적 여성종합병원인 평양산원 내 유선종양연구소 내부 모습.
/연합뉴스

(INTRO)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시간입니다.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은 사람 중심의 보건, 복지, 의료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북한의 예방접종 체제와 남북 보건의료 협력방안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연합뉴스TV) 12월 들어 인플루엔자 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백신 무료접종 대상 12세 이하 어린이의 26.5%는 아직 접종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한국의 연합뉴스TV가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률을 다룬 뉴스 일부 들으셨는데요, 인플루엔자는 일반인에게는 ‘독감’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전염성이 높은 급성 호흡기질환을 말하죠. 독감은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유행하고, 백신은 접종 후 2주 후부터 예방 효과가 나타나 평균 6개월 정도 효과가 유지됩니다. 독감 백신을 맞으면 폐렴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으니까, 백신을 맞는 것이 낫죠.

한양대학교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신현영 교수.
한양대학교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신현영 교수.
/신현영 교수 제공

남한의 독감접종률은 그렇다 치고, 북한의 독감접종률은 어느 정도일까요? 한양대학교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신현영 교수의 설명 들어보겠는데요, 신 교수는 지난 4월 국가 자료를 기반으로 당뇨 환자들의 독감 예방백신 접종 현황을 분석한 연구를 통해 국가의 예방접종 정책을 수립하는데 참고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한미 젊은 의학자 학술상'을 수상한 손꼽히는 보건의료 전문가입니다.

(신현영) 아직까지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과거 신종플루 사태 때는 한국에서 그런 독감 예방백신에 대한 지원을 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독감 백신 지원을 한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독감 예방접종 (받기는) 어렵습니다. 기사를 통해서 독감에 걸렸다고 해도 치료받을 방법이 매우 제한돼있기 때문에 항생제를 포함한 치료제를 구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돼있습니다. 예방도 어려운 상태이고, 치료도 어려운 상태입니다.

문제는 북한에서 독감뿐만이 아니라 많은 질환의 백신 접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서, 한국에 있는 하나금융투자의 선민정 제약 관련 분석가는 지난해 펴낸 한 보고서에서 “1990년에서 2005년까지 전국 규모의 예방접종은 아예 곤란했고, 2010년도부터 예방교육이 실시 중이다. 하지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국가 예방접종의 실시는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다”라고 북한의 예방접종 실태를 평가했거든요.

이런 북한의 예방접종 시스템, 즉 예방접종 체제를 개선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사안은 무엇일까요? 신 교수는 문제를 해결할 자체적 동력을 키우는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신현영) 예방접종시스템에는 백신에 대한 자체적인 생산라인이나 수급라인이 있어야 합니다. 아직까지는 생산할 수 있는 백신이 없고, 외부단체 지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북한에서도 2016년 기준으로 국가필수접종인 결핵, BCG, 홍역 등 예방백신 8종을 세계백신연합에서 지원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94% 이상이 접종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백신은 영유아 접종에 국한돼 있고, 성인 예방접종에 대해서는 매우 어려운 상태입니다. 특히, 이런 접종, 예방백신이 외부기관에 100% 의존하고 있어서 북한은 여러 국제정세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북한의 이런 예방접종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이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동력이 필요합니다.

<여러분께서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을 듣고 계십니다>

이달 초 한국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생명표’를 보면, 한국인의 원인별 사망률 1위는 암이었는데요, 북한 주민들의 사망률 1위는 뭘까요? 영양실조? 감염병?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오네요. 신 교수의 말입니다.

(신현영) 보고에 의하면, 북한주민들의 사망원인을 보면 2017년 기준으로 1위가 심혈관 질환입니다. 2위가 암, 3위가 감염병입니다. 기존에는 결핵, 말라리아 등 감염병들이 주로 이야기됐다면, 최근에는 만성질환 유병이 더 높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북한주민들이 남한에 이탈해 정착할 때도 이런 대사질환의 취약성 때문에 남한 주민들보다 더 많이 대사증후군이나 비만에 취약하고 더 노출돼있습니다.

이렇게 북한주민들의 질병 행태가 변화하는 가운데, 남한의 통일보건의료학회가 최근 추계학술대회를 열었는데요, 이 자리에서 신현영 교수가 통일보건의료 학술연구에 대한 국내외 최신 경향에 대해 발표해 눈길을 끕니다. 신 교수의 설명, 직접 들어보시죠.

(신현영)  통일보건연구자들의 관심이 점점 증대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관련 연구 분야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북한의 감염병에 대한 보고들이 주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비감염병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북한 이탈주민들에 대한 건강 연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 주목할 것은 통일부에 북한자료센터가 있는데, 북한 정기 간행물로 북한의 의학논문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진료과목별로, 예컨대 감염병, 내분비영역, 산부인과 영역, 대장질환 영역 등에서 남한과 북한의 의학 논문들을 비교하게 됩니다. 그 결과, 같은 분야에서 남북한 질병의 차이, 의학용어의 차이 등을 비교 분석하는 연구가 유행처럼 확대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요즘 남북경색으로, 또 국제정세가 어렵기 때문에 남북 교류협력이나 국제적 지원에 대한 연구가 많이 위축돼 있는 점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남북미 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돌아서고 있지만, 인도주의 지원사업은 계속되고 있는데요, 특히 세계보건기구의 북한 모자보건분야 의료지원사업에 남북협력기금 지원이 최근 결정됨에 따라 내년 상반기께 사업이 개시될 전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바람직한 남북 보건의료 협력방안을 짚어달라고 부탁했는데요, 신 교수는 독일의 사례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신현영) 독일은 통일되기 16년전부터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조금 자유로운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협정과 교류를 지속하면서 상호보완을 해왔습니다. 남한도 2018년 9월에 평양 공동선언이 체결됐는데요, 감염병 공동대응을 위한 남북한 협력강화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건강한 한반도공동체 형성을 위해서는 보건의료 교류부터 우선돼야 합니다. 우선, 남한과 북한의 의학용어 통일이 이뤄져야 남북한 의료인들 사이에 대화와 의사소통이 원활히 될 수 있습니다. 또, 남북한 의료인들의 학술적 교류를 통해 남한의 발달된 의학적 지식을 북한에 전달할 수 있다면 북측의 의료적 수준이 올라가면서 북한주민들의 건강과 보건상태도 증대되리라고 기대합니다. 병원을 지어준다거나 보건의료인력을 교육한다거나 기계를 지원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봅니다. 특히, 북한 내 여러 보건의료 지표를 체계적으로 파악해야 어떤 부분들에 남한이 조금 더 집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충분한 판단이 서게 됩니다.

(OUTRO) RFA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오늘은 북한의 예방접종 체제와 남북 보건의료 협력방안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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