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입니다. 저는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도 서울의 탈북 소설가 도명학 작가와 남북 문학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새해 두 번째 시간. 오늘은 어떤 작품을 갖고 나오셨나요?
도명학: 예, 전번 날에 이어 오늘 역시 정끝별 시인의 시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제목은 "밥이 쓰다"입니다.
MC: '밥이 쓰다'라는 제목이 참 독특합니다. 시를 한 번 읽어 보겠습니다.
<밥이 쓰다-정끝별>
파나마 A형 독감에 걸려 먹는 밥이 쓰다
변해가는 애인을 생각하며 먹는 밥이 쓰고
늘어나는 빚 걱정을 하며 먹는 밥이 쓰다
밥이 쓰다달아도 시원찮을 이 나이에 벌써 밥이 쓰다
돈을 쓰고 머리를 쓰고 손을 쓰고 말을 쓰고
수를 쓰고 몸을 쓰고 힘을 쓰고 억지를 쓰고
색을 쓰고 글을 쓰고 안경을 쓰고 모자를 쓰고
약을 쓰고 관을 쓰고 쓰고 싶어 별루무 짓을 다 쓰고
쓰다쓰는 것에 지쳐 밥이 먼저 쓰다
오랜 강사 생활을 접고 뉴질랜드로 날아가 버린
선배의 안부를 묻다 먹는 밥이 쓰고
결혼도 잊고 죽어라 글만 쓰다 폐암으로 죽은
젊은 문학평론가를 생각하며 먹는 밥이 쓰다
찌개그릇에 고개를 떨구며 혼자 먹는 밥이 쓰다
쓴 밥을 몸에 좋은 약이라 생각하며
꼭꼭 씹어 삼키는 밥이 쓰다밥이 쓰다
세상을 덜 쓰면서 살라고,
떼꿍한 눈이 머리를 쓰다듬는 저녁
목메인 밥을 쓴다
MC: 조금 슬프기도 하고, 갑갑한 느낌의 시로 느껴집니다. 이 시를 고르신 이유가 있을까요?
도명학: 그렇습니다. 저도 갑갑한 마음 누를 수 없었습니다. 왜냐면 북한에 가족 친척, 그리운 사람들을 두고 온 탈부민들은 매끼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목에 걸립니다. 밥이 씁니다. 또 북에 있는 가족 친척들도 어쩌다 좋은 음식을 먹게 돼도 없어진 사람 때문에 목에 걸릴 것입니다. 쓴 밥이 될 수밖에 없죠. 제가 이 시를 고른 이유는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를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MC: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일까요?
도명학: 아마 시인은 자신의 고달프고 힘든 삶을 호소하는 동시에 타인들의 삶도 본인과 다를바 없지 않겠냐는 공감대를 부탁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공감되고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일은 해야만 하는 것이 살아있는 자의 숙명이 아니겠습니끼.
MC: 세상 어딜 가나 쉬운 게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남한 주민이 느끼는 삶의 고난과 북한 주민이 느끼는 어렴움이란 어떻게 다른가요?
도명학: 분명 차이가 있죠. 남한 주민들은 결코 굶주림 때문에 밥을 먹는 것이 아닙니다. 각자 이상과 목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뜻대로 안될 때 밥이 쓰거울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야망이나 이상 같은 것은 차후 문제고 당장 살아갈 일이 걱정되니 밥맛이 쓸 것입니다. 물론 생리적으로 극도의 배고픔이 몰려 올 때 쓰거나 달거나를 가리지 않고 먹겠지만 포만감을 인지하는 그 순간분터는 먹은 밥이 쓰거울 것입니다.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 밥은 쓰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MC: 그 고난을 헤쳐 나가는 방법도 다를 것 같습니다. 고난 해결을 위한 방법에 있어 남북한의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게 있을까요?
도명학: 남한은 북한에 비해 단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거나 벌기 위해 무엇이든 하면 된다. 통속적으로 말한다면 열심히 살면 밥이 생깁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다릅니다. 열심히 해서 돈이든 밥이든 나올 일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습니다. 그냥 의무감 내지는 강제로 일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생기는 한 그릇의 밥이 있다한들 그것은 어느 노래 가사에도 있듯 눈물젖은 빵이나 같죠. 지금 이 순간만은 배불리 먹는다쳐도 다음 끼니는 어떻게 해결하나, 이 생각을 하면 밥이 달달할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MC: 남한에 오셔서 보시기에 남한과 북한 주민들의 밥맛을 가장 쓰게 만드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도명학: 남한 주민들 경우엔 채무나 아니면 승진이라든가, 혹은 명예나 직위라든가 이런 것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자괴감, 혹은 좌절감이라든가 소외감 같은 심적인 요인이겠죠. 그러나 북한 주민들 경우엔 밥을 먹는 순간에도 다음 끼니를 걱정해야 하고 그것이 아닌 사람이라도 숙청될 걱정, 좌천될 걱정, 언젠가 다가올 검열에 대한 걱정 같은 것이 밥맛을 쓰게 할 것입니다. 여기서 단정할 수 있는 것은 남한이든 북한이든 밥을 달게만 먹을 수 있는 사회는 아직 아니라는 겁니다. 또 이것은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보편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각에도 러시아 우트라이나가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러이사든 우크라이나든 모두가 밥맛이 달지 않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MC: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밥맛을 달게 만들 수 있을까요?
도명학: 개인적으론 한시바삐 북한이 변화되어 민주화가 되었을 때 혹은 통일이 기정사실로 예정되어 있을 때 밥맛이 좋아질 것 같습니다. 또 남한사회도 지역갈등. 진영갈등 같으것이 이 심각합니다. 이것이 해소되면 밥맛이 좀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북한도 김정은 정권이 개혁개방을 단행하거나 아니면 독재정권 자체가 붕괴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그날만큼은 좀 밥맛이 달달하지 않을 까요. 저는 그날이 북한주민들에게 밥맛 좋은 나르 승리의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MC: 새해를 맞아 잠시나마 청취자 여러분의 밥맛을 달게 해 드릴 수 있을만한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도명학: 북한동포, 여러운 상황에 있다는 것을 남녘동포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통일을 더욱 바랍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얼마전 말하기를 남한을 동족이 아니라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라고 했습니다. 우리민족끼리라는 인턴넷트 매체도 요즘 그런 맥락에서 글을 게시합니다. 김정은이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 김일성, 김정일도 감히 그런 짓은 못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합니다. 선대 수령의 유지를 어기는 김정은에게 백두혈통의 정통성이 과연 있는지 의문입니다. 민족반역을 스스로 공헌했습니다. 민족반역자는 그 댓가를 치러야 합니다. 북한 주민 여러분, 이제 올만큼 온 것 같습니다. 자유통일의 희망을 잃지 마시고 억세게 살아가는 2024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24년 청룡의 해에 좋은 기운이 크게 뻐쳐 통일이 한걸음 더 가까이 오리라 믿습니다.
MC: 선생님, 올 새해에도 좋은 작품 소개해 주시고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명학: 네,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MC: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명학: 수고하셨습니다.
이번에는 남한에서 출간된 북한 관련 서적을 알아 보는 순서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대표적인 대형서점 중 한 곳인 교보문고의 자료를 참고로 정리해 봤습니다.
가장 최근에 출간된 북한관련 서적인 소설 '철과 흙'이 눈길을 끕니다. 저자는 리지명이고, 예옥출판사가 펴냈습니다. 작가인 소설가 리지명은 함경북도 청진 출생으로,
중학교 졸업 후 9년 7개월동안 군 복무를 했으며, 탄광 갱장을 거쳐 북한에서 전업 작가로 활동한 바 있습니다.

다음은 교보문고 웹사이트애 올라온 책소개글입니다.
"『철과 흙』의 주인공은 태수와 춘희, 두 사람이다. 이야기는 함경남도 남단 인구 2만여 명이 사는 탄광, 광산 지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태수’는 상동, 중동, 하동으로 나뉜 이 ‘동네’의 중동 탄광의 ‘갱장’으로 있다.
춘희는 태수의 중동 탄광과 맞붙은 중동농장 소속 작업반인 상촌 마을의 농장 이발사다. 이쪽 세상과 달리 여성이 이발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이 두 사람의 내밀한, 이면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곳 탄광·광산촌을 둘러싼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들, 사연과 음모, 욕망과 그 반대되는 동정의 움직임이 쫄깃쫄깃한 이야기의 재미를 느끼도록 펼쳐진다.
태수와 춘희, 두 인물로 하여금 감추어진 관계 속에 놓이도록 한 것은 북한사회 체제를 ‘대표’하는 ‘철’의 속성, 곧 이 탄광·광산촌을 휘감고 흐르는 욕망, 음모, 이념, 폭력과 살상의 뒤얽힘이다. 태수와 춘희는 이 감추어진 사연을 배경으로 거느리며 작중에 나타나 서로 깊은 사랑의 관계를 맺어가게 된다.
이 소설 『철과 흙』은 단순히 저쪽 체제 비판의 소설이 아니요, 그 세계의 표면과 이면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리얼한 사람살이의 진실을 가리키는 작품이다."
다음으로 소개해 드릴 책은, 앞서 소개해 드린 소설 '철과 흙'과 함께 이달에 출간된 변상문 저, 도서출판 청미디어의 '북한정권과 북한군'입니다. 군인과 공무원, 기업인, 그리고 학생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에 평쾌한 답을 달았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인 변상문은 1982년 육군3사관학교 제19기로 육군 소위가 되었습니다. 국군기무사령부에서 28년간 근무 후, 육군 대령으로 전역했습니다. 현재 전쟁사, 북한 관련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출판사가 올린 서평입니다. "변 전 대령이 이번에 펴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군 생활 30년과 전역 후 군부대 강의 10년, 40여 년의 세월을 군에서 배우고 연구하며 알게 된 내용들을 정리했다. 일선 군인과 공무원, 기업인,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북한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변 전 대령은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북한 정권을 반국가단체로 판결했다"면서 "대한민국 국방부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변 전 대령은 "그래서 북한은 국가가 아니라 정권"이라면서 "북한 정권을 관통하는 단어는 허위"라고 규정했다. 변 전 대령은 "모든 것을 거짓으로 꾸민 체제"이라면서 "이 허위는 허업, 허망, 망망으로 집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변 전 대령은 "북한 주민의 35.6%인 890만여 명이 정규군 또는 예비전력으로 편성돼 있다"면서 "북한군은 군사분계선 주변 전방 지역에 4개 군단 70만 명에 가까운 병력을 전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변 전 대령은 "북한군 지휘부는 150여 명을 공개처형 한 바 있는 등 북한 군인들의 인권은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지금까지 남한 내에서 가장 최근에 출간된 책 두 권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남북문학기행,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치고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