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도 서울의 탈북 소설가 도명학 작가와 남북 문학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오늘은 어떤 작품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도명학: 네 오늘 준비한 작품은 한국의 이승하 시인의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MC: 일단 '어머니'라는 단어가 나오면 울컥하게 되는데요, 이 시는 어떤 내용의 작품인가요?

도명학: 네. 이 시는 자식과 가족을 위해 온갖 고생을 다 하며 늙은 어머니, 발톱조차 깎을 힘 없는 노쇠한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새삼스럽게 느끼는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 그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노래한 시입니다.
MC: 시낭송을 들어보시겠습니다.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이승하>
출처: 유투브채널 ‘우기수의 영상 힐링’
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셔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MC: 이 작품을 쓴 이승하 시인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도명학: 이승하 시인은 저도 몇 번 뵌 적 있습니다. 통일에 관한 문학, 탈북문학에도 관심이 많은 분이십니다. 지난해엔 인천 한국근대문학관에서 남북하나재단이 기획한 탈북작가들과 함께 하는 남북한 출신 작가 행사에도 저와 함께 토론자로 참석해 유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승하 시인은 1960년 4월 경상북도 의성군 안계면에서 경찰관의 아들로 태어났고, 김천에서 성장했습니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시인이 대학에 입학한 해인 1976년 10·26사태와 12·12사태가 일어났고 1년 간 휴학한 뒤 복학하자마자 광주에서의 참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했고 당시의 고문 정국을 다룬 시를 지어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습니다. 또한 4·19 혁명 때 발포경찰관이었던 아버지와 5·18 때 진압군으로 광주에 투입된 아들의 이야기를 쓴 소설이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됐습니다. 또 1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쌍용50년사』, 『쌍용건설30년사』, 『현대건설50년사』 같은 책들을 썼습니다. 시인은 한국시인협회 사무국장과 한국문예창작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MC: 이승하 시인의 활발한 창작활동에 대해서도 속해 주시죠.
도명학: 시인은 한국문예창작학회 창립 멤버가 되어 세계 여러 나라를 순방하며 문학과 시에 대해 발표했는데, 이때 각 나라 생태환경의 실태를 직접 눈으로 보게 되었고, 이후 한국의 상황을 가슴 아파하면서 시를 썼습니다. 시인은 문예지들인 [문학나무], [불교문예], [문학 에스프리] 편집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 지훈상, 시와시학상 작품상, 인산시조평론상, 천상병귀천문학대상, 편운상, 유심작품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저서로는 시집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 『폭력과 광기의 나날』, 『뼈아픈 별을 찾아서』,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감시와 처벌의 나날』, 『사랑의 탐구』,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생명에서 물건으로』, 『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등이 있고, 또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청춘의 별을 헤다: 윤동주』,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집 떠난 이들의 노래-재외동포문학 연구』,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등 너무 많아 다 꼽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MC: 북한에도 어머니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죠? 대표적인 것 하나 소개해 주시죠.
도명학: 어머니라는 이름의 가치와 극진한 모성애는 인류 보편의 것인만큼 북한 역시 어머니에 대한 작품이 많습니다. 그중에도 북한 주민들에게 제일 뇌리에 깊이 새겨진 시가 시인 김철의 시 "어머니"라는 시입니다. 탈북자들 중에도 이 시를 모르는 사람이 아마 별로 없을 듯 한데 남한에 온지 퍽 오랜데도 아직도 그 시를 토 하나 틀리지 않고 줄줄이 외우는 사람이 있을 정도입니다. 우선 시의 첫 부분을 잘 지었는데 기억 나는대로 옮겨본다면 이렇습니다.
“내 이제는 다 자란 아이들을 거느리고 어느덧 귀밑 머리 희어졌건만,
아직도 때 없이 아이적 목소리로 찾는 어머니, 어머니가 내게 있어라.
기쁠 때도 어머니, 슬플 때도 어머니, 반기어도 꾸짖어도 달려가 안기며
천만가지 사연을 다 아뢰는 이 어머니 없이 나는 못살아.
깊은 밤 잠결에 조용히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나니, 가슴 뭉클 차오르는 어머니 생각,
이 어머니 정녕 나를 낳아 젖 먹여 키워준 그 어머니런가.-
어떻습니까. 나이 들어 귀밑 머리가 희어졌음에도 여전히 아이 적 목소리로 때 없이 찾는 어머니라는 이 구절이 북한 사람들을 상당히 공감시켰습니다. 학생들 교과서에 오른 작품이기에 더구나 모르는 사람이 없는 작품입니다.
MC: 같은 '어머니'를 주제로 한 시라고 해도 남한과 북한의 그것이 서로 다를 것 같은데 말이죠.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도명학: 네, 다른 점도 앞에서 들은 남한의 이승하 시인의 시와 북한의 김철의 시를 통해 발 수 있습니다. 이승하 시인의 시는 순수하게 어머니의 사랑과 수고, 헌신에 대한 화자의 감정을 진솔하게 담았습니다. 그러나 북한 김철의 시는 어머니를 체제 선전을 위한 목적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예문을 소개해드렸지만 거기까지는 괜찮습니다. 그러나 다음 구절부터 본색이 드러나는데 이렇게 이어갑니다.
가슴 뭉클 차오르는 어머니 생각, 이 어머니 정녕 나를 낳아 젖 먹여 키워준 그 어머니런가./ 하고 나서 뭐라고 하는가면 –그러면 아니구나, 송구스러워라, 어머니 당이여, 나에게 젖조차 변변히 먹여줄 수 없었던 한 시골 아낙네와 그대의 이름을 나란히 한다는 것은- 하고 어머니의 가치를 노동당이 슬쩍 나꿔 채 갑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도 이 대목부터는 잘 기억 못합니다. 어머니에 관한 다른 작품들이 다 이런 식입니다. 자식을 위해 온갖 고생 다 하는 어머니의 수고를 높이 평가하는 시의 경우도 자식을 그렇게 고생하며 키운 목적과 보람은 당과 지도자를 위해 한목숨 서슴없이 바쳐 싸울 자질을 갖춘 충실한 혁명 전사로 키워낸 데 있음을 칭찬하는 식입니다.

MC: 그런가하면, 바람직한 '어머니상'도 남한과 북한간에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을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도명학: 문학작품 속 어머니가 남북한이 다른 것이지 현실에서 다른 건 없습니다. 오히려 남한 어머니들에 비해 더 고생한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르겠죠. 북한에서 어머니들은 가정과 사회를 위한 2중고에 시달리니 그야말로 고역이죠. 자기는 굶어도 자식 배곯는 걸 못 참고, 교육열 높고, 이런 점은 남한이나 북한이나 신통히 똑같습니다. 그러니 나이 50 정도만 되면 할머니 소리를 들어도 그저 그러려니 하고 노여워 하지도 않고 늙었음을 부인하려 하지 않습니다.
MC: 아버지를 대하는 남북한 주민들의 정서적 차이점은 또 어떤가요?
도명학: 아버지를 대한 감정도 남북한이 비슷한데, 남한 아버지들이 집에서 파워가 없다는 푸념이 있지만 북한 아버지들도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아버지가 차라리 없었으면 할 정도의 집들이 많습니다. 아버지 구실을 하려면 돈을 벌어 집에 들여놓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집에 것을 직장에 내다 바쳐야 할 정도니 말입니다. 그래도 남한 아버지들은 나가 일하면 일한만큼 돈을 버는데 북한 아버지는 일을 해서 돈을 벌 곳이 있어야 말이죠. 물론 권력 있는 집은 상황이 다르죠. 그건 남한도 마찬가지고요. 아버지가 국회의원이든 재벌이든 된다면야...
MC: 이 시를 북한 주민들이 읽는다면 어던 반응을 보일까요?
도명학: 상당히 공감할 것 같습니다. 시에서 보듯 늙은 어머니의 거북등 같은 발바닥이며 뼈마디를 덮은 조글조글한 살가죽은 북한 어머니들이 더 그렇죠. 아마 시를 읽고 나면 자기 어머니 발이 어떤 상탠지 일부러 보자고 할 것 같고 정말 발톱 깎아드리겠다고 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남한은 옛날 어머니가 그랬지 자가용을 타고 다니는 지금 젊은 어머니들은 이담에 늙어도 발바닥이 거북등처럼 될 일 없겠죠.
MC: 마지막으로 감상평 부탁드립니다.
도명학: 이 시는 늙은 어머니의 일생을 가슴 찡하게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었던 어린 아기 시절도 보이고 고무줄놀이를 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러나 그 어머니는 늙어 발톱 깎을 힘도 없고 말도 잃어버렸습니다. 그러나 가슴으로 어머니와 대화를 나눕니다. 화자는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 이 세상 거친 바다를 건너오신 "어머니의 된바람 소리"를 들으며 소리 없이 웁니다. 어머니의 고달프고 아픈 생이 우리 자식들 모두의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발톱을 깎아드리는 장면을 마치 영화로 보는 듯싶습니다. 이 시를 어머니들에게 드리는 헌시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MC: 네, 저희가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선생님,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