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도 서울의 탈북 소설가 도명학 작가와 남북 문학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요즘 봄꽃이 한창인데요. 오늘 꽃과 관련된 작품을 갖고 나오셨다고요? 어떤 작품인가요?
도명학: 네, 오늘은 한국의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라는 시를 준비했습니다. 이 시에 곡이 붙여진 것이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노래일 정도로 사랑받는 작품입니다.

MC: 먼저 시낭송을 들어 보시겠습니다.
수선화에게/ 시 정호승
(출처: 유투브채널 '이온겸 낭송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MC: 이 시를 쓴 정호승 시인은 어떤 작가인가요?
도명학: 정호승 작가는 시인이면서 소설가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1950년 경상남도 하동군에서 태어났고, 초등학교 1학년 때 대구로 이사하여 그곳에서 성장기를 보냈는데. 중학교 1학년 때 은행에 다니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여 도시 변두리에서 매우 가난한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시인은 경희대학교가 주최한 전국고등학교문예 현상모집에서 "고교문예의 성찰"이라는 평론으로 당선되어 문예장학금을 지급하는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들어가게 되었으며, 같은 대학의 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시인은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가 당선되어 시인이 되었으며,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되어 소설가로도 등단하였습니다.
시집으로 <서울의 예수>,<새벽 편지>,<별들은 따뜻하다> 등이 있으며 시선집으로 <흔들리지 않는 갈대> 등 많이 있고, 소설 <서울에는 바다가 없다>, 동화 <에밀레종의 슬픔>, <연인>, 동시 <참새>, 산문집 <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등이 있습니다. 제3회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정호승 시인은 시를 알아듣기 쉬운 언어로 쓰고자 한다는 평소의 소신대로 씀으로써 시가 짙은 민중적 서정성을 머금고 인간에 대한 애정과 연민을 그려내곤 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한편, 몇몇 시는 양희은이나 안치환 등 가수들에 의해 노래로 창작되어 음반으로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1987년에 출간된 시선집 <새벽 편지>, 1991년에 출간된 <흔들리지 않는 갈대> 등은 20~30년 이상 재출간을 거듭하면서 젊은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정호승 시인은 소월시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지리산 문학상, 공초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습니다.
MC: 선생님께서는 이 시를 읽으시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도명학: 네, 크게 위로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이 구절이 정말 좋습니다. 특히 북에 일가족을 두고 홀로 남한에서 지내는 탈북민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말라는 구절 역시 탈북민들에게 공감되는 구절입니다. 탈북민들은 북에서 걸려 오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해집니다. 몰래 거는 전화고 통화도 길게 할 수 없는 전화라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반대로 북에 있는 가족 역시 남한에서 전화가 오면 흥분합니다. 남과 북에서 다 같이 기다려지는 전화입니다. 그 기다림은 단순한 기다림이 아니라 외로움을 동반한 성질의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시가 그래서 더 공감되는 것 같습니다.
MC: 이 작품을 보면 제목은 '수선화에게'인데 시구절에는 수선화라는 단어가 나오질 않습니다. 작가는 무엇을 말하려 했던 걸까요?
도명학: 사실 그 부분이 저도 좀 의아했습니다. 왜 하필이면 제목이 수선화일까. 정작 내용엔 수선화라는 단어가 전혀 들어 있지 않아 혹시 내가 다른 시를 헷갈려 읽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래서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시인이 제목을 “수선화에게”라고 지은 이유가 수선화가 가진 상징과 수선화에 간직된 유래 때문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수선화의 상징은 사랑, 순결, 우아함, 자존감 등이라고 합니다. 또 수선화라는 이름은 물위에 뜬 신선이라는 의미랍니다. 한편 수선화에 간직된 유래가 있는데, 인간의 삶을 물가에 외롭게 핀 수선화에 비유한 것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키소스에 관한 이야깁니다. 나르키소스는 멋진 미소년으로 많은 소녀들의 흠모를 받았으나 강한 자존심으로 그 누구의 마음도 받아주지 않다가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로부터 자기 자신과 사랑에 빠지는 벌을 받아 목을 축이러 간 맑은 샘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다 외롭게 죽습니다.누이들이 그를 장례 지내기 위해 그것에 갔을 때 그의 시신은 없고 그가 죽었던 자리에 눈처럼 하얀 꽃잎에 둘러싸인 노란 작은 꽃이 있었는데 그 꽃이 수선화라고 합니다. 아마도 시인은 외로우면서도 자존심으로 인해 표현하지 않고 살아가는, 결코 외로움으로부터 누구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 속 인생을 수선화에게 해주고 싶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MC: 북한에서는 봄을 상징하는 꽃으로는 어떤 게 있나요?
도명학: 북에서는 진달래가 봄을 알리는 꽃을 상징하는 꽃입니다. 그 외 봄을 상징하는 꽃이 뭐가 있었던지는 기억날 듯 말 듯 하면서 나지 않네요. 더구나 제가 살던 고장은 고산지대라서 산수유나 벚꽃 같은 곳도 없고 사과나무, 배나무도 자라지 못하는 곳이라서 사과꽃 배꽃 같은 것도 볼 수 없습니다.
MC: 선생님 고향에 많았던 꽃을 좀 소개해 주시죠.
도명학: 제일 많았던 꽃 역시 진달래입니다. 봄에 산이 새빨갛게 물들었을 정도였는데 그것도 옛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경제난, 연료난에 산마다 민둥산이 되면서 진달래 꽃나무도 다 뽑아다 아궁이에 땔감으로 들어갔으니 말입니다.
MC: 선생님 고향에 많았던 꽃을 남한에 오셔서도 볼 수 있었나요? 느낌이 어떠셨는지요?
도명학: 역시 진달래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진달래 모양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봤던 진달래는 이파리 모양이 약간 길죽하면서 둥근데 남한에 와서 본 진달래는 북한의 철죽꽃 비슷하게 이파리 끝 모양이 약간 뾰족한 것 같아요.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생각으론 개량종이 아닐까 합니다.
MC: 북한에는 특별히 과거 지도자의 이름을 딴 꽃들이 있지 않습니까? 북한에서 이 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주민들은 이 꽃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궁금합니다.
도명학: 네. 목란꽃, 김일성화, 김정일화입니다. 목란꽃은 북한의 국화라도 되어 있습니다. 목란은 목련꽃인데 김일성이 목란으로 이름을 수정한 것으로 압니다. 김일성화는 옛날 인도네시아 정부가 김일성에게 김일성화라고 이름까지 지어 헌화한 꽃이라고 합니다만 제가 인도네시아에 가서 그 꽃을 보고 그 나라 외교부 당국자들에게 물어밨더니 금시초문이더군요. 북한이 거짓말을 한건지 인도네시아 외교관들이 모르고 있는 건지 단언할 순 없지만 분명 다른 내막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정일화는 일본인 화훼전문가가 증정한 꽃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진실된 내막은 제가 알지 못합니다. 아무튼 목란꽃이든 김일성화든 김정일화든 꽃이 대단히 아름답긴 합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그꽃에 대해 별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 꽃들 때문에 부담감이 높습니다. 그 꽃들이 김일성, 김정일 이름과 동일선상에 있기 때문에 주민은 얼어죽더라도 그 꽃들이 얼어죽으면 안되기에 무조건 온실에 연료를 보장해야 합니다. 그러니 겉으론 말은 안해도 김일성화, 김정일화 온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MC: 선생님께서 오늘 이 시를 고르신 이유와 전체적인 감상평을 부탁드립니다.
도명학: 앞에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이 시를 특별히 북한 주민들, 그리고 탈북민, 실향민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분명 외로움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외로움은 단순히 옆에 사람이 없어서 느끼는 심리가 아니라 아무리 옆에 사람이 많아도 소통과 공감이 되지 않을 때 누구나 느끼는 감정읽 것입니다.
시를 읽어본 전반적인 평이라면 한마디로 시는 이렇게 쉬운로 쓰여 지면서도 독자의 심금을 휘어잡고, 또 인생에 대한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야 한다는 생각을 거듭하게 되었습니다. 시 <수선화에게>는 쉽고 간결한 시어로, 그러면서도 깊은 생각에 잠겨 위로의 메시지를 음미할 수 있게 만드는 참 좋은 시라고 보입니다. 시 <수선화에게>가 주는 위로와 공감이 너무 큰 것 같습니다.
MC: 네,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