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도 서울의 탈북 소설가 도명학 작가와 남북 문학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오늘은 어떤 작품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도명학: 오늘은 한국의 김희진 감독의 영화 "로기완"을 가지고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탈북자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라서 특별히 저의 관심을 끈 영화이기도 합니다.
MC: 이 영화는 최근에 나온 작품인 것으로 아는데요. 어떤 내용을 다룬 영화인가요?

도명학: 예. 나온지 얼마 안됐습니다.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는 대략적인 줄거리를 이야기해드리는 것이 이해하기 좋을 듯 합니다.
영화에서 주인공 로기완은 엄마와 탈북해서 중국에서 몰래 살아가다가 중국 공안에 들켜서 엄마와 함께 도망치던 중 엄마가 트럭에 치여 죽습니다. 실의에 빠진 로기완은 자살을 시도하지만 삼촌이 자신의 이름을 갖고 사람답게 살아가라는 엄마의 유언과 함께 엄마의 시신을 병원에 판 돈을 쥐여주며 벨기에로 가게 합니다.
그런데 벨기에에서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난민 신청을 해야 하지만 중국 조선족들이 탈북자 행세를 하며 난민 신청하는 일들이 많아 자신이 북한 사람임을 증명을 해야 하는데 증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탈북자가 맞다는 확인을 위한 2차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만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기다리더라도 일단 먹고 살아야 하겠기에 기완은 공병을 주워 팔며 화장실이나 빨래방에서 몰래 잠을 청하는데 마리라는 여자가 로기완의 지갑을 훔쳐갑니다. 로기완은 엄마의 몸값이라 돈과 지갑을 꼭 찾아야 해서 경찰에 신고를 하며 마리를 만납니다. 마리는 나중에 지갑을 돌려주겠다고 하면서 기완이 탈북민인 걸 알고 직업소개소를 알려줍니다.
MC: 그런데 도대체 이 마리라는 여자는 누군가요?
도명학: 마리는 한국인이지만 벨기에 국적의 사격선수인데 자기가 자리를 비운 사이 아버지가 엄마의 안락사 신청을 한 것으로 인해 아버지와 사이가 틀어져 뒷골목에서 불법 사격게임을 하며 성품이 삐뚤어졌습니다. 그가 훔친 로기완의 지갑은 불법 사격장을 운영하는 갱 두목이 가지고 있는데 두목은 마리가 지갑을 달라고 하자 사격경기에서 이기면 주겠다고 합니다. 마리는 불법 사격장에서 반강제적으로 약을 맞고 있어서 온전한 정신이 아니라 약을 다시 하고 경기에서 이기고 지갑을 받아 로기완에게 돌려줍니다. 로기완은 그것이 고맙게 생각되는지 일하는 곳에서 가져온 고기로 마리에게 식사를 대접합니다.
그나저나 로기완은 난민 심사 재판에서 증인이 있으면 되는 것으로 알고 함께 일하는 공장의 중국 조선족 선주에게 부탁하고 선주도 증인으로 나가주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장은 로기완을 조선족이라고 속여 취업시켜준 게 들통날 위기라서 선주를 협박해 거짓 증언을 하게 합니다. 결국 난민인정이 또 미루어지게 되죠.
MC: 그야말로 산넘어 산이군요..
도명학: 로기완은 길을 가다 시비가 붙어 경찰서에 잡혀가는데 마침 마리의 아버지가 도와줍니다. 그러나 마리 아버지는 딸 마리와 거리를 둬 달라고 하면서 난민 신청에 도움이 될 변호사 명함을 줍니다. 로기완은 마리 어머니의 기일에 성당에 찾아가 일손을 돕는 데 마리는 아버지를 보고 분노해 난장판을 만들고 나갑니다. 그래서 로기완이 마리를 찾아가는데 마리는 마약을 하고 있었습니다. 속상한 로기완은 자기도 마약을 쓰고 쓰러지고 그때 정신을 차린 마리가 로기완을 살리며 둘은 더욱 가까워집니다. 한편 조선족 여성 선주는 불법 체류 사실이 들통나 중국으로 추방가게 되고 가기 전에 로기완을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합니다. 그리고 로기완의 난민 신청도 변호사의 도움으로 순조로워지는데 이번엔 마리가 갱단에 끌려갑니다. 그래서 로기완이 아지트로 가서 마리를 구출하지만 마리는 갱단의 표적이 되어 벨기에에 있기엔 위험했고 마리는 로기완과 함께 가기로 한 마다가스카르에 먼저 가 있기로 합니다.
이쯤되자 로기완이 마리에게 꼭 필요하다고 느낀 마리의 아버지는 로기완에게 고마워하고, 마리도 안락사를 희망한 것이 사실 어머니 였다는 걸 알게 되면서 아버지와의 오해를 풉니다. 그리고 마침내 로기완은 난민 심사 끝에 거주 허가증을 밭고 마다가스카르로 가서 마리와 재회합니다.
MC: 영화를 보시고 난 뒤 어떤 생각, 어떤 느낌이 떠올랐었는지요?
도명학: 저 자신이 탈북자로서 세계 곳곳에서 고초를 겪는 탈북자들의 처지에 대한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언제면 이런 비극이 사라질 것인지 착잡한 생각으로 멍하니 창밖을 내다봤죠.
MC: 남한의 유명배우인 송중기가 출연해서 또 주목을 받았는데요. 송중기는 극중에서 '로기완'이란 이름의 탈북민 역할을 맡았었죠. 극중 로기완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나요?
도명학: 네, 앞에서 줄거리를 소개해 드렸듯이 벨지끄에 살려고 간 로기완이 뜻밖에 맞다든 상황은 난민지위를 인정받기 어렵고, 또 이듬해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수중에 남은 돈마저 도둑 맞힙니다. 결국 도둑인 마리와 엮이게 되고 마리는 정상 생활을 하는 여자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와 얽힌 관계가 지속되는 중에 연정이 싹트고 사랑으로 발전해 영화의 마지막은 해피엔딩으로 장식됩니다.
MC: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께서 아셔야 할 것이 있는데요. 미국, 캐나다, 영국 등 북한주민들을 난민으로 인정해 받아드리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그 나라에서 난민인정을 받아 정착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증명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북한에 살다가 탈북해서 한국, 그러니까 남한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해당국가로 왔다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혹시 성공적으로 난민지위를 받은 경우를 들어본적이 있으신가요?
도명학: 네, 여러 경우들을 알고 있습니다. 우선은 제가 태국, 북한에서는 타이라고 하죠. 거기에 난민수용소가 있는데 제가 거기 들어가보니 탈북자들이 수백명 되더라구요. 그런데 그들이 가고자 하는 국가가 각자 다르더군요. 제일 많은 것이 한국에 가길 희망하는 사람들이고 그 다음 순이 미국이었습니다. 저도 한국에 가려고 탈북했으나 그 상황을 보곤 미국에 가고 싶어져 마음을 바꿨는데 미국에 가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한국에 가는 건 대기 날짜가 그리 오래지 않게 걸리는데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에 가자면 1년 넘게 기다릴 수도 있는 상황이더군요. 그래서 다시 마음을 바꿔 한국에 가기로 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탈북자들이 그랬습니다. 그러나 최종적으론 한국에 가기로 마음을 바꾸게 되더군요. 그럼에도 끝까지 미국에 가겠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훗날 그들은 모두 미국에 갔다고 하더군요. 그 다음 난민지위를 인정받고 한국이든 미국이든 간 경우는 주로 러시아에 파견근로자로 갔다고 탈출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중국은 탈북자를 난민으로 취급하지 않지만 러시아도 마찬가지긴 한데 중국만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운이 따르거나 노력이 성과를 본 사람들은 러시아에서 난민지위를 인정받고 희망하는 국가에 가는데 대개 한국에 오더군요.
MC: 그렇다면 실패한 경우는 어떻습니까? 왜 실패하는 건가요?
도명학: 실패하는 경우는 북한사람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여기엔 두가지가 걸림돌로 작용하는데 하나는 중국 조선족들이 탈북자인척 하고 난민인정을 받으러 들어오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을 제외한 국가의 난민심사 담당자들은 북한을 너무 모르다보니 탈북자와 중국조선족을 가리는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억울하게 난민인정이 실패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또 하나는 이미 한국에 정착했던 탈북자가 다시 제3국에 가려고 한국 국민임을 숨기고 북한에서 바로 온 것처럼 가장하는 경우가 있어 난민인정에 실패합니다. 여기서 참고로 한국은 자유민주주의가 높은 수준으로 발전한 나라이기에 한국에 갔다가 다시 다른 나라로 가겠다고 하는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MC: 탈북민 로기완 역을 맡은 송중기의 진지한 연기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송중기와 맺어지게 되는 여주인공의 이야기가 이 영화에 왜 들어간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하는 기법(?)을 문학에서는 뭐라고 하며, 어떤 때 사용하는 건가요?
도명학: 아, 마리 얘기네요. 마리는 가상의 인물일 수 있습니다. 작가는 작품을 구성할 때 주인공을 선정하고 나서 주인공을 부각시키거나 아니면 주인공을 대신해 메시지를 독자나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혹은 작품 전반을 끌고 나갈 보조동력으로 부주인공을 선정하게 됩니다. 마리가 바로 그 몫을 담당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MC: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로기완은 중국과 벨기에, 그러니까 벨지끄에서 정말이지 거지같은 생활을 했었다는데, 특히 중국이나 러시아는 더 심하다고 하네요. 어떻습니까?

도명학: 글쎄요. 저는 벨기에 같은 나라에 가보지 못해 모르겠습니다만. 제 짐작으론 그래도 중국이나 러시아보단 벨기에 상황이 좀 더 낫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중국, 러시아 체류중인 탈북자들이 어떤 위험과 고통 속에 있는지는 많이 알려져 있는데 벨기에 같은 나라 상황이 어떤지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벨기에가 국민소득이 상당히 높고 민주주의도 오래 성숙된 나라인만큼 중국과 러시아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더구나 중국과 러시아와는 달리 벨기에 같은 나라는 북한과 동맹국도 아니지 않습니까.
MC: 선생님께서 덧붙이고 싶으신 게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도명학: 덧붙이고 싶은 말은, 사실 이건 혹평이긴 합니다만 영화의 내용이 원작에 더 충실했더라면 더 좋았을텐 데 괜히 영화적인 것을 살리려고 문학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원작인 소설 제목이 "로기완을 만났다"인데 조혜진이라는 작가의 소설입니다. 원작인 "로기완을 만났다"와 영화 "로기완"을 비교해 보면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될 것입니다. 그래선지 이 영화에 대한 독후감들을 보면 호불호가 엇갈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런 작품이 세계적인 영화, 드라마, 동영상, 게임 플랫폼인 넷플릭스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한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MC: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MC: 네,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