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여성과 문학

워싱턴-홍알벗 honga@rfa.org
202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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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여성과 문학 2017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다산카페에서 열린 페미니즘 소설 '현남 오빠에게' 기자 간담회 모습.
/연합뉴스

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북문학기행의 홍알벗입니다.

문학은 소설과 시뿐만 아니라 희곡 등 여러 장르로 나뉘게 됩니다. 그 속에서 여성은 참으로 여러가지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는데요. 때로는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으로, 때로는 핍박받는 고통 속의 여인으로 표사되곤 합니다. 물론 강한 힘을 움켜쥔 권력자로서의 여인도 있지만 많은 곳에서 남성의 힘에 눌려 사는 여인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어떨까요? 북한에서 살다 온 탈북자의 눈에 비친 남한 문학작품 속의 여인들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 올까요? 오늘은 탈북자 출신 시인이자 소설가인 도명학선생님과 함께 ‘여성과 문학’이란 주제로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MC: 선생님,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십니까. 

 

MC: 한국에서 문학작품들을 보면서 작품 속 여성상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요? 북한 작품에서 다루는 여성상과 차이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도명학: 한국작품에 나오는 여성 등장인물 캐릭터는 작품이 발표된 시기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오래전 작품일수록 여성이 남성에 비해 수동적인 모습이고 성격도 착한 것을 볼 수 있는데 현대에 가까울수록 여성이 적극적이고 오히려 최근에 와선 남성보다 주도적이고 개성이 뚜렷한 모습으로 나옵니다.

 

이에 비해 북한작품 속 여성상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습니다. 물론 국가와혁명과 혁신을 위한 데서는 남성에 못지않게 투신하고 리더십도 발휘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남녀관계, 가정에서의 역할 등은 수동적이고 보조적이랄지 아무튼 내조하는 정도로 그칩니다.

 

드물긴 하지만 여성이 연인이나 남편의 의사에 순순히 따르지 않고 질타하는 작품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연인이나 남편이 당의 사상과 국가의 지시에 헌신하려 하지 않고 개인주의, 이기주의, 혹은 명예욕이나 출세, 편안한 곳을 추구하는 경우에 한해서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이 남녀 간에 지켜야 할 예의를 의식하지 않고 남자의 뺨을 때리거나 고성을 지르며 막말로 욕설을 퍼붓는 등 무지막지한 성격으로 그리지는 않습니다. 가령 어떤 청년이 국가가 부르는 어렵고 힘든 부문인 탄광, 광산, 농장 같은곳에 사랑하는 처녀와 함께 가기로 약속하고도 정작 마음이 바뀌어 편안하고 처우가 좋은 직장에 가려고 고집을 부린다면 처녀는 남자에게 동무가 그런 위험한 사상이 있는 줄 몰랐다”, “연인과의 약속도 지키지 못하고 변하는 사람이 유사시 국가와 혁명이위기에 처했을 때 어떻게 조직 앞에 다진 충성맹세를 지킬 수 있겠는가는 식으로 질타하더라도 너무 속상해 눈물을 흘리면서 “제발 잘못된 생각을 버리라”고 애원하는 식입니다.

 

오래전에 봤던 중국이나 소련 작품들에도 이와 유사하게 사랑하는 남녀사이에 이념과 혁명과업 등을 놓고 다투는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작품과 달리 여성이 남자의 뺨을 치고 침을 뱉고 막말을 퍼붓고 하는데 북한사람들 보기엔 여성이 아니라 치마 두른 불량배 같았습니다.

 

그런데 남한작품들을 보니 거기서 여성들이 비슷한 언행을 일삼습니다. 아마 한국사회세태가 그만큼 서구화 되었다는 반증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오래전 작품은 그렇지 않지만요. 그래선지 저는 그런 작품을 잘 보지 않습니다. 그나마 소설은 그만하면 고상한 편이랄까, 티비드라마는 더합니다. 가만히 관찰하면 여성 등장인물이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하는 빈도가 1분에 몇 번씩 나올 정돕니다. 처음엔 거부감이 많이 들더군요. 지금은 환경지배를 받는 것이 사람인지라 그저 그렇거니 하고 체념하고 맙니다.

 

MC: 북한당국이 추구하는 작품 속 남녀 간 사랑은 어떤 것인가요? 또 그것이 남한 작품에서 보게 되는 남녀사랑과 차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도명학: 남한 작품은 그냥 자연의 순리대로랄지, 남녀 간 사랑에 어떤 정치적 색채나 사상 같은 것을 첨부하지 않고 순수하게 사랑 그 자체로만 그리지만 북한당국은 작품에서 남녀 간 사랑을 그릴 때 철저히 혁명적이고 동지적인 사랑으로 그릴 것을 원칙으로 강조합니다. 다시 말하면 등장인물 특히 주인공들의 사랑이 같은 사상, 같은 이상을 가진 남녀 간에 이루어지도록 그려야 합니다. 예를 든다면 남한에도 잘 알려진심장에 남는 사람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어느 노래방에 가도 노래방책에 이 노래가 다 있더라구요. 그런데 이 노래는 북한영화심장에 남는 사람의 주제가입니다.

 

MC: 심장에 남는 사람이란 어떤 영화인가요?

 

도명학: 영화의 내용은 언론사의 한 여기자가 취재 목적으로 어느 공장의 당 간부를 자주 찾아가 만나는 과정에 마음속에 사랑이 싹트게 되는 이야기를 줄거리로 하고 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남녀가 어떤 목적에서든 자주 만나다보면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는 것이 이상할 것 없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보여주려는 의도는 그 여기자가 당 간부를 사랑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에 있습니다. 주인공인 당 간부는 개인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데 아내와 사별하고 홀로 어린 자녀 두명을 키웁니다. 그럼에도 당이맡겨준 사회주의 증산계획 실현을 위해 공장이 처한 난관들을 극복하며 헌신하는데 이를 취재하러 공장을 자주 찾는 과정에 여기자는 그의 당에 대한 헌신성에 반해 사랑의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 영화의 주제가심장에 남는 사람은 당에 대한 충성심이높은 사람이 나의 심장에 남는 사람임을 토로하는 노래입니다. 남한 사람들은 이걸 모르고 가사가 좋다며 그것을 순수한 남녀 간 사랑을 의미하는 노래로 알고 부릅니다.

 

혹은 작품에서 이미 연인관계라 해도 둘 중 한명이 사상적으로 변한다면 그것을 덮어두고까지  사랑이 계속 되도록 그리지 말아야 합니다. 심지어 부부사이에 아이까지 있는 아내가 6.25때 반동분자로 변한 남편을 총으로 쏴 죽이는 내용의 드라마까지 나왔을 정도면 북한당국이 요구하는 남녀 간 사랑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MC: 남과 북의 작품에서 다루는 성문제에서 다른 점 혹은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도명학: 성에 관해서는 북한 작품이 상당히 소극적입니다. 소설이든 영화든 웬만해선 남녀가 키스를 하거나 잠자리에 드는 장면을 넣지 않습니다. 특히 영화가 그렇습니다.시각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주는 정서적 영향이, 특히 청소년 교양에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남한에서도 19금이라고 해서 영화나 드라마 시청을 제한합니다. 미성년자의 관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는 남과 북이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북한 영화나 드라마에는 19금이라는 표지가 없습니다. 글로 된 소설에서는 영화보다 좀 더 과감하게 성을 묘사하는데 그것도 남한에 비하면 많이 소극적입니다. 흔히 말하는 베드신 같은 장면이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서 간혹 나올 때가 있긴 한데 주인공등 긍정적 인물에 한해서는 없고 반동분자, 간첩, 종파분자, 지주, 자본가 등 부정인물들의 부도덕하고 패륜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용도로 사용됩니다. 또 공개적으로 연애소설이라고 불려질 정도의 소설은 쓰면 안 됩니다. 혁명을 독려하고 당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는 작품 안에서 사랑이 부차적인 줄거리로 이루어지는 것이 북한작품입니다.

 

MC: 그렇다면 부정인물들에 한해서는 어느 정도로 성적인 묘사가 가능한가요

 

도명학: 과감하게 그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한 남성 반동분자가 같은 반동분자들 집단에서 여러 여성반동분자와 삼각연애를 한다든지 여자 하나를 두고 남성 반동분자들끼리 시기 질투해 술병으로 머리를 까면서까지 난투를 벌인다든지. 혹은 두 여성을 동시에 잠자리에 끌어들여 추잡한 성적 행동을 하는 등 아무튼 그것을 보고 사람들이 계급적 원쑤들은 정상적인 인간이 아니라 인두겁을 쓴 짐승이나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그립니다. 하지만 제 경험으론 효과가 별로인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은 작품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 자체를  즐길 뿐이라고 생각되더군요. 그러니 작품에서 본 것을 따라하는 모방범죄가 종종 드러나 물의를 일으킬 때가 종종 있습니다.

 

MC: 여성과 성문제를 다룸에 있어 남북한 작품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도명학: 글쎄요. 아마 남북이 통일돼야 가능하지 않을까요. 혹은 북한이 중국만큼이라도 개혁개방 되면 많이 달라지겠죠. 그렇지 않고는 남북 간에 문학교류를 아무리 해도체제가 다른 만큼 아주 작은 변화는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으로 차이를 줄이긴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북한은 여성문제, 성문제가 체제 속성상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본질인데 그것이 달라지지 않는 한 언제까지나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MC: 오늘은 도명학 선생님과 남북한 문학작품 속에 담겨 있는 여성상과 성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도명학: , 수고하셨습니다.

 

2부.

 

오늘 2부 순서에서는 북한과 관련된 책 가운데 문학작품 외의 것도 함께 묶어서 가장 많이 판매된 것에는 어떤게 있는지 알아 보겠습니다. 검색대상은 한국의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닷컴에서 판매량 순으로 집계된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남한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북한 관련 책은 바로 KBS방송국이 지난 2016년에 발간한 명견만리라는 책입니다. 명견만리: 인구,경제,의료 편은 방송되었던 내용을 정리한 책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두번째로 많이 팔린 책은 허순영 작가의 ‘나는 북한에서 온 전학생이란 책입니다.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책이면서도 ‘낯선 친구들과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다소 무거운 화두를 던집니다.

 

북한에서 내려와 남한의 학교에 다니게 된 열두 살 민철이의 눈을 통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허순영 작가의 동화 『나는 북한에서 온 전학생』. 함경북도 무산에서는 공부도 운동도 최우등이었던 민철이는 광산에서 일하는 아버지가 사고로 목숨을 잃자 밥도 제대로 못 먹는 시간이 이어집니다. 민철이 엄마는 앉아서 굶은 죽는 것보다야 낫겠다는 심정으로 남한행을 택했고, 목숨을 건 탈출극 끝에 간신히 남한으로 오게 됩니다.

 

남한으로 오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지만, 5학년 민철이에게도, 식당에서 일을 하는 엄마에게도 남한살이는 녹록치 않습니다. 친구들은 편견을 가지고 대하기 일쑤고, 규칙이 다른 운동을 함께하다 보면 오해가 생기는 일은 다반사입니다. 낯설어하는 민철이에게 특별히 친절을 베풀기는커녕 먹기 싫은 반찬을 나눠 주는 척 식판에 덜어놓고 가는 친구들은 얄밉기만 합니다.

 

그저 배가 고파 남한으로 왔을 뿐인데 그걸 가지고 왜 놀리는지,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고민이면서 왜 굶어 죽는 북한 어린이들을 그냥 두고만 보는 것인지 민철이도 되묻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엄마에게 늘 친절해 의심스러운 번대머리(대머리) 아저씨, 시시콜콜 부딪히지만 알고 보니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형주, 왠지 민철이에게는 따뜻하기만 한 지혜 등을 만나면서 민철이 또한 조금씩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됩니다.

 

이 책은 지난 2017년에 출간됐습니다.

 

판매량을 통해 살펴본 북한관련 책 모록에는 문학작품을 찾아보기가 힘들었습니다. 찾은 것이라고는 수년 전에 출간된 어린이를 위한  책 뿐, 대부부은 북한의 정치와 경제, 그리고 문화 등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다루는 책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세번째로 판매량이 많은 사진과 그림을 보는 북한 현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은 북한의 설립과 주체사상 등 북한 현대사의 시작부터 고난의 행군, 개성공단 건립과 금강산 관광, 김정은 집권에 이르는 북한의 최신 동향까지를 알기 쉽게 정리했습니다. 김성보, 기광서, 이신철 등 세 작가가 엮은 이 책은 300여 컷이 넘는 사진과 그림 자료, 흥미로운 읽을거리들은 북한의 어제와 오늘을 풍부하고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발간된 책으로는 지난 620일에 나온 김정수 저 권력이행기 북한의 예술정치가 있습니다.   책은 김정일과 김정은의 권력이행기에 제작된 북한 영화를 통해서 북한의 예술정치를 탐구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문화정책을 살펴보고 김정일과 김정은 정권 초기 예술영화의 ‘행동’과 ‘감정’을 비교분석하면서 정치사회적 의미를 규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1장은 권력이행기 김정일과 김정은 시대 예술계의 담론을 다루고 있습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최고 지도자의 덕성’에 초점을 두고 ‘민족’을 강조했다면, 김정은 시대는 ‘최고 지도자의 영웅성’에 초점을 두고 ‘과학화와 현대화’를 강조했다는 설명입니다. 저자는 김정일 정권 초기에는 경제적 위기로 원자화되는 북한 사회를 통합하기 위해서, 김정은 정권 초기는 정통성 확립과 사회주의 문명강국을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합니다.

 

2장에서는 영화에 나타난 예술정치를 ‘행동’과 ‘감정’으로 나누어 분석했습니다. 하였다.김정일과 김정은 시대에는 공통적으로 ‘개인 욕망’보다 ‘집단 욕망’을 강조한다는 것이 발견됩니다. 차이점은 김정일 시대에 ‘의리’를, 김정은 시대는 ‘돈에 대한 경계’를 강조한다는 것입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경제난으로 인한 북한 주민의 이탈현상 때문이며, 김정은 시대는 ‘당’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 때문입니다.

 

저자는 김정일 시대 경제난이 김정은 시대에 어느 정도, 또는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해서 ‘기쁨’에 대한 북한 주민의 욕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결핍이 없어도 더 커다란 완전성으로 이행하고 싶은 욕망, ‘기쁨’에 대한 욕망은 불멸인 것이라는 거죠. 그렇다면 현재 북한은 기쁨을 욕망하는 북한 주민, 슬픔을 주조하는 북한 당국, 기쁨에 대한 북한 주민의 욕망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북한 예술계가 엉켜 있는 ‘감정과잉’ 국가라고 결론 내립니다.

 

남북문학기행, 지금까지 진행에 홍알벗이었습니다. 다음 주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진행 홍알벗, 도명학, 에디터 정영,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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