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북에선 생소한 ‘금지된 사랑’ 다룬 소설

사진은 평양 시내에서 다정하게 걷고 있는 젊은 연인의 모습.
사진은 평양 시내에서 다정하게 걷고 있는 젊은 연인의 모습.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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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입니다. 진행을 맡은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도 남한의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탈북 소설가 도명학 선생님과 함께 남북한 문학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선생님, 오늘 소개해 주실 작품은 어떤 건가요?

도명학: 네, 오늘은 한국의 단편소설 한편인데, "젊은 느티나무"라는 제목으로 된 강신재 소설가의 작품입니다. 1960년에 발표된 소설이라고 하는데, 오래된 소설이지만 현재에 읽어도 문학적으로나 내용으로 보나 손색없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MC: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이 소설을 각색해 만든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 사랑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줄거리가 어떻게 되는지 소개해 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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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대동강변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젊은 커플. /Reuters

도명학: 예, 이 소설은 청춘남녀의 사랑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서로 사랑해서는 안 되는 관계임에도 어쩔 수 없이 사랑에 빠지고 마는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금지된 사랑을 하는 거죠.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묘사하고 있는 이 단편소설은 주인공 숙희가 의붓오빠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내적 독백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비록 금지된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불쾌감을 주지 않고 신선하고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전처 소생의 아들과 후처가 데리고 온 딸인 그들 사이는 혈연관계가 아니지만 갈등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태를 불행한 결말로 끝맺지 않고 시적인 처리를 함으로써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고 있습니다.

숙희는 젊고 아름다운 어머니와 함께 시골 외할아버지 댁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서 대학 교수를 하는 남자와 어머니가 재혼한 후 숙희도 서울로 올라와서 살게 되는데, 그곳에서 의붓아버지의 아들, 즉 의붓오빠가 되는 대학생 현규와 오누이 사이로 지내게 됩니다. 의붓오빠 현규는 어색해하는 숙희를 늘 너그럽고 친절하게 대해 줍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숙희는 현규를 오빠가 아닌 이성으로 느끼며 사랑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의붓오빠 현규의 친구 지수를 알게 되는데 현규는 숙희와 지수 사이를 오해하여 민감한 반응을 보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것을 통해 숙희는 자신에 대한 현규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기쁨을 느낍니다. 이들은 행복감과 고뇌를 동시에 안고 오누이에서 연인 관계가 됩니다. 그러나 숙희는 엄마가 의붓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한동안 가게 되어 현규와 둘이서 한집에 있게 될 상황에 놓이자 고민 끝에 시골 외가로 갑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절망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현규가 찾아옵니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느티나무 밑에서 서로 진실 된 감정을 지닌 채 서로를 더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서 미래를 약속하는 마음으로 각자 현재의 길을 걷자고 맹세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습니다.

MC: 이 작품을 쓴 작가는 어떤 인물인가요?

도명학: 강신재 소설가는 여성작가입니다. 1924년 서울에서 출생했고 1932년 함경북도 청진 천마소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그 후 부친이 사망하자 1938년에 서울로 옮겨와서 덕수소학교를 졸업하였습니다. 1943년 경기여자고등학교를 거쳐 1944년 이화여자전문학교 가사과를 2학년 때 중퇴하였습니다. 1949년 한국의 유명소설가 김동리의 추천으로 문단에 등단하면서 꾸준한 창작 활동으로 많은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초기작품들은 감각적이고 회화적인 수법이 특징이며 이후의 작품들은 사회적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수법이 특징입니다. 대표작으로는 장편소설 "임진강의 민들레" "파도" "오늘과 내일", 단편집 "젊은 느티나무" "여정", 수필집 "모래성" 등이 있습니다. 강신재 작가는 2001년 향년 78세 때 서울대병원에서 숙환으로 사망하였습니다.

MC: 제목 '젊은 느티나무'가 의미하는 건 뭘까요? 또, 작가가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전하려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도명학: 예, 저도 작품 제목을 "젊은 느티나무"라고 지은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본래 느티나무는 마을을 지켜주는 상징으로 인식되어온 나무 아닙니까. 옛날부터 마을의 평안을 잘 지켜달라는 소원을 담아 20리에 한그루씩 심었다고 해서 스무나무, 시무나무라고도 불렸다는데, 그렇다면 이 나무와 청춘남녀의 사랑이 무슨 관계가 있기에 소설 제목으로 쓰였을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뭔가 알 듯 말 듯 하면서도 딱히 단정적으로 이것이다 라고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한참 인터넷을 검색하고야 알게 되었습니다. 즉 바람 앞에 굽어들지 않는 굳건한 줄기로 서 잇는 느티나무처럼 사회적 통념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사랑을 지켜가는 젊은이의 태도를 상징한다는 거였습니다.

소설에서 젊은 느티나무는 두 연인의 약속을 듣는 증인이 되며, 꿈을 잃지 않는 젊음을 상징한다고 볼수 있습니다. 또한 그것은 숙희가 도시를 떠나 시골에 가 있으면서 의지하게 되는 대상이므로 순수 자연과의 교감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 숙희가 오빠 대신에 느티나무를 껴안고 새로운 삶의 활력을 찾게 되는데, 그것은 오빠와의 정상적인 가족관계를 유지하면서, 가슴속에서는 오빠와의 지속적인 사랑을 유지하기로 맹세함으로써 얻어진 삶의 활력이 아니었을까, 이런 분석들이 있던데 저도 이에 공감합니다.

MC: 전반적인 줄거리나 내용을 보면 여느 사랑 이야기와 다를 게 없어 보이는데요. 북한과 이 소설은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나요?

도명학: 뭐 북한과 특별한 연관성이 있다고 하기보다 북한도 사람 사는 세상이고 보면 거기도 이 작품에 나오는 것과 유사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윤리적으로 찬성하기 어려운 사랑 관계는 북한에 있을 때 저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뭇사람들의 곱지 않는 눈길도 있고 손가락질을 받긴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그러겠으면 그러고 말겠으면 말고 하는 식이었는데, 제가 이 소설을 보고 놀란 것은 어떻게 금지된 사랑을 하는 이야기를 이렇게 아름답게 묘사할 수 있는 작가의 특출한 재능이었습니다. 막장드라마라는 말이 있듯 드라마들도 이 소설에서처럼 금지된 사랑 때문에 울고 웃고 하는 내용이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시청자들이 재밌다고 보면서도 뭐 저런 게 다 있어? 하고 욕을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강신재 작가의 "젊은 느티나무"에 대한 독자 반응은 전혀 다릅니다. 이런 것이 진짜 예술의 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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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재의 젊은 느티나무. /교보문고 웹사이트 캡쳐사진

MC: 의붓 여동생과 의붓 오빠 간의 사랑이 북한 주민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요?

도명학: 북한주민들도 받아들이는 느낌은 같으리라 봅니다. 다만 막장 드라마로 불리는, 그런 작품이 북한에서는 절대 금지니까 생소한 느낌은 남한 독자들에 비해 더 클 것 같습니다. 아마 북한 작가들 경우엔 남한은 이런 소재도 작품에 활용할 수 있구나 하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할 것 같습니다.

MC: 특별히 이 작품을 고르신 이유는 뭔가요?

도명학: 우선 작품이 너무 감동적이고 아름답고, 문체라든지, 묘사라든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이렇게 좋으니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것 같고, 또 남북한을 떠나 보편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니 소개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겠더군요. 한국 문학사에 오래도록 남을 기념비적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MC: 처음 이 작품을 접하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도명학: 어어 이건 뭐지, 첫 부분을 읽을 때까진 의아했습니다. 불량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읽어나 보자 하고 계속 읽어나갔는데 저도 모르게 빠져들더군요.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된 작품이었습니다.

MC: 전체적인 감상평 부탁드립니다.

도명학: 이 작품은 서술자인 '나'의 내적인 독백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의붓오빠에 대한 깊은 마음의 감정을 간직하고 있으나 쉽게 드러내어 말할 수 없는 '나'의 심정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인 규범상 용납될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청춘 남녀의 갈등을 윤리적인 차원에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인물들이 그러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해소해 가는가에 초점을 두고, 사회 규범을 초월하는 사랑의 순수성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끝까지 맑고 청순한 사랑의 감정을 깨뜨리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현실의 아픔을 현명하게 받아들이는 숙희와 현규의 의지가 감동을 느끼게 합니다.

MC: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소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이번에는 남한에서 어떤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지 남한사회의 도서시장 동향을 알아보겠습니다. 오늘은 남한의 대형서점 가운데 한 곳인 종로서적의 자료를 참고하겠습니다.

일간 베스트셀러, 그러니까 하룻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의 1위부터 5위까지의 순위를 보면, 7월 31일 현재, 1위는 자기계발서인 ‘세이노의 가르침: 피보다 진하게 살아라’가 차지했고, 유시민 저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가 2위에 올랐습니다. 3위는 어린이 독자들을 위한 ‘그리스 로마신화’가, 4위는 불교 관련서적인 ‘대방광불화엄경’이, 그리고 신솔라 저 ‘누군가 내 몸에 빙의했다’가 5위에 올랐습니다.

월간 베스트셀러, 그러니까 지난 7월 한달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 순위에서도 자기 계발서 ‘세이노의 가르침: 피보다 진하게 살아라’가 1위를 차지해 그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북한관련 서적입니다. 지난 주 예약판매에 들어가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었던 북한관련 책 한권이 정식 판매에 들어갔습니다. 내용도 공개되면서 인기도 순위에서 1위에 올라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 : 미국에 미련을 버린 북한과 공포의 균형에 대하여>입니다. 저자는 정욱식은 ‘평화네트워크’라는 단체의 대표입니다. 이 단체는 비정부단체로 "북한·통일·평화 문제에 대한 담론구조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언론에 대한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언론의 허위·과장·왜곡 보도를 지적하고, 모니터링 결과를 정기적으로 인터넷에 공개함으로써 언론보도의 문제점과 의제 설정의 편향과 한계에 대해 일반시민·학생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은 물론, 언론의 의제설정을 뛰어넘어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절실한 의제를 적극적으로 이슈화함으로써 협소한 담론구조를 확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종로서적 웹사이트에 올라온 이 책의 소개글을 보면, “김여정은 왜 갑자기 남한 남조선을 대한민국이라고 칭하기 시작했을까? 김정은은 왜 미국의 비핵화 협상 요구에 구년째 묵묵부답일까? 북한은 왜 남한의 인도적 지원 제안을 10년 이상 거절하고 있을까? 냉정시대체도 없던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은 정말 벌어질까? '북핵 vs 미핵'이라는 불가역적 핵시대가 도래한 한반도에서 '공포의 균형'은 가능할까? 국내 최고의 한미동맹, 북핵문제 연구자 정욱식이 2019년 잏 우리가 알던 모습과는 판이한 행보를 걷고 있는 북한을 들여다보고, 그에 따른 남북, 북미관계의 변화, 나아가 동아시아질서의 지각변동을 내다본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근래들어 변화된 모습의 북한을 분석한 것이어서 당분간 북한에 관심 많은 독자들의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MC: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함께 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저희는 다음 주 이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