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북 주민 울리는 남한가요 ‘보고싶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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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입니다. 진행을 맡은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도 남한의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탈북 소설가 도명학 선생님과 함께 남북한 문학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지난 주에 이어 오늘도 노래 두 곡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소개 좀 해 주시죠.

도명학: 네, 오늘 노래도 두 곡 모두 나온지 좀 오랜 노래들입니다. 한 곡은 "친구"라는 제목의 노래고 다른 한 곡은 "오시오"라는 제목의 노래입니다.

MC: 그런데 두 곡 모두 '김경남' 이란 가수가 불렀습니다. 목소리가 아주 매력적인데요. 선생님께서 개인적으로 좋아하시는 목소리 또는 창법인가요?

도명학: 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저는 김경남 가수의 목소리가 아주 구수하면서 깊은 감정이 느껴지는 목소리여서 참 듣기 좋습니다. 저도 노래를 불러야 할 기회가 있으면 김경남 가수와 같은 창법으로 부르는 걸 선호합니다.

MC: 동영상을 보면 북한 가수들의 목소리나 창법이 남한의 그것과 많이 다른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북한에서도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나요?

도명학: 김경수 가수의 창법이나 목소리는 북한 사람들에게도 잘 통할 것 같습니다. 북한에도 김경수 가수와 비슷한 목소리와 톤으로 노래를 부르는 남성 가수들이 있습니다. 남한에서 활동하는 탈북민 남성가수들 중에도 보면 비슷한 창법과 목소리로 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MC: 먼저 '친구'라는 노래를 들어보시겠습니다. <액트/ 제목: 친구, 가수: 김경남, 출처: 유투브채널 'Young Hee Kim)> 처음 들으셨을 때 느낌 좀 말씀해 주세요.

도명학 :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숨이 꺽 막힐 정도로 북한에 있는 친구들 생각이 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더군요. 거기다 곡도 얼마나 깊은 울림을 주는 멜로디인지 이 노래를 꼭 연습해서 나의 18번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MC: 아무래도 탈북민들께서 이 노래를 들으시면 북에 있는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날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 울컥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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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각지서 청년절 기념 공연 북한이 청년절(8월 28일)을 맞아 뜻깊게 경축했다며 각지에서 경축공연이 진행되고 황해북도, 강원도, 함경북도를 비롯한 각지에서 상봉모임, 웅변모임 등이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연합 (권오균/YNA)

도명학: 어느 부분이라 할 것도 없이 구절구절 다 저의 마음을 대변한 내용이더군요. 특히 가사 중에 "때로는 다투기도 했지, 돌아서면 잊어버리고"라는 구절은 저의 가장 오래된 친구의 얼굴이 눈앞에 확 떠오르더군요. 아주 어려서부터 한동네, 한 학교에 다니며 지꿏은 장난도 많이 했고, 사이좋게 잘 지내다가도 주먹질로 코피 터지며 싸우기도 했지만 다음날이면 또 같이 놀고. 그래서 다른 친구들이나 동네 어른들, 선생님들도 참 이상한 애들이라는 소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패턴이 어른이 되어서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마 제가 탈북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그런 사이었을 겁니다. 그 친구나 저나 어느 한쪽이 어려울 때면 니것 내것이 없었고, 위험할 때면 내가 죽어 너를 살린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사연을 다 말할 순 없지만 그 친구 때문에 제가 살아남았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늘 좋았던 것만은 아닙니다. 잘 지내다가도 싸우고 나서 다시는 상대하지 않겠다고 혀를 깨물 정도로 결심할 때도 많았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길어서 한주일 지나면 서로 보고 싶어합니다. 그러면서도 자존심은 버리지 못하겠고 하니 핑계가 뭔지 아십니까. 아주 끝장을 보러 왔다며 찾아와선 문 열라고 두드려댑니다. 열어주지 않을 수가 없죠. 문을 열어주면 둘 다 낄낄대며 웃습니다. 지금도 꿈에 나타나는 친구입니다. 노래 가사에 "친구야 친구야 우리 집 가까이 살았으면 좋겠네"라는 구절이 참 마음에 와닿습니다.

노래에서 또 마음을 짠하게 하는 구절은 “진실 없는 돈과 사랑에 울지 말고 이름 석자 남기고 가세” 라는 구절입니다. 이 구절은 청년 시절 함께 작가의 꿈을 꾸던 작가 지망생 친구들 생각이 나게 합니다. 참 순수한 시절이었죠. 그들 중 작가의 꿈을 이룬 친구들도 있고 중도 포기한 친구들도 있지만 그거에 상관없이 오래도록 진실한 우정을 간직하고 살았는데, 지금은 어쩌고들 있는지 한명 한명 누구라 없이 다 보고 싶습니다.

MC: 이번에는 두 번째 노래 '오시오'를 계속해서 들으시겠습니다. <액트/ 제목: 오시오, 가수: 김경남, 출처: 유투브채널: '김경남 주제'>

도명학: 이 노래 역시 저에게는 먹먹함이 느껴지는 노래입니다. 가사 내용이 흥겨운 양상은 아닌 것 같은데 흥취 나는 박자로 된 곡에 태워진 것이 오히려 더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MC: 이 노래를 고르신 이유는 뭘까요?

도명학: 노래 "친구"는 추억을 부르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면 "오시오"는 추억을 넘어 이제 나에게 오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북한에 있는 친구들에게 제가 보내고 싶은 말입니다. 내가 여기 있으니 남한에 자유를 찾아오라고, 노래를 통해 전하고 싶어 골랐습니다.

MC: 노래의 시작이 '살다가 생각나면 나를 찾아 오시오'라고 하는데, 선생님을 비롯한 탈북민 여러분들이 들으시면 눈물이 날 것 같은데 말이죠. 이 노래를 들으시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 그리고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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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청년절 기념 평양시 청년학생들 무도회 개최 북한은 지난 28일 청년절을 기념하여 평양 청년중앙회관에서 평양시 청년학생들의 무도회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연합 (나기성/YNA)

도명학: 탈북민들은 북한에 가족이나 연인, 친척, 친구 등 남한에 데려와서 함께 살고픈 그리운 사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살다가 힘들거든 나를 찾아오시오, 무거운 짐 버리고 행복 찾아 오시오" 하는 구절은 정말 탈북민들 마음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탈북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렵고 위험해지는 상황입니다. 데려오고는 싶은데, 떠나고 싶은데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압록강, 두만강에 휴전선처럼 철조망을 치고 이제는 지뢰까지 매설할 정도고 처벌 수위도 높고 브로커 비용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가 됐고, 참 속상한 일입니다.

MC: 이 두 곡의 노래 가사를 문학적인 면에서 본다면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도명학: 두 노래 가사가 다 훌륭합니다만, 가사를 서정시의 정수라고 보는 입장에서 평가할 땐 "친구"가 더 서정성이 높아 보입니다. 물론 "오시오" 도 잘 된 가사입니다. 아주 낭만적인 가사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MC: 북한에 있는 친구 중에 가장 보고 싶은 분이 계시면 소개 좀 해 주시죠.

도명학: 앞에서 말씀 드린 그 친구가 제일 보고 싶죠. 좋게 지내다간 싸우고,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언제 그랬던가 싶게 또 친하게 지내던, 그 친구가 제일 보고 싶네요. 데려올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MC: 마지막으로 그 친구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도명학: 친구야, 어떻게 살고 있는지 너무 걱정되고 보고 싶다. 내가 떠나올 땐 늦어도 10년이면 통일이 되어 고향에 돌아갈 줄 알았는데 어느새 17년 세월이 흘렀는지 참 세월이 야속하구나. 그래도 통일은 반드시 꼭 오니까 우리 서로 희망을 잃지 말자.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서 꼭 만나자.

MC: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지금까지 함께 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저희는 다음 주 이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