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북한서 작가란 ‘선전일꾼?’

워싱턴-홍알벗 honga@rfa.org
2023.09.30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북한서 작가란 ‘선전일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고(故)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 110주년인 지난해 4월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중앙보고대회 및 평양시 군중시위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16일 보도했다.
/연합

MC: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입니다. 진행을 맡은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한국의 탈북 소설가 도명학 선생님과 함께 남북한의 문학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 안녕하십니까.

 

MC: 오늘은 남한과 북한에서 각각 문학작가가 되기 위한 방법과 과정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먼저 남한과 북한에서 말하는 '문학'이란 뭔가요?

 

도명학: 일반적으로 문학이라고 하면 남북한이나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든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문화의 한 부분이죠. 즉 인간의 감정, 정서 등 내면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시, 소설, 수필 등 의 형식을 통한 매개체인데, 다만 다른 것은 북한을 비롯한 공산권에서는 그것이 정치 선전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점입니다. 즉 북한에서의 문학은 노동당과 국가와 체제, 수뇌부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기 수단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은 문학을 “공산주의 인간학”이라고 표현합니다. 남한과는 전혀 다른 해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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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북한 주민이 노동신문을 평양 시내 호텔에서 읽고 있다. /연합

 

MC: 그렇다면 남북한에서 말하는 '문학작가'의 정의도 다를 것 같습니다. 차이점은 뭔가요?

 

도명학: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남한에서 작가는 문자 그대로 문인이고 예술가일 뿐입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작가는 노동당의 선전일꾼이나 다름 없습니다. 당의 문예 정책을 집행하는 절반은 정치인이고 절반은 예술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일이 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 붕괴 시 작가들에게 보낸 서한에 보면 작가들을 “당의 영원한 동행자, 충실한 방조자, 훌륭한 조언자”라고 칭했습니다. 그만큼 펜의 힘이 독재체제 안정을 도모하는데 절실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당시 북한 작가들 속에서 동구권 사회주의가 무너진 건 작가들때문이라는 말도 돌았습니다. 그 나라들에서 작가와 문학작품에 대한 당적 지도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에 작가들부터 사상이 변질되어 청년들와 인민들을 부르주아적 문학작품을 써서 타락시켰다는 거였습니다 저도 동구권 사회주의 붕괴에 작가들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을 것이라는데 대해선 동의하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동구권 작가들이 부러웠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그런 작품들을 써낼 수 있는 자유라도 있었구나 하고 말이죠. 북한 작가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그 나라 작가들은 한 거죠.

 

MC: 남한에서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도명학: 남한에서 작가가 되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북한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남한은 작가가 될 수 있는 길이 북한에 비해 다양합니다. 또 상대적으로 북한에서 작가가 되기보다 쉽습니다.

 

남한에서 작가로 등단하는 가장 대표적인 것은 출판사, 신문사들에서 하는 신춘문예에 당선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춘문예 당선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작품이란 것이 워낙 개성을 생명으로 하는 것인데 심사위원들의 취향과 작가의 개성이 맞을지 안 맞을지 모르잖아요. 문체나 필력 같은 것은 가릴 수 있겠지만 작품의 내용이나 구성 등에선 심사위원들도 다 각자 나름대로 평가하기 마련이죠. 대신 당선되면 등단 방식 중에서 제일 멋진 등단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이렇게 등단하는 채널도 남한은 출판사, 신문사가 많기 때문에 북한에 비하면 넓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도 남한의 신춘문예 등단 제도와 비슷한 것이 있는데 조선작가동맹이 직접 주관하는 “전국군중문학작품 현상모집”이라는 것이 해마다 한번 있습니다. 여기서 우수한 작품을 1 2 3등 가작, 네 등급으로 나누는데 1등은 소설, , 희곡, 아동문학 4개 분야에서 각각 1명씩 하는데 1등은 “6.4문학상”이라는 것을 수상하고 바로 작가동맹 맹원으로 가입시킵니다. 간혹 1등 없는 2등도 나오는데 문학상은 받지 못하지만 작가적 역량이 충분한 것으로 인정되어 작가동맹에 가입시킵니다. 문제는 북한은 언론 출판의 자유가 없고 다양하지 않고 등단도 오로지 작가동맹이 주관하는 “전국군중문학작품 현상모집”에 1등이나 2등을 하는 것 말고는 다른 채널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른 출판사들도 나름대로 의미를 띤 명칭의 현상모집이 있지만 거기서 당선해서는 작가 후비로 유력하게 거론될 뿐 정식 작가로 되지는 못합니다.

 

다음으로 남한에서는 신춘문예가 아니라도 작가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입니다. 누구든 단행본을 하나 이상 내면 됩니다. 작품의 질을 떠나 출판사에서 출판해주면 그것으로 작가로 인정해줍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출판사에 비용을 지불하고 책을 내는데 이것을 자비출판이라고 합니다. 작품의 질이 어떻든 출판사 입장에서 돈이 될 것 같으면 내줍니다. 그러다보니 부작용이 있는데 어떤 사람은 내주겠다는 출판삭 없으면 인쇄소에 돈을 내고 책을 찍어냅니다. 그래도 거기엔 본인 이름 석자가 기재되니 나도 책을 낸 작가라고 말하게 됩니다. 그래도 그게 무슨 작가냐는 말은 들을 수 있지만 아니라고 매도 당하지도 않습니다. 북한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방법입니다. 출판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선 개인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도늘 주고 자기 이름으로 된 책을 낼 수 없습니다. 혹시라도 어느 출판사에서 내준다면 정치범이 될수 있는 일입니다. 단 한편의 시도 검열을 통과하지 않고는 발표될 수 없는 것이 북한인데 감히 그렇게 할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합니다.

 

마지막으로 남한에서 등단하는 방법은 공신력 있는 문인단체들에서 작가지망생의 평소 작품활동을 보고 판단해 해당 문인단체 이사회 심사 의결로 단체 회원으로 가입시키는 방식입니다. 북한에도 이 비슷한 방식이 있습니다. 평소에 작품을 몇 개 발표했고 그 수준이 작가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고 인정되면 작가동맹에 가입시킵니다. 이 경우 대학졸업생이 아니면 평양에 있는 김형직사범대학 작가양성반에 보내 학력도 갖추게 할겸 문학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보충시켜 졸업후 바로 작가동맹 맹원으로 받아들입니다. 대략 35세 미만 노동청년, 농민청년들 중 자습으로 상당한 수준을 쌓은 청년들이 밟는 과정인데 작가동맹에서 추천받은 사람만 가능합니다, 가만 보면 정규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사람보다 의외로 이런 청년들 중에서 유명작가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한에는 이런 제도가 없습니다.

 

MC: 북한은 어떻습니까? 혹시 작가가 되기 위해서 출신성분도 고려대상이 되나요?

 

도명학: 작가가 되는데 있어 아주 오래전에는 출신성분을 많이 따졌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작가지망생 수 자체가 적어지고 워낙 북한에서 작가가 되기 어려운 관계로 창작 역량이 부족해 출신성분을 덜 따지는 방향으로 변했습니다. 탄광 노동자든 농민이든 좋은 작품만 쓰면 작가가 되는 것으로 신분 상승이 가능한 유일한 채널이 작가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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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지하철역에 게시된 '노동신문'을 읽는 시민들. /AP

MC: 일단 작가가 되고 나면 남북한의 작가들은 각각 어떤 일을 하게 되나요?

 

도명학: 남한은 작가가 되면 그냥 작품을 쓰면 되고 만약 쓰기 싫으면 안 써도 됩니다. 그런다고 추궁하는 것도 없고 나라에서 문제시 하지도 않습니다. 글만 써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으면 학교 교사를 하든 농사를 하든 장사를 하든 본인 선택입니다. 그러다 점차 유명해져서 글만으로 먹고 살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전업작가로 활동하게 되죠.

 

그러나 북한은 다릅니다. 북한에서는 작가가 되고 나면 꾸준히 당국이 작품을 주문합니다. 북한 작가는 크게 현역작가와 현직작가로 나뉘는데 특히 현역작가는 직장인처럼 작가동맹 청사에 매일 출퇴근 하는 작가여서 월급도 나고 원고료는 원고료대로 받습니다. 그래서 현역작가들은 당에서 주문하는 작품만 쓰려 해도 시간이 부족해 정작 자기가 쓰고 싶은 작품을 쓸 여유가 별로 없습니다. 현직작가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글을 쓰는 작가로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왜냐면 작가동맹에서 월급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역에서 미처 처리하지 못하는 작품과제를 대신 떠안을 때가 많습니다. 강제는 아니지만 작가 생활을 이어 가려면 두덜대면서도 쓰는 처지입니다.

 

MC: 문학작가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어떤가요?

 

도명학: 남한에선 작가라고 하면 멋져 보이고 인기도 있는 사람으로 보여지죠. 좋은 작품을 써내 책이 많이 팔려 부자가 되는 사람들은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요. 반변 북한에서는 작가들을 대단한 양반나으리마냥 보는데, 사실 옛날 얘기고 경제난으로 작가들 생활이 비참해지면서부턴 오히려 현실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돈키호테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가 됐습니다. 물론 대다수 작가가 가난한 건 남북이 비슷합니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극소수 작가들만 잘삽니다.

 

MC: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성공하겠다는 꿈을 남북한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나요, 어떤가요?

 

도명학: 그것 역시 공통된 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을 사는 동안 이름 석자를 남기고 가겠다는 명예욕 같은 건 남한이나 북한이나 똑 같습니다. 다만 북한에는 베스트셀러라는 용어자체가 없습니다. 북한 작가들은 작품 매출에 관심없습니다. 어차피 신간 도서가 나와도 종이가 부족해 많이 찍어내지 못해 책이 부족하므로 책이 없어서 못팝니다. 그리고 인세개념이 없습니다. 작품을 내면 몇 개 팔리든 상관없이 당국이 정해놓은 장르별 원고료만 받게 됩니다. 그러나 책이 많이 팔리는지 적게 팔리는 지는 작가가 관여할 필요가 없습니다.

 

MC: 문학작가로서 인정받기까지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한과 북한 비교)

 

도명학: 남한이나 북한이나 작가로 인정받기까지 많은 노력과 운이 따라야 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무엇보다 실력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생활난이라고 해야 할지, 창작에 올인하지 못하고 생업에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할 수 없는 것이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봅니다.  

 

MC: 작가를 꿈꾸는 젊은 문학도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시죠. (남한과 북한)

 

도명학: 문학의 길은 탄탄대로가 아닙니다. 작가는 마지막까지 남은 수난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혹은 슬럼프가 오더라도 기어이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자기 작품에 대한 혹평을 들어도 참고는 해야겠지만 기가 죽으면 안 됩니다. 작가는 맷집이 좋아야 합니다. 자기 작품에 대한 어떤 혹평이 있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오뚜기처럼 일어나야 합니다. 다음으로 글만 잘 쓴다고 작가의 명예가 빛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작품에 앞서 인간적인 면이 아름답고 향기가 나야 합니다. 작가를 지성의 등불이라고 하죠. 작가의 월계관이 그만큼 무겁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노력할 때 꿈은 이루어 질 것입니다.

 

MC: ,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명학: , 수고하셨습니다..

 

MC: 지금까지 도명학의 남부문학기행이었습니다.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김진국, 웹담당: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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