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시 ‘성북동 비둘기’와 삶터 잃은 북한 산새들

워싱턴-홍알벗 honga@rfa.org
2023.12.23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시 ‘성북동 비둘기’와 삶터 잃은 북한 산새들 10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천 분수마루에서 열린 제12회 유러피언 크리스마스 마켓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

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입니다. 저는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도 서울의 탈북 소설가 도명학 작가와 남북 문학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오늘 소개해 주실 작품은 어떤 건가요?

 

도명학: 지난 주에 이어 김광섭 시인의 시 “성북동 비둘기”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MC: 작가 좀 소개해 주시죠.

 

도명학: 이 시의 저자도 김광섭 시인입니다. 시 “성북동 비둘기”는 김광섭 시인의 시인의 대표 작품으로 알려진 시입니다.

 

MC: 이 시 또는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건 뭔가요?

 

도명학: 이 시는 현대문명에 파괴되는 자연에 대한 향수를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1960년대 후반 서울 성북동에 살았는데 집 마당에 앉아 하늘을 돌아 나가는 비둘기떼를 보고 시를 착상했다고 합니다. 당시 성북동 산과 산동네가 개발되면서 그곳에 살던 산비둘기들이 둥지를 빼앗기고 생활의 터전을 잃게 되는데,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인간들이 산을 파괴하는 모습과 터전을 잃고 우는 비둘기들의 가슴에 금이 가는 것을 잘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시인이 이제 산비둘기는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라고 표현했는데, 이런 현상은 북한도 다를 바 없습니다. 광산을 개발하고 공장을 짓는 등 요란한 발파소리에 산새들이 울며 쫓겨가고 수력발전소 댐이 생기면서 침수지역 주민들과 새들이 보금자리를 잃고 떠나는 등 많습니다.

 

MC: 북한에 계신 청취자분들은 시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성북동'이 뭔지 궁금하실 겁니다. 이 성북동이라는게 뭔가요?

 

도명학: , 성북동은 서울특별시 성북구 북악산 동남쪽 기슭에 있는 마을입니다. 마을 이름의 어원은 서울 한양도성 북쪽이란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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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조계사 연못에서 비둘기가 목욕하고 있다. /연합

 

일제강점기까지 성북동은 본래 한적한 교외 지대에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조선 시대엔 왕이 누에 사육이 잘 되도록 비는 제사를 하던 선잠 단지가 있었으며, 풍광이 좋아서 몇몇 양반들의 별장이나 저택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과수원과 밭이 있는 곳이었다. 성북동의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1960년대부터로, 삼청터널과 북악산길이 개통된 뒤 서울 도심과의 교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면서 급속도로 개발이 이루어졌는데, 이 당시의 개발 광풍을 비판적으로 묘사한 시가 유명한 '성북동 비둘기'입니다.

 

MC: 그런데 그 많고 많은 동네 가운데 굳이 성북동을 꼭 집어서 다뤘을까요?

 

도명학: 물론 그 당시 성북동 말고도 개발이 진행되는 곳이 많았지만 시인이 살고 있던 곳이 성북동이었니 성북동 한곳을 통해서도 메시지를 전하기 충분했을 것입니다. 제목 자체가 “성북동 비둘기”라고 단 것만 봐도 시인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MC: 여기서 잠깐, 시낭송을 듣고 가시겠습니다.

<출처: 유투브채널 '시 읽는 문화 TV'>

 

성북동 비둘기(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루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이하 생략)

 

MC: 이 시가 갖는 특징이 있다면 뭘까요?

 

도명학: . 대조법을 활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사랑과 평화의 새”와 “쫓기는 새”를 대조하는 수법으로 전하려는 메시지를 분명하면서도 강렬하게 느끼도록 하는 데 적중한 작품입니다. 또한 비둘기라는 작은 하나의 매개물을 통해 거시적인 사회문제를 이야기 하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MC: 이 시를 보시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습니까?

 

도명학: 마치 제가 시적 화자가 된 듯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발파소리 요란한 성북동 개발 현장 어느 나무 그루터기나 커다란 돌덩이 위에 걸터 앉아 울며 쫓겨가는 비둘기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담배를 뻐금뻐금 빨아대고 있는,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생동했습니다.

 

MC: 이 시에 나오는 비둘기는 무엇을 상징하는 걸까요?

 

도명학: 비둘기는 세계적으로도 사랑과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새입니다. 그래서 평화를 주제로 한 국제행사들에도 비둘기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역시 비둘기를 평화의 상징으로 보는데 북한 가요 “비둘기야 높이 날아라”라는 노래는 북한 예술단 일본 공연 때도 일본인들이 제일 좋아했다고 했을 정도로 비둘기야말로 국경도 이념도 초월한 사랑과 평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에서 그 비둘기가 쫓겨가는 새가 되는 모습은 개발과 문명 그 자체에 대한 불만이나 반대라기보다 그로 인해 비롯될 인간성의 파괴를 우려한 시인의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MC: 오늘도 책과 관련된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한국에 오셔서 도서관은 가 보셨나요? 첫 인상이 어땠나요?

 

도명학: , 아마 남한에 와서 통일부 하나원 정착교육과정을 마친 후 서울에 집을 받고 나서 제일 먼저 찾아본 곳이 도서관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디로 어떻게 찾아가야 할지 몰라 정착도우미로 봉사하는 사회복지관 복지사님에게 부탁했더니 저를 직접 데리고 가주셨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찾아간 곳 간판이 “도서관”이 아니고 “평생학습관”으로 되어 있는 거에요. 그래서 복지사님이 여기 잠시들렸다 도서관에 가려는 가보다 하고 따라 들어갔더니 그게 도서관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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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의 김책공대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모습. 교실 앞 벽면에 김일성 주석(왼쪽)과 그 아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걸려있다. /연합

 

MC: 남한과 북한의 도서관에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자세히 좀 설명해 주시죠.

 

도명학: 남한에서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제일 좋았던 것은 책을 찾는 시스템이 아주 잘 되어 있는 점이었습니다. 컴퓨터로 된 도서 검색대가 있는데 거기서 내가 찾는 책 제목이나 관련 용어를 입력하고 검색 단추를 클릭하면 그 책이 어느 구간, 어느 서재, 어느 위치, 몇 번 자리에 있다고 바로 나타나고요. 하긴 제가 북을 떠난 지도 꽤 되었으니까 북한 도서관이 그새 얼마나 달라졌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남한만큼 되자면 어려울 겁니다.

 

또 하나 차이는 남쪽에선 도서관이 모두 무료더군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책을 무료로 볼 수 있다니 나도 처음엔 의아했습니다. 사회주의를 하는 북에서도 열람료와 대출 요금을 즉석에서 꼬박꼬박 내고 봤는데 돈밖에 모른다는 자본주의 남한에서 공짜라니 믿기지 않더라구요.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남북한 도서관의 가장 큰 차이는 북한 도서관에는 볼 책이 부족하고 남한 도서관은 책이 많아 뭘 골랐으면 좋을지 고민할 정도라는 것입니다.

 

MC: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명학: , 수고하셨습니다.

 

MC: 끝까지 함께 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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