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한국의 연극 & 희곡

워싱턴-홍알벗 honga@rfa.org
20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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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한국의 연극 & 희곡 백악관 앞에서 꽃제비 연극 공연을 하고 있는 나우(NAUH) 회원들.
/RFA Photo - 이규상

MC: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입니다. 진행에 홍알벗입니다. 오늘은 탈북자가 한국에 와서 접한 연극과 희곡에서 어떤 느낌, 어떤 감동을 받았는지, 탈북 소설가 도명학 선생님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MC: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남한에 오셔서 연극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첫인상, 첫 느낌은 어땠나요?

 

도명학- 연극을 많이 보진 못했습니다. 남한에 와서 연극을 맨 처음 봤을 때가 하나원을 금방 수료하고 나왔을 때인데, 당시 지역사회복지관에서 신규 탈북민 여럿을 데리고 가서 보게 되 었습니다. 그런데 하도 오래 된 일이라 극장 이름은 기억나지 않고 제목도 기억나지 않습니 다. 아무튼 청춘남녀 몇이서 연애상대를 고르는 과정을 형상한 내용이었는데, 그날 남한 연극을 처음 본 느낌은 한마디로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첫 느낌이 좋지 않아 그런지 그 후론 연극 관람하러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가게는 되지 않더라구요.

 

MC: 그랬었군요. 서울에는 대학로라는 곳이 있죠. 연극을 하기 위한 소극장이 밀집해 있는 곳 으로 알려진 곳인데, 혹시 가 보셨는지요? (가 보셨다면)어땠습니까?

 

도명학-네 앞에서 말씀 드린 극장도 대학로에 있었습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이었는데, 저는 처음에 대학로라고 해서 어느 대학구내에 극장이 하나 있는가보다 지레 짐작했 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고 알고 보니 대학로엔 극장이 아주 많더군요. 북에서 같으면 상상 도 못했을 일이죠. 북에는 전문 연극 극장이 “국립연극단”극장, “웃음극장” 둘밖에 없는 것으 로 압니다. 물론 다른 극장들에서도 연극이 가능합니다. 평양의 모든 극장들과 각 도에 있는 도립극장들은 가극, 연극, 영화 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방은 극상해야 한 개 도에 극장 이 한두개 정도입니다. 그런데 남한에 웬 연극극장이 이렇게 많을 수가 있는지, 또 겉모습만 봐서는 극장인지 무슨 건물인지 모르겠고, 제가 가본 곳은 작은 건물 지하에 있었습니다. 북 한에는 연극극장이 많지는 않지만 그렇게 초라하고 작은 극장은 없습니다. 여느 공장기업소 노동자회관도 그보다는 낫고 시골농촌 문화선전실도 그렇지는 않은데 말이죠. 저는 연극 관람 을 간다니까 북한처럼 큰 연극극장이 하나 번듯하게 세워져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상상 외로 너무 허술해 보여 어리둥절하기까지 했습니다. 극장인지 연극연습장인지 모를 만큼 좌석 도 40~50석 정도밖에 되지 않고, 무대도 작고 더구나 북한극장처럼 웅장한 회전무대도 없었 습니다. 다만 극장 내 음향설비라든가 조명이라든가 좌석이라든가 등 모든 것은 북한에 비해 아주 고급스러웠습니다. 겉모습은 별치 않게 보여도 속은 여물었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MC: 북한의 연극과 비교할 때 남한의 연극은 어떤 것이, 얼마나, 어떻게 달랐나요?

 

도명학- 달라도 완전히 달랐습니다. 남한 연극과 북한 연극은 우선 규모부터 달랐고 내용도 스케일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북한 연극이 대작이라면 남한연극은 북한의 화술소품 정도나 비 슷하다고 할지 도무지 눈에 차지 않았습니다. 북한 연극은 카메라에 담아 방영하면 거의 영화 수준입니다. 무대배경이 암전수법을 사용하지도 않고도 눈 깜짝할 사이 바뀌고 아무튼 연극무 대만큼은 북한만큼 하는 나라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규모가 방대하고 동원되는 인원 도 많습니다. 내용도 소소한 일상이 아니라 전부 시대극입니다. 그래서 혁명연극이라고도 하 는데 대표적으로 “성황당”, “혈분만국회”, “3인1당”, “딸에게서 온 편지”, 등 내용도 혁명과 항일독립투쟁 같은 것이 주를 이룹니다. <액트: 북한 연극 ‘혈분만국회’ 소개/유투브>저도 그런 작품을 한번 해보고 싶은 야심이 약간은 있었습니다. 실지로 제가 북에서 화술소품 대본도 써봤고 시나리오도 써봤고 희곡도 써봤고 무대에도 올려 진 작품도 보잘 것 없긴 했어도 있긴 있었습니다. 그래서 도예술단 연극전속작 가로 당에서 인사발령이 나기도 했지만 공교롭게도 정치범으로 보위부에 잡혀가는 바람에 하루도 출근 못했습니다. 출옥 후엔 집에서 건강관리를 하다가 바로 기회가 생겨 탈북했구요. 그래서인지 저에겐 연극에 애착이 좀 있습니다. 다만 북한에서는 연극이라 할 때는 국립연극단 에서 만든 규모가 큰 것을 가리키는 말이고 그 외 예술단이나 극장에서 자체로 만든 것은 단막극, 토막극, 풍자극 등으로 불립니다. 이보다 작은 작품은 화술소품이라고 합니다.

 

MC: 그렇다면, 남한에 오셔서 본 연극은 어디에 속할까요?

 

도명학: 그런데 남한연극을 보고나니 북한 것은 전부 연극이라고 해야 될 듯 싶습니다. 그만큼 품이 들어간 작품들입니다. 다만 사회주의 사회다보니 돈은 별로 들어가는 것이 없겠고 사람의 노력은 엄 청 들어가 만들어지는 거죠. 이에 비해 남한 연극은 돈은 많이 들어가다보니 작가 연출가 등 스탭들이 욕심만큼 할 수 없 는 것 같습니다. 돈 문제 때문에 극장도 협소하고 회전무대 같은 장치도 어렵고 할 것은 뻔합 니다. 북한은 배우가 월급 받으러 무대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혁명과업이라고 하니 밥을 굶고도 올라가는데 남한은 그럴 수 없지 않습니까. 거기는 강제로 시키는 거나 같습니 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남한의 연극이 작고 극장이 작고 해도 국가적으로 간섭하는 일이 없고 연극이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감동과 재미만 주면 그만한 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이 좋은 것 같습니다. 또 누구든 연극작가가 될 수 있고 연극배우가 될 수 있고 연극을 자율 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이건 분명 엄청난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연극 내용을 가지고 정부 가 시시비비를 가려 간섭하는 일도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대학로에 소규모이긴 해도 그렇 게 많은 연극극장들이 존재할 수 있겠죠. 그래서 드는 또 하나의 생각은 만약 북에 이런 자유 가 있었다면 나도 어느 공장 노동자회관 한번 빌려서라도 당국의 간섭이 없이 내 마음대로 만 든 연극을 올려보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것입니다. 정리해 말씀 드릴 것 같으면 북한연극은 규모가 대작일지언정 제작자는 소인이고 남한은 규모와 내용은 작아도 제작자는 작은 거인이다, 이렇게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MC: 남한에 오셔서 보신 연극 중에 가장 감동적인 것 하나 소개해 주시죠.

 

도명학- 대답이 좀 궁하네요. 앞에서 남한 연극에 대해 너무 혹평을 한 입장이니까, 제가 연극을 별로 본 것이 있어야 할 얘기가 있을 텐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연간 관객 50만명이 봤다는 연극 “라면”을 봤습니다. 그것도 두 해 전입니다. 앞에서 말씀 드렸지만 연극 보러 일부러 시간 내 가지 않는데, 별스레 연극에 빠진 친구가 졸라서 마지못해 성의를 뿌리칠 수 없어 갔습니다. 그런데 역시 연극 내용이 제 입장에선 시시하기 짝이 없더라구요. 겨우 마지못해 가본 연극 역시 하나원을 나와서 처음 그 연극처럼 젊은 청춘남녀들이 연애를 하면서 별치 않은 일로 마찰이 생겨 다투고 어쩌고 하는 내용인데, 그걸 재밌다고 연극계에 그렇게 많아 입소문이 나다 니, 글쎄요. 젊은 세대와 제가 이미 미학관이 너무 달라져서 그럴 수도 있겠죠.

 

MC: 남한의 연극을 한마디로 정의하라고 하면 어떻게 말씀하실 수 있을까요?

 

도명학- 한마디로 말하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연극이라는 공간을 활용해 하는 것, 혹 은 영업적인 목적이나 일종의 취미생활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 만요.

 

MC: 남한에 오셔서 희곡을 직접 접하실 기회는 있었나요? 어떤 특징들이 눈에 띄였나요?

 

도명학- 희곡작품을 많이 보지는 못했습니다. 특징이라면 북한 희곡에 비해 좀 더 진솔하고 디테일한 것 같습니다. 이건 소설이나 드라마대본도 마찬가지가라고 생각되는데, 다만 너무 지엽적이고 사말적인 주제와 내용에 치우친 것 같습니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작품을 한 번 보고 싶지만 제가 남한 연극에 대해 다소 평가가 낮다보니 연극 구경도 잘 안가니 잘 모르 겠습니다. 아마 제 편견이겠죠. 그렇지 않은 정말 좋은 작품이 있음에도 제가 모르고 있을 뿐 일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사회가 아닙니까.

 

MC: 남한 희곡의 대표적인 특징을 북한의 것과 비교해서 꼽으라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도명학- 당연히 남한에는 수령우상화와 체제선전과 혁명을 독려하는 내용이 연극에는 없다는 점이죠. 북한 연극은 그것이 없으면 연극도 아니니까요. 이것이 가장 심중한 차이인 것 같습 니다.

 

MC: 남한에서는 영화보다 연극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유가 뭐 라고 보십니까?

 

도명학- 두 가지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첫째로는 영화에 비교할 때 연극에 많은 자금이 들어 가야 북한 연극처럼 잘 만들 수 있을 것이고 두 번째로는 내용이 앞에서 말씀 드린 대로 지엽적이고 사말적인 것이 주를 이룹니다. 셋째로는 연극극장이 너무 많고 영화에 비해 작은 돈으 로도 제작할 수 있다는 것에 희소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MC: 남한의 연극문화를 보면서 부러운 것이 있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도명학: 부러운 것이 있다면 딱 하나, 나도 마음만 먹으면 연극을 만들 수 있다, 그만큼 자유가 보장 되는 사회다, 이런 것입니다. 하지만 저의 처지에선 아주 맞는 말도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면 저도 작은 규모의 연극이라고 만들고 싶으면 만들 수 있는 자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이것이 가장 북한 사람 입장에선 가장 흥미롭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 점이라고 생각됩니다.

 

MC: 남한의 연극발전을 위해 해야 필요한 일은 무엇일까요?

 

도명학- 좋은 희곡이 나와야 하겠고, 다음으론 자금력인데, 이건 참 어려운 문제이긴 합니다.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 할 것 같습니다만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제기 되겠죠. 왜냐면 국가가 자칫 문화예술에 개입한다는 느낌이 들 수 있지 않을까요. 단 한가지 대안이 되겠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연극인들이 산발적으로 각자도생하기보다 서로 협력하여 큰 작품을 만들어 세종문화회관이나 국립극장 같은 큰 극장에서 공연하고 홍보도 힘을 합쳐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MC: 네, 지금까지 탈북 소설가 도명학 선생님과 함께 한국의 연극, 희곡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남북문학기행, 오늘 순서는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홍알벗이었습니다.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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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최근 남한에서 독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책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남한의 대표적인 대형서점 교보문고에서 선정한 베스트셀러 1위는 김훈의 장편소설 ‘하얼빈’이 차지했습니다. 8월 3일 출간된 이 책은 꾸준히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데요. 출판사의 책소개글을 소개해 드립니다.

 

‘우리 시대 최고의 문장가’ ‘작가들의 작가’로 일컬어지는 소설가 김훈의 신작 장편소설 『하얼빈』이 출간되었다. 『하얼빈』은 김훈이 작가로 활동하는 내내 인생 과업으로 삼아왔던 특별한 작품이다. 작가는 청년 시절부터 안중근의 짧고 강렬했던 생애를 소설로 쓰려는 구상을 품고 있었고, 안중근의 움직임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글로 감당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인간 안중근’을 깊이 이해해나갔다. 그리고 2022년 여름, 치열하고 절박한 집필 끝에 드디어 그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액트: 김훈 작가 인터뷰 / 교보문고>

 

『하얼빈』에서는 단순하게 요약되기 쉬운 실존 인물의 삶을 역사적 기록보다도 철저한 상상으로 탄탄하게 재구성하는 김훈의 글쓰기 방식이 빛을 발한다. 이러한 서사는 자연스럽게 김훈의 대표작 『칼의 노래』를 떠올리게 하는데, 『칼의 노래』가 명장으로서 이룩한 업적에 가려졌던 이순신의 요동하는 내면을 묘사했다면 『하얼빈』은 안중근에게 드리워져 있던 영웅의 그늘을 걷어내고 그의 가장 뜨겁고 혼란스러웠을 시간을 현재에 되살려 놓는다.

 

난세를 헤쳐가야 하는 운명을 마주한 미약한 인간의 내면에 집중하는 김훈의 시선은 『하얼빈』에서 더욱 깊이 있고 오묘한 장면들을 직조해낸다. 소설 안에서 이토 히로부미로 상징되는 제국주의의 물결과 안중근으로 상징되는 청년기의 순수한 열정이 부딪치고, 살인이라는 중죄에 임하는 한 인간의 대의와 윤리가 부딪치며, 안중근이 천주교인으로서 지닌 신앙심과 속세의 인간으로서 지닌 증오심이 부딪친다. 이토록 다양한 층위에서 벌어지는 복합적인 갈등을 날렵하게 다뤄내며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바라보는 시야의 차원을 높이는 이 작품은 김훈의 새로운 대표작으로 소개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기자: 홍알벗,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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