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남북한문학에서 사랑이란

워싱턴-홍알벗 honga@rfa.org
2022.05.25
Share on WhatsApp
Share on WhatsApp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남북한문학에서 사랑이란 지난 2015년 소설가 김홍신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하소설 '대발해' 이후 7년 10개월 만에 사랑 이야기를 다룬 새 장편 '단 한 번의 사랑'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탈북자 출신 시인이자 소설가이신 도명학 선생님과 함께 남북한 문학의 특징을 알아보고, 문학작품의 배경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보는  ‘남북한 문학기행’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홍알벗입니다. 오늘은 사랑이라는 주제를 갖고, 북한에서 내려온 문학작가들은 한국 문학작품에서 묘사되는 사랑 또는 사랑하는 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MC: 선생님, 안녕하세요. 한주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도명학: , 안녕하세요. 잘 지냈습니다.

 

MC: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문학에서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많은 탈북자들께, 한국에 와서 보고 들은 것 중에 뭐가 가장 놀라웠냐고 물으면, 그중 한가지가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한 옷차림과 과감한 애정표현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한국의 문학작품을 처음 접하시고 느끼신 남한 사람들의 사랑, 애정 표현방식이라고나 할까요, 뭐가 북한과 다르던가요?

 

도명학:  사랑이라고 하면 남녀 간 사랑, 가족사랑, 이웃사랑, 친구들 간 사랑, 또 나라  사랑, 평화에 대한 사랑 등 그 범위가 상당히 넓지 않나요? 남한이나 북한이나 이점에선 다르지 않죠.

 

다만 차이가 있다면 남한은 사랑이라고 하면 먼저 남녀 간 사랑을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고 그 다음 가족사랑, 친구사랑, 이웃사랑 같은 것이고 맨 나중이 나라사랑, 평화에 대한 사랑 등 거시적인 사랑인 것 같습니다. 실지 작품들을 봐도 남녀사랑, 가족사랑 같은 주제와 소재를 다루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MC: 남한의 문학 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 같은걸 보면 아무래도 젊은 남녀간의 사랑을 다룬 내용이 많은것 같긴 합니다. 그럼 남한과 북한과의 차이점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도명학: 북한에서도 역시 사랑이라고 하면 남녀 간 사랑을 먼저 떠올리긴 합니다. 또 가족사랑, 친구나 이웃사랑 등등 순서를 매긴다면 남한과 마찬가집니다. 다만 작품에서는 조국에 대한 사랑, 당에 대한 사랑, 인민에 대한 사랑, 조직과 집단, 동지에 대한 사랑 등이 먼저고 그것을 내용으로 한 작품이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실제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선전물이 되는 거죠. 그럼에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 영향 속에 살기 때문에 나보다는 가족이 더 소중하고 가족보다는 조직과 집단과 동지가 더 소중하고 이보다는 당과 조국과 인민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절대적으로 인정하고 삽니다. 실지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도 꽤 있는데, 설사 그것을 실천할 의지가 부족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렇게 사는 것이 보람차고 값진 인생임을 인정하고 박수를 보냅니다.

 

MC: 어딜가나 사람사는것은 다 비슷한거 같습니다만,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어떤게 있을까요?

 

도명학: 예컨대 군에 입대하는 아들을 바래주는 어머니가 본인은 비록 이기주의와 개인주의 성향이 농후하다고 비판받는 처지임에도 아들한테만은 “군사복무 잘해서 꼭 노동당원이 되어 돌아오너라. 당과 조국을 위해서라면 추호도 주저 말고 한목숨 바쳐 싸워라. 조국이 있고서야 가정도 사랑도 꿈도 있는 거”라고 일러주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진심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말은 그렇게 하는 거죠. 당연히 작품에서도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이 그런 마음으로 헌신하는 모습을 담습니다.

 

MC: 가족 간의 사랑에 있어 남한과 북한의 차이점, 이걸 문학에서 표현하는 방식이 어떻게 서로 다른가요? 혹은 비슷한가요?

 

도명학: 가족 간의 사랑은 기본적으로 남북이 별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왜냐면 분단 이전 5천년을 함께 살았고 불교, 유교문화 속에 살아 왔잖아요. 그 유습이 분단 70년 만에 깡그리 사라지는 것이 가능할까요? 남북간 고통점이 있다면 어떤게 있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보면, 한때 북한에서 조상님 제사를 지내는 것을 비과학적이고 봉건유교사상이 머리에 박힌 행동이라고 금지 한적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인데 우리 집에선 야심한 밤에 창문을 불빛이 새어나가지 않게 가리고 몰래 할아버지 제사를 지냈습니다. 그런데 훗날 보니 다른 집들에서도 다 그렇게 몰래 제사를 지내고 있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은 솔직하고 순진하니까 밖에 나가 친구들한테 제사음식 잘 먹은 자랑을 하지 않겠어요? 시간문제지 비밀이 지켜질리 없죠. 결국 당국이 제사지내는 것을 허락하고 말았습니다. 명분은 제사가 봉건유교문화라기보다 조성전래로 지켜오는 미풍양속이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MC: 그런 면에서 남한에 오셔서 직접 보시니까 어떻습니까?

도명학: 반면 남한은 제사 지내지 말라는 강요가 없었죠. 기독교 믿는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면 안된다고 하지만 그건 정부가 아니라 해당 종교의 교리에 의해서죠. 부모에 효도하고 자식을 성인이 된 후에도 마음 놓지 못하고 계속 돌보고 자식교육을 위해서라면 집과 소도 파는 교육열, 형제 간 사랑, 친척에 대한 사랑 등 가족사랑은 남북이 같다고 봅니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북한에서의 가족관이 남한의 가족관과 크게 다르다는 점입니다. 북한에서는 부부를 가장 가까운 혁명동지라고 하며 가족은 수령을 가장으로 하는 사회의 한 세포라고 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피를 나눈 가족이라 하더라도 당의 사상에 반대한다면 추호의 타협도 없이 투쟁하라고 합니다. “민족과 운명”이라는 영화에도 보면 6.25전쟁 때 북진한 국군 편에서 치안대에 가담한 아버지를 인민군에 나간 아들이 집에 들렸다가 사실을 알고 아버지를 처단합니다.

 

MC: 우스갯소리로 그런 말이 있죠. 아무리 화가 나도 가족은 건드리지 말아라. 가족을 생각하는 정서가 남한이나 북한이나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는데요. 앞서 예를 들어주신 영화와 연결시킬 때 어떻게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도명학: 하지만 이 내용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반응이 어땠을까요? 아무리 그래도 아버지를 아들이 죽이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죠. 북한 당국으로선 자충수를 둔 선전영화를 만든 셈이 됐죠.

 

북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은 북이 가족이 가족을 신고하는 사회라고 하지만 그건 잘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정말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끝까지 감싸주고 숨겨주는 것을 사람의 도리로 여깁니다. 혹시라도 신고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뭇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눈총에 맞아 제 정신으로 살지 못할 것입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MC: 문학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남녀 간의 사랑인데요. 남한에 오셔서 남한문학에서 보여지는 남녀 간의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그리고 북한의 사랑표현과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도명학: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남한작품들을 보면 어떤 사상과 이념 같은 것에 상관없이 그냥 순수한 남녀 간의 사랑을 그렸습니다. 북한작품에서는 남녀 간 사랑을 혁명적 사랑으로 그려야 합니다. 가령 휴전선 깊은 산골에 복무하는 소대장과 도시에 사는 인텔리여성이 맺게 되는 사랑을 그린다면 여성이 남자가 자각하고 있는 높은 조국방위 사명감과 당에 대한 충성심에 반해 사랑의 감정이 싹터 대도시에서의 안락한 생활을 포기하고 결혼하여 휴전선에 가는 것으로 그립니다.

 

MC: 그런데, 남한사람들의 과감한 애정표현을 직접 보시고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요?

 

도명학: 사랑표현은 남한에서 과감하게 합니다. 북한사람들은 대놓고 “사랑해요”하고 말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 표현이 나빠서가 아니라 쑥스럽고 어색해 못합니다. 고백을 해도 에둘러 합니다. 사랑이란 꼭 말로만 해야 하나, 눈빛, 몸짓 말과 행동 등을 통해 보이지 않는 메시지가 오간다고 할지, 그런 정서적 특징으로 작품에서도 등장인물들이 사랑을 직접 표현하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어쩌다 한번 씩 볼 순 있는데, 그건 독자와 작중인물 모두 사랑의 감정이 극에 달해 도저히 대놓고 고백하지 않고는 못 견디겠구나싶은 경우에 터져나오는 대사입니다.

 

그래선지 북한에선 남녀가 서로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궁금하여 사랑한다는 표현을 안 한다고 탓하는 현상을 보지 못했습니다. 반면 남한은 사랑한다는 말을 참 많이 하더군요. 탈북민들도 이에 좀처럼 익숙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가볍게 사랑표현을 남발하는 것이 진실한 언행인지 의문을 가지는데, 이렇게 같으면서도 다른 것이 남북한 문화라고 생각됩니다.

 

MC: 북한의 독자들께서도 궁금해 하실 것 같은데요. 남한과 달리 북한작가들이 남녀간 사랑 이야기를 쓸 때 꼭 지켜야 할 사항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남한에서는 흔한데 북한에서는 볼 수 없는 그것은 뭔가요?

도명학: 작품에서 반드시 설정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삼각연애입니다. 이건 김일성 때부터 지켜온 것인데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삼각연애는 부르주아계급의 취향에 어울리는 부정한 행위인데 그것을 작품 속에 담으면 인민들의 문화정서, 청소년교양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듭니다. 그러니 영화든 소설이든 재미가 덜하죠. 그래서 작가들이 요령을 부려 독자들이 보기에 삼각연애로 짐작하도록 구성을 짜고 끌고 가다가 적당한 대목에 이르면 그게 결국 삼각연애는 아니었네 하고 깨닫게 합니다.

북한 사람들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긍정인물 캐릭터보다 부정인물 캐릭터가 더 인기가 있습니다.

 

MC: 지금까지 도명학 선생님과 함께 사랑을 주제로 한 남북한 문학의 차이점과 공통점 등을 살펴 봤습니다. 선생님, 오늘도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도명학: , 수고하셨습니다

 

 

2.

 

MC: 한국에서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그리고 이제 며칠 안 있으면 6월입니다. 6월은 민족의 비극인 6.25 한국전쟁이 일어난 달입니다.

 

오늘은 가정의 달과 한국전쟁 기념일을 맞아, 전쟁터에서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보내는 북한 인민군의 눈물어린 편지글을 소개할까 합니다.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들 가운데도 6.25전쟁 때 남한으로 싸우러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가족이나 친척들 계시죠? 이 편지는 기자 출신인 워싱턴지역의 이흥환 작가가 미국 메릴랜드 소재 국립문서보관소에 보관돼 있던 북한 인민군들의 편지를 발굴해 ‘1950, 받지 못한 편지들,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라는 제목의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된겁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것은 전쟁터에 나가 부인에게, 아이들을 잘 보살피고 집안살림을 잘해 달라는 당부를 적었는데 전쟁통에 부인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미군 손에 들어가게 된 편지 한통입니다. 편지는 남한까지 이동한 인민군이 고향에 있는 아내와 딸에게 보내는 것으로, 오늘 소개해 드릴 편지는 아이들 죽이지 말고 잘 길러 주시우입니다. 남편 이름은 정청송입니다. 받는 이는 함북명천군 동면 양견리 754번지에 살던 아내 박옥선입니다. 청취자 중에 혹시 이곳에 살고 있던 박옥선과 정청송 씨를 아시는 분 계시나요? 전쟁통에 북한 고향으로 보냈지만 결국 수신자에게 닿지 못한 편지. 지금도 어딘가에 살아 있을지 모르는 정청송 씨의 가족들에게 편지를 띄웁니다. ***

 

박옥선 앞

어린 아해들을 데리고 얼마나 금전에 고생하시우. 이 몸은 일시 몸 무고하오니 근심을 하지 마시우. 전달에 등기로 편지했는데, 보았는지요. 아무쪼록 조급한 생각을 하지 마시우. ----(중략)---------그리고 이곳 생각은 절대 하지 마시우. 춘길이와 춘덕이를 잘 길러 주시우.”

 

저자 이흥환 씨는 말합니다. “이 편지는 흡사 지아비가 지어미에게 내리는 명령서’라고 보고 있습니다. 적기가 오면 숨을 것, 시골이라 히여 방심하지 말 것, 곤란한 일이 생기면 주저하지 말고 바로바로 해결할 것, 도시로 나가지 말것. 절대 몸주의 할 것은 두번씩이나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 자식들인 춘길이 춘덕이 죽이지 말고 잘 기를 것. 전란에, 서로 떨어져 있는데, 남편이 아내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이것 말고 뭐가 또 있겠습니까. 죽어도 죽지 말고 죽어도 살아 남아 달라고 말합니다.”

 

남북문학기행,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홍알벗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진행 홍알벗 / 에디터 이진서 / 웹담당 김상일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