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한과 북한의 문학세계를 들여다보는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입니다. 저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 시간에도 남한에 있는'문학관'을 찾아가 봅니다. 오늘은 시 낭송을 먼저 듣고 시작해 보겠습니다.
<액트: 시 낭송> 서시-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출처: 유투브 채널 '시읽는 문화TV')
MC: 서울의 탈북소설가 도명학 선생님이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조금 전 전해드린 시를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이 얼마나 아실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오늘 소개해 주실 문학관은 어디인가요?
도명학: 네 오늘은 윤동주 문학관으로 가보겠습니다.

MC: 문학관으로 곧장 들어가기보다 남한에서 시인 윤동주는 거의 뭐 국민시인 수준인데요. 시인 윤동주는 어떤 인물이었나요?
도명학: 네, 윤동주 시인은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젊은 시인이고, 남한과 북한, 중국 조선족동포사회를 포함한 해외동포들, 그야말로 온 민족의 사랑과 높은 문학적 평가가 따르는 시재이며 애국심 높은 독립운동가였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1917년 중국 동북 지방 동간도 명동촌, 그러니까 현재의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용정시에서 태어났습니다. 본적은 함경북도 청진시 포항동 76번지였습니다.
소년기를 간도에서 보낸 윤동주 시인은 조선에 나와 평양숭실중학교와 서울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였는데 연희전문학교 2학년 재학 중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했습니다.
이후 일본에 건너가 1942년 교토 도시샤 대학에 입학하였고, 1943년 항일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후쿠오카 형무소에 투옥되어 100여 편의 시를 남기고 옥중에서 사망했습니다. 사후에 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출간되었습니다.
MC: 오늘 함께 들으신 윤동주 시인의 '서시' 같은 경우, 많은 사람들이 외우고 다닐만큼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인기 비결이 뭘까요?
도명학: "서시"는 윤동주가 1941년 11월 20일에 지은 시로, 그의 유고 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시인 본인의 삶과 가치관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함과 동시에 인간 본연의 고뇌를 소박하면서도 서정적인 언어로 아름다운 자연에 비추어낸 윤동주의 대표작인 동시에 힌국문학을 대표하는 명시 중 하나입니다. 본래 제목이 없는 작품이라 적당히 '무제'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지만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첫 부분을 장식한 만큼 서문격인 시였으므로 사람들이 서시라고 칭했는데 그것이 오늘날에 이르러 제목으로 굳어졌습니다. 일제강점기 후반의 양심적 지식인이었던 그의 시는 많은 경우 일제와 조선총독부에 대한 비판과 자아성찰 등을 소재로 하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시를 저는 빼앗긴 조국의 독립을 절절히 소원한 윤동주 시인의 마음이 은유법을 활용하여 가장 서정시다운 서정시로 표현한 시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반대로 이 시를 두고 깨끗하고 순결한 삶을 살려는 시인의 의지를 담았다거나, 윤동주 시인이 기독교인이었던만큼 기독교적 사랑, 아가페적 사랑을 구가한 시로 보는 등 다양한 해석들이 많습니다. 은유법으로 쓴 시들은 대개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만큼 딱히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 시가 꾸준히 사랑받고 인기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하고 보편적인 감정을 머금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MC: 한국에 윤동주 문학관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설명해주시죠.
도명학: 윤동주문학관은 민족 저항 시인 윤동주의 발자취와 세상을 향한 그의 시선을 기억하고자 2012년 서울시 종로구에 세워졌습니다.
윤동주문학관은 총 3개의 전시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 1전시장에는 윤동주 시인의 친필 서명이나 역사 들이 담겨 있고 제2 전시장은 열린 우물이라고해서 윤동주 시인이 쓴 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공간이라고 합니다. 제3 전시장 영상을 볼 수 있는 공간인데 윤동주 시인의 시낭송 ,시인의 일생 등에 대한 11분짜리 영상이 15분마다 재생됩니다.
문학관을 바로 나오면 시인의 언덕에 오늘 수 있고 올라가면 ”서시 바위“가 있고 가는 길에 별뜨락이라는 카페도 있습니다.
MC: 윤동주 문학관만이 갖고 있는 특징이 있을까요?
도명학: 윤동주 문학관은 서울시 종로구 인왕산 자락에 버려져 있던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의미 있게 리모델링한 곳이어서 겉모습 자체가 특이해 2012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2014년 서울시 건축상을 수상하고, 2015년에는 현충 시설로 지정되면서 공간의 가치와 더불어 그 의미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MC: 다시 윤동주 시인과 그의 작품에 관해서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북한에서도 윤동주 시인을 '애국시인'으로 묘사하고 있다는데 무슨 말인가요?
도명학: 네, 그렇습니다. 다만 김일성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에서 윤동주 시인에 대해 언급하며 그를 애국 시인으로 평가했는데 실은 그것도 김일성 가문 우상화, 신격화를 위해 시인 윤동주를 거론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 윤동주 시인이 평양 숭실중학교를 다녔다고 했는데, 그 학교는 당시 독립운동자들을 많이 배출한 학교였고 김일성의 아버지 김형직도 그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독립운동에 뛰어든 만큼 윤동주를 거론함으로써 김일성 가문이 명실공히 독립운동가의 가문이라는 신빙성을 높이려 했을 것입니다.
MC: 다른 일부 문인처럼 윤동주 시인은 27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는데요. 일제에 의한 생체실험 때문이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도명학: 일본군이 생체실험을 감행한 사실들은 인정되고 있는데, 윤동주가 정말 생체실험으로 사망했는지는 불확실합니다. 다만 옥중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주사를 정기적으로 맞았다고 합니다. 바로 그것이 일본군에 의한 소금물 생체실험이라는 견해가 있고, 사망되고 나서는 마루타, 생체실험설이 제기되었는데, 그의 고종사촌형인 송몽규 역시 독립운동에 가담하려다가 체포되어 일제의 생체 실험 대상자로 분류되어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는 얘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사실일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MC: 도명학 선생님께서도 북한에 계실 때는 시인으로 더 많은 활동을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처음 윤동주 시인의 작품을 접하시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요? 그리고 윤동주 님의 작품세계를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도명학: 윤동주 시인의 작품을 본 첫 느낌은 시들이 한결같이 아름답고 서정이 깊어 김소월, 백석, 서정주 시인들의 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도 조금은 비장한 아름다움, 비장한 사랑이라고 할까, 이를테면 별빛 쏟아지는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시들은 한국 문학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들로 시대를 넘어 현재까지도 많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짧은 생애 동안 강렬한 감정과 깊은 사유를 담아내며 한국 현대 시의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그의 시들은 한편의 미술작품처럼 아름답고 동시에 인생의 진리를 탐구하는 깊은 성찰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MC: 윤동주 시인의 작품 가운데 북한 주민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 하나 골라 주시고 왜 그런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도명학: 윤동주 시인의 시들이 한결같이 주옥같은 시들이기 때문에 저는 굳이 그중에 특정 작품을 콕 찍어 추천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됩니다. 북한에도 윤동주 시인의 시들을 보려고 하면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작품은 전부 명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MC: 우리가 윤동주 시인 또는 그의 작품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게 무엇일까요?
도명학: 윤동주 시인과 작품들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갖는 여러 가지 문제와 갈등을 돌아보게 하고,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합니다. 이런 점에서 그의 시들은 단순히 예술작품을 넘어서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진리를 탐구합니다. 특히 오늘날 우리가 겪는 인간 존재에 대한 고난과 아픔, 사랑과 고독으로 인한 공감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시인 윤동주의 생애와 시는 그 시대의 아픔을 살펴보면서도 우리의 현재 삶과 감정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우리가 잊고 지낸 감정의 깊이를 찾아가도록 돕고 있습니다.
MC: 네, 오늘은 윤동주 시인과 그를 기리기 위한 문학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저희는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선생님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