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아 1부 : “집 앞으로 가져다 드려요”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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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안녕하십니까? 김충성입니다. 오늘 방송의 주인공은요. 옛날로 치자면 전국의 보부상을 다 아우르는 거상 같은 능력의 소유자랄까요? 어렸을 때부터 그 싹이 보였습니다. 옥수수나 무, 배추 같은 야채부터 곶감과 오징어에 이르기까지 원산에서부터 짊어지고 평양에 가 팝니다. 그리고 평양에서 돌아올 땐 연필이나 지우개 같은 학용품을 사와 원산에서 되팝니다. 어린 소녀의 장사수완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도시와 농촌에서 어떤 물건이 비싸게 팔리는지, 남쪽식으로 말하자면 ‘시세차익’이란 걸 이미 안 거죠. 그런데 남한에 와보니 그런 게 없더란 말입니다. 서울이나 저 머나먼 제주도 땅이나 물건 값이 거의 같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이 사업’이라고 합니다. 북한 고향땅에 돌아가면 꼭 ‘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이 분!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지요. 안녕하세요.

이청아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이청아고요. 강원도 원산에서 살았습니다. 남한에 온 게 2007년이니까 7년째 돼 가네요. 현재 대학원에서 행정정책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아니 어렸을 때부터 탁월한 장사 수완이 있다고 해서 약간은 거친 이미지? 이런 걸 생각했는데요. 예쁘고 참하게 생겨서 놀랐습니다. 행정정책쪽을 공부한다고요?

이청아 : 북한에서는 어쩔 수 없이 먹고 살아야 하니까 장사를 해야 했고요. 남한에 오니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 아버지와 오빠가 중국 쪽으로 먼저 가는 바람에 중학교를 자퇴했어요. 공부를 다 못한 게 많이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남한에 와서 고등학교 졸업 자격시험 검정고시 합격해서 지금은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까지 다니고 있어요.

진행자 : 그렇군요. 웬만한 열정과 노력이 들어가지 않고는 대학원 공부가 어렵지요. 자 어렸을 적부터 장사를 했다고 했는데요. 그 때가 몇 살 땐가요?

이청아 : 제가 열여섯 살 때부터 장사를 했어요. 아버지와 오빠가 중국으로 가는 바람에 엄마가 생계를 책임지게 됐는데요. 엄마가 장사를 너무 못하시는 거예요.

진행자 : 열 여섯이면 여기서 중학교 3학년 어린 나인데 그 어린 눈에도 엄마가 장사 못하는 게 눈에 보입디까?

이청아 : 네. 어머니가 법없이도 사실 분이에요. 성격도 조용조용 하시고요. 그러나 법을 다지켜 장사할 수는 없었어요. 어머니의 그런 모습을 보니까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저렇게 하면 장사가 안되겠다. 나라도 장사를 해야겠다.’ 그래서 제가 장사를 시작하게 된 거예요.

진행자 : 그때가 고난의 행군 시기일 텐데 구체적으로 어떤 장사를 한 거예요?

이청아 : 원산에서 나는 곶감이나 호두 등 특산품과 마른 낙지 같은 걸 갖고 황해도나 평양에 가 팔았어요. 또 평양에서 그냥 오는 게 아니라 학용품 같은 공산품을 사와 원산에서 더 비싸게 파는 거였지요.

진행자 : 강원도 원산에서 평양까지면 꽤 먼거리인데요. 기차로 갔나요? 육로로 가셨나요?또 평양에 들어가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 어떻게 다녔어요?

이청아 : 평양-원산 고속도로를 이용했어요. 이걸 이용하면 한나절에 들어갈 수 있어요.제가 2003년 스물두 살 때 중국으로 나왔는데요. 그니까 제가 장사를 다녔던 열여섯 살 때, 96년, 97년에는 북한식량난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었죠. 그래서 통제가 심하지 않았고요. 또 어린 여학생이다 보니까 검문을 통과하기 수월했어요. 가령 통행증을 받아가지고 그걸 여러 번에 걸쳐 썼어요. 날짜만 바꿔서 말입니다. 그렇게 황해도로 평양으로 장사하러 다녔어요. 많이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진행자 : 농산품이나 공산품이 지역마다 값이 달라서 그 차익을 알고 장사했다는 수완도 그렇고요. 감시나 통제가 허술했다 해도 열여섯 살 소녀가 그 먼 길을 장사하러 다닌 두둑한 배짱하며 정말 돈주의 기질이 다분한데요. 그래서 이청아 씨가 고향에 돌아가면 또는 고향의 친구들에게 소개해주고 싶다는 사업이란 건 대체 뭡니까?

이청아 : 물류운송사업입니다.

진행자 : 물류운송사업요? 언뜻 감이 오지 않아요. 대개 큰 사업 같아 보이기도 하고요. 그럼 구체적으로 그 물류운송사업 대해 알아볼까요? 설명해 주시지요.

이청아 : 쉽게 말해서 물건을 운반하는 사업입니다. 농산품이든 공산품, 경공업제품들이 나라 곳곳에 잘 배달하고 운송해서 물자가 잘 돌게 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우리 몸속의 피가 잘 돌아서 몸 속 여러 기관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처럼요. 전국에서 생산되고 팔리는 물건들 또 원료들을 필요한 곳곳에 운반해주는 일입니다.

진행자 : 남한은 사실 이런 물류 사업이 상당히 활발하고 잘 발달돼 있어요. 반대로 북쪽이 가장 취약한 사업 부분이 물류인 것 같고요. 왜냐면 자동차가 잘 이동할 수 없고 창고 이런 것도 별로 없지요. 이런 물류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은 어릴 때 장사하던 경험 때문에 나온 걸까요?

이청아 : 그렇죠. 제가 그렇게 장사를 할 수 있었던 건 지역마다 물가가 달랐기 때문이에요. 지금도 북한에서 설탕 값이 양강도나 자강도보다 강원도에선 훨씬 비싸게 팔리잖아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중국서 들어오는 설탕을 원산에서는 운반비를 더 주고 살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남한에 와서 택배라는 걸 경험해보고 놀랐어요. 우리가 물건을 사면 집까지 배달해주잖아요. 그걸 집까지 물건을 배달한다는 의미에서 ‘택배’라고 하는데요. 가령 제주도에서 유명한 돔이나 갈치를 사면 하루나 이틀 사이에 서울 우리 집까지 신선하고 정확하게 배달해줍니다. 그리고 이렇게 배달 체계가 잘 서있기 때문에 서울에서 제주도 돔이나 갈치를 산다고 해도 제주도와 값이 많이 차이 나지도 않고요. 이런 물류 체계가 잘 돼 있으면 지역마다 값의 차이 없이 소비자들이 생활할 수 있어요.

진행자 : 그러니까 그런 물류시스템이 잘 돼 있으면 강원도 원산에 살아도 양강도에 사는 사람이 사는 설탕 값과 똑같게 설탕을 살 수 있다는 얘기죠. 물류라는 게 사실 별게 아니라 그냥 물건을 곳곳에 배달해주는 사업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사업 수익은 운반비, 배송료를 받으면 되겠네요.

이청아 : 맞습니다. 앞서 남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택배 시스템에 대해 얘기했잖아요. 택배도 물류 사업의 한 분야이고 택배 사업이 남한 물류사업의 엄청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물건을 팔거나 사는 사람이 일정 택배비를 지불하면 택배회사는 물건을 배달해 주면 돼요. 보통 우리가 물건을 살 때 특별히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것이 아니라 통상 택배비가 2천 5백 원에서 3천원 약 2달러에서 3달러 정도 나옵니다. 그 택배비가 수입이 되는 거죠.

진행자 : 그런데 2~3 달러면 너무 눅죠? 그래서 요즘 남한 택배 회사들도 힘들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택배비가 너무 싸니까 유지가 어렵다는 말도 들리고요.

이청아 : 그래서 한 두 개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대량으로 해야 하고요. 단순히 남한 상점에서 팔리는 물건을 남한 개인들에게 배달하는 사업만 있는 게 아니라 굉장히 택배도 다양합니다. 가령 저희 신랑 같은 경우는요. 또 해외에서 물건 사는 걸 좋아해요. 남한보다 싼 물건이 많으니까요. 그런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구매한 물건이 비행기나 배를 통해 남한에 도착하면 그걸 또 개인들에게 배달하는 일도 택배입니다. 분야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고 또 북쪽에서 남쪽, 남쪽에서 북쪽까지 택배가 다녀야하면 얼마나 더 일이 많아질까요?

진행자 : 범위가 넓어지고 사람이 많아지고 사람들이 물건을 구매할 능력이 생기면 택배 사업을 진짜 좋은 사업 구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청아 : 그리고 택배 사업을 그냥 물건만 배달하는 단순한 사업은 아닙니다. 저희 신랑 같은 경우엔 택배를 받을 것이 있으면 그렇게 기다리고 받으면 선물 받은 것처럼 좋아합니다. 자기가 돈을 썼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웃음)

진행자 : 맞아요. 저도 얼마 전에 침대를 주문했는데 기다리는 마음이 너무너무 설레더라고요. 설렘(설레임)을 배달하는 사업이다? 그냥 이 말로 선전 문구해도 되겠습니다. (웃음) 그런데 이 사업이 좋은 생각이라는 건 동의하는데요. 물건을 배달하려면 큰 짐차 같은 운송수단이 필요하잖아요? 여러 대가 필요할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간단한 사업은 아닌 것 같아요.

이청아 : 그렇죠. 물건을 전국 곳곳에 배달하려면 당연히 어떤 운송 수단이 필요합니다. 택배회사들도 그렇게 차량을 이용해서 운반하고 있는데요. 제가 그 운반 차량을 다 사서 운영하면 좋겠지만 돈이 너무 많이 들겠죠? 그래서 보통은 그렇게 운반차량을 가진 화물차 주인들, 화주라고 하죠죠. 화주들을 모아서 사업을 하려고요.

진행자 : 그럼 이청아 씨는 택배 회사 같은 물류 회사를 차려놓고 물류 운반 요구가 들어오면, 화주들을 움직여서 물건을 운반한 다음 그 운반비를 화주와 얼마씩 나눠 갖는 구조란 거죠?

이청아 : 그렇습니다.

진행자 : 처음 투자하는 내 돈이 그렇게 많이 들진 않겠어요?

이청아 : 네.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그래서 큰 자본 없이도 일단 사업 초기 시작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정확하게 배달하는 신뢰가 있다면야 북한에서 이 사업 정말 잘되지 않을까 싶어요. 구체적인 물류사업 계획이 궁금한 게 많지만 어느새 시간이 다 됐어요. 이 아쉬움은 다음 시간에 보충하기로 합시다. 다음에 한 번 더 봐요.

이청아 : 네. 알겠습니다.

진행자 : 어렸을 적부터 사업가 기질이 다분했던 청아 씨가 꿈꾸는 물류사업 계획이야기, 정말 성공할 수 있을 지 없을지 다음 시간 여러분이 들어보시고 직접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니까 많은 기대 바라고요. 이 프로그램은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단체 ‘나우’가 제작하고,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기술 지원하는 방송입니다. 청아 씨 우리 함께 인사 나누며 마칠까요?

함께 :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