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 안녕하십니까? 김충성입니다. 요즘은 내 것으로 소유하기보다 빌려 쓰는 개념이 대세입니다. 가령, 자동차를 목돈 들여 사는 것보다 다달이 돈을 내서 빌려 쓰고요. 냉장고, 세탁기, 정수기 같은 가전제품 뿐 아니라 갖가지 운동기구와 아이들의 책과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모두 빌릴 수 있습니다. 이것을 '대여'라고 하지요. 이런 '렌탈 시장'이 점점 커가고 있습니다. 오늘 '돈주의 황금알' 주인공은요. 이런 렌탈 사업을 궁리중인 분인데요. 사시사철, 철철마다 또 결혼식이나 중요 모임 때마다 변변하게 입을 옷이 없어서 또 뭘 입어야할 지 고민인 분들을 위해서 '의류 렌탈에 스타일링'까지 그런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해서 성공해 보겠다는 분이세요. 일단 여성일 것 같다는 느낌은 팍팍 오죠? 그럼 만나볼까요? 안녕하세요.
이설아 :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좀 해주세요.
이설아 : 네. 제 이름은 이설아고요. 고향은 함경북도 청진입니다. 현재는 서울의 모 대학중국어과에 다니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진행자 : 중국어를 전공중이에요? 근데 고향 땅에 가면 하고 싶은 일은 옷을 빌려주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잘 어울리는지 봐주는 일'을 하겠다고 하셨어요. 이건 중국어와는 거리가 먼데 말입니다.
이설아 : 네. 제가 원래 색감, 색의 조화를 보는 안목 같은 거죠. 그런 색감이 좀 좋아요. 청진에 있을 때 옷을 제작해 판매하는 곳에서 일했거든요. 그 때도 그런 걸 느끼긴 했지만 이렇게 앞으로 업을 삼을 거라곤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남한에 와서 보니 제가 하고 싶은 일은 결국 저의 그런 색감 능력을 살리는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스타일링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저는 스타일리스트를 하면서 고향 땅에 가면 의류 렌탈 사업을 할 생각입니다. 중국어는 그런 사업에 필요할 것 같아 공부중이에요.
진행자 : 설아 씨가 꿈꾸고 있는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청취자 여러분께 소개해주세요.
이설아 : 스타일리스트는 어떤 의상을 입었을 때 그에 맞는 메이크업이나 헤어 스타일링, 액세서리까지 전체적으로 잘 어울리도록 맞춰주는 것, 남한에서 유행하는 말로 '깔맞춤'을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진행자 : 북한 말로 하면 분장사 동무가 되겠습니다. (웃음)
진행자 : 스타일리스트는 보통 연예인들 옆에서 머리 스타일부터 옷이며 신발, 악세사리, 장식품까지 잘 어울리는 지 전문적으로 봐주는 사람인데요. 보통 사람들은 스타일리스트를 두기 쉽지 않은데, 설아 씨는 의류를 대여하는 누구나에게 스타일링까지 해주겠단 거네요.
이설아 : 그렇습니다.
진행자 : 그럼 일석이조겠네요. 참 옷가지들을 빌려주는 의류 대여업은 어떻게 생각하게 된 거예요?
이설아 : 남한에도 의류를 빌려주는 의류 렌탈 서비스가 많아요. 시내 어딜 가나 널린 게 옷가게고 사람들은 옷을 엄청 잘 입는데 옷 빌려주는 장사가 될까? 하고 실은 궁금해 했어요. 근데 여성들을 보면요. 늘 옷을 사면서 맨날 옷이 없다고 옷 투정이잖아요. 특히 어떤 모임이나 특별한 자리에 갈 때마다 그렇죠. 사도 사도 입을 옷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요즘은 그 때마다 옷을 돈 주고 사기보다 모임이나 형식적인 자리에 맞는 옷을 빌려 입더라고요. 그게 훨씬 경제적이니까요. 옷 한 벌 빌리면 보통 3만원 내지 4만원이면 되는데 달러로는 27달러에서 36달러 정도죠. 그걸 사려면 몇 십 만원을 줘야하니까요.
진행자 : 그러네요. 가령 저도 정장 한 벌을 사려고 한다면 40~50만원, 4백 50십 달러 이상은 줘야 하는데, 그걸 27달러 정도로 해결하면 훨씬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설아 : 그런 걸 보면서 내 고향에 가면 돈이 되겠단 생각이 떠올랐어요. 북한 여성들도 옷에 관심이 정말 많거든요. 리설주가 어떤 옷을 입고 나왔다하면 몇 주 뒤에 그 옷이 유행하는 것만 봐도 여성들이 옷에 큰 관심이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지금이야 그렇지 않지만 나중에 시대가 변해서 남녀간 만남이 훨씬 자유로워지고 하면 여성들이 옷에 관심이 더 클 거예요. 그러면 돈 들여 옷을 사는 것보다 빌려 입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또 유행이란 것도 있잖아요. 그런 유행 스타일을 제가 봐주는 거죠. 스타일링까지 해드린다면 장사가 잘 되지 않을까요? 그만한 수요가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진행자 : 일리가 있어 보여요. 저도 사실 남자인지라 옷 입는 게 항상 고민이거든요. 제가 옷을 잘 못 입어요. 또 특별한 모임 있을 때마다 거기 맞는 옷을 사 입는 것보다 빌릴 수 있다면 그게 훨씬 나을 것 같네요. 근데 설아 씨 우리 주민들에게는 옷을 빌려 입는다는 개념이 좀 낯설듯 해요. 남이 입던 옷을 내가 또 입는다? 그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것도 같네요.
이설아 : 남한에선 옷을 빌려 입는다는 게 자연스러워요. 가령 결혼식 웨딩 드레스는 거의 빌려 입잖아요. 평생 한 번 입을 옷을 사기는 너무 비싸니까요. 그리고 또 결혼식 폐백 때 신랑 신부가 입는 한복이나 직계 형제자매들이 입는 한복도 거의 대여해서 입는 추세라고 알고 있어요. 굳이 비싼 돈 주고 사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렇게 빌려 입는 대여비에는 옷을 세탁하는 세탁비가 포함돼 있어요. 세탁을 해서 다른 사람에게 또 빌려주는 거지요. 그렇게 위생적으로 관리는 하는 거니까 빌려입어서 더러울 거란 생각은 안하셔도 될 듯해요.
진행자 : 그래요. 그런 대여비에는 세탁비가 다 포함돼서 깨끗하게 세탁해서 빌려주는 거겠죠? 그러고 보니 요즘 청년들이 대학 졸업 뒤에도 직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면접 때 입는 정장비도 만만찮아서 면접용 옷들도 빌려 입는다고 하더라고요.
이설아 : 혹시 전주의 전통 한옥마을 가보셨어요? 거기 가면 사람들이 거의 한복차림으로 돌아다니잖아요. 그게 다 빌려 입은 한복이거든요. 정말 다양한 종류의 한복이 있더라고요. 요즘 감각에 맞게 예쁘게 개량을 해서 말입니다. 그 한복 한 번 빌리는 데, 시간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2만원에서 4만원까지, 한 18달러에서 36달러까지 다양하더라고요.
진행자 : 아, 전주 한옥마을 가면 젊은 남녀나 가족 단위로 예쁜 한복을 떨쳐입고 돌아다니는 모습 봤어요. 듣고보니 정말 옷을 빌려 입는 경우가 많네요.
이설아 : 진행자님은 혹시 북한에 계실 때 이렇게 옷을 빌려 입은 적 있으세요?
진행자 : 있어요. 좋은 옷을 세탁해 놓았는데 제 동생이 아침에 입고 나가버린 거에요. 그날 4시에 공연이었는데 (웃음) 그래서 동네 재일교포 형님을 찾아가서 사정한 후 양복과 구두를 빌려 공연했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돈주고 빌린 것은 아니었어요.
이설아 : 제가 북한에 있을 때 옷을 제작해서 파는 일을 했다고 했잖아요. 사실 청진이 평양 다음으로 패션에 관심이 큰 곳이 아닐까 싶은데요. 손 재주 있는 분들은 옷을 직접 재단해서 팔기도 하고 그래요. 그런 분들 같은 경우 이렇게 대여를 해보는 것도 해 볼만한 장사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옷을 꼭 내 것으로 사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런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게 먼저겠지만요. 일단 재단사가 한번 빌려서 입으라고 권해보는 것도 방법일듯요.
진행자 : 그러게요. 그들끼리 두루두루 빌려 주고 빌려 입을 수 있다면… 서로 다양한 옷을 입어보는 경험이기도 하고요. 그러고 보니 설아 씨 입은 옷차림새가 예사롭지 않아요.
이설아 : 그런가요?
진행자 : 이게 바로 스타일리스트의 감각이라고 할까요? 그런 게 느껴져요.
이설아 : 고맙습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사업에 맞춤한 능력이란 칭찬으로 들을게요.
진행자 : 어느새 방송 마칠 시간이 됐어요. 의류 대여업에 필요한 능력이나 일들 같은, 궁금한 점이 너무 많아요. 또 스타일링, 깔 맞춤에 대한 얘기도요. 그 얘기는 다음에 한 번 더 나와서 얘기해주세요. 오늘 즐거웠습니다.
이설아 : 네. 고맙습니다.
진행자 : 저도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이 프로그램은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단체 '나우'가 제작하고,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기술 지원하는 방송입니다. 저는 김충성이었습니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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