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 안녕하십니까? 김충성입니다. 일명 '짐빠'죠. '짐 싣는 자전거'입니다. 자전거 뒷바퀴 위에 짐 놓는 받침대랑 높이 쌓을 수 있는 지지대 같은 기둥이 세워져 있습니다. 남한에선 1970~80 년대나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쌀가마니나 옷감 두루마리 같은 덩치 큰 물건들을 옮기는 생계형 수단이었습니다. 2010년대를 사는 지금, 안타깝게도 북한은 여전히 이 짐 싣는 자전거가 절실합니다. 생계형 수단으로 필요한데요. 그래도 자전거가 그런 주민들의 삶을 한결 가볍게 해준다면 천만다행이겠죠. 오늘 '돈주의 황금알'은요. 지난주에 이어 바로 '자전거 대여소' 이야깁니다. 주민들에게 그렇게 요긴하다면 다른 한편 돈이 되는 장사란 애긴데요. 지금 바로 들어갑니다. 김필주 씨 안녕하세요.
김필주 :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 오늘 방송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요. 지난 시간 얘기를 잠깐 정리했으면 싶어요. 필주 씨가 자전거 대여소를 해볼 만한 장사라고 생각한 이유가 있었죠?
김필주 : 네. 그렇습니다. 남한은 운송이나 이동수단으로 자동차가 많이 이용되는데요. 작년 말 기준으로 2천 백 만대가 넘는 자동차가 운행 중이라고 해요. 엄청나죠? 인구수로 따지면 두 세 사람 당 자동차 한 대를 갖고 있는 셈인데요. 보통 집은 없어도 자동차 한 대는 굴리고 산다는 말을 하는 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문제가 생겼어요. 배기가스 때문에 환경오염의 우려가 커진 거지요. 그래서 정부가 생각해 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자전거를 이용하라고 권장하는 거였습니다. 서울시 같은 경우 '따릉이'라고 자전거 대여소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역과 역 사이, 버스 정류장과 정류장 사이에 자전거 대여소를 설치해 놓았는데요. 가까운 출, 퇴근길은 자동차 말고 자전거를 이용하라는 거지요. 제가 이 공공자전거 대여 시스템을 보고서 북한에서 적용해 해보면 좋겠다란 생각을 한 거죠.
진행자 :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자전거 대여소를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요?
김필주 : 우선 자전거 대여소 이름은 저희 고향이름을 따서 샛별군 자전거 대여소라고 지어놓고요. 운영계획은 제가 살던 사수리에서 샛별군, 혹은 반대방향으로 무산이나 풍파쪽에 대여소를 만드는 거에요. 예를 들어 담배장사같은 것은 자전거로 하기에 너무 좋거든요. 가볍고 갑어치가 나가고. 도로도 그쪽으로는 잘 뚫려있어요. 그래서 사수리에 중요한 기점을 기반으로 샛별과 무산, 풍파 이쪽으로 사업 확장을 하면… 네 꽤 많은 돈을 벌지 않을까 싶어요.
진행자 : 그렇네요. 물론 자전거 대여소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자전거 마다 표식이 있어야 하지 공용자전거인 것이 구분되지 않을까요?
김필주 : 네. 자전거마다 일련번호를 붙여놓아야죠. 북한에도 지역마다 번호가 있어요. 지역에 따른 일련번호와 자전거 개별 번호를 붙여놓으면 증명이 될 것 같습니다.
진행자 : 그렇군요. 자전거 대여소가 남한에는 몇 개정도 있죠?
김필주 : 현재는 480여 개 있고요. 앞으로 2만개 정도로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그만큼 환경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진행자 : 남한에선 자전거를 교통수단이나 여가용으로 쓰지만 북한에서 달리 쓸 수 있겠다 생각하신 거죠? 먹고 살기 위한 장사수단으로요?
김필주 : 네. 그렇습니다. 북한에선 자전거가 정말 요긴한, 소유한다는 게 힘들잖아요. 자전거가 너무 비싸요. 그래서 장마당 같은 데 물건을 운반한다든가, 멀리 물건을 팔러 다닐 때 자전거를 빌려 쓰면 얼마나 좋습니까. 그래서 자전거 대여소가 해볼 만한 장사라고 생각한 거지요.
진행자 : 남한에서 자전거 대여 비용이 얼마라고 했죠?
김필주 : 사용 시간에 따라 금액이 다른데요. 보통 한 시간 이용권이 천원, 1달러 정도합니다. 한 달은 5천원, 6개월은 만 5천원, 1년 쓰려면 3만원, 30달러 정도 내면 됩니다.
진행자 : 1년에 3만원, 30달러 정도라면 저렴한데요. 그런데 자전거를 도난당할 위험도 크잖아요? 빌려가서 안 갖다놓으면 어쩌죠?
김필주 : 그죠. 북한에선 자전거를 도둑맞지 않을 자신이 있으면 자전거를 타란 말도 하잖아요. 그만큼 도난의 위험이 큰데요. 보통 공공 자전거는 자전거 모양이나 색깔이 정해져 있어요. 따릉이 같은 경우 흰색에 초록색, 색깔이 확실히 구분이 됩니다. 딱 보면 아는데 다른 데 팔기 힘들죠. 또 자전거 대여방법이 도난을 당해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자전거 이용권을 구매할 때 핸드폰이나 신용카드로 돈을 내게 돼 있거든요. 자전거마다 일련번호가 붙어 있어서 어떤 자전거가 반납이 안 됐다하면 자전거 일련번호를 찾아서 그걸 빌려간 사람의 핸드폰이나 신용카드를 조회해서 찾으면 됩니다. 만약 자전거가 4시간 이내 반납 안 되면 도난당한 걸로 보고 경찰에 신고가 들어갑니다.
진행자 : 남한은 인터넷이나 핸드폰 기술이 엄청 발달해서 이렇게 할 수 있는데요. 북한에서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김필주 : 저는 이렇게 해봤음 싶어요. 자전거를 빌리는 사람의 신분이 확실해야 하니까요. 자전거를 빌릴 때 계약서를 씁니다. 자전거 분실하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도 들어가야겠죠.
진행자 : 사업을 국가에서 승인하더라도 운영은 개인이 할텐데 보증금 제도를 써봐도 되지 않을까요?
김필주 : 맞아요. 보증금이 아주 중요하죠. 자전거 분실 위험을 대비해서 보증금, 가령 5백 원, 약 50센트 정도 등 소정의 금액을 따로 받아둡니다. 그리고 자전거가 제 시간에 제대로 반납되면 그 돈을 다시 돌려주는 거죠. 사람들은 내 돈이 묶여 있으니 자전거를 빌리면 어떻게든 반납하려고 하겠지요.
진행자 : 네. 그런 방법이라면 자전거 도난 걱정은 덜어도 될 것 같아요. 북한에서는 농장, 학교, 기업소에서 쓰는 자전거들이 따로따로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렇게 대여용 자전거는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요?
김필주 : 장마당을 통해 아름아름 다 구할 수 있어요. 장마당에서 내가 어떠어떠한 자전거를 사고 싶다고 말하면 연락이 와요. 그들은 거간꾼 같은 중간 매매인들예요. 자전거를 거래해주고 돈을 받을 수 있으니까 자전거 구입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이 사업을 시작할 때 자전거가 처음엔 몇 대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김필주 : 열 대에서 스무대 정도요. 돈이 더 많으면 더 많이 준비해도 좋겠지만 시작은 작게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진행자 : 방송 첫머리에 '짐빠'라고, 짐을 실을 수 있는 자전거 얘기도 나왔는데요. 북한 현실에서 필요로 하는 자전거는 이렇게 물건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든든한 자전거라면 좋겠죠?
김필주 : 서울의 따릉이는 한 종류의 자전거인데요. 출, 퇴근이나 여가용이기 때문에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에요. 하지만 북한에선 당연히 짐을 실을 수 있는 구조의 자전거여야 하는데요. 저는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를 두었음 싶어요. 가령 일반적으로 빌려주는 자전거는 저렴한 값의 자전거로 하고요. 더 좋은 중급, 고급형 자전거까지 두려고 합니다. 또 서울서도 전동 자전거가 있지만요. 전동 자전거도 요긴할 것 같아요. 많은 짐을 힘들이지 않고 운반 할 수 있어서요.
진행자 : 어느새 이야기 마칠 시간이 됐는데요. 오늘 함께 하면서 소감이 어때요?
김필주 : 이런 방송을 들으면서 나름 위로를 얻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이런 정보들을 생각나는 대로 계속 전해드릴테니까 북한 분들 끝까지 살아남아서 우리 다시 만납시다.
진행자 : 네. 그래요. 김필주 씨 오늘 너무 감사했습니다. 아이디어가 너무 좋고 저는 이 사업이 북한에서 꼭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듭니다. 북한 분들도 항상 건강히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방송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김필주 : 네. 감사합니다.
진행자 : 자전거가 잘 달리려면 편편하고 반듯한 도로도 중요하지요. 남한에선 자전거만 달릴 수 있는 '자전거 도로'가 따로 잘 닦여져 있어요. 앞으로 그렇게 매끄럽게 빠진 북한의 자전거 도로를 꿈꿔보면서 저도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이 프로그램은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단체 '나우'가 제작하고,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기술 지원하는 방송입니다. 저는 김충성이었습니다 충성!!!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