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우의 블랙北스] 단기간 ‘초고속 승진’ 최선희, 그 비결은?

서울-목용재 moky@rfa.org
2024.05.29
[류현우의 블랙北스] 단기간 ‘초고속 승진’ 최선희, 그 비결은? 지난해 10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난 북한 최선희 외무상
/ 연합뉴스

안녕하세요. 류현우의 블랙북스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이번 방송에서는 류현우 전 대사대리로부터 북한 외교를 책임지는 외교관들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북한 매체나 국제 외교 무대에서 최선희 외무상, 과거에는 리용호 외무상이나 김계관 전 외무성 제1부상과 같은 외교관들의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런 인사들은 실제 어떤 사람들인지 류 대사를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진행자: 요즈음 북한 인사들 가운데서 특히 잘 알려진 인사가 최선희 외무상인데요. 아무래도 여성의 입장에서 외무성의 책임자 자리까지 올라간 만큼 이에 대한 주목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외무성 내에서 최선희 외무상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류현우: 개인적으로 최선희에 대해 평가한다면 아주 영리하고 판단력이 빠른 여성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외무상까지 올라갔다는 그 자체가 사업 능력과 인성에서 다 검증이 되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간부들과의 인맥 관리를 잘하는 여성입니다. 그리고 동년배, 후배들에 대한 배려심도 아주 높고 굉장히 유머러스합니다. 농질을 잘해요. 그런데 터프하다’, ‘건방지다’, ‘도도하다’, 이렇게 얘기하시는 분들도 더러 있습니다. 제가 볼 때 최선희가 팔자걸음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건방지게 보일 수 있는 그런 여지는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일단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주 거침없이 말하는 스타일입니다.

 

진행자: 북한 외무상으로 여성이 됐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인 것 아닌가요?

 

류현우: 그렇죠. 아마 북한 외교 역사상 최선희가 첫 (여성) 외무상일 겁니다. 한마디로 최선희에 대해 표현한다면 명야복야라는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행운이 계속 뒤따른다는 그런 뜻입니다. 북한 외교관들이 최선희가 국장, 부상, 1부상, 상으로 올라갈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습니다. (북한에서)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제약적이지 않습니까? 또 남존여비 사상이 굉장히 강한 북한에서 여성이 외무상이 됐다는 건 정말 이례적이고 경이로운 일입니다. 북한에서 여성 국장의 전례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국장이 됐고 그 다음에 또 (미국) 담당 부상이 됐고 1부상이 됐고, 그리고 상까지 되는데 6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6년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떻게 짧은 시간에 최선희가 외무상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고 생각하세요?

 

류현우: 대체로 1부상, 그리고 상까지 올라간 데는 북미국에서 일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빨리 승진할 수 있었다라고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북한이 2009년부터 6자회담을 파기했습니다. 2010년 경에 6자회담에 참가했던 인원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사람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해외 대사, 참사, 공사, 이런 식으로 파견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여성 외교관이 해외에 파견되는 전례는 없었습니다. (해외 파견으로) 위의 선배들이 다 빠지면서 2010년 북미국 부국장으로 출세를 했고 그 다음 2016 8월 국장이 됩니다. 그때 제가 북한에 있을 때인데, 2016 8월 북미국장으로 있었던 한성렬이 미국 담당 부상으로 올라가고 당시 미국 담당 부상이었던 리용호가 상이 됩니다. 북미국장 자리를 메우려고 보니까 최선희 만한 사람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김계관 1부상이 최선희를 앉히려고 간부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간부 문건이 최종적으로 비준 받으려면 당 중앙위원회 간부부의 결재를 받아야 됩니다. 그런데 문건이 기각돼서 내려왔습니다. 이혼한 이력 때문입니다. 김계관 1부상이 그 당시 김정은과 매일 전화 연결을 가졌습니다. 외무성 북미국에 TV가 하나 있는데 위성 안테나를 통해 미국 CNN과 폭스뉴스를 봅니다. 이 뉴스를 (보고 문건으로) 작성해서 김정은한테 (매일) 아침에 올리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 전화를 하는 겁니다. 소통하는 와중에 김계관 1부상이 북미국장 자리가 비어 있는데 이혼한 이력 때문에 국장으로 임명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그러자 김정은이 간부 담당 비서인 김평해한테 내가 승인한다고 해라고 해서 즉석에서 국장이 됐습니다. 2018 3월 즈음에는 한성렬이 북미국 담당 부상이었습니다. 한성렬은 2017 10월부터 국가보위성 예심국에서 조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최선희가 북미국장도 하면서 부상도 대행했습니다. 그러다가 20183월 국가보위성이 한성렬을 해임시켜야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북미 국장이었던 최선희가 담당 부상으로 올라갑니다.

 

진행자: 2017 10월 정도부터 한성렬이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러면 그때부터 최선희가 대행으로 실질적인 업무를 하고 있었던 셈이네요

 

류현우: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한성렬에 대해 부연해 드리자면 미국 담당 분야에 있었기 때문에 뉴욕에 있는 유엔 대표부에 두 번씩이나 나가서 외교관 생활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 (한국) 재미교포들하고 연계가 좀 많이 이뤄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재미 교포들로부터 돈을 받고 이를 딸 학비로 보장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돈이 소위 검은 돈이었다는 식으로 미제의 고용 간첩혐의로 2019 1월에 처형됩니다.

 

진행자: 최선희의 경우에는 이런 승진 행운이 겹치면서 윗자리로 올라가게 된 셈인데, 김계관의 추천도 상당히 영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계관과 최선희의 접점은 뭐가 있나요?

 

류현우: 최선희가 1980년대 외무성에 입직합니다. 그리고 처음에 입직한 것이 이 외무성 정세자료 및 번역국 영어번역실에서 번역을 맡아서 일했습니다. 1993년부터 미북회담이 진행됩니다. 그래서 1990년대 중반에 미북회담에 영입이 되는 거죠. 그때부터 북미국에 계속 있었고 김계관 1부상이 회담을 이끌어 갔으니까 회담에 영입이 된 이후부터 친하게 지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행자: 김계관이 주요 직책에 최선희가 아니면 안 된다고 김정은한테 얘기를 할 정도라면 사적으로도 굉장히 친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류현우: 제가 볼 때는 사적으로는 크게 친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김정은이 2019 2월 하노이회담 사전 준비를 위해서 모여 앉아서 토론을 하다가 물어봤다고 해요. 최선희가 일어나서 대답하면서 디테일하게 설명하니까 김정은이 동무는 조미회담의 산 증견자이지라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그럴 정도로 신뢰했다고 해요. 두 번째로는 변수가 있었습니다. 행운이 있었어요. 그 시기 김계관 1부상이 다리 통증 때문에 굉장히 아팠습니다. 제가 2017 6월인가 출장차 평양에 들어갔었던 적이 있습니다. 사무실에 갔는데 김계관 1부상이 없는 거예요. 어디 갔냐고 물으니, 황해남도 달천 온천이 유명하거든요. 거기에 김정은 배려를 받고 3개월 동안 가 있는데 올 때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3개월 동안 누가 대응을 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최선희가 북미 담당 부상을 하면서 1부상 역할도 3개월 동안 대행합니다. 그런 과정에 소통이 잘 되다 보면 김정은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그런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하노이회담 이후 김계관 1부상이 고문으로 물러서면서 1부상 자리에 최선희를 추천한 겁니다. 그리고 2022 6월 리선권이 외무상을 하다가 통전부장으로 가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외무상 자리가 비었고 외무성 1부상에서 외무상으로 올라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진행자: 말씀 들어보니까 최선희가 확실히 운도 굉장히 좋았는데, 김계관이 또 중간에 역할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김계관이랑 최선희가 도시락 모임 같은 것도 했다고요?

 

류현우: . 도시락 모임이라기보다도, 일부 사람들이 최선희와 김계관이 불륜 관계가 있지 않나 라는 식으로 외무성 안에서도 소문이 돈 적이 있었습니다. 김계관 1부상이 대체로 점심에 도시락을 집에서 가져옵니다. 그런데 혼자 먹기는 좀 그러니까 서기하고 같이 먹습니다. 거기에서 둘만 먹기는 또 그러니까 최선희가 여기에 합세한 겁니다. 그래서 3명이 도시락을 먹었는데 이것 때문에 아마 가깝다는 소리가 돌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진행자: 그래도 밥도 같이 먹을 만큼의 그런 인간적인 친분 관계는 있었던 거네요.

 

류현우: 그렇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선희의 급부상은) 제 생각에는 행운도 물론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운도 자기 실력이 보장이 돼야 빛을 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최선희라면 사업적인 측면에서나 능력이 보장됐기 때문에, 그리고 검증됐기 때문에 외무상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진행자: 네 오늘은 최근 몇 년 사이 고속 승진한 최선희 외무상에 대한 얘기 들어봤습니다. 류현우의 블랙北스, 다음 시간에도 북한 외무성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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