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우의 블랙北스] 미북 하노이 노딜의 후폭풍
2024.06.12
안녕하세요. 류현우의 블랙북스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지난 방송에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로부터 북한 최선희 외무상의 숨겨진 이야기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오늘 방송에서는 지난 2019년 2월 열린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실무를 책임졌던 인사들이 어떤 조치를 받았고, 어떤 후폭풍이 있었는지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오늘도 류 전 대사대리와 함께 하겠습니다.
진행자: 2019년 2월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됐습니다. 실무를 담당했던 사람 중 한 명이 최선희 외무상입니다. 결렬 이후 실무자들이 어느 정도 처벌을 받은 걸로 보도가 됐고 최선희도 일부 보도에서는 혁명화를 다녀왔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실제 최선희가 미북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았습니까?
류현우: 제가 알고 있기에는 그런 건(최선희의 처벌은) 없는 것 같습니다. 2019년 2월 미북 하노이회담이 끝난 이후 일부 사람들이 혁명화를 위해 (지방으로) 내려갑니다. 하노이회담이 노딜로 끝나지 않았습니까. 이에 책임을 지고 김혁철 등의 인사들이 사람들이 처벌받았습니다. 제가 김혁철에 대해서 말씀을 드린다면 이 사람은 북미국에 한 번도 있어 본 사람이 아닙니다. 9국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이 외무성의 대외 문건을 작성하는 곳입니다. 대변인 담화, 김여정 담화문을 하나하나 작성해서 발표하게끔 하는 곳이거든요. 그곳의 부국장이었습니다. 이 사람이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로 임명을 받아서 나갔다가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추방되지 않습니까? 귀국 후 외무성에 들어온 게 아니고 중앙당 선전선동부의 대외선전과라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강연을 맡아보는 그런 부과장을 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전문가도 아닙니다. (하노이) 회담 이후 김혁철은 노동혁명으로 6개월 나가 있다가 다시 올라와서 노동당 국제부 산하에 있는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성혜 통일전선부 정책실장은 농촌에 혁명화를 갔다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으로 다시 올라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통전부가 해체된다는 말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 이후에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신해영이라는 통역사가 있지 않았습니까? 혁명화는 가지 않고 인민대학습당 자료 조사연구사로 발령 받아서 갔습니다. 리용호 당시 외무상은 하노이 노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제 2019년 12월에 실각이 됐다고 보도가 되더라고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그 이유로) 실각됐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시기상 맞지 않거든요.
진행자: 그렇다면, 리용호는 ‘숙청’이 아니라는 말씀이신 건가요?
류현우: 제가 알고 있기에는 리용호가 2019년 12월에 실각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총살됐다는 얘기를 합니다. 이는 사실과는 멀다고 보고요. 제가 볼 때는 (리용호의 실각은) 하노이 노딜과 결부시켜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김혁철, 김성혜, 신해영을 비롯해 책임 있는 사람들이 다 혁명화를 갔고 노동혁명화 6개월을 마친 이후 자기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이 조치가 2019년 3월에 이뤄졌습니다. 그러니까 혁명화 나갈 사람은 다 나가고 책임을 물을 사람은 다 물었습니다. 그런데 2019년 12월, 8개월 정도가 지나서 이것을(미북 회담 결렬 책임론) 다시 꺼낸다? 하노이 노딜 책임을 지고 (리용호가) 물러났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제가 볼 때는 연대적인 큰 책임을 지고 사임했거나 혹은 은퇴를 했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진행자: 연대적인 책임이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 연대적인 책임이라는 게 뭐를 의미하시는 건가요?
류현우: 글쎄요. 제 문제 때문에 말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대체로 북한에서 탈북이라고 하면 정치적으로 큰 문제로 봅니다. 외무성에서 어느 탈북자가 발생했다고 하면 이에 따르는 문책을 묻게끔 돼 있습니다. 그래서 연대적인 책임을 지고 상 혹은 초급당 비서, 또는 제1부 상, 이 셋 중 하나가 문책을 받아서 혁명화 같은 조치를 받는다는 말씀입니다. 2016년 8월 즈음 당시 태영호 공사가 탈북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외무성 초급당 비서를 하던 허철이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이 사람이 좌천됐습니다. 외무성 초급당 비서에서 모란지도국 초급당 비서로 좌천됐는데, 정치적인 문제니까 누구 하나 책임을 져야 할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 11월에 이탈리아에서 한 사람이 또 탈북하고 그리고 2019년 9월 즈음 제가 쿠웨이트에서 탈북을 하지 않았습니까? 여기에 문책이 뒤따르거든요. (태영호가 탈북한) 2016년에는 리용호가 막 외무상이 됐을 때라 책임을 질만한 사람이 초급당 비서밖에 없었습니다. 2019년에는 초급당 비서가 그 때(2016년) 좌천이 됐으니 새 사람으로 임명됐을 것 아닙니까? 그리고 최선희도 막 1부상이 됐을 때거든요. 그러니까 책임 질 사람은 제일 오래 남아 있었던 리용호 외무상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모든 연대적 책임을 지고 은퇴했거나 혹은 좌천됐거나, 혹은 혁명화를 나갔을 수도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추측해 봅니다.
진행자: 미북 정상회담을 이끌었던 게 리용호인데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궁금합니다. 리용호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요?
류현우: 개인적으로 볼 때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유형의 스타일입니다. 그리고 리용호가 미국통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리용호라면 미국 담당 부상을 했기 때문에 미국통인 줄 알고 계시는데 사실 이 사람은 외무성 국제기구국 군축담당과에 있었던 군축 전문가입니다. 이 사람이 글을 쓰는 참사실에서 근무했거든요. 그리고 참사를 하다가 미국 담당 부상을 하고, 그 이후에 상이 된 그런 케이스입니다.
진행자: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리용호가 어느 정도 외무상 자리를 지키고 있기는 했는데, 그 이후 리선권이 외무상이 됐습니다. 리선권은 외무성 출신도 아닌데요. 이에 대한 당시 평가는 어땠나요?
류현우: 리선권에 대한 평가는 외무성 사람들 속에서 싸움 닭이라는 평이 있습니다. 굉장히 사납지 않습니까? 이 사람이 말투가 굉장히 폭력적이거든요. 굉장히 거칩니다. 이 사람이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에서 계속 근무했었고 남북 군사 실무회담의 대표단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이 사람이 대좌로 전역을 했는데 이후 조평통 서기국장까지도 했던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외무성하고 사실 아무런 관계가 없었거든요. 그런 사람이 외무상이 됐다는 건 기상천외한 일이나 마찬가지죠. 과거 백남순 외무상도 물론 조평통 서기국장을 했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노동당 국제부에서 일하다가 통전부, 조직지도부 부부장까지 했었습니다. 백남순은 외무성에 대한 일정한 이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군인 출신인 리선권은 외교 사업에 대한 건 아마 일절 몰랐을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인사가 외무상이 된 건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류현우: 이 사람이 원래 아첨꾼이거든요. 위에는 아첨하고 아래 사람들한테는 윽박지르는 그런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그리고 다혈질입니다. 아마 아첨이라는 것을 싫어하는 독재자는 없을 겁니다. 김정은도 옆에 리선권과 같은 그런 사람을 아첨꾼으로 둔 거죠. 그래서 외무상으로 발탁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진행자: 리선권이 외무상으로 있을 때 제 역할을 했다고 보십니까?
류현우: 저는 외무상으로서의 역할은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외무상이라는 그 직책 자체가 대외 활동을 기본으로 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대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해외에 자꾸 나가야 되잖아요. 또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소통도 해야 되는데 이 사람이 외무상이 된 시점이 2020년 1월입니다. 코로나가 터지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모든 나라들이 국경을 봉쇄하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받지 않았거든요. 저도 2019년 9월 탈북해서 한국 사회에 배출되어 나온 게 그해 12월 말입니다. 저도 한 달 있다가 2월 즈음부터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도 있다 보니 밖을 왔다갔다 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북한도 2023년 8월 즈음부터 국경을 열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4년여 동안 문을 꽉 닫고 있었기 때문에 리선권이 대외 활동을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봅니다. 외무상이 됐지만 자기의 역할을 원만하게 수행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미북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실무자들이 어떤 조치를 당했는지, 외무성 상황은 어땠는지에 대해 들어봤는데요. 당시 회담 책임자급 인사들이 관련된 조치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 조금 놀라웠습니다. 류현우의 블랙北스, 다음 시간에도 북한 외무성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