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우의 블랙北스] 외무성 실세 ‘북미라인’, 대미 북핵협상으로 급부상
2024.06.26
안녕하세요. 류현우의 블랙북스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지난 방송에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로부터 북한이 대미 외교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외무성의 실권은 이른바 ‘북미라인’들이 거머쥐고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외무성의 권력이 이른바 ‘북미라인’으로 고착된 배경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오늘도 류 전 대사대리와 함께 하겠습니다.
진행자: 북한에 좀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김계관’, ‘강석주’와 같은 인사에 대해서는 친숙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사대리님께서도 이들과의 인연이 있으셨습니까?
류현우: 강석주 1부상의 아들하고 제가 동기, 동창입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강석주 1부상이라고 하게 되면 제네바 합의를 이룬 사람이 아닙니까. 그때부터 2010년까지 1부상으로 계속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김정일 시대 북한 외교를 총괄했던 핵심 멤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아직도 강석주에 대해 기억나는 게, 1차 핵실험을 진행했을 때입니다. 10월 10일이 노동당 창건일입니다. 그래서 (이에 앞서) 명절 공급을 내준다고 해서 외교관들이 공급을 받느라 줄을 서 있는데 외교관들에게 모두 4시까지 강당에 모이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그때 (강석주가) 위대한 장군님께서 기쁜 소식을 우리 사회주의 수호전의 대외 전선을 맡은 외교 전사들한테 먼저 알려주라해서 핵실험에 성공했다는 걸 동무들에게 알린다고 얘기 하더라고요. 그때 강석주 1부상이 손수건을 가지고 눈물을 훔치더라고요. 제 생각으로는 1993년부터 비핵화 회담과 관련해 고생을 하지 않았습니까? 만감이 교차됐겠죠. 그때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김계관 1부상에 대해서 말씀을 드린다면 법 없이 살 정도로 조용한 사람이고 품성이 괜찮은 사람입니다. 이 사람 아내는 평양외국어대학 불어과를 졸업했는데 (김계관과) 동기, 동창입니다. 그런데 아내가 불어를 너무 잘했습니다. 김일성의 후처 김성애가 70년대에 조선민주여성동맹 중앙위원회 위원장을 했는데 여기에 배치 받아서 김성애 불어 통역을 했습니다. 김정일이 정권을 잡고 후계 구도로 넘어가면서 곁가지를 규정하고 김성애, 평양시당 책임비서 김성갑, 김평일, 김영일, 김경진 등을 모두 해외로 내쫓습니다. 김성애의 측근들은 모두 정치적으로 매장시킵니다. (김계관 아내가) 통역을 했으니까 김계관도 발전하기 힘들지 않습니까. 그래서 해외에 많이 못 나가 봤습니다. 그런데 김계관이 정말 글을 잘 씁니다. 명석해서 참사까지 올라갔는데 1993년부터 강석주 1부상이 조미회담 대표단장으로 가면서 참사였던 김계관을 대표단에 참여시킵니다. 1993년부터 북미회담의 모든 과정을 관장하게 되죠. 그렇게 김계관은 1부상까지 오른 케이스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김계관이 1부상이 되기 전인 미국담당 부상, 그러니까 당시로는 부부장이 된 계기가 굉장히 북한스럽더라고요?
류현우: 그것도 굉장히 웃기는 얘기입니다. 1994년 7월 북미회담이 제네바에서 진행됩니다. 7월 8일 김일성이 사망하거든요. 그래서 대표단이 철수하겠다고 얘기하고 돌아옵니다. 귀국해서 모든 조의 행사에 참가한 이후에 다시 (북미회담에) 참여합니다. 그리고 1994년 10월에 제네바 합의를 이룹니다. 합의 내용을 보면 북한 입장에서는 비핵화를 대가로 받는 게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북핵이 큰 전진을 이룬 때도 아니라서 김정일은 굉장히 기분이 좋았단 말입니다. 어찌 됐든 이 사람들(회담 실무자들)을 위해 목란관에서 연회가 열립니다. 그런데 김계관이 참사 직급 아닙니까. (김정일이) 김계관에게 “부부장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했습니다. 그래서 김계관이 김정일과 담화를 나누고 마지막에 “장군님 저는 직분이 참사입니다. 부부장이 아닙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김정일이 “아 그래? 그럼 오늘부터 부부장해.” 이렇게 돼서 부부장이 됐습니다.
진행자: 이 질문은 좀 이른 감이 있을 수 있는데요. 최선희 외무상 이후 외무성에서 주목받을 만한 인사라고 할까요? 주목하고 계신 분이 있으실까요?
류현우: 최근 김은철 미국 담당 부상이라고 있지 않습니까? 김은철 부상이 뉴욕에서도 근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앞으로 미국을 상대로 하는 데 미국 전문가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 사람이 북미국에도 있었고 또 9국(전략기획국)에도 있었고 뉴욕 대표부를 거쳤고 하니, 모든 중요 단위에서 업무를 경험해 보지 않았습니까? 그러다 보니 이 사람이 앞으로 북한 외교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앞서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외무성 제1부상, ‘미국통’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미국 담당 외교관들은 어떻게 선발합니까?
류현우: 김일성종합대학 외문어학부에서는 6개 말밖에 가르치지 않습니다. 영어, 중어, 로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그다음에 독일어, 이렇게 가르칩니다. 나머지 언어들은 다 평양외국어대학에서 가르쳐 줍니다. 평양외국어대학에서 가르치는 언어는 제가 알고 있기로는 18개국어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필요한 인원을 양성해서 잘 하는 사람들은 외무성에 보내거나 혹은 대외경제성, 정찰총국 등 외국어를 전문으로 사용하는 분야에 배치합니다. 영어를 하면서도 아주 잘하는 사람들이 있잖습니까. 최선희와 같은 케이스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영어 번역실에서 근무했었거든요. 어학적으로 완벽한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을 체계적으로 키웁니다. 북미국의 1과, 2과, 3과, 이런 식으로 돌리면서 키우는 거죠. 그래서 이 사람이 어느 정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게 되면 뉴욕 주재 북한 대표부, 제네바 등에 보내 경험을 쌓게 합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을 위주로 북미국을 꾸리는 거죠. 북미국에 있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우수한 사람들을 영입을 해서 가르치니까 미국 전문가로서 베테랑이 되는 겁니다. 10~20년 정도 한 우물을 파는 거죠. 최선희도 이런 케이스입니다.
진행자: 그럼 미국통은 이런 과정을 통해 미국 측 인사와 교류하고 이를 통해 외교적 역량, 인맥을 쌓은 사람을 의미하는 겁니까?
류현우: ‘미국통’이라고 하게 되면 북한에서는 한국처럼 그 나라 사람들과의 인맥이 있는 게 아니라 미국에 대해 좀 알고, 뉴욕 대표부에서 근무했고, 그리고 미국 담당국에서 오랫동안 일을 한 사람을 의미합니다. 북미국 정세분석과에 들어가게 되면 인공 위성으로 보는 TV의 안테나가 따로 있습니다. 거기서 CNN과 폭스뉴스를, 그러니까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같이 봅니다. 미국담당국에 있는 사람들이 매일 돌아가면서 순번제로 이걸 보고 (관련 보고서를) 저녁마다 작성하거든요. 그래서 이 사람들이 자연히 미국의 정치, 정세, 경제에 대한 걸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외무성이 북한 외교를 담당하니까 국제적으로 외무성 인사들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만큼 북한 내에서 외무성의 위상도 궁금합니다.
류현우: 북한의 외교는 크게 ‘당 외교’, ‘국가 외교’로 나눌 수 있습니다. 북한을 비롯해 공산권 나라들은 집권하면 하나의 정당이 끝까지 갑니다. 이런 공산당이 집권하는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당들 간의 상호 국제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집권한 당마다 대외 관계를 주 업무로 맡아보고 있는 부서들을 마련해 놓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의 노동당에는 국제사업부가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 안에는 대외연락부가 있고요. 그런데 1988년 이후부터 동유럽 사회주의 나라들이 무너집니다. 1991년 12월 소련이 완전히 붕괴되고 러시아가 다시 태어납니다. 그러면서부터 북한의 노동당 국제부가 중국과의 사업을 기본으로 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국가 외교라고 할 때에는 대체로 외무성이 맡아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외무성의 기본 사명은 미국을 비롯한 적대 세력들의 고립, 압살 책동으로부터 북한의 사회주의 제도를 수호하는 것이거든요. 1993년부터 북미회담이 시작되고 1993년 3월부터 1차 핵 위기가 일어나지 않습니까?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준전시상태 선포 등 연속적으로 대미 사업의 중요성이 노출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외무성이) 내각이나 당 국제부를 거치지 않고 바로 김정일한테 보고하는 체계가 확립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김정일이 미국과의 모든 사업 창구는 일원화하라는 방침을 내립니다. 그렇게 되면서 외무성의 위상이 점점 올라가고 국가 외교를 외무성이 맡아 하게 된 것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대리로부터 북한 외무성의 권력을 왜 ‘북미라인’이 차지하게 됐는지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류현우의 블랙北스, 다음 시간에도 류 전 대사대리와 함께 청취자 여러분들을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박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