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우의 블랙北스] 중동 북 노동자들, 임금문제로 직장장 집단폭행?
2024.08.21
안녕하세요 류현우의 블랙북스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지난주부터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께서 쿠웨이트에서 겪었던 경험담을 얘기해 주시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강화하기 이전까지는 쿠웨이트를 비롯한 중동 지역에 상당히 많은 규모의 북한 인력들이 파견됐습니다. 이들을 류 전 대사대리를 비롯한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관의 외교관들이 관리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쿠웨이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도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지난 2017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가 추방된 건 핵실험에 의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때문이었는데요. 이로 인해 쿠웨이트에 파견된 북한 인력들도 상당한 영향을 받았을 것 같습니다. 당시 상황은 어땠습니까?
류현우: 당시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레이트에 파견된 북한 인력들은 당장 철수를 해야 됐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사상적인 동요, 특히 탈북을 막기 위해 교양 사업, 대열 관리 강화, 대열 관리 실태를 평양에 매일 보고하라는 것, 그리고 대사관 직원들이 한 개 회사 씩 책임지고 사소한 사건·사고라도 제기되지 않게 하라는 평양의 지시가 하달됐습니다. 그런데 대사관에 남은 직원은 5명었습니다. 쿠웨이트만 해도 북한 노동자들이 파견된 회사가 8개 정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카타르 7개, 아랍에미레이트 8개, 이렇게 회사가 각각 존재했는데 대사관 인원 5명이 이를 모두 관할하지 못 하거든요. 그러니까 한 명씩 각 나라에 있는 그 북한 회사들을 맡는다 해도 2개 내지 3개 정도 회사는 맡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를 중복으로 맡는 직원들도 따로 있었습니다. 그리고 북한 노동자들이 미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당 나라 외무성에 이를 제기하고 정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도 함께 내려왔습니다. 사실 노동자들이 해외에 나온 기본적인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해서 나온 것입니다. 그러니까 돈을 벌기 위해 파견기간을 연장해서라도 한 푼이라도 더 벌고 가야 하는데 철수한다고 하면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정말 안쓰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자기가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지 못하면 큰 좌절을 느낄 것입니다. 그래서 당시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왜 귀국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면서 굉장히 큰 좌절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김정은 정권을 지키는 ‘핵’ 때문에 자신들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김정은 정권에 대한 노동자들의 좌절감은 말할 것도 없이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교양 사업과 대열 관리, 이런 부분을 말씀해 주셨는데 이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류현우: 먼저 교양 사업이라는 것은 북한 당국이 계속 해오던 것입니다. ‘충실성 교양’이라든가 ‘사회주의·애국주의 교양’이라든가 이런 교양을 계속해서 노동자들이 다른 생각을 가지지 못하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이런 교양 사업을 계속 강화하는 한편 대열 관리 사업을 잘 하라는 의미는 매일 행정적으로 몇 명이 일하러 나갔고 또 몇 명이 퇴근했고 그리고 현재 몇 명이 야간 작업을 하고 있는지 등 행정, 실무적인 문제를 대사관에 보고토록 하고 대사관은 이를 평양에 보고하는 체계를 확립하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중동, 아랍 국가들은 대체로 일조 시간이 길기 때문에 낮에는 정말 살인적인 더위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저녁에 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야간 작업을 할 때 30명 정도 되는 성원들이 노동 현장에 나갔다면 보위원이 같이 따라 나가든가, 혹은 직장장이 따라 나가든가, 부문 당 비서가 같이 따라 나갑니다. 그렇게 대열 관리를 하면서 노동자들이 탈북하지 못하도록, 이런 방향으로 내부 질서, 대열 통제 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쿠웨이트 노동자들의 미수금 관련해서도 말씀을 하셨는데 노동자들의 미수금 규모, 미수금 발생 배경 등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류현우: 노동자들의 임금이라든가 미수금 규모, 그리고 미수금 발생 배경 이유 이런 것에 대해서 말씀을 드린다면 중동의 아랍 국가들에 파견되는 북한 노동자들은 대체로 월급제로 현지 회사와 계약을 맺은 것에 따라 사증을 받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장, 당비서, 보위원 이런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고 노동자들이 벌어들이는 총액에서 같이 나눠 받으려면 월급제는 적절치 않습니다. (월급제로 계약하면) 이 사람들은 월급을 받지 못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노동자들이) 월급을 타서 국가 납부금으로 계속 받치다 보면 실수령액은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방법을 택하냐면 절반 인원은 월급을 받게 하고 나머지 절반 인원은 월급을 받지 않고 도급제 형식으로 계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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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어떤 기초 공사를 하는데 이에 필요한 콘크리트 작업량을 북한 노동자들한테 줍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 회사가 계약해서 북한 노동자들이 할당된 콘크리트 기초 작업을 하는 걸로 계약을 맺습니다. 콘크리트 작업을 하자면 철근과 같은 다른 자재들도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철근 조립공, 그리고 또 콘크리트공, 혼합공, 이런 사람들이 모두 필요합니다. 그래서 1입방 당 단가로 50달러 정도의 계약을 맺습니다. 그렇게 2000입방에 대한 작업을 하게 되면 10만 달러 정도를 받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공사가 다 끝난 직후 비용, 임금을 당장 받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 발주한 현지 회사가 현지 정부에 (비용·임금 지급을 위한) 서류를 제출하고 해당 정부가 담보금 같은 명목을 떼고 비용을 줍니다. 그래서 작업한 비용을 받을 때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당시 미수금 문제가 발생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 미수금을 받기 위해서 쿠웨이트 북한 대사관이 정부적인 차원에서 해당 국가 외무성에 각서를 낸 데 기초해 건설주로 돼 있는 현지 회사와 조율해서 자금을 빨리 지급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현지에 파견된 북한 회사들은 실무적으로 더 잘 알기 때문에 (직접) 2019년 말까지 못 받은 미수금을 다 받을 수 있도록 작업을 따로 합니다. (현지 파견 북한 회사들이) 대사관과 연합 작전으로 한쪽으로는 정부적인 차원에서 해결하도록 활동하고 또 한쪽으로는 북한 회사들이 자신들과 계약한 현지 시공주인 회사로부터 돈을 받도록 하기 위한 활동도 따로 했습니다.
진행자: 미수금 문제를 말씀하셔서 생각나는 사건이 있습니다. 올해 초 중국 지린성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임금체불 문제로 파업 및 폭동을 일으켰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습니다. 혹시 쿠웨이트에서도 이 사건과 유사한 움직임이 있었습니까?
류현우: 예, 있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바로는 2017년 5월인가 6월 즈음으로 기억됩니다. 그때 카타르에 남강 건설 회사라고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인민무력부, 현재 국방성인데요. 국방성 내 공병군단이라고 있었는데 이 공병군단이 파견한 회사가 남강 회사였습니다. 그러니까 파견된 사람들은 100% 군인이었습니다. 그런데 군인들이다 보니까 현지에서 생활비를 제대로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군인들 몇몇이 분노했고 울분을 토로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직장장을 한 번 혼내자고 생각해서 소수의 사람들이 직장장을 자루로 덮어서 꽁꽁 묶어 가지고 천장에 매달아 놓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매달아놓고 몽둥이로 때린 것 같아요. 그 이후 직장장이 구타당한 것이 대사관 당 비서, 보위원한테 직보로 보고됐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카타르에 직접 가서 확인했더니 월급을 주지 않았던 것이 문제가 됐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다른 직장은 월급이 나오는데 왜 우리 직장에서는 월급이 안 나오냐고 해서 일부 사람들이 분노했던 것 같습니다. 직장장은 계속 몰래 노동자들이 받아야 할 돈을 따로 빼돌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직장장은 군관 아닙니까. 또 파견 노동자들은 사병이고. 그러다보니까 (그 직장장은) 사병의 돈을 자신이 빼돌려도 별 문제 없겠지라는 생각에서 아마 임금을 착복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 직장장은 너무 맞아서 병원에 입원하고 있다가 바로 귀국했습니다.
진행자: 소규모이긴 하지만 집단 행동이 일어났던 사건인데요. 그러면 해당 사건에 대해 북한 당국 차원의 특별한 조치가 있었습니까?
류현우: (저희 쿠웨이트 대사관 측에서) 조치를 취하려고, 또 사실을 확인하려는 차원에서 담화를 해봤습니다. (직장장의) 눈을 가리고 자루로 씌웠으니, 직장장도 누가 때렸는지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때린 사람도 2~3 명이 때린 것으로 짐작이 가지만 이 사람들 자체가 일체 얘기를 하지 않으니까 누가 때렸는지 모르는 일 아닙니까? 그리고 또 이 사건이 노동자들 속에서 확산되는 경우에는 이로 인한 영향도 나쁘기 때문에 이를 더 이상 확산시키지 않으려고 내부 차원에서 이걸 다 덮었습니다.
진행자: 올해 초 중국 지린성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수천 명이 임금 체불에 항의하며 파업과 폭동을 일으켰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습니다. 지난 2017년경 중동에서도 비록 소규모 소동이긴 했지만 이와 유사한 성격의 사건이 일어났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오늘도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대리와 함께 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