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곳은 많다!! 호텔 영선기사, 김희철 씨(2)

서울-김인선 xallsl@rfa.org
2021-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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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곳은 많다!! 호텔 영선기사, 김희철 씨(2) 전기 가스안전공사 직원과 민간전문가들이 건물 안전 진단을 체크하고 있다.
연합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 안녕하세요.

 

김인선: 통일부가 2019년에 실시한 탈북민 정착 실태 조사에 따르면, 탈북민 4명 가운데 1명은 하루 일한 만큼 돈을 받는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의 정착을 위해 안정적인 일자리가 아직은 많이 필요한 것 같은데요. 탈북민을 지원하는 하나재단에서는 영농정착 지원사업과 버스운전자 양성사업 등 탈북민들을 위한 각종 취업지원 사업을 펼쳐오고 있습니다. 잘 찾아보면 이렇게 도전해볼 만한 일자리들이 꽤 많은데요. 몰라서, 혹은 겁나서, 아니면 아직 준비가 안 돼서 기회를 놓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이 시간 함께 하시면서 다시 한 번 도전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난주에 이어 오늘 소개해 드릴 분은 스스로의 힘으로 안정된 일자리를 찾은 김희철 씨인데요. 희철 씨는 여의도에 위치한 호텔에서 건물 외형을 점검하고 보수하는 일을 하는 영선기사로 근무한다고 했죠?

 

마순희: . 맞습니다. 김희철 씨는 탈북민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곳인 호텔에 취업을 했는데요. 자격증을 갖추고 기술까지 익혔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탈북민 초기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을 수료하고 희철 씨는 공장이 많은 구미로 거주지를 정했는데요. 생각과 달리 취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운전면허와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중장비학원에 등록해 기술도 익혔지만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서울에 정착한 하나원 동기들이 전기학원을 졸업하면 취업하기 쉽다며 서울로 올라오라고 하더랍니다. 희철 씨는 북한에서부터 전기 부분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터라 서울로 거주지를 옮겼고 친구들과 함께 전기학원을 다니면서 기술을 열심히 익혔습니다. 학원을 마친 후에는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에서도 구미에서처럼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김희철 씨는 탈북민을 지원해주는 기관을 통하면 비슷한 처지의 탈북민이 많기 때문에 자신에게만 기회를 줄 수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직업소개소를 찾아갔습니다. 수입의 일부를 수수료로 지불해야 하는 곳이지만 일자리를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소개소에서는 희철 씨가 취득한 자격증이 필요 없는, 하루 일한 만큼 돈을 받는 일용직 일을 연결했습니다. 자동차에 기름을 넣는 주유소일부터 건설현장 일까지 어떤 일을 연결해줘도 희철 씨는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늘 성실히 임하는 모습 덕분이었을까요? 직업소개소에서 보다 안정된 직장을 연결해줬습니다. 그곳이 바로 지금까지 일하고 있는 서울의 한 호텔입니다.

 

김인선: 김희철 씨의 성실함이 신뢰감을 주었고 무엇보다 희철 씨가 갖춘 여러 자격증들이 취업으로 이어지게 해준 거겠죠. 직업소개소에서는 연결을 해줘도 최종합격을 보장해 주진 않으니까요.

 

마순희: 맞습니다. 희철 씨는 면접시험을 보고 취업에 최종적으로 성공했습니다. 한국정착 5년 만에 안정된 일자리를 찾은 겁니다. 영선기사로 2014년부터 지금까지 8년 째 근무 중이랍니다.

 

김인선: 여기서 잠깐, 기술자에 대해 짚어볼게요. 호텔은 물론 아파트, 건물마다 다양한 시설기사들이 일하고 있는데요. 하는 일에 따라 호칭이 다 달라요. 기계와 전기를 다루는 분을 기전기사라고 하고요. 화재소방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분은 방재기사, 난방설비를 점검하고 관리하는 분은 설비기사라 하죠. 건물의 출입문과 조형물, 건물의 외형적 노화를 점검하고 보수하는 일들을 하는 분을 영선기사라고 하는데요. 전기설비에 관심이 많고 관련 자격증까지 취득한 희철 씨가 기전기사가 아니라 영선기사로 일하시네요?

 

마순희: . 하는 일에 따라 세분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두, 세 가지 일을 모두 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특히나 영선기사는 다기능공으로 어떤 일이든 다 할 수 있는 기술자라고 하는데요. 중장비 자격증부터 전기관련 자격증까지 여러 가지 능력을 갖춘 김희철 씨에게 제격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희철 씨를 만나 보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시더라고요. 호텔을 찾아오는 고객들이 불편함이 없이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이젠 자신의 사명이 됐다고 합니다. 조금만 주위를 살펴보면 고객들의 사소한 불편이 보이고, 자신이 조금만 움직이면 불편함이 없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누가 시키는 사람이 없는데도 손 볼 곳이 보이면 퇴근 시간 이후에라도 미비한 곳을 반드시 손을 보고야 직성이 풀린다는 희철 씨입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퇴근 시간이 지난 줄도 모르고 일에만 몰두할 때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김인선: 직접 만나보진 못했지만 이런 분을 바로 장인이라고 하는 거죠. 기술직의 경우 일정기간 동안 계약을 하고 일하는 계약근로자가 많거든요. 하지만 김희철 씨처럼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분은 회사 측에서도 욕심을 내기 마련이잖아요. 다른 곳에서도 함께 일해 볼 생각 없냐고 제안을 받았을 것 같은데요?

 

마순희: . 맞습니다. 간혹 더 높은 급여나 처우를 이야기하며 다른 곳에서 일자리를 제안하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희철 씨는 지금의 일자리에 만족하고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북한에 살고 있었다면 평생 농사꾼으로 일생을 마쳐야 했을 자신인데 대한민국에 와서 이렇게 좋은 호텔에서, 하고 싶던 전기설비를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는 희철 씨입니다. 그러기에 희철 씨는 오늘도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해 높은 책임성을 가지고 성실하게 해 나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술은 꾸준히 익혀야 하고 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기술이 나오기 때문에 배움에도 게을리 할 수 없다고 하는데요. 교육기관에 가서 배울 시간은 안 되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기술을 배운다고 하더라고요. 일단 설비에 문제가 있으면 직접 해당업체에 전화를 하여 기사들이 오면 그들이 일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잘 배워 두었다가 자신의 기술로 만들었고 눈으로 보는 것은 무엇이든지 따라 배우는 것이 자신의 재능이라면서 말이죠. 회사에서도 자신의 성실성을 인정해주고 배우면서 일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겸손한 자세로 말하지만, 김희철 씨의 노력 없이는 얻을 수 없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김인선: 탈북민 중에는 간혹 한국에 와서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북한에서처럼무슨 무슨 일을 해라하고 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분도 있더라고요. 그런 분들에게 김희철 씨를 소개해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마순희: 맞습니다. 한국에서는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선택해서 하라고 하는데 한국 온 지 얼마 안 된 탈북민들에겐 아무래도 좀 어렵죠. 하지만 살다 보니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오래 일할 수도 있고 또 일하면서도 더 보람을 느끼면서 하게 되더라고요. 처음 왔을 때에는 갑자기 차례진 자유가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하시는 분들도 간혹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런 선택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스스로가 알게 된답니다.

 

희철 씨는 부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면서 배웠던 여러 교육들이 정착에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같은 처지의 탈북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조금만 노력하면 능히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 잘 정착하는 것은 화려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적성에 맞는 일자리가 있고 마음 편안히 살아가는 것이라는 김희철 씨인데요. 김희철 씨의 이야기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삶에 귀감이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희철 씨는 정년퇴직할 때까지 호텔에서 지금처럼 영선기사로 열심히 일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하는데요. 그 꿈이 꼭 이루어지기를 저도 함께 바래봅니다.

 

김인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자긍심이 얼마나 큰지.. 김희철 씨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화려하고 멋진 호텔의 모습 뒤에서 숨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을 영선기사, 김희철 씨! 정년퇴직할 때까지 호텔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그 꿈.. 꼭 이루셨으면 좋겠네요.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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