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 웰빙네 건강쌈, 박정은 씨(1)
2019.06.20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김인선: 네. 날이 무척 더워졌어요. 이럴 때 건강관리를 잘 해야 하는데요. 마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여름철 건강관리를 하세요?
마순희: 우선적으로 무더운 한낮에는 야외활동을 될수록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낮에 움직일 일이 많다면 강한 햇빛을 차단해 주는 화장품, 선크림을 바르기도 하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건강을 위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영양섭취를 잘 하기 위해서 건강한 먹거리를 찾기도 한답니다. 한국에서는 맛과 건강을 고려한 음식인 웰빙음식을 선호하는 열풍이 특히 대단하더라고요. 저도 한국생활 16년차가 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웰빙을 따라가게 됐습니다.
김인선: 그런데 지금 이 방송을 듣고 있는 분들에겐 ‘웰빙’이라는 단어가 생소해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마순희: 네. 웰빙의 본래 의미는 복지나 행복의 정도를 의미하는데요. 특정한 생활방식을 가리킬 때도 사용되고 또 건강에 좋은 제품을 수식할 때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익숙하게 여겨지지만 처음엔 저에게도 ‘웰빙’은 낯선 말이었습니다. 정착 초반엔 일밖에 몰랐으니까요. 지금은 일도 여가도 적당히 즐기면서 살게 됐고 맛집을 찾아서 몇 시간씩 차를 타고 가는 것도 전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됐습니다. 한국의 경우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더라고요. 그러다보니까 맛과 건강을 고려한 음식점이 인기인데 마침 오늘 소개할 성공사례의 주인공, 박정은 씨가 운영하는 음식점도 ‘웰빙네 건강쌈’이에요. 신선한 남새를 다양하게 먹을 수 있고 곁들여 먹는 음식도 닭고기, 돼지고기, 오리고기까지 다양하게 준비돼 있습니다.
김인선: ‘웰빙네 건강쌈’이라는 음식점 이름에서 정은 씨가 건강을 중요시 한다는 게 느껴지는데요. 남한 사람들이 건강한 음식을 선호하기 시작한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마순희: 경험을 통해 연구하고 노력을 했다고 할까요? 정은 씨는 북한을 떠나 중국에서 몇 년을 체류하면서 김치장사부터 시작하여 냉면 식당에서 일하면서 8년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고 합니다. 주변에선 정은 씨를 보고 부지런하고 눈썰미도 있고 음식솜씨까지 좋다고 자신의 가게를 내도 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는데요. 하지만 호적이 없었던 정은 씨는 자신의 이름으로 가게는 고사하고 저축도 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박정은 씨는 2009년 2월 한국에 왔고 단칸방에 초기 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가지고 나온 가방 두 개가 전부였지만 온 세상 행복을 독차지한 듯 기쁘기만 했다고 합니다.
하루 빨리 돈을 벌어서 자신의 이름으로 된 식당을 차리고 싶다는 일념으로 식당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그곳이 닭고기탕을 파는 백숙집이었습니다. 식당에서 일하면서도 단순히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식당을 운영해 나갈 사람의 입장에서 하나하나 배워 나갔다고 하는데요. 정은 씨에겐 미래를 위한 공부였던 겁니다. 남한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를 연구하고 익혔고 그렇게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친 박정은 씨는 20011년 6월, 그동안 모았던 돈과 아는 사람에게서 모자라는 돈을 빌려서 파산 직전이라 싼 가격에 나온 식당을 인수하게 되었습니다.
김인선: 음식솜씨만 믿고 준비 없이 식당을 차리는 탈북민 분들도 좀 있었잖아요. 박정은 씨는 굉장히 철두철미하게 준비과정을 가진 것 같은데요. 그래도 장사라는 게 쉽지 않거든요.
마순희: 네, 맞습니다. 세상은 정은 씨의 마음처럼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날에는 하루 종일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아서 빈 가게를 혼자 지키는 날도 있었다는데요. 그래도 1년 동안은 쉬는 날도 없이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식당에 매달렸답니다. 정성이 통했는지 한 번 온 손님이 다시 찾아오고, 그렇게 하나, 둘 단골이 생기면서 점차 가게가 자리를 잡아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파산직전의 가게를 비교적 싼 값에 인수해서 어느 정도 장사가 잘 되자 건물주가 계약금과 월세를 올렸대요. 도저히 그 가격으로는 재계약이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지금의 시흥으로 식당을 옮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김인선: 임대료를 내고 장사하는 분들 중 상당수가 같은 문제로 가게를 이전하는데요. 음식맛이 좋다면, 손님들은 이전한 곳까지 일부러 찾아 가기도 해요.
마순희: 맞습니다. 먼저 하던 식당의 단골손님들도 먼 거리를 마다 않고 다시 찾아오기 시작했다는데요. 한 번도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왔던 손님은 반드시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정은 씨의 영업비결 덕분이었습니다. 제가 찾아 갔던 날도 어르신 한 분이 찾아 왔는데 정은 씨는 일반 손님들에게 내 가는 밑반찬 외에 삶은 계란과 양념장을 함께 가져다 드리더라고요. 의아해 하는 저의 눈길을 의식했는지 정은 씨는 웃으면서 저 손님은 꼭 식사하기 전에 삶은 계란을 드시는 습관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단골손님의 취향까지 잊지 않고 챙겨주는데 어느 손님이 단골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장사도 중요하지만 손님들에게 더 맛있는 음식을 더 친절하게 서비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박정은 씨의 지론입니다.
저도 음식맛을 봤는데요. 오리고기를 매콤하게 양념해서 볶아먹는 오리주물럭에 신선한 남새쌈은 그 자리에서 정말 맛있게 먹었고요. 식구들을 위해서 누릉지한방오리백숙도 포장해 왔습니다. 평소에 오리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손주까지도 그릇을 박박 비울 정도로 맛있게 먹었거든요. 남새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싱싱한 남새가게를 통째로 가져다 놓은 것 같은 남새냉장고가 가장 인상 깊더라고요.
김인선: 음식점이니까 물론 맛도 좋아야 하지만, 사실 무슨 장사든 뒷받침 돼야 하는 게 홍보거든요.
마순희: 항상 웃음어린 박정은 사장의 친절봉사, 고객의 입맛과 건강까지 챙기는 웰빙음식이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 같습니다. 정은 씨가 식당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항상 제철에 나는 남새와 재료를 아끼지 말고 내가 먹는 음식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담아 정직하게, 깨끗하게 음식을 만드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젊은 손님들 마음에 쏙 들었나 봐요. 인터넷을 통해 ‘웰빙네 건강쌈’ 음식이 맛있다고 올린 거죠.
김인선: 건강음식이라 어느 정도 나이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젊은 손님이 더 많은가 봐요.
마순희: 고객층은 젊은 층도 있고 나이 드신 층도 있고 어린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온 분들도 있었어요. 물론 한방오리누릉지백숙, 한방토종닭 누릉지백숙, 한방 옻오리 능이누릉지 백숙 등 보양식들은 비싸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제육쌈밥, 우렁쌈밥, 삼겹살 등도 있기에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김인선: 맛집으로 손꼽힐 정도면 손님이 꽤 많겠어요?
마순희: 네. 한 번 왔던 사람은 두 번 다시 안 오고는 못 배긴다는 맛집으로 유명하니까요. 점심영업이 끝나고 저녁 영업이 시작되기 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찾아 갔었거든요. 그런데도 손님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시간에는 산악회 분들이 15명 정도 예약을 했다고 분주히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거의 매일 그런 정도는 된다고 하니 하루 매출도 장난이 아닐 것 같았습니다.
김인선: 산악회 같은 경우는 산을 함께 오가는 사교 모임이라고 해야 하나요? 남한에서는 그런 모임이 많아요.
마순희: 그렇죠. 그래서 제가 혹시 2호점을 낼 생각은 없는지 물었더니 아직은 생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양배추로 밑반찬을 만드는데 일일이 본인이 채 칼질을 해서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그런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를 알 것 같더라고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식당을 열었는데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손맛이 변하는 것보다 자신의 손으로 하나하나 그대로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김인선: 최고의 장사꾼은 사람을 얻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믿음, 그러니까 신용으로 얻을 수 있는데요.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정은 씨는 맛있는 음식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은 것 같습니다. 정은 씨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던 특별한 비결은 뭘까요? 못 다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집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과는 여기에서 인사드릴게요.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