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도시락업체대표 이정옥 씨 (2)

서울-김인선 xallsl@rfa.org
202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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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의 한 식당가에서 포장음식을 가득 실은 라이더가 배달을 나서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식당가에서 포장음식을 가득 실은 라이더가 배달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김인선: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서 도시락업체 대표 이정옥 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정옥 씨는 북한에서 요리전문가로 식당영업을 했던 분인데요. 한국에 와서도 자신의 경험을 살려 같은 일을 하고 싶었지만 자금 문제도 있고 또 시장조사 등 신중을 기하느라 먼저 직장생활부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음식장사를 시작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말이죠. 정옥 씨는 1년 반 정도 지나서 본인의 가게를 냈는데요. 탈북민들이 2-3년 내 안정된 직장을 찾았다고 해도 빨리 정착했다고 표현하는 걸 감안하면 굉장히 빠른 시일에 사장님이 되신 거잖아요?

 

마순희: 네. 정옥 씨는 회사에 다니면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맛을 찾고 연구를 했는데요. 점심시간엔 회사 주변의 여러 식당들을 이용해 보면서 음식의 맛과 서비스를 평가하며 분석을 했고 야간 근무를 할 때면 배달음식으로 저녁을 먹게 되니까 배달음식에 대한 연구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정옥 씨의 경우 북한에서부터 요리전문대학을 졸업하고 탈북하기 전까지 북한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분이라 일반 사람들보다 빨리 식당영업과 음식사업을 준비하고 추진할 수 있었던 겁니다. 회사를 그만둔 뒤로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그마한 식당을 차렸는데요. 과거의 경력만 믿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한국에 와서도 한식조리사기능사 자격증 같은 음식과 관련된 여러 자격증을 취득하며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김인선: 그래도 정옥 씨 식당에서 제일 잘 나가는 음식은 북한음식이라고 하셨죠?

 

마순희: 맞아요. 북한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으로 찹쌀순대를 대표 음식으로 내세웠는데요. 남한 사람들의 입에도 잘 맞는 새로운 음식도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남북한 사람들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점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손님들의 호응으로 정옥 씨는 음식점 사업을 확장시키게 됐습니다. 북한음식연구원을 만들고 음식제조업체를 설립했는데요. 매장에 와서 먹을 수 있는 식당사업은 물론, 전국의 유명한 식당에 북한음식을 납품하고 북한식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까지 하는 등 여러 사업을 병행했습니다. 정부기관이나 사회단체 등에서 정옥 씨가 대표로 있는 도시락업체를 즐겨 이용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도시락 주문이 적게는 100개 단위부터 많게는 천개 단위로 들어오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에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이정옥 대표는 같은 탈북민을 직원으로 고용하고 부업 일손이 필요할 때도 주변 탈북 어르신들에게 부업의 기회를 드린다고 합니다.

 

김인선: 이정옥 씨는 한국에 정착한지 이제 10년이 됐더라고요. 보통 5년이 지나서야 바깥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고 하는데, 정옥 씨의 경우 탈북민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큰 기여를 할 정도로 성공하신 것 같아요. 시작부터 남달랐던 것 같은데요. 탈북민의 경우 2-3년 내 안정된 직장을 찾았다고 해도 빨리 정착했다고 표현을 하는데 이정옥 씨는 1년 반 만에 사장님이 되셨잖아요?

 

마순희: 맞는 말씀입니다. 일반적으로 정착을 하면서 처음 나와서는 취직을 위해 직업훈련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하거든요. 취업준비를 하다보면 1-2년은 금방 지나가는데요. 그 기간에 회사를 다니면서 경험을 쌓고 자신의 사업까지 시작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요. 물론 정옥 씨의 경우에는 북한에서부터 해오던 전문분야이기 때문에 가능했겠지만 본인의 강한 의지가 이루어낸 성과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상에 앉아서 배우는 것보다 현장에서 일하면서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 더 빠르다고 하는 말도 있잖아요?

 

정옥 씨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식당사업의 일을 배우고 경험했기에 길지 않은 시간에 사장님이 될 수 있었던 겁니다. 북한요리를 가르치는 강사를 하면서 짬짬이 외식업 창업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박람회 같은 것이 열리면 시간을 내서라도 꼭 참관하면서 하나하나 배웠습니다. 자신이 운영할 식당의 음식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었다는데요. 다른 식당들과 차별화 하면서도 고객의 입맛에 어떻게 맞출 것인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탈북민들이 영업하는 식당을 자주 찾아가서 음식 맛을 보면서 자신의 가게를 내기 위한 준비사업을 거쳤었다고 합니다.

 

김인선: 같은 탈북민이라고 해도 자본주의 경험이 있냐, 없냐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더라고요. 중국에서 장사나 개인 사업을 했던 분들은 금방 한국에 온 사람들 같지 않게 잘 하는걸 보면 말이죠. 정옥 씨의 경우엔 북한에서부터 식당경영을 했으니까 자본주의를 경험한 셈이겠어요.

 

마순희: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북한도 저희가 살던 90년대와는 대비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자본주의적 시장이 발전하고 있어서 요즘 직행으로 한국에 오신 분들을 보면 저희들과는 대비도 안 되게 장사나 사업수완도 좋더라고요. 이정옥 씨의 경우 북한에서 합의제 식당을 운영했는데요. 수익의 일부를 국가에 수입금(세금)으로 내야 했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식당업은 화폐유통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업체거든요. 노력한 만큼 돈을 벌 수 있었기에 정옥 씨는 여러 가지 음식으로 식당운영을 했다고 하는데요. 2009년 화폐개혁이 강행되면서 은행에서 새 돈으로 교환할 수 있는 돈이 당시 1가구당 북한 돈 10만원(약 100달러)으로 제한돼 버렸습니다. 나머지 북한 돈이 순식간에 휴지장이 된 거죠.

 

그 일로 정옥 씨는 탈북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2010년 9월에 한국에 입국한 정옥 씨는 북한에서 식당영업을 하던 사람이었기에 큰 두려움 없이 한국에 와서도 관련분야의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한국에 온지 5년도 안 된 사이에 식당도 차리고 북한음식연구원도 만들고... 정옥 씨의 능력도 사업수완도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 식당을 열었을 때는 단골도 없었고 아는 사람도 적었던 지라 1년 정도는 어렵게 식당을 운영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단골이 늘더랍니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던 고객들도 먼 길을 마다않고 다시 찾아주는 식당이 됐다고 하는데요. 좋은 음식을 만들려면 좋은 식재료가 기본이라는 원칙을 반드시 지키는 정옥 씨였기에 주변 시장에서도 가장 신선하고 좋은 재료만을 고집하는 까다롭고 꼼꼼한 사장으로 소문이 날 정도라고 하니 정옥 씨의 음식 맛을 향한 강한 집념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김인선: 요즘 내 사업을 하고 싶어 하는 탈북민들을 꽤 접하게 되는데요. 특히 북한음식으로 음식점을 차리려는 분들도 많으시더라고요. 그런 분들에게 정옥 씨가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고요?

 

마순희: 네. 자신의 식당을 운영하면서 북한민속음식연구원 원장이기도 한 이정옥 대표는 정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를 정하는 것이라고 전해주고 싶다고 합니다. 목표가 명확해야 한 눈 팔지 않고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물론 그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과 고통을 감내해야 하지만 그것 역시 목표 가 분명하면 어려움을 줄일 수도 있고 성취 의지도 더 크다고 생각한다는데요. 잘 자라던 나무도 옮겨 심으면 물도 주어야 하고 더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주어야 새로운 곳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것처럼 우리들 자신도 우리가 이루어 놓은 사업도 늘 물을 주고 가꾸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정옥 대표는 앞으로 고급 북한식 음식점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탈북민 고용도 늘어나고 우리 탈북민들이 먹고 사는 것과 자립을 돕는 일이기에 꼭 이루고 싶다는 겁니다. 자신 혼자의 성공적인 정착이 아닌 우리 탈북민들과 더불어 정착하고 성장하고 싶다는 이정옥 대표님! 지칠 줄 모르는 대표님의 열정과 꿈이 현실로 실현되길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김인선: 더 많은 탈북민들의 고용창출을 했으면 좋겠다는 정옥 씨의 바람을 꼭 이루시길 바라면서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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