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순희의 성공시대] ‘로망’ 이룬 탈북민 이야기(2)

서울-김인선 kimi@rfa.org
2024.11.28
[마순희의 성공시대] ‘로망’ 이룬 탈북민 이야기(2) 지게차 일을 하고 있는 김상진 씨.
/ 김상진 씨 제공

안녕하세요? ‘마순희의 성공시대’ 진행을 맡은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 안녕하세요.

 

김인선: .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서 김상진 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아무런 연고도 없는 경상도 울산 지역에서 정착생활을 시작한 분이셨죠?

 

마순희: , 맞습니다. 상진 씨는 2014 10월에 한국에 입국해서 남자가 일할 만한 자리가 제일 많은 곳이 울산이라는 누군가의 말만 믿고 경상도 지역에 거주지를 받았는데요. 처음 입사한 회사에는 남자 직원이 상진 씨 한 사람 뿐이었습니다. 자동차의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나 조수석 앞에 설치된 상자 모양의 수납공간, 자동차 콘솔박스를 만드는 회사였는데 상진 씨 빼고 모두가 여성이었습니다. 상진 씨는 경상도 여인들의 말투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다고 하는데요. 경상도 말투는 높낮이가 있고 말이 짧은 데다가 억양은 강해서 화가 난 것처럼 들리기 때문에 상진 씨가 적응하기 힘든 말투였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결국 상진 씨는 3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 두고 건설현장에서 하루에 얼마씩 일정한 품삯을 받고 일하는 일용직 일을 시작했습니다.

 

아파트 건설현장 소방 설비를 설치하는 현장에서 ‘조공을 했고, 1년 만에 기술자인 기공이 되었습니다. 점점 수입이 올랐고 생활도 안정되면서 탈북 여성을 만나 가정도 꾸렸습니다. 얼마 후 두 사람 사이에는 아이도 생겼는데요. 상진 씨는 장차 태어날 자녀를 위해서는 보다 더 안정적인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탈북민 지원정책 중 하나인 자격증 취득 장려금을 주는 제도를 통해 교육비 지원을 받고 중장비 학원에서 지게차와 포크레인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담당 형사님의 소개로 상진 씨는 영업용 지게차 회사에 곧바로 취직이 됐는데요. 현장에서 마주한 지게차 운전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경험이 없다 보니 아무리 열심히 작업을 한다고 해도 가는 곳마다 잘못한다고 핀잔을 듣기 일쑤였는데요. 상진 씨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헤쳐 나갔습니다.

 

김인선: 상진 씨는 매일 2시간 일찍 출근해서 사무실 청소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성실함을 보여줬잖아요?

 

마순희: . 김상진 씨는 지게차를 운행하는 작업장에서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다가갔습니다. 영업용 지게차 회사는 한 곳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장이 수시로 변하는데 상진 씨는 새로운 작업장에 가면 자신은 탈북민인데, 아직 모르는 것이 많고 미숙하지만 열심히 일하겠으니 많이 배워 주시고 예쁘게 봐 주십사 하고 먼저 자신을 소개했다고 합니다. 지게차 작동이 경력자처럼 능숙하지 못하고 기능이 안 되니 실수로 물건을 넘어뜨리고 엎어버리는 경우도 생겼는데, 그럴 때면 지게차를 멈추고 내려가서 다시 물건을 제대로 수습하고 다시 올라가서 운전을 하는 등 몸으로 때우기도 했습니다.

 

이런 행동이 상진 씨를 특별하게 만들었는데요. 사실 다른 기사들은 실수를 저질러도 절대로 운전석에서 내리지 않았습니다. 현장 작업자들이 원상복구를 한 다음에 작업을 하는 것이 통상적이었는데 상진 씨는 본인이 직접 원상복구를 하고 다시 작업을 한 것이었습니다. 현장에서는 똑같은 급여를 주니까 능숙한 경력자를 찾습니다. 상진 씨처럼 실력이 부족하면 업체에서 회사에 전화를 하게 된다고 합니다. 앞으로 그 기사는 보내지 말라고요. 상진 씨는 그런 전화가 회사에 가지 않게 하기 위해 몸으로 헌신하면서 열심히 했던 것입니다.

 

김인선: 상진 씨의 노력을 다른 분들도 알아주셨을 것 같은데요?

 

마순희: 맞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니 나중엔 현장에 가면 반장님들이나 팀장들 사장님들이 북한에서 온 장비기사가 오늘도 왔다고 반겨주더랍니다. 어느 순간부터 북한에서 온 장비기사를 꼭 보내달라고 회사에 부탁 전화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또 현장에서 만난 분들과 형님, 동생 하면서 친하게 지낼 정도로 인간적으로도 가까워졌습니다. 상진 씨는 지게차 운전 기술만 높아진 것이 아니라 사회 생활을 하며 알게 된 인맥도 점점 넓어져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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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진 씨는 지게차 일에 자신감이 생겼고 이제는 자신의 사업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저축했던 자금으로 지게차 두 대를 구입하고 직원도 고용하며 상진 씨는 2023 6월부터 직접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사업은 순조롭게 잘 되고 있고 월 1000만원 상당, 72백 달러의 안정적인 수입을 낼 수 있게 되었지만, 계속 되는 허리 통증 때문에 걱정이라고 합니다.

 

김인선: 지금까지 아프다는 얘기가 전혀 없었는데, 상진 씨의 허리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것 같네요. 언제 다친 거예요?

 

마순희: . 사실 상진 씨는 북한에서 탈출하는 과정에서 허리를 크게 다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제대로 된 치료를 못 받았습니다. 어두운 밤중에 추격을 피하며 달려가는 상황이 있었는데 상진 씨가 당시 함께 탈북하던 일행을 도와 어린 자녀를 대신 안고 있었다고 합니다. 달리던 와중에 높은 절벽에서 떨어지게 됐는데, 아이를 상하지 않게 온몸으로 보호하다가 상진 씨가 허리를 많이 다쳤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게 평생 그를 괴롭히는 상처가 될 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상진 씨는 일행들과 함께 한국으로 보내줄 선이 연결될 때까지 숨어있어야 했기에 상처가 썩기 시작해도 병원에 갈 수 없었고 항생제도 처방 받지 못하고 진통제만 20알씩 먹었습니다. 주사기로 고름을 뽑을 땐 썩은 냄새가 방안에 가득 찼을 정도였습니다.

 

그 몸 상태로 태국을 경유해 마침내 10 30일 한국에 도착했는데, 비행기에 탈 때도 온 몸에 붕대를 감고 남의 부축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한국에 도착해 치료를 받았지만, 적정 치료시기를 놓쳤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 때문에 지금도 늘 허리에 보호대를 하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양반다리로 바닥에 앉는 일도 불가능하기에 앉아서 일할 수 없는 상태인데, 그런 허리 상태로 지게차에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면서 일하다 보니 허리 통증이 극심해진 것입니다.

 

김인선: 허리 부상 때문에 지게차에 오르고 내리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을 텐데, 계속해서 그 일을 하고 계신 거네요.

 

마순희: . 하지만 노력은 인정을 받기 마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 영업용 지게차 회사에서 일할 때 매일 새벽 6시면 나와서 청소하는 상진 씨를 두고 회사 사장은 “왜 상진이만 매일 청소하냐. 너희들도 좀 따라 배우라”며 칭찬을 하기 시작했고, 공사 현장에도 “탈북자인데 실수하더라도 예쁘게 봐 달라. 많이 가르쳐주라”고 전화를 걸어 주기도 했습니다. 현장에서도 경험이 부족해 실수가 잦았던 상진 씨를 점점 인정하고 찾게 된 것도 상진 씨의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지게차로 물건을 올리다 실수로 떨어지게 되면 다른 기사들은 지게차에서 내리지 않지만 상진 씨는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지게차에서 내려 물건을 다시 실었고, 그런 모습에 감동한 현장마다 “내일도 북한에서 온 장비기사를 꼭 보내달라”는 주문이 쏟아졌던 겁니다.

 

상진 씨는 이후 점점 삶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지금도 물론 허리통증이 심해서 힘든 날도 있지만 노력한 만큼 인정을 받을 있기에 더 큰 목표를 세웠는데요. 앞으로 지게차 몇 대를 더 장만해서 자신의 이름을 건 지게차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습니다. 통일이 되는 그 날까지 최대한 사업을 확장해 나가서 고향에 갈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지게차들을 잔뜩 몰고 북한으로 올라가겠다는 가슴 뜨거운 소망을 이야기하는 김상진 사장님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니까 건강도 잘 챙기면서 행복하게 보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김인선: 노력은 결국 인정받게 된다는 걸 김상진 씨를 통해 다시 한 번 알게 됩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 감사합니다.

 

김인선: 마순희의 성공시대. 지금까지 진행에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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