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순희의 성공시대] 탈북민이 세무사무소에서 살아남는 법(1)

서울-김인선 kimi@rfa.org
2024.03.14
[마순희의 성공시대] 탈북민이 세무사무소에서 살아남는 법(1) 미국의 회계 보고 서류
/AP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 안녕하세요.

 

김인선: 우리가 살면서 자주 듣게 되는 말 가운데 하나가인복인데요. ‘인복이 좋아서 일이 잘 풀린 것 같다혹은나는 인복이 없다하면서 푸념도 하잖아요? 얼핏 보면 타고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인복은 스스로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성공한 탈북민들 중에도인복이 많은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분들 참 많으시더라고요.

 

마순희: , 맞습니다. 스스로 인복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은 사람 복, 그러니까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제가 그런 사람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그 사람 역시 다른 사람을 위할 줄 아는 사람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물론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복이기는 하겠지만 자신이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 다가가면 그만큼 좋은 사람들이 따르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저도 선생님처럼 인복은 스스로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공시대 주인공들 중에도 그런 분들이 많은데요. 오늘의 주인공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누구보다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는 세무사 사무소 직원 강경옥 씨인데요. 자신이 탈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한 동네에 사는 좋은 형부를 알게 된 덕분이었다면서인복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경옥 씨는 그 형부의 영향으로 중국에 대해 많이 알게 되면서 탈북을 결심하게 되었고, 1996년 함경북도를 떠났는데요. 큰 위험 없이 중국까지 무사히 갈 수 있었다면서 자신은 참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많은 탈북여성들이 그렇게 소개로 중국에 가게 되었어도 고맙게 생각하고 자신이 인복이 있다고 이야기하지는 않거든요.

 

김인선: 그렇죠. 사실 중국에 들어간 탈북 여성들 중에는믿었던 사람에게 속았다’, ‘돈 벌러 가는 줄 알았는데 그 사람이 나를 팔아 넘겼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여럿 계시잖아요.

 

마순희: 맞습니다. 그런 분들과 비교하면 강경옥 씨는 정말 인복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누군가의 덕을 본다는 건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강경옥 씨의 삶이 그랬습니다. 어떤 행동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지기도 하잖아요?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거저 먹으려는 사람에게는 한계를 둘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친구나 지인은 귀인으로 바뀌지 않을 테니까요.

 

경옥 씨는 북한에서부터 자신이 베풀 수 있는 것은 아낌없이 나눴습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발 벗고 나서면서도 인색하고 이기적인 사람에게는 거리를 두었고 상대가 나보다 나은 것이 있으면 인정하고 배울 점이 있다면 기꺼이 배웠습니다. 그런 자세였기 때문에 아는 형부가 들려주는 중국 소식도 경옥 씨는 귀담아 들었고 나중에 탈북할 때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좋은 사람들 곁에는 좋은 사람이 많이 모인다고 하는데요. 경옥 씨가 그랬습니다. 1996년 탈북한경옥 씨는 3년 정도 중국에서 숨어 지냈는데, 그동안 중국어도 익히고 지인들을 통해 가짜 신분증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경옥 씨는 3국을 거친 험난한 여정 없이 중국인 신분으로 배를 타고 2001년 인천공항으로 오게 되었고 한국에 와서 탈북민이라고 자진 신고했다고 합니다.

 

김인선: 경옥 씨가 현명한 행동을 한 거예요. 탈북민으로 인정을 받아야 남한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을 유도하는 제도, 정착금을 포함한 주택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탈북민 수가 늘면서 2010년 이후부터 탈북민을 지원하는 기관도 많아지고 혜택도 더 다양해졌는데요. 경옥 씨가 한국에 입국했던 당시에는 그런 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 않아 불편함도 많았을 거 같아요.

 

마순희: , 맞습니다. 경옥 씨가 한국에 입국하던 2001년경에는 복지관이나 학원 등에도 탈북민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없었습니다. 탈북민 초기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지내는 3개월 동안 최소한의 교육을 받고 퇴소 이후부터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 나가야 했습니다. 경옥 씨는 한국에서 사무직 등 괜찮은 직장을 얻으려면 컴퓨터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컴퓨터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에 무작정 동네에서 가까운 컴퓨터 학원에 찾아 갔습니다. 자신은 북한에서 온 탈북민인데 컴퓨터를 배우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말이죠.

 

김인선: 익숙한 곳도 아니고 이제 막 생활을 시작한 낯선 한국인데, 경옥 씨처럼 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게다가 무작정 찾아가서 자신이 탈북민이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경우도 별로 없잖아요.

 

마순희: . 정말 흔치 않은 일이죠. 당시 학원 원장님도 북한에서 내려온 사람을 처음 보았다며 놀란 얼굴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반갑게 응대해 주면서 컴퓨터를 배우고 싶다는 경옥 씨에게 학원의 교육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는데요. 경옥 씨는 바로 그 날부터 학원에 다니기로 결정했습니다. 하루 4시간씩 수업을 받았고, 그 이후에는 연습실에 가서 직원들이 퇴근할 시간이 될 때까지 컴퓨터 공부를 했습니다. 그렇게 노력하는 경옥 씨의 모습은 직원들 눈에 띄기 시작했고, 곧이어 학원장의 눈에도 들었습니다. 당시 경옥 씨는 학원생들 사이에서 악바리로 통했고, 학원장의 눈에는 열심히 배우는 학생으로 각인되면서 뭘 해도 되겠다는 인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경옥 씨의 노력에 감동한 학원장은 6개월의 수업이 끝난 뒤에도 무료로 1년 동안 학원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배려해 주었고 경옥 씨가 힘들어 하는 듯해 보이면 밥도 자주 사주었다고 합니다.

 

김인선: 지속적으로 컴퓨터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원도 해주고 수시로 끼니도 챙겨주시고, 경옥 씨에게 든든한 후원자가 생긴 거네요.

 

마순희: 맞습니다. 든든한 후원자는 물론이고 컴퓨터 학원 원장님은 경옥 씨에게 더 큰 버팀목이 되어 주셨다는데요. 바로 경옥 씨의 양어머니가 되어 준 겁니다. 법적으로 부모, 자식 관계가 성립된 것은 아니지만 원장님은 경옥 씨를 딸처럼 챙겨주었다는데요. 경옥 씨의 남다른 성실성과 학업에 대한 열정이 원장님을 감동시켰고 좋은 어머니와 자식으로의 관계에 이르게도 했던 것 같습니다. 경옥 씨는 지금도 원장님과 자주 연락하면서 어머니와 딸처럼 잘 지내고 있습니다.

 

김인선: 경옥 씨가 성실히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원장님 눈에 예뻐 보였던 것 같습니다. 기본 성품도 있겠지만 경옥 씨가 정착 초반부터 굉장히 치열하게,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것 같거든요. 특별한 목표라도 있는 걸까요?

 

마순희: ! 바로사명감입니다. 경옥 씨는 한국에 정착하면서 저도 모르게 탈북민으로서의 사명감이 생겨났다고 하는데요. 탈북민인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따라 탈북민들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결정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옥 씨는 더 치열하게, 더 열심히,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학원에 다닐 때 컴퓨터 공부에 집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경옥 씨가 학원에 처음 등록할 때에는 전산세무회계 3급 과정이었는데요. 1년 후 경옥 씨는 전산세무회계 2급도 따고 컴퓨터 활용에 있어 꼭 필요한 엑셀 2, 워드 1, 파워포인트까지 5개의 자격증을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끝없는 성실성과 노력을 인정한 학원 원장님의 추천에 의해 경옥 씨는 서울에 있는 세무사 사무실에 취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김인선: 학원장 추천이라는 건 보증서나 다름없어요. 보통 취업을 하려면 수시로 구직 정보도 알아봐야 하고 이력서도 수십 장을 낼 각오를 해야 하는데요. 채용을 결정하는 최종 면접까지 가는 것이 정말 어렵습니다. 그런데 경옥 씨처럼 추천을 받는 경우엔 곧바로 면접으로 이어지고 큰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채용이 결정되기도 하죠. 세무사 사무실에 취직까지는 수월했겠지만 직장생활은 온전히 경옥 씨의 몫인데요. 잘 해나갈 수 있었을까요?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들어보겠습니다.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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