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순희의 성공시대] 한국정착, 기본에 충실하라(2)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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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김인선: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서 박경미 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볼게요. 경미 씨를 성공시대 주인공으로 선정한 이유가 기본에 충실한 삶을 살아서 정착을 잘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마순희: 네, 맞습니다. 경미 씨는 북한에서부터 성실한 직장생활을 하며 기본에 충실한 삶을 살았는데요. 대다수의 탈북민들과 마찬가지로 고난의 행군시기를 직면하면서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경미 씨는 자동차 생산지로 널리 알려진 덕천에서 자동차공장 선반공으로 지냈는데요. 점차 노동자의 형편이 나빠지자 국경 연선에 시집가서 살고 있던 언니한테 도움을 청하러 가게 됐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덕천과 별반 다르지 않았고 경미 씨는 뜻밖의 얘기를 듣게 됩니다. 왜 그렇게 힘들게 사느냐며 중국에 가면 돈도 벌고 고생 끝이라고 유혹하는 말이었습니다. 경미 씨는 처녀들을 유혹해 돈을 벌게 해 준다며 중국으로 데려가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1998년 8월 동생과 함께 중국에 들어갔습니다. 농촌 마을에 들어가 가정을 꾸리게 됐고 성실하고 착한 남편을 만났습니다. 두 아들도 낳고 부부 사이는 좋았는데 생활 형편은 늘 비슷했습니다. 힘들게 농사를 지어도 수확한 뒤 정리해보면 남는 돈이 없었고 남편은 당연하다는 듯 그 상황을 받아들였습니다.
탈북 후 중국에서 안락한 가정을 이뤘지만
두 아들을 위해 한국행 선택
김인선: 하지만 경미 씨의 생각은 달랐었죠? 어린 두 아들 때문에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자식들만큼은 좀 더 나은 생활을 하기 바랬기에 한국행을 결심했습니다. 경미 씨는 남편을 설득했고 한국에 먼저 들어간 여동생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동생이 한국으로 올 수 있는 방법과 함께 브로커를 알선해 준 덕분에 경미 씨는 큰 위험 없이 두 아들과 함께 2010년 8월 한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동생 덕분에 한국정착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한국생활 2년 선배인 동생의 조언과 지역하나센터와 복지관 등 탈북민들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여러 가지 지원을 해주는 단체들의 도움으로 경미 씨는 컴퓨터 자격증을 취득하며 취업을 준비했습니다. 2012년, 경미 씨는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회사에 취업을 했고 성실성과 근면한 회사 생활로 직장 내에서 인정을 받았습니다.
김인선: 탙북민에게 가장 큰 인정은 고용주에게 자신을 통해 다른 탈북민들도 고용할 의사가 있다는 말을 듣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경미 씨도 그 말을 듣게 된 거잖아요?
회사에서 탈북민이 가장 듣고 싶은 말
마순희: 맞습니다. 회사에서 경미 씨처럼만 일한다면 다른 탈북민들도 고용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미 씨는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회사에서 창고 일을 맡았는데 외래어로 된 전자부품을 출고하는 업무였습니다. 혹시라도 부품을 잘못 출고하면 생산에 큰 지장이 생길 수 있기에 외래어가 낯선 탈북민들에겐 쉽지 않은 일인데요. 이런 문제로 그동안 여러 탈북민들이 취업을 했다가 적응하지 못 하고 그만두었다는 것을 경미 씨는 알게 됐습니다. 긴장되고 걱정됐지만 경미 씨는 아무리 힘든 순간도 그때만 견디면 지나간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견뎌냈습니다. 일이 힘들다고 그만두는 사람도 있지만 경미 씨는 직장인의 기본은 근면성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탈북민들의 초기정착 교육을 하는 하나원에 있을 때에나 탈북민이 거주지역에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하나센터에서 교육 받을 때에 아무리 힘들어도 처음 1-2년만 이겨내면 잘 정착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고 경미 씨는 그 말을 주문처럼 되뇌었습니다. 외래어로 된 부품명을 익히기 위해 거의 1년 동안 부품 이름을 수첩에 적어 다니면서 외웠고, 회사 내규에도 적응하려고 엄청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경미 씨는 회사생활 2년 만에 주임이 됐고 4년 차에 대리로 승진했습니다.
김인선: 남한 직장 분위기에 적응하기도 어렵고 말도 잘 안 통해서 들어간 지 얼마 안 돼서 그만뒀다고 하는 탈북민들도 많은데요. 경미 씨는 하나하나 차근차근 배우고 익히며 기본적인 것에 충실했네요. 그만큼 경미 씨의 진가가 돋보이기 시작한 셈이고요.
마순희: 네. 맞습니다. 처음 1-2년만 잘 이겨내면 잘 정착할 수 있다고 하던 말이 실감이 되었다는 경미 씨입니다. 회사에 취직해서도 경험을 한다고 생각하고, 어려움이 있어도 참고 견디다 보면 잘 적응할 수 있고, 또 그냥 처음이라 하나부터 배운다는 마음으로 선배들의 말을 따르는 것이 무난한 정착인 것 같다고 경미 씨는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믿고 받아 준 회사에 누가 되지 않도록 자신에게 맡겨진 업무는 자신이 원만하게 해결하는 기본이 되는 회사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성공적인 정착의 비결이 된 것 같다고 말합니다.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우며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마음
또 하나의 비결은 경미 씨가 회사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두 아들이 한국생활을 잘 해준 덕분이었습니다. 처음 경미 씨가 회사에 다니게 됐을 때는 두 아들 걱정을 많이 했었다고 하는데요. 작은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됐고, 큰 아이는 중학생이었기에 학업에 대한 걱정이 없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경미 씨 혼자 일해서는 아들의 학원비까지 댈 형편이 안 됐는데 너무도 감사하게도 아들들이 남들 다 다니는 학원에 가지 않아도 공부를 잘 따라 주었습니다. 큰 아들이 학교가 끝나면 동생의 공부까지 봐 주면서 경미 씨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주어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김인선: 두 아들이 엄마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네요. 중국인 남편은 한국에 잘 적응했나요?
마순희: 남편은 비록 한국 입국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생활하는 경미 씨의 뒤에서 말없이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경미 씨가 한국에 정착하면서 국제결혼 수속을 거쳐 남편을 한국으로 오게 했는데요. 사실 남편 입장에서도 평생 농촌에서 힘들게 농사만 지으며 살아 갈 수밖에 없었던 거였는데, 한국에 가서 돈을 벌며 가족과 함께 산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행운이었을 겁니다. 한국에 가는 것도 돈이 있어야 시도할 수 있는데, 경미 씨가 없었다면 그에게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니까요.
한국에 온 남편은 가족이 함께 모여서 살게 노력해 준 경미 씨에게 늘 고마워했고,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믿음직한 남편이자 자상한 아빠였습니다. 경미 씨 남편 역시 성실성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기에 하루벌이로 일하는 일용직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두 사람은 한 마음으로 알콩달콩 생활을 꾸려 나갔고 형편이 조금씩 나아져서 2017년에는 살던 집보다 좀 더 큰 전셋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경미 씨는 여전히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회사 생활도 계속해서 하고 있는데요. 지금은 과장이 되었다고 합니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한 회사에 다녔으니 올해로 12년 차가 되었는데요. 대우도 좋아지고 급여도 올라가서 회사생활이 만족스러운 것 같습니다.
새 아파트 입주 예정인
12년차 과장님 경미 씨
얼마 전 경미 씨와 통화를 했는데요. 큰 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군사 복무 중이라고 하고 작은 아들이 이제 고등학생이라고 하면서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 자신도 꿈만 같다고 하더군요. 자신보다, 2년 먼저 한국에 정착했던 동생도 새 가정을 이루었고 자신의 명의로 아파트도 장만했다면서 동생이 자신보다 생활에서는 역시 선배라며 동생의 소식도 전해주었는데요. 경미 씨도 다가오는 8월 분양 받은 새 아파트로 입주할 예정이랍니다.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모든 면에서 여유가 생긴 경미 씨는 가끔 후배 탈북민들을 위한 복지관의 봉사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하면서 행복한 정착을 하고 있습니다. 경미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모든 일에 기본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래봅니다.
김인선: 기본을 지킨다는 건 가장 기초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괄시하기 쉽고 지키기도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어렵고 자기 절제가 강하게 필요한 것이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아닐까요? 한결같은 꾸준함을 유지하며 기본을 유지했기에 경미 씨의 삶이 성공적인 삶으로 평가되는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기본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기를 바라며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