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순희의 성공시대] 장사의 신 함경도 아지매(2)

서울-김인선 kimi@rfa.org
2023.10.05
[마순희의 성공시대] 장사의 신 함경도 아지매(2) 전국적으로 입소문이 난 경남 밀양돼지국밥.
/연합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 안녕하세요.

 

김인선: .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주수진 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수진 씨는 순댓국집 사장님으로 광명에서 유명한 분이잖아요?

 

마순희: . 주수진 씨는 경기도 광명시에서 순댓국밥집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좋은 재료를 쓰면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순댓국을 팔다 보니 수진 씨네 식당은 손님들로 붐비는 소문난 맛집으로 유명합니다. 대부분 식당에서 순댓국 한 그릇 가격이 보통 9천원에서 만2천원 정도, 7달러에서 9달러 정도 하는데요. 수진 씨네 식당에서는 6-7천원 약 4.5달러에서 5달러입니다. 다른 식당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지만 사실 이 가격도 치솟는 물가상승으로 지난해부터 올려 받은 것입니다. 수진 씨가 식당을 시작하면서 작년까지만 해도 순댓국 한 그릇에 49백원(3.7달러)에 판매했으니까요. 하지만 딱 한 가지, 가격의 변화가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15세 미만의 학생들에게는 순댓국을 개업부터 지금까지 39백원(2.0달러)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김인선: 착한 가격에 맛도 좋고 인심까지 좋으니 자주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자신만의 영업 전략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수진 씨를 보면 타고난 장사꾼이 아닐까 싶은데요. 적성에 맞는 식당 일을 찾기 전까지 수진 씨에게도 시행착오가 있었잖아요?

 

마순희: 맞습니다. 주수진 씨는 11년을 중국에서 살다가 와서 중국어에 능통했고, 그 덕분에 무역회사에 취직을 하게 됐는데요.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회사생활이 맞지 않다는 생각에 다섯 달 만에 그만 두었습니다. 그 뒤 주유소에 취직해서 2년 정도 근무했는데, 사장님의 조언을 듣고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주유소 사장님이 수진 씨에게 주유소에서 아무리 일해도 기술을 배울 수 없고 평생 월급쟁이로밖엔 살 수가 없으니 나이가 젊을 때 자신의 사업을 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조언을 해주었던 것입니다. 너무나도 진심에서 나오는 소중한 조언이라 수진 씨는 감사히 받아들였고 여러 가지 사업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는데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중국에서 많이 해보았던 식당 일이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식당들에서 일했던 경험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식당에 대한 경험의 폭을 넓히기 위해 밥집에서부터 순댓국밥집, 튀긴 닭집까지 몇 곳의 식당을 옮겨 다니며 일을 배웠습니다. 식자재 구매나 직원들 관리, 손님을 대하는 방법 등 식당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일까지 작심하고 배운 수진 씨는 2016 11월에 순댓국밥집을 시작했습니다. 2012년 한국에 입국한 지 5년 째 되던 해에 자신의 명의로 된 식당을 연 것입니다.  

 

김인선: 수진 씨가 여러 음식점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후에 결정한 만큼 신중을 기했을 것 같기는 한데요. 많은 음식 중에 순댓국으로 정한 이유는 뭘까요?

 

마순희: 식당을 차리기 위해 주수진 씨가 여러 식당들에 취직해서 경험을 하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이 순댓국집이었고 어릴 때 명절이면 어머니가 손수 해 주시던 순대 맛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수진 씨는 한국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의 순대 맛과 한국의 순대 맛을 함께 낼 수 있는 조리법 개발을 위해 주방을 떠나지 않았고 오랜 노력 끝에 수진 씨만의 순댓국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일반적인 순댓국은 돼지고기 머리로 국물을 우려내는데, 수진 씨는 소뼈와 소고기로 육수를 만들고 북한식 순대와 한국식 순대를 섞어서 손님들에게 제공했습니다. 수진 씨의 순댓국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입구에 걸린 두 개의 커다란 가마솥에서 24시간 푹 우려낸 사골 육수에 직접 만든 북한식 순대와 깍두기까지 맛을 본 손님들 대부분이 단골손님이 되었고 그 숫자도 점점 늘었습니다.

 

김인선: 가게를 낼 때 상권이라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음식점을 내야 손님들도 많이 올 수 있는데, 그만큼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에, 자금이 문제입니다. 수진 씨는 어떻게 비용을 마련했을까요?

 

마순희: . 수진 씨는 무역회사 생활, 주유소에서 2년여 기간 일하면서 나름대로 알뜰하게 모았던 돈과 은행에서 약간의 돈을 빌려서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주수진 씨가 처음 식당을 차리게 된 곳은 시내에서도 조금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날이 저물면 인적도 드문 곳이라 장사가 잘 될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정도로 도로변과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요. 장사가 안 되는 곳이다 보니 상가 주인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가게를 내 놓았기에 자금이 넉넉지 않았던 수진 씨가 식당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임대료가 저렴한 곳에 식당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숨은 공로자가 있기 때문이었는데요. 바로 식당을 준비하면서부터 함께 일하게 된 지금의 주방장님입니다. 주방장님 도움으로 상권보다는 맛과 가격으로 승부를 보기로 한 거죠. 그분은 호텔 주방에서 일했던 경험도 많았고 또 유통 관련에서도 인맥이 있어서 수진 씨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동반자였습니다. 주방장님이 알고 지내던 유통업체와 연결해 준 덕분에 수진 씨는 좋은 육류를 비교적 싼 값에 쉽게 구할 수 있었고, 싼 가격으로 순댓국을 판매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수진 씨를 만나면서 주방장님도 만나봤었는데요. 지인을 통해서 수진 씨를 처음 알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여러 식당을 옮기며 열심히 일을 배워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사람이라면 함께 일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식당 일과 관련해서 조언을 해주면 모든 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보면서 그동안 탈북민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견 같은 것도 바꿀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재료 손질부터 손님상에 순댓국이 나가기까지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변함없다며 수진 씨를 신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김인선: 하나부터 열까지 수진 씨의 손길이 안 닿는 곳이 없다는 말인데요. 그 말은 곧, 식당 문을 열기 전부터 닫을 때까지 하루 종일 몸을 쓴다는 거잖아요. 일만 하느라 수진 씨가 건강관리에 소홀하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마순희: 다행히 주수진 씨는 건강을 잘 유지하는 편입니다. 오전 10시에 나와서 밤 12시까지 가게 일을 하다 보면 지칠 때도 있지만 가게를 찾아주는 손님들을 보면서 하루도 가게를 쉴 수가 없어서 처음에는 쉬는 날도 없이 영업을 했는데요. 얼마 후부터는 첫째 주와 셋째 주 월요일은 쉬는 날로 정하고 모든 걸 다 잊고 여가생활을 하면서 충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장사를 한 덕분에 창업 초반에 대출받았던 돈을 1년도 안 되어 다 갚았다고 하는데요. 그렇다고 수진 씨가 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웃들을 위한 봉사활동에도 열심히 동참하고 짬이 날 때마다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며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그러는 동안, 중국에 있던 딸과 아들 두 자녀도 한국으로 데려왔는데요. 수진 씨는 자신이 한 일 중에서 가장 잘한 일이 두 아이를 한국에 데려온 것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딸은 경희대에서, 아들은 금년에 군에 입대하여 지금은 군 생활을 잘 하고 있다며 수진 씨는 자식들에 대한 자랑으로 말소리마저 활기에 넘칩니다. 수진 씨는 탈북 후배들에게 자유로운 세상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살다 보면 좋은 결과가 반드시 찾아온다는 것을 자신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합니다. 또 통일이 되면 멀리 함경도 고향마을에도 식당을 내서 고향 분들에게 자신이 만든 순댓국밥을 대접하고 싶다는데요. 주수진 씨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저도 함께 간절히 바라봅니다.

 

김인선: 김인선: 계절을 타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순댓국을 착한 가격에 파는 주수진 씨! 수진 씨의 고향 함경도에서도 그 명성을 이어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봅니다.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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