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순희의 성공시대] 생각이 중요하다, 삶의 개척자 김명순 씨(2)

서울-김인선 xallsl@rfa.org
2022.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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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순희의 성공시대] 생각이 중요하다, 삶의 개척자 김명순 씨(2) 하나원에 있는 탈북자들이 강의를 듣기 위해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AP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 안녕하세요.

 

김인선: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서 김명순 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명순 씨는 가수였던 아버지, 배우였던 어머니와 함께 평양에서 살았습니다. 배고픔도, 고생도 모르고 유복하게 살아온 명순 씨였지만 혼사 문제로 부당한 대접을 받게 되면서 한국행을 결심하고 2002년 북한을 떠나 2008년에 한국에 도착했는데요. 혼사문제가 아버지의 출신성분 때문이었죠?

 

마순희: , 맞습니다. 명순 씨는 성인이 돼서도 연구실 해설강사가 되어 남부럽지 않게 사회생활을 했고 결혼 적령기가 되면서 많은 중매가 들어올 정도로 인기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성사가 안 되고 퇴짜를 맞게 되는데요. 바로 남한 출신 아버지의 이력 때문이었습니다. 명순 씨는 30대 중반이 되어서도 마음에 차지도 않는 사람과는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고 합니다. 결혼에 대한 생각보다 아버지의 고향인 남한으로 가서 성공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명순 씨는 2002년 탈북했고, 중국에서 5년 정도 지내면서 브로커 비용을 마련해 한국으로 오게 됐습니다. 위급한 상황을 여러 번 겪으며 어렵게 도착한 곳이 한국인데, 마음먹은 만큼 명순 씨의 정착생활이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탈북민 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을 나와 배정받은 거주지에 도착한 후 긴장감이 풀리면서 심하게 앓아눕게 되고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되었는데요. 상황이 점점 나빠지면서 길가에 쓰러지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병원에서 눈을 떴지만 명순 씨는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약해진 상태였습니다.

 

김인선: 몸이 아플 때 아무도 없으면 몇 배로 더 서럽고 힘들게 느껴지더라고요. 명순 씨의 경우 몸과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는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 도착한지 얼마 안 돼서 바로 아프고 쓰러지기까지 했으니 가까운 지인이 있는 것도 아니었을 거예요. 하지만 다행히 그때 도움을 주신 분들이 있었죠?

 

마순희: 맞습니다. 탈북민 초기정착 교육을 해주는 하나원이 있다면 거주지역마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지원과 교육을 제공하는 하나센터가 있고, 또 여러 민간단체들이 있습니다. 각 단체들마다 봉사자들, 특히 정착도우미분들이 계신데요. 명순 씨에겐 정착도우미로 활동하던 적십자사 봉사자분들이 찾아왔습니다. 살고 싶은 희망 없이 누워있는 명순 씨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주었는데요. 특히 적십자사 회장님은 직접 명순 씨의 속옷까지 빨아 주시며 큰 위로와 용기를 주셨다고 해요. 명순 씨는 그 모습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명순 씨는 당시 그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준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되새겨 보게 되었고, 그 일이 자신이 봉사활동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김인선: 한국에 오기 전 6년이라는 시간을 버텼던 힘이 소진되면서 한국에 오자마자 몸과 마음 모두 탈진했던 명순 씨,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 덕에 새롭게 살아갈 힘이 생긴 것 같은데요. 그녀의 삶은 어떻게 달라지기 시작했을까요?

 

마순희: . 명순 씨는 몸과 마음이 극도로 힘든, 삶의 막바지의 상황에서 자신에게 내밀어준 진심 어린 도움의 손길에 이끌려 새로운 희망을 안게 됐는데요. 그래서 자신도 누군가를 위해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마음가짐이 달라지니 몸도 달라졌습니다. 명순 씨는 건강도 빠르게 회복했고 퇴원 후 대형 상점에서 일도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어려운 사람들을 전문적으로 지원하고 도울 수 있는 사회복지사의 꿈을 갖고 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공부를 시작했고 시간이 되면 적십자사 회장님을 따라 자신이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누군가를 돕는 봉사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장애인 복지관이나 노인복지관, 탈북청소년들을 위한 봉사, 탈북민들로 조직된 봉사단과 경찰서 자율방범대 봉사까지, 시간만 되면 봉사활동을 어느 하나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그 공로로 명순 씨는 2015 12월에 구청에서 자원봉사상까지 받았습니다.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 속에서 보람과 자부심까지 가질 수 있었다는 명순 씨는 몸은 힘들어도 봉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쁨과 보람이 더 크기에 지금까지 봉사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공부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청소년생활지도사, 심리상담사, 레크레이션 강사자격증 등 많은 자격증들도 취득했습니다. 이런 다양한 경험으로 명순 씨는 남과 북이 안전하게 하나가 돼야 한다는 것을 전하는 통일안보강사로서 안보강의도 했습니다. 상점 일도 지속하면서 말이죠.

 

김인선: 안보강의를 하려면 전국으로 다녀야 하잖아요? 상점에서 일하면서 병행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지속할 수 있었을까요?

 

마순희: 사장님의 배려 덕분이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안보강의를 하려면 전국으로 다녀야 하기에 시간상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강의 때문에 결근하는 일이 점점 잦아졌습니다. 명순 씨는 자신의 일정 때문에 가게 일에 소홀한 것 같아 죄송해서 그만두겠다고 했다는데요. 사장님은 명순 씨의 일하는 솜씨가 마음에 든다며 근무일정을 조절해 최대한 배려해줄 테니 계속 일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명순 씨는 강의도 하고 가게 일도 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직장생활을 할 때 사생활이 많아서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면 본인이 나가겠다고 하면 잘 됐다 싶어서 사표를 수리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는 명순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동안 명순 씨가 얼마나 성실히 근무했으면 사장이 그렇게 편의를 봐 주면서까지 놓치지 않으려 했을까 싶고 정말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김인선: 사실 명순 씨가 취득한 자격증만 보면 보다 전문적인 위치에서 일도 하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거든요. 그런데 김명순 씨는 애초에 더 나은 일자리를 찾지 않았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마순희: . 명순 씨의 건강문제 때문입니다. 무리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견디지 못해서 아침에 출근해 오후 늦게 퇴근하는 직장생활을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명순 씨는 상점에서 몇 시간씩 일하는 것으로 생활했고 일정이 잡히면 안보강의도 하고 봉사활동도 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안보강의나 봉사활동은 하면 할수록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서 즐겁다는 명순 씨입니다. 물론 그동안 취득한 자격증만 해도 한두 개가 아니니까 어떤 분야에 들어가도 더 많은 돈을 벌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명순 씨는 자신은 이미 부자이기에 돈을 쫓을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따뜻한 마음과 세상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눈만 가지고 있다면 그게 바로 부자라는 김명순 씨입니다.

 

한국에 와서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분들도 많은데요. 명순 씨는 결혼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하더라고요. 죽음의 문턱을 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을 만큼 힘겨웠던 시간을 보냈고 사람의 온정으로 살아갈 힘이 생긴 경험이 있기에 명순 씨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을 나누며 지내고 싶다고 합니다. 명순 씨는 지금도 봉사의 걸음을 멈추지 않고 상점에서 시간제 근무도 계속 하고 있는데요. 요즘은 틈틈이 뜨개실로 목도리를 뜬다고 해요. 요양원이나 시설 등의 어르신들과 어린이들에게 기부할 거라고 했습니다.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명순 씨처럼 서로 돕고 나누면서 그 속에서 삶의 보람을 느끼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김인선: 맞습니다. 명순 씨의 삶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도움을 주는 일상을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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