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오늘은 넷플릭스 자체 제작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살펴보는 마지막 시간으로 드라마의 국내외 영향력 짚어보겠습니다. 넷플릭스 비영어권 작품 최초로 에미상에서 수상하고 또 공개 28일 만에 누적 시청률 16.5억 시간을 돌파했는데요. 이로 인해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주가 즉, 회사의 가치까지 치솟게 했습니다. 오늘도 김헌식 교수님과 함께하겠습니다.
우선 넷플릭스에서만 방영되는 작품은 공중파나 지상파 방송과 다르게 한 회차마다 시청률 집계가 되지 않아서 누적 시청률로 흥행 수치를 가늠하는데요. 오징어 게임의 누적 시청 시간은 대략 어느 정도인가요?
[ 김헌식 ] 2021년 6월부터 넷플릭스가 집계한 시청 시간 기준 비영어권 TV 콘텐츠 1위를 차지했는데요. 개봉 후 91일간 집계한 시청 시간은 22억 520만 시간이었습니다. 영미권 영화·TV 콘텐츠, 비영미권 영화·TV 콘텐츠 전부 합쳐서 1위였습니다. 그리고 시청 시간이나 재생 횟수가 가장 많은 작품 순위를 최근에 공개했는데 (오징어 게임이 1위로) 22억 시간이었고요. <기묘한 이야기 (Stranger Things)>가 18억 시간으로 (오징어 게임과) 4억 시간이나 차이가 납니다. <웬즈데이 (Wednesday)>가 7억, <다머 (Dahmer)>도 10억으로 압도적으로 많이 차이가 나고요. 또 많이 재생된 작품 1위가 오징어 게임인데 2억 6,520만 재생 횟수를 기록했습니다. 2위가 <웬즈데이>인데 약 300만 회가 적은 횟수(2억 6,210만 회)를 보여줬고, 3위 <기묘한 이야기> 같은 경우는 절반(1억 4,070만 회)으로 떨어집니다.
[ 기자 ] 수치상이 아닌 실생활에서 오징어 게임 드라마의 파급력은 어느 정도였나요?
[ 김헌식 ] 오징어 게임의 시청 시간 중 95%는 해외에서 본 것이었습니다. 드라마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 사람들이 출연하는데 시청자의 95%는 해외에서 봤고요. 또 한국을 포함한 94개 국가에서 시청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극 중에 등장한 소품들도 덩달아 인기를 끌었는데 주인공이 입고 나온 티셔츠나 놀이로 나왔던 달고나 뽑기 게임 상자 같은 경우가 정가보다 6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팔리기도 했고요. 또 사람 형태로 작게 모양을 만든 피규어도 4~5배 이상의 가격으로 비싸게 팔렸습니다. 특히 출연자들이 착용한 하얀색 운동화 같은 경우에는 방영 이후에 매출이 7,800%나 증가했습니다. 78배, 거의 80배 이상 증가했고 흰색 신발에 대한 판매 수가 주말 동안 또 많이 증가했다는 것이고요. 그리고 달고나 열풍이 불었습니다. 설탕을 일종의 물엿처럼 뽑아내는 건데요. 이 때문에 설탕 가격의 국제가격이 폭등할 거라는 우려까지 나왔습니다. 실제로 2021년 코리아 페스티벌이 뉴욕에서 열렸는데 2~3만 명 정도가 달고나 체험을 하기 위해 몰렸고요. 또 프랑스에서는 오징어 게임 놀이 체험할 수 있는 임시 매장이 열렸는데 대기 줄이 무려 250m나 길게 이어졌고, 미국 LA에서는 오징어 게임이 공개됐던 9월 17일을 '오징어 게임의 날'(Squid Game Day)로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날' 제정 결의안을 발의한 존 리 의원은 "미국에서 특정 드라마 등을 주제로 공적인 기념일을 제정한 것은 처음일 것이다"라고 언급할 정도로 큰 영향력이 있었습니다.
[ 기자 ] 실제로 제가 미국에 있으면서도 그 인기가 실감이 됐는데요. 미국 백화점에 가면 오징어 게임 드라마에 등장한 인물들과 소품들을 본떠 만든 인형이나 피규어들을 정말 여기저기 곳곳에서 팔았습니다. 그만큼 실제 인기가 대단했다는 건데요. 또 이를 방증하듯 이 작품이 다양한 분야에서 수상을 했죠?
[ 김헌식 ] 오징어 게임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인 에미상에서 6관왕을 달성했습니다. 1949년 처음 개최돼서 줄곧 영어권 작품만 수상했던 에미상이었는데, 오징어 게임은 비영어권 작품 최초로 작품상을 비롯한 13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그 가운데 감독상과 연기상을 받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앞서 대중문화 시상식인 피플스 초이스 어워즈에서도 수상작으로 꼽혔고요. 비평가들이 수여하는 미국 크리틱스초이스 TV 드라마 부문 최우수 외국어 드라마상을 받았고, 액션 시리즈 부문 작품상에 선정이 되고, 또 미국 시상식 고섬 어워즈에서도 첫 수상을 받는 등 다양하게 상을 받았습니다.
[ 기자 ] 드라마에 등장했던 배우들도 큰 화제가 됐습니다. 한국에서 이미 너무 유명했던 이정재 배우, 박해수 배우 등 많은 사람이 출연했지만, 이 작품을 통해 해외에도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건데요. 배우들의 수상내역은 어떻게 되나요?
[ 김헌식 ] 가장 유명해진 배우는 바로 평생 조연을 많이 했던, 드라마·영화보다는 연극을 많이 했던 오영수 배우였습니다. 깐부 할아버지 오일남 역을 했었는데요. 제79회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조연상을 품에 안아서 굉장히 감동적이었고요. 또 배우들이 가장 받고 싶어 하는 상이 미국 배우 조합상인데, 여기에서 배우 이정재가 한국 배우 최초로 TV 드라마 부문 남녀주연상, 정호연 배우가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비영어권 배우가 미국 조합이 주는 연기상을 받은 것은 최초였고 TV 드라마 스턴트 부문 앙상블상에도 선정됐습니다. 앙상블상은 여러 사람이 같이 연기를 잘할 때 주는 상인데 여기서도 선정됐습니다. 그리고 미국 크리틱스 초이스에서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도 이정재 배우가 받았는데, 이는 비평가들이 주는 상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었습니다.
[ 기자 ] 탈북민 강새벽 역을 맡은 정호연 배우에게 오징어 게임이 첫 데뷔작이었죠?
[ 김헌식 ] 그렇습니다. 신인 배우인 것이죠. 정호연 배우는 원래 모델입니다. 1994년생이고요. 2013년에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시즌 네 번째 편으로 데뷔했고 그동안 뉴욕이나 런던, 밀라노, 파리 등 해외 4대 패션쇼 무대에 오르기는 했습니다만, 드라마 연기는 오징어 게임이 처음이었고요. 정호연 배우는 실제로 뉴욕에서 패션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상을 보내달라"고 해서 밥 먹을 시간을 제외하고 대본만 봤다고 하는데요. 황동혁 감독이 "실물을 보고 싶다"고 얘기해서 정호연 배우가 한국에 왔습니다. 감독은 "많은 오디션을 봤는데 마땅히 어울리는 배우를 찾지 못하고 있다가 정호연 배우를 딱 보는 순간 눈빛, 외모, 목소리와 연기 톤까지 찾던 인물이었다"고 하며 캐스팅했습니다. 정호연 배우는 지금도 할리우드에서 작품을 촬영하고 있는 세계적인 배우로 거듭나게 됐습니다.
[ 기자 ] 이처럼 작품 자체는 물론 배우들까지도 크게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 김헌식 ] 형식적인 부분과 내용적인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한국에서 (생존게임 드라마가) 약간 낯설 수 있지만 유럽이나 미국을 중심으로 생존 게임 드라마에 익숙하다 보니까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었고요. 그렇지만 그 안의 내용은 한국만의 방식으로 채웠습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줄다리기, 구슬치기와 같은 이색적인 놀이지만 그 놀이의 원칙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빠져들 수밖에 없는 흥미 요소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고요. 물론 사회적인 문제점에 대한 의식과 거기에 머물지 않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고 했을 때 인간적이고 따뜻한 휴머니즘, 인간의 관점에서 연대와 공동체의 가치를 생각할 수 있는 점들이 결과적으로는 형식적 재미와 내용적인 메시지 그리고 주제 의식과 여운을 남겼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흥행했다고 생각합니다. 형식과 내용의 충실함, 그리고 이를 어떻게 잘 보여줄 것인가를 모범적으로 형상화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기자 ] 오징어 게임이 북한에도 유통됐다는 기사가 있었고 탈북민 강새벽 역도 등장하는 만큼 실제 탈북민들의 시청 소감도 궁금해지는데요.
[ 김헌식 ] 일단 두 가지 관점으로 비춰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강새벽을 중심으로 밑바닥 삶을 살던 강새벽이 인생 역전을 추구하는 모습과 어떻게든 악착같이 살려고 하는 모습이 북한 주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왔다는 점이 주목받았는데요. 그래서 북한 인권 상황을 알려줄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었고요. 그렇지만 탈북민이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주로 보여주는 것은 불편하다는 얘기도 합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도 북한에서 온 분들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만 보여주는데 "남한에 와서 잘 생활하시는 분들의 모습도 있는데 너무 부정적인 모습만 보여준 것 아니냐", "새벽이라는 인물의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잘 사는 모습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 기자 ] 올해 10월에 '오징어 게임 시즌 2' 다시 말해 오징어 게임의 두 번째 작품이 공개될 예정인데요. 시즌 2에서는 어떤 내용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나요?
[ 김헌식 ]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새로운 놀이, 새로운 인물들과 함께 펼쳐질 이야기와 메시지를 기대해 주셔도 좋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를 촬영하는 공간까지도 공개하면서 관심을 증폭시켰는데요. "이정재 씨가 맡았던 인물인 성기훈이 원숙해진다, 성장한다"라고도 감독은 덧붙였습니다. "(성기훈이) 어떤 일을 벌일 것 같은 진중한 인물로 무게감 있게 돌아온다"고 했는데, 이를 통해 성기훈이 어설프거나 순진하지만은 않으리라 예상할 수 있고요. 그리고 새로운 게임들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고 하고 황동혁 감독도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게임에 초점을 맞춰서 시청해야 할 것 같고요. 지난해 5월 황동혁 감독은 미국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시즌 2는 진정한 인간의 연대가 가능한지에 대해서 질문하게 할 것이다. 인간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연대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어떻게 연대를 할 것인가'라는 점이 궁금한데요. 또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에 술래 역할을 한 거대인형 캐릭터 '영희'의 남자 친구 '철수'도 등장한다고 하니까 이 부분도 기대를 해봅니다. 원래 영희와 철수는 한 짝인데요. 시즌1에는 영희만 등장했었는데 철수도 나온다고 합니다.
[ 기자 ] 오징어 게임 두 번째 작품의 배우진은 어떻게 되죠?
[ 김헌식 ] 딱지를 들고 게임 제안을 하는 배우 공유는 '양복남'이라는 인물이었는데, 다시 등장한다고 합니다. 다만 거의 모든 출연진이 (시즌 1에서) 목숨을 잃은 상황이기 때문에 공유 씨, 이정재 씨, 이병헌 씨 정도 등장할 것 같은데요. 황동혁 감독은 "정호연 씨가 연기했던 강새벽의 쌍둥이 자매가 등장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또 정호연 배우가 다시 등장할지는 지켜봐야겠고요. 전반적으로 새로운 인물들이 상당히 많이 나올 것으로 예측됩니다. 특히 임시완 배우가 출연합니다. 임시완 배우 같은 경우는 진중한 역할부터 처절한 연기까지 모두 가능하기 때문에 기대가 되고요. 또 <동백꽃 필 무렵>에서 인기를 끌었던 강하늘 배우가 나온다고 합니다. 요즘 대세 배우이자 <더 글로리>에서 악역을 맡았던 박성훈 그다음에 위하준, 양동근, 강애심, 최승현(탑), 이진욱 등 쟁쟁한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고 하니까 기대가 됩니다.
[ 기자 ] 그럼 마지막으로 오징어 게임 시즌 1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관전 요소 말씀해 주시죠.
[ 김헌식 ] 생존 경쟁에 몰리게 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처음에는 이기적입니다. 이기적인 방법으로 자기 목적을 추구하려는 측들이 이기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나중에 결과적으로는 선한 의지와 공동체를 생각하는 쪽이 이기게 되거든요.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도 '어떤 꿈을 가져야 되느냐', '세상에 대해서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 결국 이기는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앞선 게임에서 이병헌 씨가 맡았던 프론트맨이 우승자였는데, '왜 프론트맨이 됐을까?'라는 궁금증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마 숨겨진 이야기가 상당히 많을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 이병현 배우의 시즌2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 기자 ] 네, 지금까지 김헌식 교수님과 함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살펴봤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오징어 게임 드라마의 국내외 영향력 살펴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