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겨울연가, 한류 관광상품으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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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겨울연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2002년 한국 방송 채널 KBS에서 방영된 월화 드라마로 배용준, 최지우 등이 출연해 국내에서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방영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찾았던 촬영지와 드라마가 남긴 유행 알아보겠습니다. 오늘도 김헌식 교수님과 함께하겠습니다.

우선 극 중에서 강준상 (배용준)과 정유진 (최지우)가 종종 데이트를 즐겼던 남이섬에 대해서부터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드라마의 어떤 장면에 남이섬이 등장했나요?

[ 김헌식 ] 강준상과 정유진은 고교 시절 학교 수업 중에 빠져나와서 노는 '땡땡이'를 치게 되는데요. 이 둘이 매번 수업을 빠져나왔던 건 아니고 서로 관심과 호감이 있으니까 그런 건데요. 둘은 남이섬에서 자전거 데이트도 하고, 2회에서는 첫눈 오는 날 둘이 눈사람을 만드는 장면도 나옵니다. 첫눈 오는 날은 연인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하죠. 그래서 드라마에서 첫눈 오는 날이 자주 등장합니다. 드라마의 전편을 겨울에만 찍어서 겨울의 낭만적인 장면들이 좀 있습니다. 그리고 어른이 돼서 정유진의 동생 희진이 추억의 데이트 장소인 남이섬에 다시 가보라고 했고요. 그 뒤에도 시시때때로 이민형(배용준)이 기억을 찾기 위해서 남이섬을 찾아가게 됩니다. 남이섬의 "메타세쿼이아"와 "은행나무 숲길"도 굉장히 유명합니다. 또 남이섬에 얽힌 이야기가 있는데요. 연출자인 윤석호 PD가 2001년도 당시 단 한 장면을 찍기 위해서 남이섬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까 무척 마음에 드는 곳이 많은 거예요. 그래서 시시때때로 와서 많은 장면을 촬영했다고 합니다. 남이섬에는 겨울 연가에 나왔던 배용준과 최지우의 실물 크기 동상이 있는데 겨울연가의 제목을 따서 '연가상'이라고 이름 붙였고, 또 '겨울연가 첫 키스 장소'라고 적힌 안내판도 연인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편 한류 열풍의 주인공인 최지우 씨가 일본 총리 관저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때 당시 총리였던 고이즈미 총리는 "우리 아내가 겨울 영화를 너무 즐겨본다. 질투가 날 정도다. 촬영지였던 남이섬에 가보고 싶다"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 기자 ] 말씀하셨던 것처럼 준상과 유진 둘이 눈사람을 만드는 장면으로도 남이섬이 유명한데요. 바로 이 장면이죠.

[ 강준상 ] 무슨 입이 그래 ?

[ 정유진 ] 얘가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래 .

[ 강준상 ] 무슨 ?

[ 정유진 ] 나중에 , 나중에 얘기해줄게 .

[ 기자 ] 준상이 각자 만든 두 눈사람을 입맞춤하듯이 갖다 대는데요.

[ 정유진 ] 뽀뽀하네 .

[ 강준상 ] 좋겠다 .

[ 정유진 ] ( 준상의 볼에 뽀뽀한다 ) 이제는 부럽지 ?

[ 강준상 ] 유진아 .

[ 정유진 ] ?

[ 기자 ] 준상의 부름에 옆으로 고개를 돌린 유진에게 뽀뽀합니다. 이 장면으로 남이섬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입맞춤하는 눈사람을 만드는 것이 유행이 됐죠?

[ 김헌식 ] 그렇습니다. 남이섬을 방문하면 꼭 방문해야 할 곳이 바로 겨울연가 속 눈사람 뽀뽀 장면으로 유명한 장소입니다. 이곳에는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눈사람 모형이 놓여 있습니다. 주변이 온통 눈으로 덮인 겨울에는 입맞춤하는 눈사람이 낭만적으로 다가오는데요. 그 뒤에도 연예인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눈사람 입맞춤 장면을 촬영한 장소에서 재현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배용준 씨도 이 장면을 굉장히 인상적이라고 인정했습니다. 한 기자가 인터뷰 중에 "겨울 연가 가운데 어느 장면을 제일 좋아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배용준 씨가 "고교 시절 준상과 유진이 눈사람을 만들면서 노는 장면을 제일 좋아한다. 귀엽고 너무 순수하지 않은가" 라고 응답한 적이 있습니다.

[ 기자 ] 그럼 남이섬은 또 어떤 관광지로 유명한가요?

[ 김헌식 ] 남이섬은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방하리에 있습니다. 원래 섬이 아니었는데 청평댐이 만들어지고 물이 차면서 섬이 된 곳입니다. 8만여 평 정도의 잔디밭도 있고 자작나무, 잣나무 등이 즐비하게 있습니다. 남이섬의 주소는 강원도 춘천이지만 남이섬으로 들어가는 배는 가평에서 타야 해서 결국 춘천보다는 가평 지역에서 더 많은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원래는 이곳에 남이장군의 묘가 있었는데 이 남이장군 묘를 이전하고 가묘만 있어 '남이섬'이라는 이름만 남겨졌습니다. 청평 호수와 산책길도 있고 겨울에는 눈도 쌓이기 때문에 낭만의 공간으로 알려져 있고요. 가평 나루에서 남이섬에 들어가려면 입국 심사대를 거쳐야 합니다. 특수관광지인 '나미나라공화국'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입국 심사대에서 기다려야 되고요. 야간에는 조명을 매우 아름답게 켭니다. 늦게까지 남아있거나 그 안에 있는 유일한 숙박 시설에 머무르게 되면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조명을 통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게 한국에서 유행이거든요. 그런 조명 속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습니다.

[ 기자 ] 또 준상과 유진이 학창 시절을 보냈던 고등학교와 그 근처 성균관대학교도 드라마의 관광지로 유명했는데요. 드라마상에서는 이 고등학교가 서울과학고등학교라고 나오지만 실제로는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중앙고등학교였죠? 중앙고등학교를 포함해 왜 성균관대학교까지 관광지로 유명해진 건가요?

[ 김헌식 ] 중앙고등학교의 전경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고등학교가 저렇게 아름답나?', '혹시 대학교에서 촬영하고 고등학교로 설정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요. 중앙고등학교는 북촌에 있습니다. 북촌은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한옥이 많은 공간이고 예스럽습니다. 북촌에 실제로 중앙고등학교가 있고 학교 전경, 입구, 방송실 등에서 드라마를 촬영했습니다. 한동안 일본 주부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이 성균관대학교와 함께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 바로 중앙고등학교였습니다. 일본 관광객들이 깃발을 든 가이드를 따라다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고요. 중앙고등학교 앞에는 문방구가 있는데 한때는 배용준과 최지우의 기념품으로 거의 도배하다시피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중앙고등학교는 고려대학교와 같은 재단 소속이기 때문에 비슷한 건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대학교 수준으로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배용준 배우가 당시 성균관대학교 영상학과에 재학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멀지 않은 곳에 또 성균관대학교가 있기 때문에 같이 묶어서 많이 방문했었습니다.

[ 기자 ] 그럼 잠시 드라마 '겨울연가'의 배경음악 들으면서 쉬어가겠습니다.

( 겨울연가 OST)

[ 기자 ] 네, 다시 드라마 이야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드라마 방영 이후 드라마 안에서 배우들의 패션과 착용했던 소품들도 인기를 끌었는데요. 대표적으로 어떤 게 있었나요?

[ 김헌식 ] 최지우의 머리 모양과 옷은 당연히 인기 있었고 또 배용준 씨가 극 중에서 선물했던 목걸이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배용준 씨의 헤어와 뿔테안경도 마찬가지로 인기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배용준 배우와 최지우 배우의 머리 모양을 본뜬 가발도 크게 유행했습니다. 배용준 씨 같은 경우에는 밝은 갈색의 염색 머리였고, 최지우 배우는 검은색 단발머리였습니다. 또 배용준의 목도리도 유행했는데 제 친구들도 이 목도리를 하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갈색 정장 스타일의 겉옷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일본 여성지인 '여성주간'은 "일본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배용준과 최지우 패션을 추종하는 '패션 따라잡기'가 있다"고 보도하면서 "배용준 배우의 안경테와 시계, 최지우 배우의 가방 등이 굉장히 많은 인기가 있다"고 했고요. 또 '최지우의 얼굴이 된다', '배용준 피부를 만든다'라는 이름으로 최지우 배우와 배용준 배우의 화장술을 비롯한 각종 스킨케어법을 상세하게 소개했습니다. 또 잡지에서 '뷰티 투어'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미용 식단, 뷰티 센터, 한방 미용 요법들을 심층적으로 다뤘습니다. 겨울 연가 방영 전에는 일본인들은 한국에 대해서 약간 편견이 있었는데 이 드라마를 통해서 편견이 많이 사라졌고 특히 중장년 여성들 같은 경우에는 젊은 세대와는 달리 편견이 더 많았었는데 이 드라마로 많이 해소됐다고 합니다.

[ 기자 ] 그런데 아무래도 20년 전 드라마다 보니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과는 좀 다르죠. 최근 드라마 배우들의 패션이나 머리 스타일을 비교하면 어떤 점들이 다른가요?

[ 김헌식 ] 2000년대 초반에는 머리 염색이 굉장히 유행했습니다. 여자분들도 머리 염색을 많이 했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드라마상에서) 머리 염색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자의 화장술을 보면 옛날 드라마에서는 입술 선을 강조해 짙은 빨간색 립스틱을 바르고 두툼한 눈썹 산을 그렸습니다. 배용준 배우의 눈썹이라든지 입술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요즘은 반대로 눈썹 색과 입술 색을 옅게 합니다. 이걸 내추럴 화장법이라고 하는데, '꾸안꾸' 즉, 꾸민 듯 안 꾸민 듯 자연스럽게 하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그때 당시에는 얼굴에 두툼하게 메이크업했는데 요즘은 그 반대로 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 기자 ] 겨울연가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방영 7년 만인 2009년에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는데요. 애니메이션은 다른 말로 만화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에 관해서도 소개해 주시죠.

[ 김헌식 ]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제작했고요. 아쉬운 것은 일본에서만 TV로 방영됐고 한국에서는 방영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국의 제작진들이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감독 안재훈,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으로 유명한 김형완 작가, 배용준 배우가 주연을 맡고 550억 원을 들여서 만든 대작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시각적 효과(VFX) 프로듀서를 담당했던 임준영 PD 등이 참여했는데요. 일본 같은 경우에는 만화영화 공개에 맞춰서 관련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배경화와 설정화, 그림, 대본 등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만화영화에는 최지우, 배용준, 류승수 배우가 목소리 연기를 한 것으로 또 유명합니다.

[ 기자 ] 애니메이션은 드라마 결말과 다르게 끝난다는데 어떻게 끝나나요?

[ 김헌식 ]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둘 다에서) 강준상이 이민형이라는 것이 나중에 밝혀지게 되고요. 그런데 그쯤 이민형(배용준)의 눈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게 됩니다. 이민형은 시력을 잃을 수도 있고 죽을 수 있다는 진단을 받게 되죠. 그러자 이민형은 김상혁(박용하)과 정유진(최지우)에게 유학을 떠나라고 하면서 자기는 떠나겠다고 얘기합니다. 결과적으로 이민형과 정유진은 이별하게 되고 시간이 흐른 후 유학을 갔다 온 유진의 모습이 나옵니다. 유진은 익숙한 집 한 채를 보게 되는데, 옛날에 자기가 고안했던 집이었습니다. 도대체 누가 저 집을 지었는지 추적해 보니까 준상이 지었던 겁니다. 그때는 이미 준상은 시력을 잃고 앞을 볼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요. 드라마에서는 두 사람이 재회하는 모습으로 끝나거든요. 결혼했는지 안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만화영화에서는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으로 결론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검은 턱시도를 입은 배용준과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최지우가 목소리로 호흡을 맞춰서 결혼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됩니다.

[ 기자 ] 네, 김헌식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추억의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와 유행 살펴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도 겨울연가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