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겨울연가, 현대인이 잃어버린 ‘순수’ 자극

겨울연가 포스터
겨울연가 포스터 (/연합, KBS)

0:00 / 0:00

[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오늘은 한국 방송 채널 KBS 드라마 ‘겨울연가’를 살펴보는 마지막 시간으로 드라마의 국내외 영향력 알아보겠습니다. 2002년 1월부터 2월까지 총 20부작으로 방영된 이 드라마는 배용준, 최지우, 박용하, 박솔미 네 배우가 주연을 맡았는데요. 죽은 줄 알았던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이 돌아오면서 혼란을 겪는 여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입니다. 특히 배용준 배우와 최지우 배우가 일본에서 한류 배우로서 엄청난 인기를 끌게 해준 드라마기도 한데요. 오늘도 김헌식 교수님과 함께 합니다.

우선 드라마의 인기는 어느 정도였나요?

[ 김헌식 ] 그때 당시 경쟁작인 <여인천하>와 <상도>에 맞서서 30% 내외의 압도적인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방송 시작과 동시에 북미와 유럽, 일본 등 동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40여 개 국가에 수출 계약을 맺어서 50만 달러 (당시 한화 6억 6천만 원) 정도를 벌어들이면서 겨울연가가 벌어들인 총 부가가치는 134억 3천만 원이라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일본의 NHK와 협약을 맺으면서 한국에서 제작된 프로그램 수출가로는 사상 최고액으로, 편당 220만 엔(한화 2,200만 원)에 20부 전체가 수출돼서 총 4,400만 엔(한화 4억 4천만 원)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특히 처음에는 위성 방송인 NHK-BS2에서 방송이 돼서 인기를 끌다가 지상파 방송인 NHK로 옮겨지면서 도쿄 등의 수도권에서 9.2%의 시청률을 기록해 역대 3.9%의 일본 드라마 평균 시청률을 가볍게 제쳤습니다. 일본 주요 신문에서도 "경이로운 시청률이다"라고 얘기했고 특히 간토 지역에서는 2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시청자들로부터 "한국에서 방송한 그대로 더빙하지 않은 원래 드라마를 보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하면서 2004년 12월 20일부터 NHK-BS2에서 한국어 대사 그대로 일본어 자막을 붙인 채 무삭제판이 방송됐는데요. 방송한 지 20년이 지난 2022년 한류 실태 조사에서도 드라마 일본 순위에서 겨울연가가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 기자 ] 특히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 김헌식 ] 일본 중년 여성들에게 잊혀진 아련한 첫사랑에 대한 순정과 기억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 상당히 많았고요. 또 일본 드라마들은 도시적이고 유행에 따라가기 때문에 주부들이 볼 만한 순애물, 로맨스물은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남성들은 주로 굵직한 사극을 선호했기 때문에 일본 드라마는 이 분야에 쏠려 있어 주부들의 취향은 외면당했다는 것이죠. 특히 드라마에서 부모를 걱정하고 친구와 상대의 기분에 신경을 굉장히 쓰는 정이 깊은 모습이 좋았으며 일본에서는 그런 가치가 사라진 지 오래였다는 겁니다. 그냥 좋았다는 분들도 있었지만, (드라마를 통해) '내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라는 마음을 느껴서 한국 춘천에 다녀오는 일본 여성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순애보 작품을 찾는 이유로 순수에 대한 갈망을 꼽았는데요. 경제 발전에 따라서 물질적으로 풍요해졌고 다양한 미디어가 있었지만 인간미가 없어지는 상황에서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가 정신적인 위로를 주었다는 의견도 있고요. 또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부모의 반대와 갈등 등이 겨울연가에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남녀 간의 감정의 풍부한 묘사가 일본인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예컨대 인간다움과 진정한 사랑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기 때문에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는 이야기입니다.

[ 기자 ] 그럼 겨울연가의 수상내역은 어떻게 되나요?

[ 김헌식 ] 2002년에 KBS 연기대상, 남자 인기상, 남자 최우수연기상은 당연히 배용준 배우에게 돌아갔고요. 여자 인기상과 최우수연기상도 최지우 배우에게 돌아갔습니다. 우수연기상은 박용하 배우한테 돌아갔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화예술상인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연출상을 윤석호 PD가, 남자 인기상은 배용준 배우 그리고 여자 인기상은 최지우 배우에게 갔습니다. 그리고 2004년 NHK 감사장은 배용준 배우에게 갔고요. 10여 년 뒤에 일본 팬 6만여 명의 투표를 통해서 가장 인기 높은 한국 작품 연기자 선정을 했을 때 겨울연가가 뽑혔습니다. 이 공로로 윤석호 PD는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었고요. 또 윤 PD는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 서울협회가 주는 올해의 인물상도 받았고, 일본의 아카데미라고 불리는 제77회 키네마준보상의 특별상인 한·일 우호 공로상까지도 받게 됐습니다. 많이 팔린 음반상인 일본 골드디스크 상의 드라마 OST 부문 상을 드라마 겨울연가가 받은 바 있습니다. 왜냐하면 겨울연가의 OST 음반이 일본에서 약 20만 장이 팔려 50억 원대의 현지 매출을 기록하면서 상을 받게 됐던 것입니다.

[ 기자 ] 그럼 겨울연가를 시청한 분들이라면 가장 궁금해할 것 같은 배용준 배우의 근황 또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배용준 배우는 '욘사마'로서 일본에 큰 인기를 얻은 후 어떻게 지냈나요?

[ 김헌식 ] (배용준 배우는 이후) 드라마 활동은 잠깐 쉬었습니다. 2005년 허진호 감독의 <외출>이라는 작품에 출연했습니다. 손혜진 배우와 함께 출연했는데 멜로 로맨스 영화였기 때문에 부드러운 배용준의 이미지가 호응을 얻어서 일본에서 300만 관객을 모았습니다. 한국에서는 관객 수가 80만 명이었지만, 일본에서 700만 달러(한화 66억 원)로 선 수출해서 손익분기점을 이미 넘었습니다. 영화 개봉 후 일본에서 27억엔 (한화 230억 원)의 흥행 수익을 크게 올렸습니다. 드라마로는 2007년에 <태왕사신기> 주인공 '담덕'으로 출연해서 연기대상과 인기상을 받았는데 인기상은 투표 결과 100만 표가 나왔을 정도로 많이 나왔습니다. 다만 드라마를 찍다가 말에서 떨어져서 부상을 입는 바람에 어깨를 다쳐서 재활 치료를 받았고 패혈증까지 오는 위험한 상황을 겪었습니다. 이 때문인지 그 뒤에 드라마 활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15년 아이돌 그룹 '슈가' 출신의 배우 겸 방송인인 13살 연하 박수진과 결혼 발표를 했고요. 7월에 결혼식을 올렸고 인산인해를 이루는 모습이었는데요. 일본인 팬만 100여 명이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때 일본인들을 위해서 배용준 배우가 사비로 음식을 대접했는데 비용만 1천여만 원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2016년 10월에 득남했고요. 10개월 뒤인 2017년 8월에는 둘째 임신 소식도 전하면서 2018년 4월 10일에 둘째를 득녀했습니다. 그래서 슬하에 남매를 두고 있는데 지금 근황으로는 하와이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기자 ] 그럼 겨울연가 드라마의 배경음악 듣고 올까요?

( 겨울연가 OST)

[ 기자 ] 다시 드라마 얘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촬영 뒷이야기를 뜻하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드라마마다 없을 수 없겠죠. 겨울연가 드라마의 비하인드 스토리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나요?

[ 김헌식 ] 강당에서 피아노를 치지 못했던 준상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는 유진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오후에 햇살이 따뜻하게 두 사람을 감싸는 장면이었는데 실제 촬영은 밤중에 하게 됐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장면을 찍었냐면 밖에서 강력한 조명을 쏘여서 마치 낮인 것처럼 장면을 구성했다고 하고요. 또 방송부 일을 안 하는 준상에게 설교하는 방송을 하고 유진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유진의 댄스는 감독님이 "아무거나 좋으니까 거기에 맞춰 춤을 춰보라"는 말을 들은 최지우 배우가 스스로 만들어낸 춤이었다고 합니다. 사실은 집에서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하고요. 그리고 서울 시내를 달리는 춘천 시내버스라는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고등학교 내부나 주변 장면은 서울 시내에서 촬영됐지만 학교 부근에 버스 정류장은 춘천의 버스가 등장했습니다. 춘천 버스가 서울에 왔다 갔다 해야 하는 건데요. 앞선 시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춘천이 아니고 서울의 중앙고등학교 부근에 버스 정류장을 제작진들이 만들었는데, 중앙고등학교의 설정은 춘천이었기 때문에 일부러 춘천에서 시내버스를 불러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서울 시내를 춘천 시내버스가 달리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보니까 경찰이 몇 번이나 불러서 "무슨 직업을 가졌길래 이러느냐"는 질문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약혼식에 가는 와중에 유진이 죽은 준상이와 닮은 사람을 발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여기서 눈이 내려야 하는데, 사전에 눈이 내린다는 기상예보를 받았지만, 눈이 내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늘만 쳐다보며 '제발 눈이 내려라, 내려라' 염원했는데 결과적으로 진짜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대체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눈 오는 날을 촬영하려면 가짜 눈을 만들어서 뿌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겨울연가에서는 진짜 눈이 내리는 채 촬영했다고 합니다.

[ 기자 ] 마지막으로 드라마 겨울연가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관전 요소 말씀해 주시죠.

[ 김헌식 ] 겨울연가는 분명 통속극적인 내용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사랑에 대해서, 인간에 대해서 그리고 이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를 한번 되짚어볼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특히 한류 현상을 일으켰기 때문에 드라마 한 편으로 나라, 민족, 국경은 다르지만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쨌든 준상이와 유진을 통해서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가치들은 무엇인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무엇을 간직하고 싶은지를 따라가 보는 것도 중요하겠다고 생각합니다.

[ 기자 ] 네, 김헌식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드라마 겨울연가의 국내외 영향력 짚어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