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가을동화, “얼마면 돼” 황금만능주의 아닌 애틋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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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중원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추억의 드라마‘가을동화’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2000년 한국 방송 채널 KBS에서 방영된 월화 드라마로 역대급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오늘은 촬영지의 공간적 배경과 명장면 알아보겠습니다. 드라마의 주인공인 은서와 신애는 산부인과에서 각자의 이름표가 바뀌면서 14년간 서로 뒤바뀐 가정에서 자라는데요. 은서와 신애가 중학생일 때 둘의 운명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각자 원래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힘든 환경에서도 꿋꿋이 자란 은서는 원래 집으로 돌아오기 전 14년간 친오빠인 줄 알았던 준서를 가장 그리워하는데요. 오늘도 김헌식 교수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우선 드라마의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들을 간단히 소개해 주시죠.

[ 김헌식 ] '윤준서' 역의 송승헌 배우는 '잘생김', '미남' 배우로 표현이 되고 특히 진한 송충이 눈썹이 매력이었죠. 1996년 청춘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에 '송승헌' 역으로 중간에 투입돼서 이의정 배우와 커플로 출연하며 주목받았습니다. 송혜교 배우는 1990년대 중반에 10대 나이로 데뷔해서 지금까지도 최고의 톱스타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뒤에는 <올인>, <풀하우스>, <태양의 후예>, <더 글로리>까지 큰 인기를 끌었고 <순풍 산부인과>라고 하는 시트콤에 출연해 매력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호텔 재벌그룹의 막내아들로 나오는 '한태석' 역의 원빈 배우는 강원도 정선 출신이거든요.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는데 부모님은 (원빈의 연예계 데뷔를) 반대하면서 "너 같은 얼굴은 서울에 굉장히 많다"고 했습니다. 이는 진짜 그래서가 아니고 헛된 꿈을 꿀까 봐 막았습니다만, 원빈 배우는 결국 서울로 와 연기자로 데뷔해 <꼭지>라는 드라마를 통해서 일약 대스타가 됐고요. <가을동화>를 통해서 톱스타로 올라가게 됐습니다. 윤준서의 약혼녀로 나왔던 '신유미' 역을 했던 한나나는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선에 1999년에 입상했고 영화 <연풍연가>로 데뷔를 했습니다. 그러나 집안의 반대로 연기 생활을 잘 못하던 중 복귀를 하려다 심각한 교통사고를 입게 되면서 그 뒤의 행적은 알 수 없게 됐는데요. 원빈 배우 같은 경우는 작품을 안 한 지가 14년이 됐고 간혹 광고만 나와서 많은 팬들이 언제 작품을 할지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 기자 ] 송혜교, 송승헌 그리고 원빈까지 지금 보면 초호화 배우진이 출연했는데요. 그럼 드라마의 배경이 된 장소는 어디인가요?

[ 김헌식 ] 어린 시절과 성인기의 배경이 약간 다른데요. 어린 시절 같은 경우에는 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면 문경시 산양면에서 주로 촬영했고요. 어른이 됐을 때는 강원도 속초시 아바이 마을에서 촬영했습니다. 아바이 마을은 북에서 한국전쟁 이후로 내려오신 분들이 거주하는 곳인데, 특히 아바이 마을에 있는 갯배는 '가을동화' 때문에 굉장히 유명해졌습니다. 갯배는 강원도 속초 시내와 청호동 아바이 마을 사이에 놓인 속초항 수로를 건너는 유일한 수단인데요. 수로에 쇠줄을 설치해 놓고 갈고리로 끌어당겨서 배를 움직이는 무동력 배입니다. 그리고 강원도 고성 화진포 해수욕장은 은서(송혜교)와 준서(송승헌)가 어린 시절 해변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추억을 쌓은 곳이기도 하고, 준서가 사랑하는 여인 은서를 등에 업고 마지막을 보낸 장면의 배경이 바로 이 화진포 해수욕장인데요. 원래 군사보호구역이어서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어 자연 상태가 그대로 보존이 된 곳 중 하나고 드라이브 길과 자전거 도로가 잘 꾸며져 있는 곳입니다. 또 '가을동화'의 촬영지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대관령 목장입니다. 600여만 평의 초지 목장으로 동쪽으로는 동해안이 펼쳐져 있고 서쪽은 완만한 고원성 분진을 이루고 있고 원시림과 드넓은 초지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특히 이 목장 정상 부근에 있는 동해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일출 광경이 장관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이런 곳들이 바로 '가을동화'의 촬영지로 많은 분들이 찾아왔던 곳입니다.

[ 기자 ] 드라마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청취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은서와 준서 등 각자 어떤 직업을 갖고 있고,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설명해 주시죠.

[ 김헌식 ] 호텔 경영자의 아들이자 바람둥이인 한태석(원빈)은 원래는 미술을 전공했습니다. 미술을 전공하러 미국에 유학 갔다가 그곳에서 미술 유학을 하는 윤준서(송승헌)를 만나게 되는 건데요. 한태석은 정작 한국에 와서 화가로 활동하지 않고 골프 선수로 활동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골프 선수로 활동하는 와중에도 문제를 많이 일으켜서 재벌가의 아버지가 한태석을 지방의 호텔 이사로 쫓아버리게 됩니다. 한태석의 어머니도 일본에서 재혼한 상황이고 아버지가 자기를 인정하지 않으니까 걸핏하면 술에 취한 채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행동을 하는데요. 어느 날 만취해서 호텔 전화교환실에 술주정을 부리면서 희롱을 하다가 결국 은서(송혜교)가 자신이 "애 둘인 아줌마"고 하면서 한태석에게 된통 수모를 주게 됩니다. 이에 한태석은 함정을 파서 "최 씨 아줌마"라고 하면서 애 둘인 아줌마라고 말한 은서에게 반격을 가하려고 하는데요. 반격하려다가 은서에게 반해버리는 상황이 되어 은서를 자신의 시중을 드는 개인 전속 직원으로 삼습니다. 그 뒤 은서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점점 빠져들게 되고요. 준서는 미술 전공하고 미국에서 돌아와 은서를 찾아오는데, 처음부터 (은서를) 찾은 것은 아니고 고향 근처 폐교에다가 개인 작업실을 얻게 됩니다. 그 와중에 근처 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은서를 만나게 되어 결국 삼각관계가 이루어지게 되는데 윤신애(한채영)가 한태석의 호텔에 일하게 되면서 다시 또 신애가 은서를 괴롭히게 되는 상황이 됩니다.

[ 기자 ] 은서를 찾기 위해 미국에서 귀국한 준서는 우연히 은서가 일하는 호텔에 머물게 되는데요. 준서가 외출한 사이 은서는 휴대전화 충전을 완료한 뒤 본인의 삐삐 호출 번호를 남겨놓습니다. 준서는 이 번호로 전화를 거는데요.

[ 윤준서 ] 여보세요 , 여보세요 ?

[ 최윤서 ] , 빌라 손님이시죠 ? 호출하셨죠 ?

[ 윤준서 ] , 핸드폰을 다시 충전 했으면 해서요 .

[ 윤은서 ] 그럼요 . 프런트에 맡기시면 돼요 .

[ 윤준서 ] , 감사합니다 .

[ 윤은서 ] 저기 그런데 여긴 웬일이세요 ? 죄송합니다 .

[ 윤준서 ] 그냥 누굴 찾으려고요 .

[ 최윤서 ] 찾으셨나요 ?

[ 윤준서 ] 찾는 중이에요 .

[ 최윤서 ] , 충전이요 ? 지금 프런트로 오실래요 ? 기다릴게요 .

[ 윤준서 ] 그래요 . 지금 갈게요 . 금방 거예요 .

[ 기자 ] 은서와 준서는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과 다른 점이 있죠? 바로 삐삐를 쓴다는 건데요. 삐삐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쓰던 휴대용 수신기인데 요즘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요. 남한의 전화기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 간단히 설명해 주시죠.

[ 김헌식 ] 참고로 둘의 삐삐 호출 번호 끝자리가 같은 것을 알게 되는 장면이 있는데 준서는 자기 생일이라고 은서는 오빠 생일이라고 답을 해 미묘한 상황이 돼버립니다. 어쨌든 그 당시는 이동전화와 핸드폰이 교차하던 시기였습니다. 은서는 핸드폰이 없고 삐삐만 있어서 연락 호출 번호가 오게 되면 공중전화로 가서 전화해야 합니다. 한태석과 윤준서는 개인 핸드폰이 있고요. 삐삐는 의사 등 특수업종의 사람들만 사용하고 한 시대를 풍미를 했습니다. 그래서 '8282'는 '빨리빨리', '2252'는 '여기로 와', '8585'는 '바로바로' 등 숫자에 의미가 있었는데요. 무선 호출기 사업은 1984년부터 보편화되다가 1997년에 1500만 명을 돌파했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 개인 휴대전화가 증가하게 되면서 개인 휴대통신 가입자가 2010년까지 5천만 명을 돌파하게 됐죠. 이쯤에 스마트폰이라는 게 생겼습니다. 스마트폰은 인터넷이 되는 전화죠. 인터넷을 통해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검색까지도 가능한 핸드폰인데요. 이런 식으로 개인 이동통신 수단이 바뀌어왔습니다.

[ 기자 ] 그럼 잠시 드라마 '가을동화'의 배경음악 들으면서 쉬어가겠습니다.

( 가을동화 OST)

[ 기자 ] 네, 다시 드라마 이야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드라마 방영 이후 남한에서 가장 파급력 있었던 명장면은 바로 태석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은서에게 돈을 주면 되겠냐고 몰아붙이는 장면이죠.

[ 한태석 ] 네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 아니야 . 생각해 봤어 . 대단한 최은서한테 제일 대단한 뭘까 . 우습게도 그건 돈이더라고 . , 그거라면 나도 자신 있는데 말이야 . 나는 하러 그렇게 길을 돌아온 걸까 . 사랑 ? 웃기지 . 이젠 돈으로 사겠어 . 돈으로 사면 아니야 . 얼마면 될까 ? 얼마면 되겠냐 ?

[ 최은서 ] 얼마나 있는데요 ? 필요해요 . 정말 필요해요 .

[ 기자 ] 병원에 가서 암을 진단받은 은서는 태석에게 돈이 정말 필요하다고 말하는데요. 이 장면은 수많은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패러디 즉, 재구성됐습니다.

( 슬기로운 의사생활 2 장면 )

[ 이익준 / 간담췌외과 부교수 ] 대게 필요해요 . 대게 정말 필요해요 . 얼마나 있는데요 ?

[ 양석형 / 산부인과 조교수 ] 소리야 ?

[ 안정원 / 소아외과 조교수 ] 연기하는 거야 . 연기 .

[ 김준완 / 흉부외과 과장 부교수 ] 얼마면 될까 ? 얼마면 ? 대게 이제 돈으로 사겠어 .

[ 안정원 / 소아외과 조교수 ] 진짜 대단한 우정이다 . 그걸 받아주냐 ?

[ 채송화 / 신경외과 부교수 ] , 그럼 대게를 돈으로 사지 뭐로 .

[ 기자 ] 최근까지도 많은 프로그램에서 이 장면을 패러디하고 있는데요. 이 장면이 왜 이렇게까지 화제가 된 거죠?

[ 김헌식 ] 여주인공의 마음을 돈으로 사겠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태도 때문입니다. "잘생긴 외모에 넘어가지 않을 여성이 누가 있겠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또 한편으로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 있습니다. "돈이면 심지어 여성의 사랑까지 다 얻을 수 있다고 보는 거냐?"고 비판적으로 접근하면서 "황금만능주의 아니냐?"고 얘기하는데요. 시청자들이 감동하고 패러디를 많이 하는 이유는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을 텐데'라는 공감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걸 뻔히 알면서도 투정 부리듯이 "얼마면 돼?"라는 말 속에 함축된 애틋함, 안타까움,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열망 등을 시청자들이 고스란히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사실 한태석이 은서의 마음을 돈으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가을동화'의 "얼마면 돼? 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라는 대사가 계속 맴돌았던 이유는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굉장히 좋게, 애달프게 봤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기자 ] 한태석(원빈)이 은서(송혜교)를 진심으로 좋아하다가 은서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걸 보고 요즘 말로 '흑화'해서 우악스럽게 나오는 장면인데 마음이 아픈 장면이기도 했죠.

[ 김헌식]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다 알기 때문에 (더 마음이 아팠죠). 만약 처음부터 한태석이 이랬다면 그렇게까지 여운이 남지 않았을 겁니다.

[ 기자 ] 네, 김헌식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추억의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지와 명장면 살펴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도 가을동화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