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지티스트 제작사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살펴보려 합니다. 앞서 지난 시간에 언급한 대로 이병헌, 신민아, 한지민 등 14명의 초특급 배우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요. 오늘은 이병헌과 신민아 그리고 김우빈과 한지민의 이야기를 각각 살펴보려 합니다.
교수님, 우선 이 네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부터 설명해 주시죠.
[ 김헌식 ] 드라마는 실제 연인인 신민아와 김우빈의 출연으로도 화제를 불러 모았는데요.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신민아는 이병헌과, 김우빈은 한지민과 연인이거나 그와 비슷한 감정을 가진 상황입니다. 이병헌은 제주 태생인데요. 트럭 만물상으로, 집에 머무는 날 없이 돌아다니는 인물입니다. 이병헌과 연결되는 신민아는 서울에서 회사 동기로 만난 태훈 (정성일)과 결혼해서 아들을 낳았는데요. 하지만 이혼의 상처를 안고 제주로 와서 다시 이병헌과 만나는 상황입니다. 이병헌에게 신민아는 지켜주고 싶었던 첫사랑이고요. 또 신민아에게 이병헌은 의지하고 싶었던 동네 오빠였습니다. 또 한지민은 육지에서 제주로 내려와서 해녀가 됐습니다. 밤에는 실내 포장마차를 운영하고 밝고 싹싹한데, 웬일인지 누구와도 깊게 사귀려 하지 않습니다. 온갖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김우빈은 한지민을 사랑하게 되는데요. 그렇지만 한지민은 김우빈을 밀쳐내고 겉돌기만 하는 상황인데 과연 두 사람이 인연을 이어갈지 궁금해집니다.
[ 기자 ] 네, 그럼 이병헌과 신민아 이야기부터 살펴보자면요. 신민아는 어린 시절 아빠와 엄마에게 받았던 상처로 인해 우울증을 앓고 있는데요. 우울증이 심해져 결혼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우울증으로 인한 무기력감으로 집안 살림은 물론 아들인 열이도 잘 돌보지 못하자 남편인 정성일은 출근길에 신민아에게 화를 버럭 냅니다.
[ 정성일 / 신민아 남편 ] 열이 원복 냄새 맡아봐 . 내 옷도 열이 옷도 온통 냄새투성이인 거 알아 ? 대체 빨래를 어떻게…
[ 신민아 ] 그렇게 냄새가 나면 네가 좀 하지 . 빨래도 청소도 그걸 꼭 다 내가 해야 돼 ?
[ 정성일 / 신민아 남편 ] 내가 돈도 벌고 집도 치우고 너도 씻겨주랴 ? 거울 좀 봐 , 대체 머리를 며칠을 안 감은 거야 , 냄새나 , 너 . 그리고 병원 좀 가라고 .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건데 . 우울증도 고칠 수 있다잖아 . 약 먹고 , 상담도 좀 받고 !
[ 김열 / 신민아 ∙ 정성일 아들 ] 아빠 , 싸우지 마 .
[ 정성일 / 신민아 남편 ] 애 키우면서 어떻게든 살려는 의지를 내 보라고 , 제발 좀 .
[ 기자 ] 남편이 출근하자마자 신민아는 마음을 다잡고 집을 청소하기로 합니다. 우선 샤워부터 하는데요. 채 30분도 지난 것 같지 않은데 남편과 아들이 돌아옵니다.
[ 신민아 ] 출근 안 했어 ? 열이를 왜 안고 있어 . 어린이집 안 보냈어 ?
[ 정성일 ] 무슨 출근을 안 해 , 퇴근했는데 . 어린이집 선생님이 네가 열이 안 데리러 온다고 아무리 전화해도 안 받는다고 거래처 미팅하는 나한테 전화했더라 . 열이 데리고 가라고 .
[ 기자 ] 신민아는 화장실 밖을 나와 창문을 보는데요. 창문 밖은 이미 어두컴컴해진 밤이었습니다. 이내 신민아 몸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데요. 이 장면, 우울증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가 나왔죠. 드라마에서 묘사한 우울증과 실제를 비교하면 어떤가요?
[ 김헌식 ] '우울증 연출이 잘 됐다', '우울증을 시각화한 것 같다'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신민아의 손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면서 흘러내려 사라지는 듯한 장면이 바로 우울증을 잘 묘사한 거고요. 또 바다에서 뒤로 돌았을 때 밝은 세상이 어두컴컴하게 변하면서 이 세상에 혼자 있는 듯한 장면도 우울증을 잘 전달했습니다. 우울증은 우울장애에 줄인 말인데요. 의욕 저하는 물론이고 우울한 감정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인지적인 능력을 떨어트리고 정신적, 신체적 증상을 일으켜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 가운데 하나인데요. 복합적인 요인으로 우울장애가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민아의 우울증에 걸린 실감 나는 연기력도 굉장히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유일한 행복인 아들 양육권을 뺏길 위기에 처하게 되면서 우울증이 심해졌고요. 제주 바다에 빠지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 해녀에게 발견이 되고 이병헌이 돌봐주면서 새로운 관계의 국면이 펼쳐지게 됩니다.
[ 기자 ] 신민아는 제주도로 와서 아들 열이와 함께 살 집을 짓다가 어린 시절 의지했던 이병헌을 만나는데요. 이병헌은 신민아가 남편과 이혼 후 양육권 재판을 준비 중이란 걸 알게 됩니다.
[ 신민아 ] 다음 주에 서울에서 양육권 재판 있어 . 재판에서 이기면 바로 열이 이곳 ( 제주도 ) 으로 데리고 올 거야 . 여기서 살면 행복할 거야 . 우리 열이도 , 나도 .
[ 이병헌 ] 재판이 니 마음대로 되냐 ? 판사 마음이지 . 말해 봐 . 재판에서 이겨서 네가 애 여기 데리고 올 수 있으면 넌 행복해지고 , 재판에서 져서 애 여기 못 데리고 오면 너 다시 불행해지고 그런 거야 ? 그래 ?
[ 신민아 ] 질 리 없어 . 난 이겨 , 재판에서
[ 이병헌 ] 돌아버리겠네 .
[ 기자 ] 신민아는 양육권 분쟁에 어떻게 휘말리게 된 건가요?
[ 김헌식 ] (신민아는) 우울증 때문에 무기력해져서 집 안 청소나 빨래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됩니다. 결혼 후 7년이 지났는데도 우울증은 해결되지 않아요. 심지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다시 집으로 올 시간이 됐는데도 데리러 가지 않는 등 시간 감각을 완전히 상실할 정도입니다. 신민아의 남편은 어린이집에서 전화를 받고 거래처와의 만남도 뒤로하고 서둘러 집에 가서 아이를 찾아오게 되고, 심지어 신민아는 그 시간이 흐른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게 된 것이죠. 여기에서 남편이 지쳐버립니다. 그래서 결국에 헤어지게 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헤어지는 과정에서 미성년의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양육권자와 친권자를 정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이혼 후에 협의로 신민아는 양육권을 갖게 됩니다. 그렇지만 우울증 약을 다른 약으로 바꾼 날 아이를 태운 채 사고를 내게 됩니다. 결국 7년 동안 신민아의 우울증이 심해졌고, 아이가 위험한 상태에 빠질 때 아이 엄마가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고, 경제적인 능력도 없기 때문에 남편은 다시 양육권을 찾아가겠다고 합니다. 신민아는 양육권 소송에서 패소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아이를 남편에게 뺏기는 상황이 돼버립니다.
[ 기자 ] 네, 그럼 신민아와 이병헌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를 하면서 잠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배경음악 듣고 오겠습니다.
( 우리들의 블루스 OST)
[ 기자 ] 다시 우리들의 블루스 극 내용으로 돌아와 볼까요? 이어서 신참 해녀 한지민과 그 배를 운전하는 선장 김우빈의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둘이 제주 밤바다 길을 걸으며 대화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는데요.
[ 한지민 ] 말해 봐 . 왜 자정이 다 된 시간에 우리 집 앞에 딱 나타난 건지 .
[ 김우빈 ] 도로에서 배 선장 차 타고 가는 거 보고 걱정돼서 가 본 거예요 .
[ 한지민 ] 왜 내가 걱정돼 ? 너 나 좋아하지 ?
[ 기자 ] 김우빈의 고백으로 둘은 연애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지민이 숨기고 싶어 했던 비밀, 언니 영희(정은혜)가 제주도에 나타납니다.
[ 한지민 ] 육지 사는 우리 언니 왔는데 , 인사할래 ?
[ 영희 / 극 중 한지민 언니 ] 난 영옥이 쌍둥이 언니 영희
[ 김우빈 ] 아…예 , 저기…그…저는 , 예 , 그 , 저 , 박 , 박정준이라고…
[ 한지민 ] 많이 놀랐나 봐 ? 나랑 쌍둥이 언니 영희 다운증후군 .
[ 영희 / 극 중 한지민 언니 ] 발달장애 2 급
[ 한지민 ] 다운증후군이 뭔지 모르면 인터넷 좀 찾아보고 . 간다 .
[ 기자 ] 한지민은 김우빈도 전에 만났던 사람들처럼 언니인 영희를 보고 떠나갈 것이라 생각하며 밀어내는데요. 그런데 한지민의 언니인 영희 역할을 맡은 배우가 실제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어 이목을 끌었었죠?
[ 김헌식 ] 네, 그렇습니다. 다운 증후군은 염색체 이상으로 인해서 발달장애가 발생하는 건데요. 발달장애를 지닌 영희 역을 연기한 정은혜 씨는 실제로 발달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한지민은 언니 영희의 존재를 숨기려 애쓰는 모습도 있고, 그에 따른 죄책감도 갖고 있는 상황인데요. 영희 역을 연기한 정은혜 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동생 한지민과 함께 신나게 춤을 추는 장면을 꼽았습니다. "쌍둥이 자매로 나온 한지민이 공항에 저를 마중 나올 때 다 같이 춤을 췄다", "기분이 좋은 장면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정은혜 배우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인데요. 4천여 명의 인물화를 그린 것으로 유명하고, 이 드라마 출연 이후에 큰 스타가 됐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장애인이 나오죠. 이소별 씨입니다. 커피를 판매하고 있는 청각장애인 역할을 했는데요. 실제로 3살 때 청각장애를 겪고 현재 보청기를 끼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수어로 표현하는 노래와 춤을 배워 무대에 오르고 드라마에서까지 출연해서 화제를 불러 모았습니다.
[ 기자 ] 우울증과 장애를 불쌍하거나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해 낸 점이 시청자들에게도 새로운 시각과 또 색다른 감동을 전해준 것 같네요.
[ 김헌식 ] 그렇습니다. 장애인을 동정이라든지, 배려의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고 그들도 삶이 있고 생각이 있고 자신의 주체적인 삶의 노하우들이 있다는 점을 많이 부각했고요. 특히 정은혜 씨 같은 경우에는 갈등을 해결하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그 가운데 정은혜 씨의 그림도 큰 역할을 합니다. 장애인이 등장할 경우에는 우울하고 무겁게만 그리는 경향이 있는데 장애인도 희로애락이 있는 존재로 고르게 그려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죠. 장애는 극복이 아니라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그 자체라는 것을 일상의 삶을 통해서 잘 보여줬기 때문에 우리들의 블루스는 장애를 잘 그린 작품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 기자 ] 네, 지금까지 세 편에 걸쳐 이병헌, 차승원, 노윤서 등 각 인물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들을 살펴봤는데요. 아직 다루지 못한 모자지간의 화해, 여자 간의 우정 등 다양한 이야기가 또 드라마에 등장합니다. 푸른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 도민들의 정겨운 이야기를 통한 진한 감동이 북한 청취자분들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 김헌식 ] 네, 멀리 제주도 이야기지만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실 수 있는 내용이 되겠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우리들의 블루스 드라마가 보여준 관점으로 우울증과 장애에 대해 함께 살펴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드라마의 국내외 영향력 짚어보겠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