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오늘도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다루는 마지막 시간으로 드라마의 국내외 영향력을 짚어보겠습니다. 이태원 클라쓰는 영화 제작사 쇼박스와 콘텐츠지음에서 제작한 드라마로, 한국 채널 JTBC와 유료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됐는데요.
우선, 드라마의 시청률은 어느 정도였나요?
[ 김헌식 ]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상승했습니다. 첫 회 대비 마지막 회 시청률이 3배를 넘었는데요. 첫 방송에서 5% 정도로 출발해, 방송 2주 만에 10%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10회 같은 경우는 14.8%, 최고 시청률은 16.5% (최종회)까지 치솟았습니다. 사실 최근에는 시청률 10% 넘는 드라마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이 드라마가 JTBC에서 방송됐는데 역대 JTBC 방송 드라마 중에 시청률 4위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고, 젊은 층과 중장년층 모두 호평했습니다. 제15회 서울 드라마 어워즈에서 미니시리즈 우수 작품상을 받았고요. 아시안 텔레비전상에서는 드라마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또 56회 백상예술대상에서는 TV 부문 여자 신인연기상을 김다미 씨가 받는 영광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 기자 ] 드라마의 어떤 매력이 이렇게 많은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었던 걸까요?
[ 김헌식 ] 아무래도 우여곡절, 사연 많은 박새로이를 응원하게 되는 내용이 인기를 끌었고 매력적이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고요. 박새로이가 인생의 전환점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그 사람들과 함께 고난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많은 (시청자들의) 응원과 지지의 원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물론 드라마에 복수가 있습니다. 한국 요식업계 최정상에 오른 '장가' 그룹이 박새로이의 인생과 가족을 파탄 나게 했고 그에 대한 복수 서사도 있습니다. 그리고 주·조연 가릴 것 없이 배우들의 연기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가진 것 하나 없지만 올곧은 신념으로 복수를 하면서도 인생의 성공까지 이룬다는 전형적인 내용이지만, 여기에 청춘들의 풋풋한 꿈과 사랑,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세대 초월해서 볼 수 있는 드라마로 기록을 남기게 됐던 것입니다.
[ 기자 ] 그런데 이태원 클라쓰는 웹툰 즉, 온라인상에서 연재된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인데요. 원작과 드라마는 얼마나 유사한지도 궁금해지네요.
[ 김헌식 ] 다음(Daum) 포털사이트에서 해당 웹툰이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연재됐습니다. 작가 이름은 '광진'이고요. 2019년에 드라마 편성을 받아서 2020년 1월에 금토 드라마로 JTBC에서 방송됐습니다. 그리고 광진 작가가 실제로 드라마 대본까지도 썼죠. 무엇보다도 눈여겨봐야 할 것은 웹툰과 드라마의 다른 점인데요. 오수아는 원래 박새로이의 집인 단독주택에서 사는 설정이었습니다만, 보육원에서 사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박새로이의 아버지가 연 가게가 치킨집에서 포차로 바뀌었습니다. 또 원작에서 박새로이의 가게 이름이 꿀밤이었지만 드라마에서는 단밤으로 바뀌었습니다. 의미는 같을 것 같고요. 장근원이 첫 회에서 아버지를 오토바이로 치는데 드라마에서는 오토바이가 차로 바뀌는 등 변화가 있었습니다.
[ 기자 ] 작가 조광진 씨가 이태원에서 실제로 꿀밤이라는 포차를 운영하고 있다고요?
[ 김헌식 ] 그렇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방송에서 상호 즉, 가게 이름이 나오게 되면 홍보하는 것으로 비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드라마상에서 박새로이의 포차 이름을 단밤이라고 바꿨습니다.
[ 기자 ] 웹툰을 원작으로 드라마가 만들어질 경우에는 기존 만화 그림과 실제 배우가 얼마나 닮았는지도 관심이 집중되는데요. 교수님은 어떻게 보셨나요?
[ 김헌식 ] 박서준은 원작(박새로이)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짧은 밤톨 머리와 스트리트 패션 즉, 거리 옷차림으로 10대, 20대 사이에서 굉장히 열광하게 했고요. 조이서 역을 맡은 김다미 씨 같은 경우는 외모가 조금 다르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저는 성격이나 행동 등 스타일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모순적이지만은 해맑은 소녀처럼 자기 신념을 가지고 있는 면모가 외모와는 상관없이 일관됐다고 생각되고요. 다만 오수아는 극 중 박새로이의 첫사랑인데 원작과 큰 차이를 보이는 캐릭터죠. 웹툰에서는 없었던 불우한 삶의 이야기가 더해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복잡미묘한 심정이 극대화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유재명과 손현주 등 중년 연기자들 그리고 악역 장근원의 안보현 연기자도 좋은 평가를 보여줬습니다. 특히, 유재명 배우가 연기한 장대희 역할은 대단했습니다. 악역인데 인생과 세계에 대해서 나름대로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기 욕망의 벽을 넘지 못하는 인물을 잘 연기해서, 악역으로서 이 드라마를 생명력 있게 만들어 줬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제가 봤을 때는 원작보다 좀 더 잘 연기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기자 ] 웹툰을 먼저 접한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또 원작을 망치지 않고 유사하게 잘 만든 드라마일수록 그 드라마에 애정이 가게 되죠.
[ 김헌식 ] 그렇습니다. 웹툰이 영상화될 경우에 보통 원작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어서 사실 유명한 만화나 소설을 영상화하는 것을 감독이나 작가들이 좀 꺼리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은 웹툰의 등장인물과 내용들을 잘 형상화됐습니다. 왜냐하면 웹툰을 쓴 조광진 작가가 직접 각색과 대본을 맡았기 때문에 오히려 캐릭터들이 드라마에서도 그대로이거나 더 잘 살아났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웹툰의 작가가 각색과 대본을 맡게 되면 좀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기자 ] 네, 그럼 잠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배경음악 듣고 오겠습니다.
( 이태원 클라쓰 OST)
[ 기자 ] 이태원 클라쓰는 많은 명장면과 명대사를 남긴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특히 저는 박새로이의 아버지인 박성열과 나눈 대화 장면들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요. 왕따당하는 친구를 보호해 주려다 학교에서 잘린 박새로이와 아들을 감싸려다 회사에서 잘린 아버지 박성열은 서로에게 주를 한 잔씩 따라 주고 받습니다.
[ 박성열 / 박새로이 아버지 ] 따라 봐 . 오른손은 상표가 안 보이도록 잡고 왼손은 거들듯이 . 너무 꽉 채우지 말고 반 조금 넘게 . 옳지 . 자 , 한잔할까 ? 마실 때는 고개를 살짝 돌리고 . 그래 . 술맛이 어떠냐 ?
[ 박새로이 ] 달아요 .
[ 박성열 / 박새로이 아버지 ] 오늘 하루가 인상적이었다는 거야 . 나도 ( 술맛이 ) 달구나 .
[ 기자 ] 이 장면에 '단밤 포차'의 이름이 '단밤'인 이유가 숨겨져 있는데요. 박새로이는 단밤 포차로 이름을 지은 이유를 묻는 조이서에게 "쓰린 밤과 내 삶이 조금은 달달했으면 해서"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드라마의 많은 대사가 시청자들에게 와닿았던 이유는 뭐라고 보시나요?
[ 김헌식 ] 우리가 살아가면서 고민하게 되는 상황에서 새겨볼 만한 내용들이 많이 있고 실제로 이 주인공들이 창업하거나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인생 이제 시작이고 나는 원하는 거 다 이루면서 살 거야. 그렇게 시작하면 돼. 필요한 건 다 할 거야. 내 가치를 네가 정하지 마'라는 말은 스스로 운명과 상황을 개척하겠다는 능동성을 가지고 있고요. '가진 것 없이 태어났어도 원하는 건 많아서', '미리 정해놓고 그래서 뭘 하겠어요? 해보고 판단해야지'라는 말도 능동적인 태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람은 소신 있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게 제 소신이고, 저희 아버님 가르침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라면서 박새로이를 중심으로 소신 있게 사는 주인공과 청춘들의 이야기가 공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포기하고 적당히 무리입니다. 고집, 객기 제 삶 자체는 더딜지 몰라도 저는 단계를 밟고 있고 그 끝에 당신이 있습니다'라는 말과 '반복적인 일상 같지만 사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몰라. 뻔한 날은 단 하루도 없었고 지금껏 힘든 날도 슬픈 날도 많았지만, 살다 보면 가끔 그렇게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해'라는 표현 등을 통해 앞으로 미래에 대한 소소한 희망들을 이야기하는 점이 앞으로 살아갈 청춘들 혹은 일반 사람들한테도 소소하게 희망과 힘을 주는 내용이기 때문에 명대사를 배출한 드라마로써 인기가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 기자 ] 그런데 이 드라마가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도 인기가 대단했죠?
[ 김헌식 ] 그렇습니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서 일본에서 공개됐는데요. 일본에서는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해외 리메이크 즉, 재창작 드라마로 일본에서 선을 보였는데 <롯폰기 클라쓰>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공개가 되자마자 10위권에 입성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보였고요. 중국에서도 드라마 인기가 대단해서 중국에서 '장락미앙'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로 8월 중에 제작 돌입한다고 합니다. 40부작으로 제작될 예정이고 제작비는 우리나라 돈으로 한 250억에서 350억 규모가 투입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유명 배우들, 화려한 제작진이 참여한다고 하니까 중국에서도 리메이크작이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입니다. 아쉽게도 중국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공식적으로 수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리메이크작으로 대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기자 ] 또 주목할 만한 점이 장가 포차 장대희 사장의 아들인 장근원을 연기했던 안보현 배우가 이 드라마를 통해 빛을 발했습니다. 이 드라마 이후 안보현은 대세 배우로 도약한 것 같은데요.
[ 김헌식 ] 그렇습니다. 이태원 클라쓰의 또 다른 매력이 바로 악역이었고, 특히 안보현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재벌가의 안하무인 후계자의 모습을 완벽히 그려냈습니다. 그렇지만 엄한 아버지 장대희 밑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약한 존재이기도 한데요.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악행을 하게 되는 내면 연기를 잘 표현하기도 했었습니다. 또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참담한 감정을 갖기도 하고, 어떤 때는 화를 폭발시키는 복합적인 감정 표현을 잘했고요. 그 뒤에 배우로 주목받아서 드라마<군검사 도베르만>를 시작으로 영화 <2시의 데이트>, 예능 프로그램 <백패커>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는 신예로 부각됐습니다.
[ 기자 ] 마지막으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전반적인 평가와 관전 요소 말씀해 주시죠.
[ 김헌식 ] 겉으로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복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만, 그 안에는 굉장히 어려운 처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신과 자신의 철학을 바탕으로 자영업을 통해서 자기의 성공 이야기를 써가는 주인공과 여러 다양한 청춘들의 모습들이 매력적입니다. 등장인물 중에 조폭 출신도 있고, 전과자 출신도 있고, 혼혈인도 있고, 또 남녀의 성을 바꾼 인물도 있습니다. 사회에서 외면되고 힘없는 청춘들이 힘을 모아 자신들의 꿈을 이뤄가는 과정 가운데에서 결국 옳은 가치들을 실현하는 사람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그리고 자기 삶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했기 때문에, 이 점에 초점을 맞춰서 보시면 좋겠습니다.
[ 기자 ] 네, 지금까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함께 살펴봤습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국내외 영향력 짚어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