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종이의 집, 4조 도둑발행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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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넷플릭스 자체 제작 범죄 액션 드라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았던 스페인 작품 <종이의 집> 시리즈를 남북한의 이야기로 각색해 재창조한 작품인데요. BH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지음이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이 드라마에는 오징어게임으로 이름을 알렸던 박해수와 영화계와 드라마계에서 뜨는 신예 전종서 배우 등이 출연해 이목을 끌었었는데요. 무엇보다도 남북한의 통일 직전 혼란스러운 상황이 배경이라는 점도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그럼, 어떤 드라마인지 예고편부터 들어볼까요?

우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남조선 정부와 더불어 종전을 선언하고 이를 위해 양국은 경제공동체를 건설할 것이며 , 공동으로 화폐를 만들어 서로 사용하도록 것이며… 북한이 개방되면 남북민 모두가 단단히 한몫 잡을 알았지만 , 현실은 어때 ? 가진 자들만 부자가 됐어 . 웰컴 자본주의 . 가진 없는 우리들은 이제 스스로 몫을 찾아야겠지 . 단일 강도 사건 역사상 최고액을 거니까 .

[ 기자 ] 다시 말하자면, 현재 드라마 속 배경은 남북한이 통일을 앞두고 경제공동체를 먼저 건설한 상황인데요. 그러면서 공동 화폐를 찍어내는 조폐국도 만들어졌죠. 그런데 어떻게 이 강도단이 결성된 건가요?

[ 김헌식 ] 시간적 배경은 2026년 9월 초가 되겠습니다. 통합 직전에 일단 남북한이 공동으로 쓸 수 있는 돈을 찍어내는 화폐 금융 시스템 체제를 만들어 냈고, 이를 하는 것이 조폐국인데요. 조폐국은 돈을 만들어 내는 곳이기 때문에 돈이 많겠죠? 범죄 액션 드라마인데 돈을 훔치려는 자와 이를 막으려는 자의 지략 싸움이 드라마의 형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개 다른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돈을 훔치는 대상이 은행인 경우가 많은데 이 드라마에서는 한반도 통일 조폐국입니다. 사실 돈을 훔쳐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달리 돈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흥미를 자극하는데요. '교수'라는 자가 사람들을 모아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돈을 찍어낼 때 쓰는 종이를 배달하는 차량을 탈취한 후 조폐국에 들어가 거기서 인질을 잡고 본격적으로 범죄 행각이 벌어지게 되는데요. 무엇보다도 그 안에 들어가서 인질들과 자발적으로 갇힌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도대체 왜 그 안에 갇힌 것이냐?"라는 궁금증을 일으키는 대목이었습니다.

[ 기자 ] 엄청난 액수의 돈을 훔치려고 모인 강도단은 각자 전 세계 도시 이름을 호칭으로 정하는데요. 각각 어떤 인물인지 간략하게 소개해 주시죠.

[ 김헌식 ] '교수'는 천재 지략가입니다. 그 외에 8명의 강도 일당이 있는데 그들은 빨간색 옷을 맞춤식으로 입고 조폐국에 난입해서 인질들을 납치하고 스스로 갇힙니다. 처음 리더를 맡게 된 것은 '베를린'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박해수인데요. 30년 동안 북한 수용소에서 수감 생활을 했던 출신이고 조폐국 안에서 처음에 리더역을 맡습니다. 또 북한 출신이 또 한 명이 있는데요. 바로 전종서가 맡았던 역할 '도쿄'입니다. 강도단 중 남한 최초 땅굴 은행 털이범 '모스크바'는 이원종 씨가 맡았고, 길거리 싸움꾼 출신인 '덴버'는 김지훈 씨가 맡았습니다. 또 각종 위조 전문가인 '나이로비'는 장윤주 씨가 맡았습니다. 천재 해커 즉, 컴퓨터에 침입해서 각종 정보를 빼내는 역할 '리우'는 이현우 씨가 맡았고, 중국 옌볜에서 활약했던 해결사 콤비 '헬싱키'와 '오슬로'가 등장했습니다. 강도단은 빨간 유니폼에다가 하회탈을 썼다는 것이 특징인데요. 이 하회탈은 한국 국보 121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경상북도 안동시 하회마을과 병산마을의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탈인데 이 가면을 쓰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었습니다. 이외에도 나전칠기 장식문, 사물놀이 배경음악 같은 한국적인 멋을 살린 전통 양식도 있었습니다. 경찰 쪽 협상 전문가로는 '선우진'은 김윤진 씨가 맡았는데, 김윤진 씨는 해외에서도 많이 알려진 세계적인 한류스타입니다.

[ 기자 ] 사실 조폐국 안에도 강도단이 훔치려는 4조나 되는 현금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 리우 ] 아니 , 암만 그래도 4 조나 되는 현금을 쟁여놓고 있다고 ?

[ 교수 ] 그렇지 . 그럴 없지 .

[ 모스크바 ] , 그게 말이고 ? 아니 , 그럼 있지도 않은 돈을 어째 훔치노 ?

[ 도쿄 ] 조선말은 끝까지 들어봐야지

[ 교수 ] 고마워 . 어디에 있는 돈을 훔치거나 남의 돈을 뺏으려는 아니야

[ 덴버 ] 아우씨 . 그럼 어쩌자고 ?

[ 나이로비 ] ! 설마 ?

[ 모스크바 ] , 그럼 교수의 말은…

[ 리우 ] 돈을 터는 아니고…

[ 교수 ] 찍어내는 거야 , 진짜 조폐기로 .

[ 베를린 ] 다른 누구의 돈도 아니고 추적도 되는 돈을 4 조나 찍어 낸다 ?

[ 교수 ] 그리고 완벽하게 사라지는 거지 .

[ 기자 ] 강도단이 침입해서 4조라는 금액을 찍어내려 하는데, 이게 실제로 가능한 일인가요?

[ 김헌식 ] 현실에 조폐국이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하는데요. 현실에는 한국조폐공사가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돈을 발권할 계획을 세우면 한국조폐공사는 그에 따라서 화폐를 생산하는데요. 그런데 침입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곳입니다. 돈을 찍어내는 곳이므로 국민 생활과 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든 것을 허가 없이 들어갈 수가 없고 출입 통제 시스템이 256대나 설치돼 있고요. 426대의 CCTV가 출입하는 이들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사실 종이의 집처럼 강도단이 한국조폐공사를 점거하는 일은 일단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만약 강도단이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5만 원권 지폐의 경우에도 한 장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8단계의 공정을 거치는데, 이는 40일이나 소요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법 강도들이 인질을 시켜서 4조 원을 만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굉장히 힘든 일이라고 봅니다.

[ 기자 ] 네, 그럼 잠시 드라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의 배경음악 듣고 오겠습니다.

( 종이의 : 공동경제구역 OST)

[ 기자 ] 다시 드라마 얘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에 나오는 오프닝을 보면 재밌는 장면이 많은데요. 실제 한국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총비서가 악수를 나눴던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요. 또 드라마에서 발행되는 화폐들도 나오는데요. 5만 원권에는 안중근 의사, 10만 원권에는 유관순 열사의 초상이 찍혀있습니다. 화폐에 어떤 인물이 들어가느냐는 현재 한국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화젯거리인데요. 드라마상에서 유관순 열사와 안중근 의사가 선택된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 김헌식 ] 두 분 다 안중근 의사 유관순 열사라고 불리는 독립운동가이죠. 드라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 출연했던 '모스크바'역 이원종 배우는 유관순 열사가 어떤 인물이고 우리 역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세계에 조금이라도 알리는 작업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그런데 (두 분이 선정된 배경이) 전혀 근거가 없는 건 아닙니다. 2007년에 한국은행이 10만 원권과 5만 원권 등 고액권 관련 발행 계획을 세웠습니다. 당시 자문위원회가 역사적 인물 20명을 추천했고요. 여론조사 결과와 각종 자료를 검토한 후에 2차 후보 10명을 발표했는데 김구, 김정희, 신사임당, 안창호, 유관순, 장보고, 장영실, 정약용, 주시경, 한용운 선생이 선정됐습니다. 5만 원권은 신사임당으로 낙점됐지만, 10만 원권 같은 경우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10만 원권이 발행되면 물가가 오르고 뇌물로 부정부패가 더 많아지는 것 아니냐?'고 해서 10만 원권에 언급됐었던 안중근 의사와 유관순 열사 등은 최종적으로 낙점되지 않았기 때문에, 종이의 집 드라마에는 유관순 열사와 안중근 의사가 등장했던 겁니다..

[ 기자 ] 그런데 강도단이 침입한 시점은 남북 경제협력 회담을 코앞에 둔 시점이었습니다. 회담에 참여하기로 했던 정치인과 기업들은 이 사태를 빨리 해결하라고 지시하는데요. 강도단 대응 북한 측 대표 차무혁 대위도 강경 대응을 주장하고 특작 부대를 투입합니다.

[ 차무혁 / 인민보안성 대위 ] 지원 구역을 중심으로 유인조가 먼저 진입한다 . 침투조는 비상 구역에서 좌우 , 동시다발적으로 침투한다 .

[ 분대장 1] 유인조 이동

[ 분대장 2] 구출조 이동

[ 차무혁 / 인민보안성 대위 ] 침투조 보고하라

[ 박철우 / 인민보안성 소대장 ] 진입하겠습니다 .

[ 기자 ] 그런데 교수는 이미 이를 예상하고 기발한 대비책을 생각해 뒀습니다.

[ 박철우 / 인민보안성 소대장 ] 중화기로 무장한 놈들이 침투로에 대기 중입니다 .

[ 분대장 1] 유인조 진입이 불가할 같습니다 .

[ 분대장 2] 구출조도 같은 상황입니다 .

[ 인민보안성 팀원 ] 대장 동지 , 확인해야 있습니다 . 조폐국 내부에서 유튜브로 실시간 스트리밍되고 있습니다 .

[ 조영민 / 조폐국장 인질 ] 강제로 진입하지 말아 주세요 . 강도와 인질이 같은 옷을 입고 있습니다 . 가짜 총까지 쥐여 줘서 서로 분간하기도 어렵습니다 .

[JEA 경찰서장 ] ( 전화를 받으며 ) , ? 저기 화면에 나오고 있는 애가 누구라고요 ? 대사 ?

[ 차무혁 / 인민보안성 대위 ] 철수 , 전원 철수하라 .

[ 기자 ] 그러니까 강도단은 조폐국 안에 갇힌 인질들 모두에게 강도단과 같은 복장과 하회탈을 쓰게 한 겁니다. 강도와 인질을 구분할 수 없게 되자 경찰의 강제진압은 무산되고 마는데요. 그런데 경찰서장 대사 중 "미 대사 딸이 있다"라고도 언급하는데, 드라마에서 미 대사 딸이 어떤 역할을 하고 또 실제 상황이었다면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요?

[ 김헌식 ] 드라마상 주한 미국 대사 '마샬 킴'의 딸입니다. 이름은 '엔'이고요. 강도단과 구출하려는 팀 모두 VIP 인질로 취급하니까 오히려 인질들 사이에서 미움을 받는 상황이 됐습니다. 엔은 고등학생인데요. 젊은 세대, 고등학생의 특징에 맞게 당당하고 용감한 성격으로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극 중 인질로 잡힌 조폐국장 조영민이 지폐에 강도단의 인상착의와 내부 상황을 적어서 미국 대사의 딸을 통해 바깥에서 구출하는 경찰 팀의 리더 선우진 경감에게 전달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선우진은 안전을 확인하기 위한 인질들과 일대일 만남에서 미국 대사관 딸이 지폐에 적어준 중요한 단서를 손에 넣게 되죠. 그런데 미국 대사 딸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아쉬운 점은 미군이나 미국 쪽 인사가 경찰 구출팀에 없는 게 약간 어색하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참고로 배우 이시우 씨가 주한 미국 대사의 딸 엔을 맡았는데요. 외국어 연기를 펼쳤는데 유학 경험은 전혀 있다고 이렇게 밝힌 적이 있습니다.

[ 기자 ] 엔을 연기하셨던 분의 영어 발음이 훌륭해서 당연히 유학파 출신 아닐까 생각했는데 외국에는 가본 적이 없었다고 하니까 신기하기도 하네요.

[ 김헌식 ] 요즘에는 인터넷과 콘텐츠가 많이 발달해서 (한국에서 영어를 독학했다고 밝힌) 방탄소년단 RM 같은 경우에도 영어를 능수능란하게 합니다. 반드시 유학을 다녀오지 않아도 영어를 잘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된 것 같습니다.

[ 기자 ] 그럼 다음 시간에 강도단의 계획은 어떻게 흘러갈지 또 살펴보겠습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의 드라마 배경설정과 조폐국에서 4조 발행이 가능한가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드라마에서 나온 남북한 차이점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