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함께 보겠습니다. 통일 직전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남북한 강도단이 모여 4조 원을 훔치는 내용인데요. 달러로 환산하면 무려 31억 5천 5백만 달러가량 되는 금액입니다. 드라마는 넷플릭스 자체 제작 콘텐츠로 BH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지음이 제작에 함께했는데요. 드라마에서 조폐국을 빠르게 점령하고 인질까지 잡은 강도단은 모두 빨간 유니폼과 하회탈을 쓰고 교수의 지시하에 움직입니다. 그리고 현금 4조 원을 조폐국에서 찍어내기 위해 인질들을 가담하게 하는데요.
교수님, 우선 조폐국 안에서 각자 강도단의 역할이 어떻게 되나요?
[ 김헌식 ] 강도단은 각자 베를린, 도쿄, 모스크바 등 도시의 이름을 별명으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베를린은 박해수 배우가 맡았죠. 강도단의 현장 통제를 맡고 있는 인물입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압록강을 넘어가다가 정치범 수용소에 갇히게 됐지만 그 안에서 살아남아 수용소 탈출해왔고, 반란 과정에서 지도자도 해서 처음에 강도단의 현장 지도자 역할을 합니다. 도쿄는 전종서 배우가 맡았는데요. 조선인민군 여군으로 복무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활동적입니다. 지도자인 베를린의 옆에서 2인자 격으로 활약하는데요. 다만 나중에 베를린의 지도 방식에 대해 못마땅해하고 맞서는 임무를 합니다. 모스크바 같은 경우는 광부 출신인데요. 굴착기를 전문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탈출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탈출할 땅굴을 파는 거죠. 덴버 같은 경우는 거리의 싸움꾼 출신인데 그러다 보니까 위기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 베를린의 명령으로 문제를 일으킨 인질 윤미선에게 총을 쏘게 되지만 오히려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나이로비는 사문서, 공문서위조를 잘하다 보니까 위조 화폐 전문가의 면모를 잘 보여줍니다. 화폐가 잘 찍히고 있는지 등을 검토하는 등 각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 기자 ] 강도단은 인질들을 잡아두기 위해 전자기기를 모두 압수했는데요. 그런데 인질 중 한 명인 조폐국장 조영민은 국장실 서랍에 숨겨둔 스마트워치 즉, 전화·문자도 되고 카메라도 달린 시계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 냅니다. 이를 불륜 상대였던 경리 윤미선에게 말하는데요.
[ 조영민 / 조폐국장 ∙ 인질 ] 사실 경찰에 연락할 방법이 있어 . 자기랑 따로 연락할 때 쓰던 스마트워치 있잖아 . 그거 국장실 서랍에 있거든 ? 그것만 어떻게 손에 넣으면 경찰들한테 이 새끼들 시간 끌면서 돈 찍어 내고 있다고 알리는 거야 . 그러면 그쪽에서도 가만 보고 있지 않을 거 아니야 . 외부에 상황을 알릴 수 있으니까 완전히 판 뒤집을 수 있다고 . 그래서 말인데 그걸 자기가 좀 가져다주면 안 될까 ? 같이 살자고 이러는 거 아니야 . 그거 가져올 사람은 너밖에 없어 . 아니면 대신 전화라도 해줘 .
[ 윤미선 / 조폐국 경리직원 ∙ 인질 ] 내가 어떻게요 ?
[ 덴버 / 강도단 ] 어이 , 거기 ! 니 뭐 하는데 ?
[ 조영민 / 조폐국장 ∙ 인질 ] 아니 , 사실은 이 친구가 임신 중이라서 갑자기 헛구역질을 하길래 제가 걱정이 돼서 그랬습니다 .
[ 덴버 / 강도단 ] 진짜가 ?
[ 기자 ] 윤미선이 임신했다는 변명을 둘러댄 후 감시에서 느슨해진 윤미선은 국장실에서 스마트워치를 손에 넣어 경찰에 연락했고, 해커였던 리우가 내부에서 연락이 갔다는 걸 발견합니다. 결국 조폐국 안은 발칵 뒤집히는데요. 드라마상에서 인질이 스마트워치로 경찰 번호인 112로 연락하자 경찰 측은 문자를 보내 내부 상황을 감시할 수 있도록 워치를 해킹하려 합니다. 그런데 이게 실제로도 가능한 일인가요?
[ 김헌식 ] 스마트 워치는 똑똑한 시계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전화는 물론이고 문자도 보낼 수 있고 카메라 기능이 있어서 사진을 찍어서 전송할 수도 있고요. 또 카메라 기능을 하기 때문에 CCTV처럼 카메라가 비추는 안쪽을 볼 수도 있습니다. 이메일도 보내고, 음악, 게임도 할 수 있는데요. 선우진을 (카페 주인으로 신분을 위장한 채로) 만나고 있던 교수는 스마트 워치를 통해서 내부에서 경찰에 연락을 취한 사실을 알게 돼서 안에 있는 지도자인 베를린에게 알려준 거죠. 이런 가운데 리우와 나이로비가 스마트 워치의 카메라에 걸려가지고 얼굴이 노출되게 됩니다. 베를린은 스마트 워치를 갖고 있던 윤미선을 찾아내서 덴버에게 사살하라고 명령을 내리는데요. 그렇지만 덴버는 윤미선을 죽인 것처럼 위장하고 실제로는 죽이지 않습니다. 처형당한 것처럼 윤미선의 허벅지에 총을 쏘고 피를 흘려 죽은 척을 하게 한 건데요. 죽이라고 지시한 것은 평소에 인명을 살상하지 말라는 지도자 교수의 원칙과 어긋나기 때문에 도쿄는 나중에 덴버, 나이로비와 함께 교수의 지시를 어긴 베를린의 지휘권을 박탈하고, 도쿄가 중간 지도자가 됩니다. 무엇보다도 모스크바는 자신의 아들 덴버가 윤미선을 죽인 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실망해서 자진해서 조폐국을 나가는 상황이 되는데 그러자 바깥에서는 총을 쏘고 모두 위험에 빠지게 되죠. 이 상황에서 조폐국장이 탈출을 시도하고 그 조폐국장이 경찰이 쏜 총에 다치게 되면서 경찰은 그를 치료하는 명분을 얻어서 의료진으로 위장해 잠입하게 됩니다. 이는 바로 스마트워치 때문에 모두 다 벌어지는 일입니다.
[ 기자 ] 스마트워치를 발견한 강도단은 이를 부수고 강도단 중 한 명인 교수가 남북공동협상TF팀에 전화를 하게 됩니다.
[ 동철 / 경찰 ] 교수한테서 전화 왔습니다 .
[ 선우진 / 경기경찰청위기협상팀장 ] 생각해 봤어 ? 인질들한테 필요한 거 말이야 .
[ 교수 / 강도단 ] 내가 전화한 이유 모르지 않을 텐데 .
[ 선우진 / 경기경찰청 위기협상팀장 ] 글쎄 ,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
[ 교수 / 강도단 ] 스마트워치 . 서로 믿고 협상하자더니 이런 식이면 곤란한데
[ 선우진 / 경기경찰청 위기협상팀장 ] 말했지만 통신 감지는 절차상 이뤄진 일이고 인질들도 겁이 나니까 돌발 행동을 할 수도 있는 거잖아 .
[ 교수 / 강도단 ] 그래 , 이해해 . 궁지에 몰린 인간이 무슨 짓인들 못 하겠어 . 하지만 그건 우리 쪽도 마찬가지야 .
[ 선우진 / 경기경찰청 위기협상팀장 ] 이 일로 인질들한테 무슨 짓이라도 하면 , 알지 ? 협상이 아주 힘들어질 거야 .
[ 교수 / 강도단 ] 내가 돌려주고 싶은 말이야 . 이번 한 번만 넘어가 주지 . 하지만 명심해 . 두 번은 없어 .
[ 선우진 / 경기경찰청 위기협상팀장 ] 알았어 .
[ 기자 ] 드라마에서의 선우진 경감처럼 실제 한국에도 위기협상팀과 전문가가 있나요?
[ 김헌식 ] 앞서 영화로도 협상가가 알려졌는데요. 영화<협상>에서 서울지방경찰청 위기협상팀에 유능한 협상가가 자신의 경찰 상사를 납치한 인질범과 대치하면서 협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기존 영화에서는 다뤄진 바 없는 협상가를 소재로 해서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 협상가가 종이의 집이라고 하는 드라마에 등장한 것이죠. 위기협상팀의 전문가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투입되는 협상 전문가인데요.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어떻게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협상을 끌어내는지에 대해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사람입니다. 한국에서는 2014년 서울지방경찰청에 위기 협상팀이 실제로 조직됐습니다. 그리고 2006년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동원호 피랍 사건 때 당시 피랍됐던 선원 25명이 납치된 지 117일 만에 전원이 안전하게 석방된 데에는 유능한 위기 협상 전문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 기자 ] 네, 그럼 잠시 드라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의 배경음악 들으면서 쉬어가겠습니다.
(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 OST)
[ 기자 ] 다시 종이의 집 드라마 얘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앞서 등장한 남북공동협상TF팀의 선우진 경감과 인민보안성 차무혁 대위 등 강도단뿐 아니라 협상대응팀도 남북한이 공조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아직 통일된 시점은 아니다 보니까 대응 방법 등에 있어서 차이가 있었는데요. 드라마에서는 남북한을 어떻게 그려냈을까요?
[ 김헌식 ] 서로 70여 년 이상 따로 살아온 남북이기 때문에 '한 자리에 모인다면 싸우지 않겠느냐'라는 말이 있듯이, 베를린의 말대로 그저 북남으로 나눴을 뿐인데도 갈등이 나타나겠죠. 북측 차무혁 대위와 인질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남측의 선우진 경감 위기협상 팀장도 갈등을 빚게 됩니다. TF팀이 교수의 작전에 말려들어 실수를 반복함에도 각자의 생각만 고집하지 않고 서로 존중하게 되면서 화해하고 협력하게 됩니다. 서로 처음에는 맞지 않아 투닥거리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화해하고 협력하지 않겠느냐는 바람이 반영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베를린은 인질들을 출신들에 따라서 남북으로 나눠서 서로 감시하게 하면서 남측 인질이 잘못하면 북측에, 북측 인질이 잘못하면 남측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베를린은 서로를 적으로 만들어서 진짜 적을 잊게 한다고 표현하는데요. 현실과 이상을 적절하게 조율하고 통합시키려고 하는 내용이 중점적으로 다뤄집니다.
[ 기자 ] 또 드라마에서는 현재 한반도 임진강을 따라 형성된 군사분계선인 비무장지대에 공동경제구역이 건설됐다고 설정하고 있는데요. 남북한 모두의 이야기다 보니 북한을 배경으로 한 장면도 많이 나왔는데, 어떤 장면들이 있을까요?
[ 김헌식 ] 북한 모습이 초반부에 집중적으로 나왔고 중간중간에도 나오는데요. 여자 주인공인 도쿄는 북조선에 있을 때 여군 활동을 했습니다. 특히 북한에 있을 때 "북한에도 아미가 있다"는 음성 해설을 하는데, 여기서 아미는 방탄소년단의 팬클럽이죠. 한국의 대중음악들을 자유롭게 듣는 모습, 방탄소년단의 춤을 추면서 등장하는 모습도 있고요. 또 베를린 같은 경우에는 북한 사람 가운데서 어려운 상황들을 보여주게 됩니다. 북한을 탈출하는 과정 중에 압록강에서 붙잡히는 상황도 겪고, 정치 수용소의 생활도 보여주는데요. 베를린이 "인간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분열을 시키거나 공포를 조성해서 군림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북한의 상황은 열악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북한에서의 모습들은 두 주인공을 통해서 중점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 기자 ] 스페인 원작과 다르게 한국 리메이크작은 남북한의 통일 직전 상황이라는 설정을 더한 건데요. 이 설정은 전반적으로 어떻게 작용한다고 보시는지요?
[ 김헌식 ] 원래 원작이 스페인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는데,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 같은 경우에는 지역색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과 유사하면서도 특수성을 살리기 위해 현재 남북한 상황을 빗대서 미래의 한반도를 배경으로 설정했는데요.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는 남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교류하면서 경제 협력에 나선 모습을 보여주고, 특히 남북의 공동 화폐를 찍는 통일 조폐국의 필요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래 상황을 가보는 것이죠. 또 극 중에서 조폐국에 침입한 강도단을 추적하고 퇴출하려는 군경도 한국과 북한이 합동 대응팀을 만드는 형태로 꾸며서 앞으로 남북한이 통합할 때 공동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남북한 통합과 통일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점들을 미리 예견하고 방지할 수 있는 대안들을 이 드라마에서 엿볼 수 있기 때문에 더 관심을 갖게 되면 좋겠습니다.
[ 기자 ]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드라마에서 그린 남북한의 갈등과 공존 살펴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도 드라마 종이의 집과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