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종이의 집,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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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오늘은 드라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이어서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넷플릭스 자체 제작 콘텐츠로 BH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지음이 공동 제작했는데요. 통일 직전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남북한 강도단이 모여 통일 조폐국으로부터 4조 원을 훔치는 내용입니다. 이는 달러로 환산하면 31억 5,500만 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인데요. 이에 대응해 남북 정부도 남북공동협상TF팀을 꾸려 두 집단은 계속 대치하게 됩니다.

대치 상황을 살펴보기 전에 강도단의 중립적인 역할로 주축을 이루는 도쿄가 등장하는 장면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드라마 1화 시작과 함께 도쿄가 북한 만수대에서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들으며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옵니다.

[ 리홍단 / 강도단의 도쿄 ] 케이팝 그룹 BTS 팬들은 '아미'라고 불린다 . 그들은 세계 어디에나 존재한다 . 물론 북조선에도 아미가 있다 . 어려서부터 몰래 한류 드라마와 케이팝을 접해온 내게 그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 다른 아미들과 나의 차이점이 있다면 진짜 군대에 들어가야만 했다는 거다 .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회담을 지가 . 시간이 흐르면서 통일에 대한 기대도 점차 사그라들 즈음 변화는 뜻밖의 도둑처럼 찾아왔다 .

[TV 앵커 ] 남조선 정부와 더불어 '종전'을 선언 , 경제협력을 나가기로 협의하였다 . 이를 위해 양국은 경제 공동체를 건설할 것이며 공동으로 화폐를 만들어 서로 사용하도록…

[ 여자 1] 공동 화폐를 쓴다고 ? , 기카믄 이제부터 남한 물건도 있는 거가 ?

[ 여자 2] 아이 , 기게 대수니 ? 출입증만 받으면은 자유롭게 왕래가 가능하다던데 .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 나는 제대하자마자 평양을 떠나 서울로 향했다 .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

[ 기자 ] 그러니까 도쿄는 북한에서 한국 아이돌 가수 그룹 BTS를 좋아하던 팬이었던 건데요. BTS는 드라마상에서만 존재하는 가상의 가수가 아니라 실제 인물입니다. BTS의 세계적인 영향력이 실제로 대단했죠?

[ 김헌식 ] 그렇습니다. 국내에서의 기록이나 수상은 굉장히 약소한 편이고요. 방탄소년단(BTS)은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 (BBMA)'라고 하는 해외 시상식을 포함해 본격적으로 수상을 시작하는데요. 그래서 미국의 3대 시상식이라고 불리는 '그래미 어워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빌보드 뮤직 어워드'와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영국의 '브릿 어워드' 등 해외 주요 시상식에서 대거 수상하기 시작합니다. 또 2021년에는 '아메리카 뮤직 어워드'에서 아시아 가수 최초로 대상 격인 올해의 아티스트 상 즉, 올해의 가수상을 수상하고요. 2018년에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화관문화원장도 수훈합니다. 2021년 9월 23일에는 미국 뉴욕에서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 자격으로 제76차 유엔총회에서 개회 연설을 하면서 청년과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서 큰 의미를 갖게 됐습니다. 또 도쿄가 "고민보다는 고"라는 대사를 하는데 이는 방탄소년단의 노래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드라마에서 방탄소년단을 언급하는 이유는 실제 조사 결과를 보니까 북한에서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많이 듣는다고 해서 실제로 드라마에 반영했다고 합니다.

[ 기자 ] 그럼 도쿄가 앞서 말했던 '코리안 드림'은 어떤 걸까요?

[ 김헌식 ] 원래 코리안 드림은 '아메리칸드림'에서 처음 나왔는데요. 제임스 애덤스라고 하는 저자가 <미국의 서사시>라는 책에서 아메리칸드림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그는 미국을 "인류에게 내려진 독특하고 유일한 선물"이라고 평가하는데 "그 땅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더 낫고, 더 부유하고, 더 온전한 삶을 살아갈 기회를 누구에게나 자기 역량의 성취에 따라서 그 기회가 주어진다"고 언급하는데요. 이것이 바로 아메리칸드림입니다. 이렇듯 대한민국을 향하는 사람들에게도 코리안 드림이 있죠. 모든 사람에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하고 더 부유하고 윤택하게 살 수 있도록 하고 더 낫고 온전한 삶을 한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코리안 드림이라 명명합니다. 북한에서는 사실 도쿄가 노래조차 마음대로 듣지 못했고, 거주 이전의 자유도 없었고, 군대에서 삶을 영위하는 굉장히 제한된 삶이었으며 먹을 것조차 풍요롭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서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곳이 한국이라는 생각이 바로 코리안 드림이 되겠습니다.

[ 기자 ] 그럼 다시 조폐국 상황으로 돌아와 보자면, 다혈질 싸움꾼이지만 순수한 청년인 강도단의 덴버는 신체적으로 아픈 상황에 놓인 인질 윤미선을 정성껏 돌봐주고 윤미선도 그런 덴버에 반하게 됩니다. 즉, 강도와 인질 간에 사랑에 빠진 건데요. 이를 알게 된 덴버의 아빠 모스크바는 소스라치며 반대합니다.

[ 덴버 / 강도단 ] 아빠 , 있잖아 . 여자 사랑한다 . 아빠 , 우리 여서 나가면 , 돈도 잔뜩 있겠다 . 미선이랑 아빠 모시면서 행복하게 살게 . 우리 손주도 보고 이제 마…

[ 모스크바 / 강도단 ] ( 덴버의 입을 황급히 막는다 ) 미쳤나 ? 자는 인질이다 !

[ 덴버 / 강도단 ] , 그게 ? 아이 , , 서로 사랑하는 문제 있나 ?

[ 모스크바 / 강도단 ] 사랑 ? 스톡홀름 신드롬 들었나 ?

[ 덴버 / 강도단 ] 아따 , , 참말로 , . 어디서 줏어들은 있어 갖고 . , , 됐다 , . 아빠 , 안다고 진짜 .

[ 모스크바 / 강도단 ] 여자가 돈은 필요 없다고 카드나 ? 아니 돈이고 뭐고 필요 없고 사랑만 있으면 된다 그렇게 하제 ? 느그 엄마도 그랬다 .

[ 덴버 / 강도단 ] 그게 소리고 ?

[ 기자 ] 모스크바는 아들 덴버에 그의 엄마를 어떻게 만났는지 이야기해 줍니다.

[ 모스크바 / 강도단 ] 아빠가 털러 은행 창구 직원이었다 , 느그 엄마 . 여자같이 느그 엄마도 아무것도 필요 없고 잡고 도망가자고 그랬다 . 우리도 사랑인 알았제 . 그런데 낳자마자 그러더라 . 자기 놔달라고 . 니는 제발 내처럼 살지마 마라 , !

[ 기자 ] 윤미선도 드라마 후반부에 본인을 "스톡홀름 증후군이다"라고 소개하는데요. 이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 김헌식 ] 스톡홀름 증후군은 간단하게 말하면 범죄자와 범죄 피해자가 서로 친해지게 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인질이나 피해자였던 사람들이 자신의 인질범이나 가해자에게 느껴야 할 증오나 공포가 아닌 따뜻한 온정을 느끼는 것을 말하는데요. 이는 실제 사례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1973년 스웨덴의 수도인 스톡홀름에서 은행 강도 사건이 벌어지게 되는데요. 강도들은 인질로 은행에 있었던 사람들을 잡아 두었습니다. 6일이 넘도록 약 151시간 동안 인질을 잡아두고 경찰과 대치를 벌이게 되는데요. 가까스로 인질들을 구조하게 되는데, 인질범에 대해서 인질들이 오히려 애틋한 감정 심지어는 자신들을 구조한 경찰들에게 오히려 적대적인 감정을 표했습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오랫동안 같이 있으면서 인간적인 면을 보게 되거나 나름의 도움을 받는 상황을 경험했고 또 불안하고 갇힌 상황에서 공동 대응을 했기 때문에 일체감을 갖게 되는 겁니다. 오히려 이를 위협했던 경찰을 바람직하지 않게 생각하는 성향이 있게 되는데요. 여기서 윤미선 역을 맡은 배우 이주빈 같은 경우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조영민 조폐국장에게 가족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받아서 미래를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조영민이 자신을 꽃뱀 취급하게 된 와중에 덴버가 자기가 위험해져도 책임지려고 하는 모습이 생겨서 호감이 생겼다"는 해석을 밝혔습니다. 이처럼 위기 상황에서 인질범에게 애착을 갖게 되는 상황을 드라마를 통해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 기자 ] 스톡홀름 증후군이 가해자에게 동조하고 변호하는 현상을 말한다는 건데, 그럼 반대 의미를 뜻하는 현상도 있나요?

[ 김헌식 ] 반대 의미도 있습니다. '리마 신드롬(Lima Syndrome)'은 1996년 페루 리마 주재 일본 대사관에서 일어났던 사건에서 비롯됐는데요. 이때 대사관 인질범들이 인질들을 석방하고 온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인질로 잡힌 사람들이 인질범들에 대해서 우호적인 현상은 바로 스톡홀름 신드롬이고요. 인질범들이 인질들에게 오히려 친근감을 느끼는 것을 바로 리마 신드롬이라고 합니다. 한편, 완전하게 반대 개념도 있는데요. 이탈리아 선박 납치 사건 때 팔레스타인 테러범들은 유대인 가운데 장애가 있는 사람을 먼저 살해했고 심지어는 자신들과 논쟁을 벌이려고 하는 인질을 먼저 살해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것은 바로 '런던 신드롬'입니다. 귀찮거나 자신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면 먼저 제거하는 잔혹한 심리 상태를 런던 신드롬이라고 합니다.

[ 기자 ] 네, 그럼 잠시 드라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의 배경음악 들으면서 쉬어가겠습니다.

( 종이의 : 공동경제구역 OST)

[ 기자 ] 다시 종이의 집 드라마 얘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강도단이 모여 조폐국장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던 중에 탈출로로 쓰일 땅굴을 파던 모스크바가 황급히 달려옵니다.

[ 덴버 / 강도단 ] , , , , . 생겼나 ? ?

[ 모스크바 / 강도단 ] , 그기…고마 흙이 나왔다 !

[ 덴버 / 강도단 ] , 그라믄 거가 , 이제 , ?

[ 행복한 나라로 노래가 흘러나온다 ]

[ 기자 ] 그러니까 흙이 나왔다는 건 딱딱한 시멘트를 모두 파냈고 탈출로를 확보하는 데 얼마 안 남았다는 걸 보여주는데요. 그런데 이 장면이 원작에서도 굉장히 화제가 됐던 장면이라고요?

[ 김헌식 ] 그렇습니다. 강도들이 오랜 고생 끝에 마침내 탈출하게 되기 때문인데요. 이 드라마의 강도단은 나름대로 사연이 있고 보는 시청자들도 동감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탈출에 한층 더 가까워지니까 감동적이라고 볼 수가 있겠고요. 무엇보다도 원작에서는 '벨라 차오(Bella Ciao)'라고 하는 노래가 굉장히 인기를 끌었습니다. 1940년대 이탈리아의 반파시즘 저항군이 불렀던 민중가요인데요. "만약 내가 파르티잔(빨치산)으로 죽는다면 묻어주시오.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날 아름다운 꽃이라 불러주겠지. 이것은 파르티잔의 꽃이오. 자유를 위해 투쟁한 자의 영혼이 깃든"이라는 가사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작에서 서로를 응시하면서 벨라 차오를 부르는 사람들의 눈빛이 대단한데요. 공동의 과제를 함께 수행하는 사람들이 불렀기 때문에 (이 노래를 사용한) 의미가 있습니다. 원작 종이의 집은 스페인 내부에서 불거지는 여러 양극화와 차별의 양상을 안팎의 대치 상황을 통해서 잘 보여주었던 작품인데요. 비록 강도들이 범죄 행위를 저지르지만 나도 모르게 그들을 응원하게 만드는 시대 정신이 들어 있는 노래가 바로 벨라 차오가 되겠습니다.

[ 기자 ] 한국 작품에서 쓰인 노래는 1974년에 발표된 "행복의 나라로"라는 곡이었습니다. 이 곡은 어떤 곡인가요?

[ 김헌식 ] '행복의 나라로'는 대한민국 싱어송라이터 즉, 노래도 부르고 작사·작곡도 하는 가수 한대수 씨가 1974년에 불렀던 노래인데요. 이때 당시에는 독재 정부하에 있었기 때문에 자유를 읊었던 노래로 유명합니다. "봄과 새들의 소리 듣고 싶소. 울고 웃고 싶소. 내 마음을 만져주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 테야"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1970~1980년대 학교를 다닌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친숙한 가수 이름이자 노래가 바로 한대수의 '행복한 나라'라고 합니다. 이때 미국으로 가야 했던 한대수 씨가 한국 친구들이 그리울 때마다 다락방에서 혼자 기타를 치면서 이 노래로 위안받았다고 합니다. 남과 북에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돈은 어쩌면 4조 원이라기보다는 평범한 일상이 보장되는, 꿈과 새들의 소리를 마음대로 들을 수 있는 나라고 이게 행복의 나라가 아닌가 싶습니다.

[ 기자 ] 네, 지금까지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드라마 내용 살펴봤는데요. 아직 드라마의 절반밖에 다루지 못했지만 후반부에서는 더 흥미진진하고 빠른 전개가 이어지니 청취자 여러분도 즐기실 수 있길 바랍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드라마에 영감을 준 실제 인물과 사례 살펴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드라마의 국내외 영향력 짚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