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소년심판, 소년법을 움직인 드라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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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오늘은 한국 소년범죄와 법 그리고 재판에 대한 내용을 다룬 드라마, <소년심판>을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이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 한국 소년법 개정 움직임까지 있었을 정도로 드라마의 파급력이 대단했는데요. 한국 내 청소년들의 범죄가 점점 악랄해지고 수위가 높아지면서 드라마가 그 현실을 잘 꼬집었다는 평가가 따랐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소년범을 혐오한다고 말하는 소년부 판사 심은석과 청소년 즉, 만 19세 미만에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우선 예고편 함께 들어볼까요?

그…만으로 14 되면 사람 죽여도 감옥 간다던데 그거 진짜예요 ?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범인이 사건 발생 8 시간 만에 자수해…이래서 내가 너희들을 혐오하는 거야 . 갱생이 돼서 . ! 범인은 촉법소년 . 소년원 2 년이 최대 처분이야 . 학습한 겁니다 , 아이들 . '법도 별거 아니네' 배운 거라고요 .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

[ 기자 ] 네, 김헌식 교수님. 예고편 듣고 왔는데 이 드라마의 줄거리와 배경 간략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 김헌식 ] 소년심판은 그간 표면적으로 다뤄졌던 소년법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10부작 드라마입니다. 소년심판은 연화지방법원 소년형사합의부에 새로 부임한 판사 심은석의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는 대사로 시작하는데요. 인천 초등학교 유괴 살인 사건 등 7대 범죄 사건 중에 소년 범죄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소년 범죄와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일화를 바탕으로 드라마를 만들었기 때문에 더욱 흥미를 불러일으키는데요. 촉법소년 토막 살인 사건, 가정폭력 사건, 보호시설 사건, 입시 비리 사건도 있었고요. 또 미성년자 무면허 교통사고에 이어서 미성년자 집단 폭행 사건 등 소년 범죄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소년법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되겠습니다. 가해자와 가해자 부모,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 등의 입장에서 다각적으로 소년법을 바라보는 시각도 제공한 드라마입니다.

[ 기자 ] 김혜수 배우가 연기한 심은석 판사의 눈빛과 말투 모두 강렬했는데요. 이 드라마의 첫 시작도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14살의 한 중학교 남학생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사람을 죽였다"며 첫 번째 회차가 시작되는데요. 어떤 이야기가 전개되죠?

[ 김헌식 ] 백성우와 한예은의 유괴 사건 이야기인데요. 만 13세인 백성우가 만 8세인 초등학생을 집으로 유괴해서 살인한 뒤에 등산용 도끼로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사건을 다룹니다. 그런데 흉악범 백성우는 촉법 소년이라서 소년원 2년 형에 처할 수 있는 소년보호처분 10호가 최대의 처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해를 했는데 강도 높은 처벌을 하지 못하는 현실을 다뤘습니다. 더구나 촉법소년의 문제를 지적하는 이 드라마는 심은석 판사가 공범인 한예은을 찾아내서 상황이 반전되는데요. 당시 살해가 이루어졌던 장소는 부모가 없던 백성우의 집이 맞지만, 실제 살인을 저지르고 훼손한 공범은 한예은이라는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게 됩니다. 한예은은 촉법소년이 아니지만 소년법 적용 대상인 미성년자인 터라 소년법상 징역 20년형이 최고 형량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둘은 정신적인 장애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다 즉, "심신미약으로 우발적 범죄를 저지르게 됐다"면서 형량을 피하려는 모습이 보여지는데요. 그렇지만 1심 재판은 이를 모두 인정하지 않고 법이 허용하는 한에서 가장 높은 형량을 선고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 기자 ] 그런데 이 이야기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요?

[ 김헌식 ] 네, 인천 연수구 동춘동의 초등학교 유괴 살인 사건이 바탕입니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김 양이 2017년 3월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8세 여아를 자신의 집으로 유괴해서 살해하고 훼손한 사건입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전화를 빌려주겠다"면서 유괴 및 살해를 했습니다. 피해자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집에 돌아오지 않게 되자 실종 신고를 했는데요. 경찰은 인근 감시카메라(CCTV)를 추적해서 같이 있었던 박 양이 함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화면을 확보하고 아파트를 수색했더니 수색 결과 아파트 옥상 물탱크 구조물에서 살해된 8세 여아의 시신을 발견하게 되면서 용의자 둘을 체포하게 된 사건이었습니다.

[ 기자 ] 이 같은 청소년의 초등학생 유괴 살인사건을 첫 회부터 보여줌으로써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 김헌식 ] 1회에 등장하는 강원중 부장판사(이성민 배우)의 대사를 통해서 드라마의 메시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게 오늘날 소년범죄의 현실이다"라고 이야기했는데요. 소년 심판에서 제기하는 문제의식이 바로 촉법소년입니다. 실제로 형법에서 성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유하게 판단하는 문제를 드러내고자 했죠. 그래서 '청소년들의 장래를 생각해서 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제도 차원에서 약하게 처벌을 주는 것을 악용하는 청소년들이 있다'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인천 초등학교 살인 사건에서도 청소년이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했고 심신미약을 주장해서 빠져나가려고 했던 측면도 담았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2018년 9월에 대법원이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해서 징역 20년과 징역 13년 형을 김 양과 박 양에게 각각 적용했습니다.

[ 기자 ] 네, 그럼 잠시 '소년심판' 드라마의 배경음악 듣고 오겠습니다.

( 소년 심판 OST)

[ 기자 ] 다시 드라마 얘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이 드라마는 피해자의 편에만 서지 않고, 또 소년범들의 입장만 두둔하지도 않습니다. 첫 화에서 소년형사합의부 법정의 각 우배석과 좌배석을 맡은 심은석, 차태주 판사는 시설 처분이 끝난 아이들과 밥을 함께 먹는 시간을 가지는데요. 밥을 먹던 중 한 여자가 다가와 아이들 중 한 명이 지갑을 훔쳐 갔다고 추궁합니다.

[ 여자 1] 아까 화장실에서 부딪쳤잖아 . 그때 지갑 훔쳐 갔잖아 !

[ 우설아 / 촉법소년 출신 ] 부딪힌 맞는데 훔쳤어요 . 진짜예요 !

[ 여자 1] 잘못했다 반성하면 봐주려 했는데 , 되겠다 .

[ 여자 2] 아까 듣자 하니까 , 너희들 전과도 있다며 ? 경찰 불러요 , 당장 !

[ 서범 / 소년형사합의부 실무관 ] 지갑 찾았답니다 . 발에 차였는지 테이블 구석에 있었대요 .

[ 식당 지배인 ] 정말 죄송합니다 , 고객님 . 저희 직원들이 진작 제대로 살폈어야 하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

[ 우설아 / 촉법소년 출신 ] 아니라고 했잖아요 . 죽어도 아니라고 했잖아요 .

[ 기자 ] 범죄 과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자로 몰렸던 아이가 억울한 상황 같은데요.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은 180도 바뀝니다.

[ 우설아 / 촉법소년 출신 ] 사과해요 . 의심한 사과하라고요 .

[ 심은석 / 소년형사합의부 우배석 판사 ] 되겠는데 그건 , 그러기엔 이미 내가 봤거든 . 왼쪽 주머니 .

[ 차태주 / 소년형사합의부 좌배석 판사 ] 아니지 ? ? 설아야 , 괜찮아 . 아니라고 얘기해 , 아니면 . 참여관님 .

[ 주영실 / 소년형사합의부 참여관 ] 설아야 , 주머니 번만 보자 .

[ 우설아 / 촉법소년 출신 ] 아니라고 . 아니라고요 !

[ 기자 ] 설아의 주머니에서 초록색 지갑이 떨어집니다. 사실 추궁한 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지갑을 훔쳤던 건데요.

[ 심은석 / 소년형사합의부 우배석 판사 ] 이래서 내가 너희들을 혐오하는 거야 . 갱생이 돼서 .

[ 기자 ] 이 장면을 삽입한 이유,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 김헌식 ] (드라마에서) 재판에 임하는 판사들이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을) 따뜻하게 대해주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범 중에는 개선의 여지가 없는 소년범도 분명히 있다'라는 점을 언급합니다. 조미녀 배우가 시설에서 퇴소한 지 얼마 안 된 우설아 역을 맡았는데, 우설아는 지갑을 절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갑을 훔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또 절도범으로 오해한 것을 판사한테 사과하라고 소리치는 대담함까지도 보여주게 됩니다. 그래서 '소년이라는 이유로,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무조건 온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아야 한다.', '그로 인해 반성하지 않고 범죄를 저지르는 소년범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촉법소년 자체가 절대적인 악은 아니지만 오히려 온정주의를 역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따라서 엄정한 태도도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기자 ] 그런데 이처럼 판사와 시설 처분이 끝난 아이들이 같이 밥 먹는 게 실제로도 가능한 일인가요?

[ 김헌식 ] 극 중에서 '판밥'이라고 해서 판사님과 밥 먹기 시간인데요. 연화지방법원의 전통입니다. 사실 연화지방법원의 전통이라고는 하지만, 사법부 판사들이 반드시 이러한 전통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소년형사부 직원들과 심은석, 차태주 판사가 아이들과 밥 먹는 것은 극 중에서 설정된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자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판사들의 개인적인 선택이겠지만 하나의 평균적인 모습이라고는 볼 수 없고요. 이런 제도를 시행하더라도 모든 소년범이 완전히 갱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선택적으로, 주의해서 접근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 기자 ]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드라마 소년재판의 배경설정과 현실과의 유사성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드라마에서 나온 인천 동춘동 유괴 살인사건과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일화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