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청소년의 범죄를 다룬 드라마, <소년심판>을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드라마는 미성년자들의 범죄 양상을 보여주면서 청소년보호법의 허점을 꼬집는데요. 오늘은 드라마에서 다룬 실화 바탕 사건들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교수님, 어떤 사건부터 살펴볼까요?
[ 김헌식 ] 드라마상에서 주임 판사가 해임되는 계기가 된 시험지 유출 사건이 등장합니다. 시험지 유출은 <일타강사 스캔들>이나 <스카이캐슬>에서도 다뤘던 사건인데요. 숙명여고에서 2018년 교무부장이 두 딸에게 시험지를 유출했는데요. 밝혀진 이유는 바로 두 딸이 갑자기 전교 1등을 하면서 문제가 됐죠. 결국 아버지는 징역 3년 형을 받고 아이들은 퇴학당했습니다. 2020년에만 3건의 시험지 유출 사고가 있었습니다. 또 2020년 9월, 지난 10월에 고위층 자녀들을 상대로 거액에 시험지를 유출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또 경기도 한 고교에서도 시험지를 유출하는 사건이 연달아 터져서 최근에 4년간 15건 이상의 시험지 유출 사고가 있었다는 통계도 있는데요. 이 드라마에서 판사들은 "시험지 앞에 모두가 공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법 앞에 모두 공평해야 하듯이, 시험지 앞에는 지위고하, 신분 그리고 계층에 상관없이 모두 다 평등하게 시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제를 담기도 했습니다.
[ 기자 ] 드라마에서도 나오지만 함께 시험에 임했던 동급생들이 부정 시험이 됐을 경우 재시험을 치러야 하는 등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시험지 유출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문제기도 하죠.
[ 김헌식 ] 네 그렇습니다. 개별적 사익을 추구하는 행동이 큰 교육적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엄단해야 하는 사안이겠습니다.
[ 기자 ] 그런데 또 최근 뉴스에 자주 보도됐던 10대 무면허 교통사고도 드라마에 등장하는데요.
[ 주영실 / 소년형사합의부 참여관 ] 이거 그 , 미성년자 무면허 교통사고 사건 기억하시죠 ? 만 17 세 미성년자들이 도용한 신분증으로 SUV 를 렌털한 후에 이게 발각이 되자 도주하던 중에 교통사고를 낸 사건인데요 . 오토바이 피해자 이름은 오규상 . 만 30 세 가장으로 비정규직 엔지니어입니다 . 낮에는 카센터에서 근무하고 밤에는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생으로 근무하던 중에 교통사고를 당했고요 .
[ 심은석 / 소년형사합의부 우배석 판사 ] 피해자 상태는요 ?
[ 주영실 / 소년형사합의부 참여관 ] 오토바이 피해자하고 SUV 운전자는 중태에 빠졌고 나머지는 모두 경상에 그쳤습니다 .
[ 기자 ] 이 같은 10대 무면허 교통사고로는 실제 어떤 경우가 있었나요?
[ 김헌식 ]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중학교 1학년이던 학생 8명이 서울에서 한 렌터카 업체의 렌터카를 절도해서 대전까지 운전하다가 업체의 추적 시스템에 적발돼서 경찰이 따라붙게 됩니다. 구조하는 과정에서 오토바이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 대학생을 추돌해서 피해자를 사망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가해자들이 촉법소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2명에게는 2년간 보호처분이 내려지는 등 대부분 소년법에 의한 보호 처분, 그러니까 징역형이 내려지지 않은 것이죠. 또 당시 가해자 중 3명은 사건 이후에도 중학생들을 집단 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하는 등 악행을 저질러서 2022년에 다시 입건되기도 했는데, 당연히 고등학생이 되어 만 16세라서 촉법소년에서 벗어나서 이때는 처벌을 받았습니다. 2017년 9월에는 강원 강릉시에서 여고생들이 새벽에 보호자의 차를 몰래 끌고 운전하다가 직진하던 오토바이를 좌회전하던 중에 추돌해서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피해 오토바이 운전자는 병원에서 사망하게 됐습니다. 또 2022년 경기도 양평군 신원읍에서는 10대 4명이 탄 승용차가 전신주를 들이받아서 남학생 1명과 여학생 1명이 숨졌고 같이 있던 남학생 2명도 크게 다쳐서 치료받았는데, 이 사고 차량은 숨진 여학생의 어머니 소유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에도 부모 차를 끌고 나온 10대가 친구들을 태운 채 도심을 달리다가 경찰들과 30분 가까이 추격전을 벌였는데요. 차량 3대가 파손이 된 후 결국 차량을 버리고 도망가다가 경찰에 붙잡혔는데 무면허 운전이었습니다.
[ 기자 ] 미성년자들의 무면허 사고로 이렇게 큰 사건들이 많았다는 게 놀랍고 심지어 당시 처분을 받았던 가해자 중 3명이 이 사건 이후에도 또 다른 청소년 범죄를 저질렀다는 건 참 안타깝기가 그지없는데요.
[ 김헌식 ] 이 드라마에서도 (소년범을) 너무 유하게 처벌하면 이후에 범죄를 크게 저지를 수 있다는 장면이 나오죠.
[ 기자 ] 네 그렇죠. 그런데 미성년자 무면허 교통사고가 한국에서 얼마나 많이 발생하나요? 최근 증가하는 추세인가요?
[ 김헌식 ] 지난 3년간 미성년자의 무면허 사고가 총 2천여 건이다, 가해 학생의 처벌은 미미한 상황이라는 자료들이 나왔습니다. 대부분 가해 학생은 17살이었고, 27.7%를 차지했습니다. 16세가 22.5%, 18세가 21%, 15세가 16% 미성년자의 무면허 사고율을 기록했습니다. 그래서 경기도가 207건으로 사고 건수가 가장 많았고 서울은 114건으로 전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기자 ] 적절한 교육과 면허 없이 자동차를 운전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행동인데 10대 청소년들이 이를 꼭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그럼 잠시 '소년심판' 드라마의 배경음악 듣고 오겠습니다.
( 소년심판 OST)
[ 기자 ] 다시 드라마 얘기로 돌아와 볼까요? 드라마 후반에서 주인공 심은석 판사가 왜 소년범들을 혐오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나오는데요. 심은석 판사는 5년 전 촉법소년이 저지른 벽돌 투척 사건의 피해자 가족이었습니다.
[ 심은석 / 소년형사합의부 우배석 판사 ] 그때 그렇게 풀려나서는 안 되는 놈이었어 . 내 아들 누구 때문에 그렇게 됐는데 . 왜 .
당시 유치원생이었던 심은석의 아들은 아파트 단지를 걷던 중 초등학생들이 던진 벽돌에 맞아 즉사했는데요. 가해자의 나이는 만 11세로 형사처벌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재판 3분 만에 불기소 처분이 납니다. 결국 이 사건으로 인해 심은석은 남편과 이혼하는 등 가정이 파탄 나기까지 하는데요. 그런데 이 안타까운 사건이 실제로 있었다고요?
[ 김헌식 ] 네, 용인 벽돌 투척 사건인데요. 2015년 10월에 발생했습니다. 아파트에서 고양이 집을 지어주던 55세 여성과 29살 남성이 아파트 옥상에서 던져진 벽돌에 머리를 맞아서 50대 피해자가 사망하고 20대 피해자가 머리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가해자를 보니까 근처 초등학교 학생들로 밝혀졌습니다. 벽돌을 던진 용의자는 만 9세이기 때문에 소년법상 보호처분조차 할 수 없는 연령대였기 때문에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벽돌 투쟁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파악된 만 11살의 초등학생은 촉법소년으로 가정보건소년부에서 과실치사상 혐의로 송치됐는데요. 애초에는 학교에서 배운 '중력 낙하'에 대한 호기심과 실험을 위해서 배웠다고 주장했는데, 해당 초등학교 과정에는 중력 낙하 실험에 관한 내용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돼서 결국 재미로 벽돌을 떨어뜨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와서 논란이 됐습니다. 드라마 중에서는 심은석 판사의 어린 자녀가 사망한 것으로 나왔는데, 실제는 50대와 20대 피해자였습니다.
[ 기자 ] 드라마상에서 벽돌 투척 사건의 가해자였던 황인준과 백도현이 5년 후 잔혹한 성폭행 사건에 연루됩니다. 이들이 또다시 사건의 가해자로 나타난 건데요. 그런데 성폭행뿐 아니라 조건 만남, 불법 촬영 및 유포 등 악질적인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교수님, 정확히 어떤 상황인가요?
[ 김헌식 ] 앞서 벽돌 살인 사건이 있었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사건의 가해자인 황인준과 백도현 이 두 인물이 판사 심은석의 아들을 죽게 만들었죠. 그런데 이 사건의 촉법 소년들이 5년 만에 다시 심은석 판사 앞에 나타난 겁니다. 그러니까 결국 더 심한 범죄자가 된 거죠. 황인준이 범죄의 사슬을 끊지 못한 이유는 살인을 저지른 후에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범죄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는 겁니다. 결국 법정의 무능력함 때문에 더욱 심각한 범죄자가 되었다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심은석이 그들을 다시 대면하게 된 이후에 보니까 황인준의 경우에는 이미 과실치사, 특수 폭행, 절도 이런 범죄만 무려 7번이나 저지른 그런 상황이었고 백도현도 촉법소년들의 우두머리로 사기, 강간, 불법 촬영물 제작 및 유통, 미성년자 협박, 성매매 등 온갖 범죄를 다 저지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잘못된 범죄에 대해서 나이를 불문하고 명확하게, 정확하게, 엄정하게 처벌하는 것이 피해자뿐만이 아니고 개인들이 더 큰 범죄자가 되는 것을 막아서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는 점을 드라마에서 보여주려고 합니다.
[ 기자 ] 이 집단성폭행 사건이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어떤 유사한 사건이 있었나요?
[ 김헌식 ] 2019년 12월 인천에서 집단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는데요. 1차 가해도 여파가 컸지만, 학교 측의 처벌 과정에서 가해자들이 뻔뻔하게 2차 가해를 벌여서 여론이 폭발했습니다. 특히 한 명의 피해자는 투신해서 목숨을 끊어서 안타까움을 자아냈는데요. 구속기소 된 15, 14살 두 범죄자는 각각 장기 7년에서 단기 5년, 장기 6년에서 단기 4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는데요. 범행 당시 나이가 만 14세로 '형사 미성년자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서 감형이 이루어졌는데, 이에 분노하는 여론도 제기가 됐습니다. 그렇지만 (성인의 기준에서도 높은 형량이기 때문에) 성년이 아닌 미성년자 관점에서 잘 처벌이 이루어진 사례로 인식됐습니다. 그동안 소년범 특히 촉법소년에 대해서 제대로 처벌이 안 되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에, 이 사안에서는 처벌을 죄와 비례해서 부여했던 사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 기자 ] 드라마에 등장하는 이야기가 실제 청소년 범죄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범죄 강도가 굉장히 심한데요. 또 날이 갈수록 10대 청소년들의 범죄 수위도 올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헌식 ] 최근 범죄 수위가 높아지고 있고 또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무인 판매대가 코로나19 상황에 많이 생겼는데, 무인 판매대의 절도범 절반이 10대라는 통계 조사가 최근 있었는데요. 어쨌든 촉법소년 제도도, 무인 판매대도 기성세대가 허점을 만들어 놓으니까, 10대들의 범죄를 조장하게 된 것 아니냐고도 볼 수가 있어서 청소년들이 범죄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 또 환경적인 오류들을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기자 ] 청소년 보호법에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소년재판 드라마에 등장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일화들을 살펴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드라마를 통해 엿볼 수 있는 한국의 소년법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