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징어 게임, 북한에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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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자체 제작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오징어 게임 드라마는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고 삶의 끝자락에 내몰린 사람들이 상금 456억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에 참가하는 내용인데요. 주인공 성기훈과 그의 소꿉친구이자 친한 동생 조상우 그리고 그 외 참가자 454명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오늘은 드라마에 등장한 탈북민 설정과 민속놀이 살펴보겠습니다.

[ 기자 ] 탈북민 '강새벽'이 드라마의 주연 역할 중 한 명으로 나옵니다. 이 강새벽은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죠?

[ 김헌식 ] (강새벽은) 거칠게 살아온 탈북민 출신인데요. 죽기 살기로 돈을 버는 이유는 보육원에 혼자 남겨진 남동생과 또 북에 있는 어머니를 데려와 같이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소매치기까지 해왔는데요. 그러나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해서 돈을 모두 잃고 맙니다.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을 찾기 위해서 456억을 준다는 게임에 모든 것을 걸게 되죠. (강새벽은) 북한에서 나고 자랐고 어릴 때 마을에 전염병이 돌아서 조부모와 오빠를 잃었습니다. 이후에 어머니, 아버지, 늦둥이 남동생 강철과 탈북을 시도했지만, 아버지는 탈북 도중 사살당했고 어머니는 중국 공안 경찰에 걸려서 북한으로 송환되면서 강새벽과 남동생만 한국으로 건너오게 됩니다. 그런데 하필 한국에서 덕수 같은 악인에게 고초를 당하면서 어려운 일을 겪게 되는데요. 처음에는 살아온 세월이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냉정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오징어 게임에서 남들과 화합을 이루어가면서 고군분투하는 성기훈의 인간성 그리고 구슬치기에서 지영의 희생 덕에 점차 사람을 믿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 기자 ] 어머님을 북에서 데려오고 또 남동생과 함께 살 집을 구하기 위해 게임에 참가하게 된 강새벽은 사회에서 원수였던 '장덕수'를 만나게 됩니다.

[ 장덕수 ] 내가 지나간 일은 받아줄 테니까 밑으로 들어와 . 원래 우리 팀으로 괜찮았잖아 , ? 네가 아무리 독해도 여기서 독고다이 해봤자 승산 없어 . 이거 보이냐 ? 가면 놈들 죽은 놈들 침대 빼버린 . 아차 하면 침대도 아웃이야 .

[ 강새벽 ] , 침대 걱정이나 . 아저씨들 , 이놈한테 붙지 ! 이놈 밖에서 자기 꼬붕들 주머니 털어서 자기 배만 불린 놈이야 . 그러다 결국 커져서 자기 웃대가리 주머니까지 손댔다가 걸려서 꼴이 됐고 . 이런 인간들을 우리 고향에서 뭐라고 부르는 알아 ? '혁명적인 개새끼'

[ 기자 ] 이 한마디가 많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유발했는데요. 장덕수는 어떤 인물이죠?

[ 김헌식 ] 오징어 게임에서 가장 짜증 나는 인물을 뽑으라면 장덕수와 그 패거리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덕수 무리는 다른 참가자의 음식을 가로채서 먹기도 하고, 더 많은 상금을 위해 잔인한 짓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기세등등한 조폭 장덕수는 사실 카지노라고 하는 노름판에서 조직의 돈까지 모두 잃고 쫓기는 신세입니다. 조직에 잡히는 순간 어차피 죽은 목숨이고 게임에서 승리하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게임에 임합니다. 살인까지도 불사하죠. 싸움 경력이 많아서 몸싸움에도 능하고 몸 신체 조건도 우월할뿐더러 살인을 저지르면서도 양심의 가책이나 거리낌도 없기 때문에 처음에 생존 게임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듯 보입니다. 다만 반전이 있다면 깡패 같은 이미지와는 다르게 은근히 쫄보 즉, 심약한 면이 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허세가 굉장히 심하다는 건데요. 실제 배우인 허성태는 조폭 장덕수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체격을 많이 늘려서 몸집이 불렸고요. 일부러 껄렁껄렁한 표정을 짓고 다니면서 연습했다고 합니다.

[ 기자 ] 강새벽은 특유의 영특함과 배짱으로 게임을 하나하나 통과해 나갑니다. 그런데 4번째 게임이 시작하기 직전 두 명씩 짝을 지어야 했는데, 물리적인 힘이 필요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노인과 여자들은 소외되는데요. 이로 인해 짝을 짓는데 배제됐던 새벽은 비슷한 나이 또래 여자인 지영과 한편이 됩니다. 그런데 한 편인 줄 알았던 서로가 적이 되어 30분 동안 '구슬치기'라는 게임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둘은 게임이 끝나기 전 한판으로 승부를 보기로 약속하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데요.

[ 지영 ] 여기서 벌어서 나가면 그걸로 거야 ?

[ 강새벽 ] 동생이랑 같이 지낼 하나 구하고 북에 있는 엄마 데리고 와야지 .

[ 지영 ] , 400 억이면 그런 하고도 남아 . 그런 말고 없어 ? , 어디 가고 싶은 데라든지 .

[ 강새벽 ] 제주도 . TV 에서 봤는데 조선 같고 외국 같더라

[ 지영 ] , 스케일이 제주도가 뭐냐 ? , 하와이 , 아니 , 몰디브 정도는 줘야지 . 모히토도 한잔하고 .

[ 강새벽 ] 모히토 ?

[ 지영 ] 영화 봤냐 ? 이병헌 나오는 . '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잔' 몰라 ? , , 진짜 안되겠다 . 여기서 나가면 나한테 남조선에서 나게 쓰는 법부터 배워야겠다 . 다는 나가는구나 .

[ 기자 ] 여기서 '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잔'이라는 대사는 어디서 등장한 거죠?

[ 김헌식 ] 배우 이병헌이 주연으로 등장했던 영화 <내부자들>의 한 장면인데요.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병헌 배우가 '안상구'라는 조폭 캐릭터를 연기했습니다. 여기에서 "모히토에 가서 몰디브나 한잔해야지"라고 대사를 하는데, 이 어이없는 말실수가 관객들을 두고두고 웃게 만들었고 엄청난 화제 몰이를 했습니다. 대사에서 '모히토'와 '몰디브' 두 단어가 바뀌었죠. 모히토는 술인 칵테일의 한 종류고, 몰디브는 우리나라 신혼부부가 가장 선호하는 신혼여행지로 장소를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사실 모히토는 몰디브에서 만들어진 건 아니고 쿠바에서 만들어진 술 음료입니다. 모히토 칵테일은 '마법의 부적'이라는 뜻의 스페인어 '모조(Mojo)'에서 유래한 것이고요. 영화 내부자들은 2012년에 연재되었던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사회성 짙은 범죄 영화입니다. 재벌과 정치인의 유착 관계, 또 그들을 매개하는 언론인과 그들의 잡무를 대행하는 조폭 등의 관계를 폭로하고 통렬하게 비판했던 작품으로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 기자 ] 강새벽과 지영은 30분이라는 시간이 다가오자 게임을 시작하는데, 구슬을 벽에 가장 가깝게 던지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에서 지영은 구슬을 발밑에 떨어트려 일부러 져줍니다.

[ 강새벽 ] 하는 거야 ?

[ 지영 ] 내가 졌네 .

[ 강새벽 ] 하는 짓이냐고 ! 혼자 잡지 말고 다시 던지라고 !

[ 지영 ] 없어 . 너는 여기서 나갈 이유가 있지만 , 없어 . '여기서 나가면 할까' 네가 물어본 다음부터 계속 생각을 해봤거든 ?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 이유가 있는 사람이 나가는 맞잖아 . 그게 맞잖아 . 너는 살아서 나가 . 그래서 엄마도 만나고 , 동생도 찾고 , 제주도에도 가고 .

[ 기자 ] 둘의 이야기는 드라마에서 어떤 역할을 하죠?

[ 김헌식 ] 서로를 배신하고 믿지 않는 참가자들 가운데 이 두 사람은 서로 힘들었던 이야기를 나누고 동질감을 느끼면서 남북을 떠나 또래 여자들의 우정을 나누는 장면입니다. 특히 지영이라는 인물이 참 대단한데요.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해치고 악을 쓰는 남들과는 달리 상대인 강새벽을 살리기 위해서 스스로 탈락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죠. 구슬치기에서 1대 1로 경쟁하게 된 지영과 새벽은 게임을 잠시 뒤로 하고 과거를 털어놓으면서 서로를 잘 알게 됩니다. 이 상황 속에서 지영의 죽음은 친구였던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야 하는 잔인함, 그리고 상금 456억이 누군가의 목숨값이라는 것을 적절하게 보여주는 독특한 역할을 하게 되죠. 그래서 공동체적인 가치, 생존을 위해서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다는 점을 두 사람을 통해서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관계였습니다.

[ 기자 ] 또 지영과 새벽이 한 짝이 되어서 게임을 진행하는데 서로 다른 곳에서 왔지만, 또래 여자아이로서 이야기를 나누고 공유할 수 있었던 면이 보였던 것 같아요.

[ 김헌식 ] 그렇습니다. 남이나 북이나 생존 상황∙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는 같이 합심을 할 수 있고 통할 수 있다는 것이고요. 또 같은 젊은 또래이기 때문에 남북한의 젊은이도 같은 공감의 폭이 있으리란 것을 위기 상황 속에 있는 두 사람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 기자 ] 드라마에 등장하는 6개의 놀이가 모두 한국의 민속놀이라서 많은 분에게 익숙하겠지만, 그런데도 또 낯선 게임도 있었을 텐데요. 각 놀이와 규칙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 주시죠.

[ 김헌식 ] '딱지치기'는 종이로 만든 딱지를 땅바닥에 놓고 다른 딱지로 쳐서 땅바닥에 딱지가 뒤집히거나 일정한 선 밖으로 나가면 취하는 어린이 놀이입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숨바꼭질을 응용한 놀이인데요. 술래가 벽을 보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다가 구호가 끝남과 동시에 뒤를 돌아봤을 때 움직이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잡아낼 수 있고 탈락이 되는 겁니다.

‘달고나 뽑기’는 설탕에 베이킹 소다를 넣고 막대로 저어서 만든 한국의 사탕인데요. 지역에 따라 약간씩 이름은 다른데요. 상점에서 파는 일반 과자보다 값이 저렴해서 돈이 없는 서민층 아이들이 많이 사서 먹었던 간식입니다.

‘줄다리기’는 많은 사람이 두 편으로 나뉘어서 줄을 마주 잡아당겨서 승부를 겨루는 성인 놀이가 되겠고, ‘구슬치기’는 주로 남자아이들이 유리구슬을 땅에 던져놓고 다른 구슬로 맞춰서 얻는 놀이가 되겠습니다.

‘징검다리 건너기’는 징검다리 또는 발을 디딜 수 있는 조형물을 건너는 행위나 놀이를 말하게 되는데 신체 조절 능력과 균형 감각 발달에 도움을 주기도 하는데요. 오징어 게임에서는 그냥 징검다리가 아니고 몇십 미터나 되는 높이 위에서 떨어지게 되면 그대로 목숨을 잃게 되는 아찔한 죽음의 징검다리가 됩니다.

‘오징어 게임’은 평평한 땅에 오징어 모양의 놀이판을 그린 다음에 공격과 수비 두 편으로 나뉘어서 몸으로 겨루는 놀이가 되겠습니다.

[ 기자 ] 그런데 남한뿐 아니라 북한에서 하는 놀이도 상당히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요?

[ 김헌식 ] 그렇습니다. 탈북해서 오신 분들은 "딱지치기, 줄다리기, 구슬치기는 북한에도 있다"고 얘기했고, 다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없었는데 술래가 돌아봤을 때 움직이면 걸리는 놀이는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고 얘기를 안 할 뿐 형식은 비슷하다는 것이고요. 1부터 10까지 숫자를 세는 등 게임 명칭이라든가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고 합니다. 다만 "달고나는 보지 못했다"는 응답이 있었습니다. 또 용어가 좀 다른데요. 북한에서는 구슬치기를 알치기라고 얘기하는데, 구슬을 알이라고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줄다리기는 바줄 당기기라고 하기 때문에 형식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고요. "북한에서 만약에 오징어 게임을 부른다면 낙지 게임이 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에서는 낙지를 오징어로, 오징어를 낙지로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 기자 ] 아무래도 불과 70여 년 전만 해도 함께 얼굴 맞대고 살았던 한민족이기 때문에 민속놀이에 비슷한 부분이 상당히 많은 것 같은데요. 이 때문에 북한 청취자분들께도 이 드라마가 더 친숙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헌식 ] 그렇습니다. 오징어 게임 돌풍을 타고 한국의 전통문화와 놀이가 전 세계로 퍼졌죠. 북한에서도 충분히 익숙하게 느낄 수 있는 놀이였습니다. 북한과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볼 수도 있고요. 더 많은 분들이 본다면 더욱더 친숙하고 동질감을 느낄 텐데, 젊은 층일수록 남북한이 하나라는 생각을 오징어 게임 내지 그 안에 놀이를 통해서 인식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오징어 게임에서 남북한 관계의 의미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 기자 ]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오징어 게임 드라마에 등장한 탈북민 설정과 민속놀이 알아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드라마 설정 반영해 만든 실제 리얼리티 생존게임과 드라마에 대한 북한 반응 살펴보겠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