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오늘은 스튜디오 드래곤 제작사의 드라마 ‘일타 스캔들’을 살펴보는 마지막 시간입니다. 일타 스캔들은 유명한 학원 강사와 조카의 교육을 책임지는 반찬가게 여사장의 스캔들을 다룬 드라마인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일타 스캔들 드라마의 국내외 영향력 살펴보겠습니다.
남행선 역을 연기한 배우 전도연 씨에 대해서부터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전도연 씨는 <프라하의 연인>이후 17년 만에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복귀한 거라고요?
[ 김헌식 ]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2000년대 초반에 <프라하의 연인>에서 로맨스 연기를 펼쳤는데요. 사실 전도연 씨는 영화계에서 더 유명한 배우입니다. 2007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밀양>에서 유괴범에게 아들을 잃은 엄마 '신애' 역으로 제60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주연 배우상을 받았고요. 아시아 배우로는 네 번째로 수상해 세계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배우입니다. 결혼 이후 활동을 중지했다가, 2015년 영화<무뢰한>에서 남성들의 세계에서 유일한 여성 '김혜경' 역을 맡게 되면서 제68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받아 네 번째로 칸을 방문했습니다. 미국의 한 할리우드 리포터는 "언제나 믿음직한 전도연이 연기한 인물이 남자주인공보다도 여러 결을 가지고 있다"고 호평했습니다. 이후 2017년 7월에 드라마<굿 와이프>로 11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했고요. 그리고 <일타 스캔들>을 통해 17년 만에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돌아왔고, 또 올해 3월 31일에 넷플릭스 영화<길복순>로 돌아왔는데 이 영화에서는 딸을 키우는 주부로 킬러 활동으로 생활비를 벌면서 자녀 교육에도 고민이 많은 역할이었거든요. 길복순이 세계적으로 흥행했는데 여기에서도 자녀의 교육을 고민하는 모습이 일타 스캔들의 남해이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봅니다.
[ 기자 ] 최치열을 연기했던 남주인공 정경호도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슬기로운 감빵생활> 드라마와 <롤러코스터>, <압꾸정>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왔는데요. 그런데 이 배우가 2004년 국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미안하다, 사랑한다>에도 출연했었죠?
[ 김헌식 ] 그렇습니다. 19년 전 KBS2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에서 인기 가수 '최윤' 역할을 했었습니다.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줬습니다만, 이때는 주연은 아니었기 때문에 대중의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습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감빵은 북한으로 얘기하면 교화소에 해당되는데요. 이 드라마에서 죄수 역할이 아닌 교도관 역할로 눈길을 끌었고, 그 후 비슷한 이름의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흉부외과 교수 '김준한'을 맡았었는데 능력 있지만 까칠하고 여자친구 앞에서는 팔불출 순정남이 되는 김준한이라는 인물이 정경호의 연기력이 아니면 제대로 살아나지 않았을 것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경호 배우는 "까칠하고 예민한 캐릭터가 굳어질까 봐 우려도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렇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또 잘하는 부분에 차이를 두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전도연 씨한테도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고 해요. 전도연 씨가 선배인데, 평소 지인들이 "전도연 씨와 함께 연기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는데 그게 실현이 됐다고 합니다. "일타 스캔들에서 전도연 선배님과 일할 때 가만히 있어도 돋보이게 해 주시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고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 기자 ] 정경호 배우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일타 수학 강사역을 연기하기 위해 수학 공식을 통째로 외웠다"고 말하기도 했죠.
[ 김헌식 ] 그렇습니다. 방송 초반부터 각종 사회관계망 서비스에는 정경호가 열연했던 최치열이 강의하는 모습과 칠판에다가 글씨를 쓰면서 수학 공식을 풀어가는 모습이 많이 등장했는데, 이를 보고 "진짜 학원 수학 강사 같다"는 평가가 쏟아졌습니다. 그렇지만 이는 배우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빛을 발할 수 있었는데요. 일타 스캔들 제작보고회에서 정경호는 제일 어려웠던 게 판서, 그러니까 칠판의 글씨를 쓰는 거였는데 "칠판에 쓰는 걸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매우 열심히 연습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는 "사실 공식들은 모르고 그냥 외웠다"고 합니다. "식을 하나 다 외운다는 식으로 임해서 긴장도 많이 했다"고 했지만, 제가 봤을 때는 긴장을 하나도 안 한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를 실제 서울의 목동 학원에서 찍었고 100여 명의 학생들도 함께했습니다. 보조 출연하는 100명의 학생들의 무서운 점은 쓰다가 틀리면 학생들이 알아채고 "틀렸는데요"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배우도 바짝 긴장하고 촬영했다고 하는데 화면상으로는 긴장한 것이 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 기자 ] 아무래도 실제 학생들이 공부하는 내용이다 보니까 학생들은 빠삭하게 알 수밖에 없겠죠. 또 학생들이 보조로 출연했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네요.
[ 김헌식 ] 그래서 학원 풍경이 더 진정성 있고 사실감 있게 느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 기자 ] 그럼 잠시 드라마 '일타 스캔들'의 배경음악 듣고 오면서 쉬어가겠습니다.
( 일타 스캔들 OST)
[ 기자 ] 드라마에서 다양한 학부모 상이 등장하는데요. 대표적으로 방수아 학생의 어머니였던 조수희는 입시판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입김 센 엄마로, 대형 로펌에 다니는 유능한 변호사이자 이선재 학생의 엄마인 장서진은 일과 자식 교육을 모두 완벽히 해내려는 엄마로 묘사됩니다. 교수님께선 이 두 학부모를 극 중 주요 등장인물로 설정한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 김헌식 ] 일타 스캔들 드라마에는 여러 유형의 학부모가 등장하죠. 대표적으로 '조수희'와 '장서진'이 학부모의 두 가지 유형을 대변하는 인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인 조수희는 자기가 이루지 못한 꿈과 욕망을 자녀를 통해서 실현하려는 유형입니다. 이런 부모가 실제로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현실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고요. 또 다른 유형은 바로 장서진이죠. 이미 본인은 성공했기 때문에 이에 걸맞게 아들도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성공이라는 것이 결국 아들이 생각하는 성공이 아니고 엄마가 생각하는 사회적으로 내세울 만한 조건이나 간판이 되겠습니다. 예를 들면, '의사가 되고 싶은 것이 과연 아이의 꿈이냐' 했을 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그래서 결과적으로 아이의 미래보다 자신의 미래를 더 생각하는 건데, 현실에는 조수희와 장서진이 결합한 유형도 있을 수 있죠. 자신보다 더 나은 위치로 만들어서 이를 자랑하고 싶은 욕망과 겉으로는 공통적으로 자녀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을 위해서 자녀의 입시와 진학에 관심을 갖는 유형들을 두 사람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해이'처럼 학생이 스스로 공부하길 원하고 꿈을 갖는 것이 중요하고요. 부모는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생각해봅니다.
[ 기자 ] 일타 스캔들들은 가벼우면서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한 것 같은데요. 그럼 이 드라마에 대한 국내외 반응은 어땠는지요?
[ 김헌식 ] 한국에서는 시청률 17%를 기록해서 1위를 차지했고요. 한국 넷플릭스에서 6주 연속 1위, 일본 넷플릭스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습니다. 주요 아시아 국가에서 데일리 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일타 스캔들 제작진은 세계적으로 비영어권에서 5위까지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방송 초반에는 20~30대 중심으로 인기 있었는데 이후에는 10대 50대로 시청자의 폭이 더 넓어졌습니다. 해외 팬들은 일타 스캔들을 보고 두 주인공한테 "너희 둘이 결혼하자, 치열 ♡ 행선"이라 언급하기도 했고요. "둘이 실제 열애설 안 터지나", "제발 고백해 줘 치열"이라고 댓글 달기도 했습니다. 현빈과 손예진 씨가 드라마를 통해 실제 커플이 되고 결혼까지 맺어졌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데요. 참고로 전도연 씨는 결혼해서 아이가 있기 때문에 실제 배우의 만남은 실현하기 어려울 것 같고요. 한 국내 시청자는 출연진 전도연과 정경호를 가리켜서 "둘은 임자가 있어요"라면서 댓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 기자 ] 그리고 지난번에 다뤘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박은빈 배우가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대상을 받았었는데요. 같은 시상식에서 남해이 역을 맡은 노윤서 배우가 TV 부문 신인 여자 인기상을 수상했습니다.
[59 회 백상예술대상 노윤서 배우 수상 장면 ]
[ 기자 ] 노윤서 배우는 똑 부러지고 씩씩한 학생 남해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냈는데요. 떠오르는 신예 배우로 주목받는 노윤서 배우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시죠.
[ 김헌식 ] 지금 현재 가장 빛나는 신인 배우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지난해 연기 데뷔를 했던 드라마는 <우리들의 블루스>입니다. 가슴 깊은 사연을 간직한 고교생 '방영주' 역을 신인답지 않은 감정 연기로 풀어내서 크게 화제를 불러 모았고요. 또 넷플릭스 영화<20세기 소녀>에서도 첫사랑에 푹 빠진 '연두' 역을 통해서 풋풋하고 순수한 매력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이 영화가 전 세계에 큰 인기를 끌었거든요. 그래서 노윤서 배우도 전 세계 시청자 여럿으로부터도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계속해서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마인 <택배 기사>에서도 강렬한 연기를 통해 전 세계 팬을 사로잡았습니다.
[ 기자 ] 마지막으로 드라마 일타 스캔들의 전반적인 평가와 관전 요소는 어떻게 될까요?
[ 김헌식 ] 앞서 입시 풍경, 학부모의 지나친 욕망과 사교육, 그리고 그것에 얽힌 갈등 상황들을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던 중심에는 전도연과 정경호의 연기력과 매력이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이봉련, 오의식, 신재하, 장영남, 이채민 등 각양각색의 매력을 가진 배우들의 활약도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이 사람들의 저마다의 고민과 이야기들이 또 한국 사회를 볼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현미경 역할을 하고요. 가슴 설레는 로맨스도 있고 훈훈하고 따뜻한 사람 사는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국가대표 반찬 가게, 학원, 우림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어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하고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는 마치 종합 선물 세트 같은 드라마로 아직까지도 인기가 많습니다.
[ 기자 ] 김헌식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드라마 일타 스캔들의 국내외 영향력 짚어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