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오늘은 한여름이 되면 많은 사람이 찾는 곳,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스튜디오 드래곤이 기획하고 지티스트에서 제작한 이 드라마는 tvN과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됐습니다. 북한 청취자분들 중에서도 제주도에 대해 궁금한 분 혹은 처음 들어본 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제주도는 한반도에서 가장 큰 섬이자 남쪽 끝에 있는 섬으로 남한 면적의 2% 가까이나 됩니다. 또 에메랄드빛 바다와 동그란 모자를 쓴 할아버지 형상을 한 돌하르방 석상이 유명하죠. 드라마에서는 제주도에 살고 있거나, 살았던 14명의 주인공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주인공이 14명이나 된다니 어마어마하죠. 특히 이병헌, 한지민, 신민아, 김우빈 등 최고의 한류스타들이 총출동한 드라마여서 방영 전부터 이목을 끌었습니다. 그럼, 예고편 함께 들어볼까요?
고등어 , 고등어 . 계란 , 계란 . 와 바다다 . 얼음 , 얼음 , 얼음 , 얼음 . 이번에 갈치 좋은데 . 너 어멍한테 인사 안 해 ? 뭘 쳐다봐 ? 밥이나 처먹지 . 제주 좋아해요 ? 여기서 내 남은 인생을 종치고 싶을 만큼 . 그게 제주지 .
[ 기자 ] 예고편만 들어도 벌써 제주도의 느낌이 물씬 나는 것 같지 않나요, 교수님? 이 드라마는 어떤 내용인가요?
[ 김헌식 ] 언급하셨듯이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사연이 없는 사람은 없지만, 제주도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뭍에 있는 사람들 혹은 세계인들까지도 공감을 일으키게 했는데요. 제주 오일장, 푸릉 마을을 배경으로 친구 사이, 이웃 사이, 가족관계로 얽힌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여러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기 때문에 극 중 이름이 아닌 배우의 이름을 언급하려고 하는데요. 특히 제주도 말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어에 대한 관심을 많이 불러일으켰습니다. 방언, 사투리라고도 했지만, 요즘에는 지역어라고 합니다. 두 명의 장애인을 드라마에 등장시켜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 재고도 일으켰고, 첩으로 살아야 했던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 또 기러기 아빠 생활하는 주인공의 삶도 다루는 등 각양각색의 인생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특히 옴니버스 방식의 드라마인데요. 옴니버스는 각각의 이야기가 따로 분리돼서 전개되는데, 이 드라마는 독특하게 각화의 주인공이 겹치면서 하나의 이야기로 모이는 방식입니다. 또 사랑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특히 10대의 사랑, 40~50대 사랑, 가족 간의 사랑 등 다양한데 그중에 짝사랑 이야기도 있는데요. 어떤 세대라도 짝사랑 없는 세대에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을 쓴 노희경 작가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 기자 ] 우리들의 블루스 드라마의 공식 전단을 보면 "살아있는 우리 모두 행복하라!"라고 적혀있습니다. 드라마를 자세히 살펴보기에 앞서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부터 간략히 설명해 주시죠.
[ 김헌식 ] '살아있는 그 자체가 행복이라는 점'을 드러내고자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물론 쉽지 않은 얘기지만, 우리들의 블루스는 따뜻한 삶의 메시지를 남겼는데요. 특히 결말 부분에서 그동안의 갈등 문제들이 하나하나 해결되고 등장인물들이 나름의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요. 이로써 살아있는 그 자체에서 모두 행복을 느낀다는 거죠. 삶 자체가 고통이라는 말도 있습니다만, '결국에는 우리가 노력하면 어떤 심한 갈등도 다 해결하고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기자 ] 가장 먼저 등장하는 차승원과 이정은 배우의 이야기부터 함께 보겠습니다. 이정은은 극 중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동네 준 갑부인데요. 매일 아침 잡힌 생선을 사기 위해 정은은 생선 가게 직원인 김우빈과 함께 어시장에 나갑니다.
[ 호각이 울린다 ]
[ 이정은 ] 물건 어떵해 ( 어떠냐 )?
[ 김우빈 ] 어업량이 적언마씸 ( 적어요 ).
[ 이정은 ] 아씨 , 빙장 ( 얼음에 저장시킨 생선 ) 이라도 사까 ?
[ 김우빈 ] 그래가지고 신용 잃고 ?
[ 이정은 ] 기냥 ( 그냥 ) 니가 알아서 허라
[ 경매사 ] 자 , 다음 고등어로 갑니다 , 고등어 . 자 , 오늘 고등어 먼저 경매 시작하겠습니다 .
[ 중도매인 ] ( 김우빈에게 ) 5 만 4 천 ?
[ 김우빈 ] 안전하게 갑서 .
[ 중도매인 ] 5 만 6 천 .
[ 경매사 ] 자 , 5 만 천 . 8 번 낙찰 , 자 , 5 만 6 천 . 자 , 우리호 우리호 갈치 경매하겠습니다 . 자 , 우리호 아주 선도가 좋습니다 . 선도에 신경 써 주시기 바랍니다 . 자 , 우리호 , 자 , 손갈치 다섯 상자 . 자 , 11 만 3 천 , 33 번 낙찰 .
[ 기자 ] 벌써 제주도의 사투리 때문에 내용을 따라가기 쉽지 않은데요. 그러니까 이정은은 어업량이 적다며 막 잡은 생선이 아닌 얼음에 담가뒀던 생선 즉, 빙장을 살 것을 고민하자 김우빈이 그러지 말라며 말리는 대화였습니다. 이후 곧바로 경매가 시작되는데요. 이처럼 한국 어시장에서는 매일 아침 경매로 물건을 도매하는 풍경을 찾아볼 수 있죠?
[ 김헌식 ] 그렇습니다. 새벽에 어선이 고기를 잡아 오면 어판장이라는 곳에서 경매를 합니다. 드라마 속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사고파는 경매장의 분위기가 활기차고 분주했습니다. 특히 경매를 통해서 질 좋은 생선이나 해산물을 좀 더 저렴하게 살 수 있거든요. 그러나 경매장에 아무나 갈 수는 없습니다. 허가를 받은 사람만 갈 수 있어서 질서를 유지하고 있고요. 당연히 신선도가 높은 수산물이 좋은 가격을 받게 되는데, 수산물 시장에서의 경매는 경매사가 먼저 가격을 제시합니다. 높은 가격부터 제시하거든요. 높은 가격에 제시했는데 사람이 응하지 않으면 그다음 단계로 내리고 그다음 단계도 없으면 그 밑으로 내리고 이렇게 하면서 최종적으로 낙찰되는 형식입니다. 요즘에는 사람이 경매하는 것보다는 전자경매 방식으로 바뀌어서 입찰 가격을 무선 응찰기에 입력해서 자동으로 가장 높은 가격이 낙찰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웬만한 해변의 군 단위에서 이런 경매를 볼 수 있고요. 부산에서는 자갈치시장, 서울에서는 노량진 시장이 가장 유명합니다.
[ 기자 ] 이어 이정은의 첫사랑이었던 차승원이 등장합니다. 차승원은 아내와 딸을 미국으로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인데요. 기러기 아빠란 뭔가요?
[ 김헌식 ] 한국은 교육열이 참 높습니다. 그래서 미국에 자녀를 유학시키는 경우가 많은데요.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 부인과 아이들을 외국으로 떠나보내고 홀로 생활하는 아빠를 가리켜서 '기러기 아빠'라고 합니다. 1990년대 일찍 유학을 보내려고 하는 사회적 현상 속에서 생겨났는데요. 아빠는 한국에서 돈을 벌어서 미국에 있는 아내 즉, 엄마와 아이한테 돈을 보내주는 것인데 극 중에서는 골프 유학을 보낸 차승원과 딸이 등장합니다. 1998년 미국에서 열린 세계 대회에서 박세리 선수가 맨발 투혼으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에 골프 열풍이 불었거든요. 그 뒤에 조기 유학 차원에서 미국으로 많이 유학했는데, 그때 이후로 골프 유학을 가는 친구들이 많다 보니까 기러기 아빠가 돼서 유학을 지원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드라마에서는 그 상황을 차승원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 기자 ] 네, 그럼 잠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배경음악 듣고 오면서 잠시 쉬어가겠습니다.
( 우리들의 블루스 OST)
[ 기자 ] 다시 우리들의 블루스 드라마 얘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차승원은 제주도에서 이정은을 비롯한 고향 친구들을 모두 만나게 되는데요. 승원을 다시 본 정은은 학창 시절 승원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정은은 키가 훤칠하고 공부도 잘하던 차승원을 몰래 흠모했는데요.
[ 이정은 ] 너 나같이 못생긴 애하고는 안 사귀지 . 야 ,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해볼까 ?
[ 차승원 ] 뭐 ?
[ 이정은 ] 나도 담배 줘보라 . 펴보게 .
[ 차승원 ] 그러지 마 . 착한 놈이 . 뭘 봐 귀엽게 . 가자 , 자유 시간 끝났겠다 .
[ 이정은 ] 나 너 좋아 , 나 가져 . 아니면 널 주든지 .
[ 차승원 ] 알았으니까 가자 , 은희야 .
[ 기자 ] 그렇게 은희 즉, 정은은 어린 시절 차승원에게 기습으로 뽀뽀를 합니다. 정은은 이를 친한 친구에게 말했고 그 친구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친구들과 농구하던 차승원에게 달려와 묻습니다.
[ 엄정화 ] 너 진짜 니가 은희한테 키스핸 ( 키스했어 )?
[ 이정은 ] 이 개 같은 년아 !
[ 엄정화 ] 말해봐 . 니가 진짜 은희한테 입 맞췄냐고 . 강제로 , 억지로 , 멋있게 !
[ 기자 ] 어린 정은은 친구들 앞에서 그날 진실을 밝혀져서 망신당할까 두려워합니다.
[ 차승원 ] 내가 ? 너를 ? 강제로 ? 억지로 ? 야 , 너도 좋아했잖아 .
[ 기자 ] 이 얘기를 듣고 어린 정은은 기절해 버리고 맙니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이정은은 차승원에게 왜 그때 사귀어 주지 않았냐며 장난스레 질문을 던지는데요. 당시 학생들끼리 연애가 가능했나요?
[ 김헌식 ] 극 중 인물들은 한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 학창 시절을 보냈다고 생각됩니다. 그 당시에는 학교에 연애 금지 학칙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90년대 초반에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그때 저는 교복을 입지 않았어요. 다만 점점 교복을 입는 시기였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자유분방하다는 이유였는데, (그때까지도) 학교 내에서 또 연애는 금지되어 있었고요. 그때 당시에는 남녀 공학도 많지 않았습니다. 다만 학교 바깥에서는 사귀기도 하고, 같이 놀러 가기도 하고, 연애하기도 했는데요. 그렇지만 걸리면 약간의 처벌도 받는 시대였습니다. 당시 한창 사회문화적으로 개방하고 소통하는 과도기였지만, 여전히 학생들한테는 엄격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에 나오는 남녀 주인공들은 서로 마음은 있었어도 학교 내에서는 사귈 수 없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정은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학교 바깥에서라도 차승원과 사귀기를 바랐던 마음이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 기자 ] 과연 기러기 아빠가 되어 돈을 빌리러 다니게 된 차승원과 그를 첫사랑으로 간직하고 있던 이정은은 어떻게 될지 궁금한데요. 아쉽지만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김헌식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우리들의 블루스에 등장한 차승원과 이정은의 이야기 살펴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드라마에서 나온 10대 임신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