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정상회담 유감

워싱턴-전수일, 강철환 chuns@rfa.org
20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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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북한인권정보센터 주최로 열린 '북한의 인권 상황' 세미나에서 자신들이 겪었던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북한인권정보센터 주최로 열린 '북한의 인권 상황' 세미나에서 자신들이 겪었던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미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기대 이상의 큰 성과를 이뤘다며 이제 북한 핵 문제로부터 미국시민들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장담했습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 평화의 토대가 만들어 졌다고 환영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주요 신문들과 북핵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에 준 건 많고 받은 건 별로 없다며 이번 회담에서의 승자는 김정은이라고 혹평했습니다.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지켜봤을 한국 내 3만명의 탈북자 사회는 어떻게 평가했을 지 궁금합니다.

강.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를 지켜본 탈북자들 대부분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북한 핵에 대한 명백한 폐기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라는 두루뭉술한 핵문제 해결을 내세웠고 가장 중요한 북한인권문제는 거론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북한 핵문제와 북한주민에 대한 인권문제는 한국정부의 당연하게 책임져야 할 문제이고 양보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게 우리 정부는 싫은 소리 하나 하지 못하고 비위만 맞추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남북 정상회담에 비해 미북 회담은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할 정도로 실망감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전.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물론 북한의 비핵화 였습니다. 두루뭉술한 해법 이라고 방금 지적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대목이 마음에 안 드셨나요?

강.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서 핵문제는 정확한 기한을 정해놓고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명백한 북한측 설명이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비핵화 의지만 표명한 정도로 얼버무리는 식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사실 핵 문제는 단기간 내에 미국이 원하는 대로 풀 수 없는 상황은 인정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취소하기까지 하면서 북한을 압박한 뒤에 재개된 회담이라 그 성과가 현저할 것으로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실제 합의문에 나타난 것은 지금껏 알려진 원칙적인 총론만 되풀이 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망한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핵문제 해결보다 가장 듣기 거북하고 한심하게 생각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 대해 과도한 칭찬을 남발한 것입니다. 김정은을 훌륭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우면서, 재능있고 똑똑하다느니, 또 김정은이 국민을 사랑하는 지도자라고 까지 말했습니다. 그 말은 사실 북한 독재체제 하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과 그런 고통을 피해 탈북한 사람들을 심각하게 모독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은 3대에 거친 개인 독재권력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고모부와 자기 형까지 암살한 사람입니다. 그런 살인마에게 온갖 칭찬은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올 소리는 아닌 것입니다. 김정은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모습은 보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북한에 끌려 다닌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전. 이번 미북 정상회담 후, 합의문에는 없었지만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미국과 북한 간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이라는 단서는 붙었지만, 미군당국이나 한국정부 모두 생각지도 않았던 이런 돌출 발표에 그 당일에는 즉각 반응을 나타내지 못하고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사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천명한 한미연합훈련 중단 방침에 대해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강 대표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강. 북한 김씨 정권은 6.25 전쟁 이후 줄기차게 내세우는 대남전략은 한반도에서 미군을 몰아내는 것입니다. 미군만 사라지만 남조선은 거저 먹는다고 생각합니다. 재래식 전력에서 철저하게 무너진 북한군은 한미 연합군의 입체적 훈련에 위협을 느끼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압도적 한미연합군 전력에 맞서 북한군은 우리 국군의 2배가 넘는 12만의 인민군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수전 병력만 해도 30만명에 육박합니다. 우리 국군의 절반이 넘는 병력이 특수전 병력으로 훈련받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 인민군이 자체적으로 기습남침 연합훈련을 지속하고 있으며 북한이 보유한 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 무기에 대한 대남 투입도 사실 남의 이야기 아닌 것입니다. 북한군은 특수전 부대를 중심으로 연합훈련을 지속하고 있으며 막강한 숫자로 부족한 재래식 전력을 메우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북한의 재래식 병력과 특수전 병력의 엄청난 훈련은 문제삼지 않고 한미연합군의 훈련을 일방적으로 포기하는 것은 북한 인민군의 기습남침에 대한민국을 스스로 갖다 바치겠다는 심각한 문제인 것입니다. 그리고 훈련하지 않는 미군은 한반도에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한미연합군 훈련 중단은 단순한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24일 미북 정상회담 계획을 취소하자 북한에서는 즉각 미국측에 예정대로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을 열 용의가 있다는 담화를 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은 미국과의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취소 이틀 만에 판문점에서 미국의 우방인 남한 문재인 대통령과 급하게 2차 정상회담을 했고 일주일 도 안돼 김영철을 미국에 보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김정은이 꼬리를 내리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어떻게든 성사시키고자 한 배경이 무얼까요?

강.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노린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크게 세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내치적인 필요성에 의한 것으로, 김정은 자신의 우상화입니다.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김일성, 김정일도 하지 못한 것입니다. 미국이 북한을 인정하고 김정은을 깍듯하게 대했다는 것으로도 북한인민들에게 김정은의 위대성 선전을 어마어마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은 정상회담 결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김정은의 영도력을 선전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유엔의 대북 제재 완화입니다.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진전되면 유엔제재 외에 중국이 독자적으로 행한 제재에 대한 완화를 우선 풀 수 있기 때문에 미북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서 유엔제재를 완전하게 풀지 못해도 단계적으로 중국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바로 한미 동맹 관계를 이간하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북한의 입장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느낄 정도로 부정적 발언을 한 것도 북한 외교의 승리로 볼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한미 연합군 훈련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적화통일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는 김정은의 사고방식과 당 규정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미 북한은 이 세 가지의 목표를 달성했고 충분하게 미국을 이용해 먹었다고 생각합니다.

전.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간단히 논의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밝혔는데요, 하지만 비핵화 문제 뒷전에 밀려 그야말로 언급 정도만 했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강. 그렇다고 봅니다. 사실 너댓시간의 제한된 정상회담 시간상 문제로 인권문제는 길게 이야기 하지 못한 측면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의 인권문제는 핵문제 못지 않게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략적 현안이기 때문에 북한 인권유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범수용소를 없애야 한다고 북한 측에 경고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북한 외교인력의 의도대로 핵문제 해결 문제로 긴 시간을 다 보냈고 인권문제는 상징적으로 잠깐 언급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인권문제는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제대로 거론되지 못했습니다. 세계인들의 기본적 인권을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미국의 대통령과 한국의 지도자가 북한인권문제를 북한 지도자와 회담에서 중요한 의제로 다루지 않은 것은 나중에 두고두고 지탄 받을 수 있습니다.

전. 이번 미북 정상회담 결과에 불만족스런 측면만을 얘기해 주셨는데요, 긍정적인 성과로 생각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이겠습니까?

강. 비록 구체적인 시한이나 범위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북한의 비핵화를 북한의 지도자가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미국의 지도자에게 직접 약속했다는 것입니다. 김정은도 이제 더 이상 비핵화를 멈출 수도 없고 멈추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이제 다시 김정은 자신이 합의문으로 약속한 것을 뒤집는다면 미국은 군사적 선택지를 다시 검토되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봅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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