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전선부의 수난

워싱턴-전수일 chuns@rfa.org
2019-06-03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2월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일행이 중국과 접경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해 환영단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2월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일행이 중국과 접경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해 환영단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
전수일: 북한의 대남전략 기관인 통일전선부, 약칭 통전부내 기류가 이상하다는 소식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통전부가 담당하는 남북한 민간교류 회담이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북한측에 의해 취소됐고 거기다가 통전부 간부들의 문책설이 나돌고 있습니다. 일부 간부들은 숙청당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 까요?

강철환: 5월 23일부터 26일 사이에 중국 선양에서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와 사단법인 겨레 하나되기 운동본부, 민족화해협력국민연합회 등 남측 민간단체들과 연이어 실무회담을 하기로 했던 북한이 느닷없이 실무회담을 취소하고 인력을 전격 북한으로 철수했습니다. 23일 6.15공동선언위 북측위만 남측 대표단을 만나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거부터 북한은 대남전략을 추진하는 주요목표는 정부와 민간을 분리해 최대한 민간을 북한 편으로 끌어들이고 정권과 상관없는 대북 민간지원을 확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남한이 정권 차원에서 도와주지 못해 안달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처럼 민간분야에 크게 기댈 것이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국 주도의 유엔제재가 북한 내부를 극도로 압박하는 상황에서 남측 민간단체들의 대북지원은 정부 못지않은 중요한 사업입니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회담들을 북한 측이 먼저 깨고 북한으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며 내부에서 어떤 문제들이 생기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로 보입니다.

전. 남북교류를 총괄하고 있는 통일전선부는 김정일 통치 후기에 주요 기관으로 부상하지 않았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하지만 통일전선부는 원래 노동당 산하 대남기관 가운데 가장 한직인 부서였습니다. 대놓고 대남선전, 공작하는 부서이기 때문에 대외연락부, 35호실, 작전부 등 다른 노동당 산하 대남공작부서와는 달리 전문성도 현저하게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고 북한 내부가 경제적으로 궁핍해지면서 통일전선부의 역할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남한에서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이후 통일전선부는 본격적인 대남공작 전면에 나서게 됐는데, 밀려드는 남한 사람들을 포섭해 북한 편으로 만들고 정부, 민간 가릴 그것 없이 돈과 식량, 물자를 북한에 도울 수는 사람들은 모두 엮어 실적 경쟁까지 하면서 북한체제를 살리는 데 앞장서왔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진보 성향의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간 통일전선부는 북한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노른자위 집단으로 변화됐습니다. 그러다가 보수당을 대표하는 이명박 후보와 당시 집권 진보 정당의 정동영 후보 간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잘못 예측하면서 김정일의 분노를 사 엄청난 시련을 겪게 됩니다.

전. 2008년 2월 이명박 후보가 한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부터 2009년 사이에 통일전선부에 엄청난 숙청이 벌어졌다고 하지 않습니까?

강. 맞습니다. 햇볕정책으로 북한에 대한 지원과 남북교류를 확대한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간 남한으로부터 막대한 단물을 다 빨아먹은 김정일은 만약 정동영이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북한주도의 통일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엉뚱한 희망을 품게 됩니다. 그래서 원치 않았지만,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해주고 그의 후계자로 간주한 정동영 후보에 대한 지원사격을 하게 됩니다. 만약 김정일이 원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면 통일전선부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통일전선부 내의 적당한 비리는 간첩죄가 아닌 이상 일만 잘되면 눈감아줄 수는 있는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통일전선부는 이명박 후보가 BBK 문제 등으로 결국 대통령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김정일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걸 바탕으로 한 대남전략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됩니다. 하지만 엄청난 표차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자 김정일은 충격에 빠지게 되고 자기를 기만했다고 생각한 통일전선부에 대해 엄청난 분노를 표시하게 됩니다. 결국, 통전부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이 시작되고 대남관계를 주도했던 김승철 부부장을 포함한 11명이 부정부패와 남측과의 부적절한 긴밀함 등의 혐의로 공개총살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받게 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통일전선부는 완전하게 찌그러지고 이를 대신해 정찰총국이 새롭게 등장하게 됩니다. 대남전략이 대화에서 군사적 선택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전. 그런데, 근래 통일전선부가 장기간 총화 속에 빠지고 간부들의 문책이나 숙청설이 나도는 것은 남북간 민간 교류가 부진해서라기 보다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실패의 책임과 관련이 있지 않겠습니까?

강. 그렇게 생각합니다. 통전부가 북미 정상회담 전략을 이끈 만큼 그 실패에 문책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원래 통일전선부는 대남혁명을 위한 공개된 당 조직입니다. 남조선과 연계된 적성 국가인 미국과 일본, 기타 국가들도 통일전선부가 관장하는 것은 남조선을 정상국가로 보지 않고 적성 국가로 보기 때문에 외무성이 관여하지 않습니다. 대미 관계, 대일관계를 주도할 때에도 항상 통일전선부장이 최고지도자와 동석하는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번 북미회담은 통일전선부가 중심이 돼 외무성이 실무회담을 맡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외무성은 실무회담을 주도하고 통일전선부는 큰 그림에서 북미 관계를 예측하고 전략을 짜야 합니다. 김정은이 직접 참여한 북미회담은 사실상 리용호와 최선희 등이 주도하게 되는데 미국과 협상에 참여한 최선희 등은 김정은에게 많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들은 노동당 하부조직인 외무성 간부들임에도 불구하고 당중앙위 위원으로 선출되는 등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통일전선부는 김정은의 눈 밖에 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1차 회담은 김정은이 매우 만족했지만 2차 회담에서 트럼프의 실제 생각과 전략을 전혀 읽지 못하고 김정은이 대외적 망신을 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통일전선부의 책임으로 돌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전. 그렇다면 통일전선부가 당 조직지도부의 검열을 받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강. 그렇습니다. 김정은이 보기에 통일전선부는 노동당 조직이라는 엄청난 간판을 쓰고 막대한 자금과 인력이 포함된 조직입니다. 그런데 외무성보다 훨씬 능력도 떨어지고 하는 일도 별로 없으면서 세도를 쓴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통일전선부장 김영철이 협상 장소에 거의 빠지고 리용호와 최선희가 막판까지 김정은 옆에 있는 것으로 봐서 이미 통일전선부는 김정은의 눈 밖에 난 것으로 보입니다. 김영철과 통일전선부 전략가들이 가장 큰 잘못을 한 것은 트럼프의 생각을 읽지 못한 것입니다. 김정은이 트럼프를 만나러 하노이까지 간 것은 회담의 결과가 실무진을 통해 확정됐기 때문입니다. 외무성 상위 부서인 통일전선부는 이런 실무진과의 합의에도 어쩔 수 없는 변수들을 고려했어야 했습니다. 특히 협상가로 변화무쌍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너무 안이하게 판단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김정은이 통일전선부에 대한 좋지 않은 생각을 하게 된다면 벌써 당 조직지도부는 통일전선부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을 하게 되고 털어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다는 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다칠 수밖에 없습니다.

전. 통일전선부 김영철 부장은 당 부위원장으로 올라갔다고 하지만 두문불출 상태이고 또 남한 대기업 총수들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고 질책해 악명 높아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즉 조평통의 리선권위원장도 보이지 않습니다. 거기다가 김성혜 전략실장은 수용소에 갔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강. 고위 간부들의 숙청설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정보가 없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습니다. 통일전선부 내부가 검열로 여러 문제가 있지만, 주요 간부들이 수용소에 갔다는 정보들은 아직 확인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통일전선부가 또 한 번 숙청 도마에 오를 가능성은 높다고 생각합니다.

-------------------------------------------------------------------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