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고위층 숙청과 처형 (김원홍 국가보위상)

워싱턴-전수일, 강철환 chuns@rfa.org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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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청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상.
숙청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상.
사진 - 연합뉴스 제공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북한의 김정은이 집권을 전후해 지난 9년간 처형한 고위층 간부와 가족이 42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전략센터가 다른 인권단체들과 협력해 북한의 현직 간부 및 고위탈북자, 일반탈북자 등을 대상으로 심층면접 및 서면으로 조사한 결과인데요, 명단에는 아버지 김정일의 넷째 부인 김옥, 고모부 장성택, 암살된 이복 형 김정남 등 친인척을 비롯해 인민무력부장 현영철, 인민군 총참모장 리영호, 내각부총리 김용진 등 김정은의 최 측근 참모 들과 핵심 세력 간부들 다수가 잔인하게 처형당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번 조사를 이끈 북한전략센터 강철환 대표와 숙청 처형당한 주요 인물들과 그 배경을 살펴 봅니다.

강 대표님, 김정은 집권 5년차 들어선 2016년은 김정은의 막강 실세로 군림하면서 당.군.정의 여러 간부들의 숙청 처형을 주도했던 국가보위성이 오히려 표적이 된 해입니다.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대대적인 검열을 받고 월권 부정부패 등의 혐의로 부상급을 비롯한 간부 다수가 처형된 것으로 이번 조사결과에 나와있던데요, 보위성 간부들에 대한 숙청과 처형의 배경은 어떤 것입니까?

강철환: 북한 같은 독재국가에서는 지도자가 그 어떤 잘못도 해서는 안 되는 신 같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어떤 잘못은 모두 하급 간부들에게 전가해 수령이 흠집 나는 것을 막아줍니다. 
과거 김병하 국가보위성 상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김정일은 김일성으로부터 후계구도를 마무리하면서 세습 독재에 대해 불만을 가진 자들을 모조리 잡아내 처형하거나 수용소로 보냅니다. 
그 사냥개 역할을 바로 국가보위성의 김병하를 통해서 자행하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는 과도한 숙청에 대한 내부 불만을 김병하에게 뒤집어씌워 그를 제거합니다. 김병하는 자신을 잡기 위해 좁혀오는 올가미를 감지하고 스스로 자결하게 됩니다. 이런 토사구팽식 운명을 알고 있는 북한의 보위성 수장들은 이런 상황에 대비하려 하지만, 누구도 이 올가미를 벗어나지는 못합니다. 바로 장성택 숙청을 주도한 김원홍 전 국가보위상이 그 실례입니다.

전. 아버지 김정일이 죽은 뒤 2012년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보위상으로 오른 사람이 바로 김원홍 아닙니까?

강. 그렇습니다. 국가보위성은 대내외에서 활동하는 그 어떤 북한인들도 모두 감시하는 그런 조직입니다. 대남공작을 전문으로 하는 공작 부서를 제외한 모든 방첩, 첩보, 납치 등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조직이기도 합니다. 
국가보위성 올가미에 걸려든 사람은 김씨 지도자와 그 친인척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살아남기 힘들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김정일 자신이 보위상을 겸직하면서 제 1부부장을 내세워 보위성을 통제해왔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에는 국가보위상을 직접 임명해 그 조직을 맡기고 있습니다. 원래 우동측 제 1부부장이 김정은 시대의 국가보위상으로 임명될 예정이었지만 그가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그 자리를 꿰차게 된 것은 바로 김원홍 전 국가보위상입니다.

전. 그러니까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근 6년동안 김정은의 국가보위상으로 장수한 김원홍이 결국 숙청을 당한 것인데요, 아무리 북한 통치자의 실세 측근이라도 권력은 하루 아침에 날라갈 수 있다는 전례가 깨지지 않은 셈입니다.

강. 김원홍은 사실상 오랫동안 자신의 권좌를 지켜왔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김정은은 고모부 장성택을 제거한 이후에는 김원홍을 토사구팽하려는 계획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눈치챈 김원홍은 과도할 정도로 김정은에게 충성심을 보이고 절대 복종하면서 토사구팽 당하는 걸 피할 수 있었고 그래서 꽤 오랫동안 그 권력이 유지됐습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자신의 권좌를 지키려고 과도하게 적을 많이 만들게 됩니다. 김원홍은 보위부 담당 조직지도부 8과를 장악하고 보위성 조직국장과 짜고 정치국장을 몰아내는 권력투쟁까지 벌였습니다. 그 와중에 국가보위성 역사에서 정치국장이 반당 종파 분자로 내몰려 처형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김원홍의 국가 보위상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결국 김정은과 구 핵심세력에 의해 그 끝을 보게 됩니다.

전. 김원홍이 숙청되기 전 국가보위성 당 조직 수장들이 모두 숙청당한 사건을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강. 김원홍의 권력을 향한 노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너무 커진 자신의 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조직지도부의 검열을 당하면서 정치국장을 몰아낸 조직국장이 체포됐고 그 수하들이 먼저 공개 처형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국가보위성의 정치국장, 조직국장이 모두 숙청되는 유례없는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조직국장과 그 세력이 제거되고 정치국장은 사면 복권돼 풀려나게 됐지만, 정치국장 본인은 이미 처형당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다가 평양으로 다시 돌아오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전. 김원홍을 제거하기 위해 사실상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세밀한 계획을 꾸몄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강. 김원홍은 그를 제거하려는 김정은과 그 일당들에 의해 완벽하게 올가미에 걸려들고 맙니다. 
그 사건의 핵심은 량강도에서 발생한 노동당 하급 간부에 대한 고문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량강도를 방문한 김정은의 흡족한 현지지도 후 이를 사후에 점검하는 하급 간부가 김정은을 환영 나온 아이들 중에 구루병(영양결핍으로 다리가 휘는 병)에 걸린 아동들이 포함된 것에 대해 유치원 관계자들을 질책했다고 합니다. 김정은 자신은 구루병 있는 아이들이 있었던 것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행사에 만족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하급 간부가 주제 넘게 관계자들을 질책하자 이들은 지역 보위 당국에 보고했고, 국가보위성은 이에 대해 김정은 지도자도 지적하지 않은 일을 하급 간부가 건방지게 들먹였다며 그를 구금했고 거기다가 그가 국경 지역에서 있었던 밀수사건과 연계돼 간첩질 했다는 혐의를 씌어서 그를 고문하게 됩니다. 그 간부는 고문당해 눈이 튀어나오고 온몸이 만신창이 됐다고 합니다. 이 사건은 노동당 조직지도부 통보과를 통해 김정은에게 보고됩니다.
김정은이 김원홍 보위상을 불러 량강도에서 문제가 있는 사건이 있으니 직접 내려가서 그 사건을 처리할 것을 지시하게 됩니다.

전. 보잘것 없는 작은 사건을 보위성 총 책임자에게 시켜 알아보게 했다는 것이군요.

강. 그것이 바로 함정의 핵심 고리였습니다. 사실 국가 보위상은 크고 작은 사건들을 모두 처리하는 정보 수장입니다. 저 량강도 촌구석 하급 당 간부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김원홍이 직접 내려갈 리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김원홍이 직접 그 사건에 대해 알아보니 이미 해당 관리가 간첩죄까지 인정한 그런 사건으로 처리돼있어 김원홍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현장 조사도 가지 않았습니다. 
얼마 후 김정은이 김원홍을 다시 불러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량강도 사건을 직접 내려가서 처리했는지 묻게 됩니다. 김정은은 이미 김원홍이 가보지 않았다는 걸 보고받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원홍은 얼떨결에 김정은에게 자신이 직접 내려가서 확인했다는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그러자 김정은이 버럭 화를 내면서 그 자리에서 직위 해제하고 국가 보위상에서 해임 조처하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전. 하지만 김원홍이 국가보위상에서 해임된 이후 다시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 부국장으로 임명되지 않았습니까?

강. 사실 김원홍은 김정은이 대면한 자리에서 보직 해임된 이후 처형까지도 각오했지만, 김정은은 국가보위성 전체 조직의 위상이 흔들릴 것을 우려해 그의 처형은 보류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를 좌천시켜 일정한 기간 혁명화를 거치게 한 뒤에 인민군 총정치국으로 다시 보직 이동시킵니다.
국가보위성 내부가 쑥대밭이 되면서 많은 간부가 죽었습니다. 하지만 김원홍을 임시로 살려 둔 주된 배경은 국가보위성 조직의 사기 저하를 막기 위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전. 그런데 김원홍은 2017년 인민군 총정치국 사건이 터지면서 끝내 숙청되고 말았지요?

강. 그렇습니다. 국가보위성에서 가장 먼저 죽어야 했던 총책임자 김원홍이 당시 사건에서는 목숨을 건졌지만 결국 인민군 총정치국이 김정은 지시에 의해 검열을 벌이면서 김원홍의 끈질길 권력 명운도 그 막을 내리게 됩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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