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무용한 벼랑끝 전술

워싱턴-전수일 chuns@rfa.org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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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작별' 장면.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작별' 장면.
연합뉴스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지난 2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나면서 북한 외교 협상 전략의 간판처럼 알려진 벼랑끝 전술도 이제 약발이 떨어졌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아직도 하노이정상회담 결렬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이렇다 할 대비책도 못 내놓고 있는 것도 벼랑끝 전술의 대안 전략이 부재하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강 대표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강철환 대표: 북한의 대외전략은 항상 벼랑 끝 전술을 동반한 고도의 협상 전략으로 국제사회를 농락해 왔습니다. 북한의 가장 큰 강점은 70년 넘게 김씨 일가가 통치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체제가 지향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고, 자유 민주주의 국가는 투표를 통해 4년 내지 5년 집권 임기 단위로 정권이 바뀌기 때문에 북한은 얼마든지 협상 대상 정권을 속이고 대응할 수 있어, 시간은 언제나 자신의 편이라고 믿고 있는 것입니다. 1994년 제네바 핵 담판 이후 북한은 신포에 핵발전소를 제공받고 경제적 활용이 가능한 디젤 등을 지원받으며 핵 포기를 할 것처럼 위장했습니다. 결국, 북한은 이런저런 구실을 내세워 뒤에서는 계속 핵 개발을 해왔습니다. 국제사회를 압박하는 벼랑 끝 전술 뒤에 협상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은 사실 정해진 패턴처럼 보였지만 국제사회는 알고도 속는 식으로 지금까지 북한에 끌려 다녔습니다.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을 가했던 미국의 부시 행정부 2기 때에도 금융제재로 북한의 숨통을 조였지만 결국 북한의 벼랑끝 전략에 놀아나 북한이 돈세탁 수단으로 활용한 방코델타 아시아 은행의 계좌를 동결했다가 풀어주면서 금융제재에 대한 방어력을 높여주고 대응할 시간을 벌어주었고 북한 핵문제는 여전히 해결된 게 없었습니다.

전. 일부 한국 언론에서는 대미 협상을 주도한 외무성, 통일전선부 간부들이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로 대거 숙청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었지만, 최근 보도에 따르면 별다른 조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강. 미국을 다니며 트럼프를 직접 만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측근들, 통역 등은 사실 트럼프를 잘 연구하고 그의 속셈을 알아내야 할 1차적 책임이 있습니다. 사실 1차 회담은 김정은이 생각해도 대성공이었기 때문에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충분히 속여 넘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국가의 운명을 판가름하는 협상이기 때문에 김정은과 측근들은 전력을 다해 대응책을 모색하고 승리를 장담하게 된 것입니다. 1차 회담은 성공했기 때문에 김영철과 최선희 등 통일전선부와 외무성 실무자들은 훈장과 선물을 대거 받는 등 김정은의 관심 속에 있었기 때문에 2차에서 실패했다고 해서 그것을 다시 뒤집기도 쉽지 않은 상태가 됐습니다. 실무자는 물론, 상대방을 한번 보면 바로 꿰뚫는 능력이 있다고 선전하는 김정은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나서 자기와 대적할 수 있는 비슷한 스타일이면서 대화가 되는 사람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참모나 실무자들보다 김정은 본인이 더 트럼프와의 결단을 원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전. 북한 내부에서는 2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과를 실패로 자인하는 분위기인가요?

강. 미북 정상회담 전에는 국내외에 있는 모든 엘리트는 이번에야말로 대 협상이 이뤄져 북한이 유엔제재라는 압박 속에서 벗어나 살길을 찾으리라고 기대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된다고 믿어왔는데 그것은 지금까지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모든 대외협상에서 실패한 적이 없었고 최고지도자가 나선 회담에서는 더욱 실수는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승리를 장담했다가 완전하게 수모를 당했습니다. 하지만 더 내부적으로 참기 힘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서 욕도 못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외무성에서도 북한 외교사에서 이번만큼 처절하게 당한 것은 처음이라고 생각할 만큼 충격이 엄청났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도권은 항상 북한이 쥐고 미국과 한국, 국제사회는 북한이 의도하는 대로 끌려 다녔는데 이번에는 완전하게 속아서 끌려 다니다가 한 판 뒤집기로 완전하게 당한 셈인데 그 실패에 대해 화풀이도 못 하는 상황이 되어서 더욱 분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 이번 하노이 회담 결렬은 결국 김정은의 실정으로 비롯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또 장기간에 걸친 여러 유엔제재가 북한 내부를 위기로 몰아넣어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 다급해진 측면도 있다는 전문가 견해도 있고요.

강. 사실 과거 김정일 시대처럼 때와 장소에 맞게 도발을 했어도 이런 위기는 불러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번 위기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첫째는 김정은 이 너무 무모하게 판을 벌인 결과입니다. 적당하게 시간을 두면서 해야 하는 핵실험을 너무 단기적으로 몰아붙이면서 유엔제재를 이중 삼중으로 불러오게 한 측면입니다. 여기에다 북한 지도자의 통치자금 집행기관인 노동당 39호실의 정보들이 미국에 들어가면서 유엔제재가 김정은 지도부를 완전하게 옭아매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두 번째는 국제사회가 더는 북한의 반복되는 행태에 속지 않게 된 측면입니다. 물론 한국은 정권이 바뀌면서 북한에 대한 무조건 지원을 바라는 사람들이 유엔제재에 막혀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국제사회는 절대 북한의 이러한 행동에 속아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전. 하노이 정상 회담 전에 미국 정가와 주요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전략에 말려들어 많은 걸 양보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도 그 같은 경고가 야권과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많이 나왔었습니다. 김정은과 북한의 대미 전략팀은 오직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대미전략을 추구했다고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만 속이면 된다는 전략입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과 협상 실무진들은 북한의 의도를 다 파악하고 있으므로 대통령에게 정확한 정보와 조언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개인이 김정은과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면서 그를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자신을 믿도록 하게 만들고 나서 협상가다운 면모를 발휘했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거래로 막대한 재산을 모은 기업가 출신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김정은이 핵이라고 하는 부동산을 진짜 내놓을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로 평가해본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핵을 내놓을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음을 두 번째 만나서 완전하게 파악하게 됐고 그 전에 있었던 실무진 협상 회의들은 김정은이 핵을 감추기 위한 하나의 전략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임을 간파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주저 없이 2차 정상회담에서 김정은과의 협상도 결렬시켰고 김정은이 진짜 핵이라고 주장하는 부동산을 팔 용의가 진심으로 있을 때 다시 협상장에 나오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전. 그렇다면 이제 북한으로서는 협상전략을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

강. 북한은 이제 더 어떤 꼼수도 통하지 않게 됐습니다. 다 써먹은 폐차와 같은 풍계리 핵실험장, 영변 핵기지, 동창리 엔진실험장이 아니라 북한이 비밀리에 보유하고 있는 핵심 핵시설인 우라늄 시설과 핵탄두들을 전부 내놓고 그것을 검증하기 전에는 트럼프의 마음을 돌려세우기는 쉽지 않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 김정은과 지도부는 지금까지 써먹은 벼랑끝 전략을 버리고 새로운 실사구시의 전략적 결정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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