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과 인도적 식량지원

워싱턴-전수일, 강철환 chuns@rfa.org
20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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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지의 16일자 섹션 B3 면에 실린 '미사일 대신 식량을.(Meals. Not Missiles)'이라는 제목을 단 공익 광고. 광고를 제작한 주인공은 뉴욕에 사는 재미동포 광고 전문가 이제석(28)씨다.
미국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지의 16일자 섹션 B3 면에 실린 '미사일 대신 식량을.(Meals. Not Missiles)'이라는 제목을 단 공익 광고. 광고를 제작한 주인공은 뉴욕에 사는 재미동포 광고 전문가 이제석(28)씨다.
연합뉴스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한국 정부가 5월 8일 북한 주민을 위해 인도적인 식량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그 나흘 전 신형 전술유도무기와 방사포 등을 동해쪽으로 발사했고 식량지원 발표 이틀 후에도 신오리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또 발사했습니다. 탈북자 단체들을 포함한 한국사회 일각에서는 북한의 잇따른 무력시위를 지탄하면서 식량지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강철환: 사실 한국의 진보 인사들 가운데 일부 사람들은 8백만 달러의 대북 인도주의 물자가 앞서 북한에 들어갔더라면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북한이 미사일 쏘고 핵 실험을 하는 것은 북한을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황당한 논리를 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많은 사람을 당혹하게 하고 있습니다. 총과 칼을 든 강도에게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는 때에 맞춰 돈과 식량을 알아서 주면 그들이 강도 짓을 멈춘다는 해괴한 논리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 이런 말이 있습니다. 총알 하나는 닭 한 마리 값이고 대포알은 소 한 마리 값이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그처럼 막대한 자금이 무기생산에 들어가는 것은 미국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미사일 한 발 한발은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는 무기입니다. 그것을 생산하는 자금으로 북한의 부족한 식량은 얼마든지 사고도 남을 것입니다. 북한이 지금까지 한 핵 실험 비용만 해도 수십억 달러가 되는데 북한 주민들이 농사를 짓지 않고도 국제시장에서 쌀을 사서 먹어도 남을 만큼의 막대한 돈입니다.

전. 현재 북한의 식량난은 20여년전 고난의 행군시절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당시에는 굶어서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다반사였을 만큼 식량부족이 전국적으로 동시 다발적이었다면 지금은 끼니를 못 채우는 주민들이 많지는 않다고 하던데요. 실제 북한의 식량 사정은 어떻습니까?

강. 1990년대 중반 이후 수백만이 아사했던 시기에는 북한 주민들이 배급제로 살아가든 시기였습니다. 배급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던 다수의 사람은 국가에서 배급을 중단하고 그 후속 조치를 알아서 할 것을 예고하지 않아 앉은 자리에서 굶어 죽었습니다. 그때 엄청난 참상을 겪고 나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국가를 믿지 않게 됐고 알아서 살기 위한 죽기살기 식의 생존법을 터득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시장을 통한 생존을 고착화하는 것이었는데 그때로부터 20년이 지난 오늘 북한 주민들은 그 누구도 배급에 의존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알아서 살아가고 있고 국가의 통제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유엔제재가 심화되고 있지만 식량 가격만큼은 폭등하지 않아 안정적인 식량 공급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식량 위기설이 나오는 것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북한이 유엔제재로 촉발된 내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식량 위기를 부풀려 유엔제재가 부당함을 알리는 목적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실제로 위기가 존재할 수도 있는데 그것은 주민들의 식량 위기라기보다는 국가기관의 위기가 더 심각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전. 앞서 언급하신 대로 첨단무기 개발에 쓰이는 막대한 자금을 식량 확보로 돌리면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강. 그렇습니다. 실제로 식량 위기가 심각하다면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그 돈으로 식량을 사 오면 됩니다. 국제사회가 식량을 사들이는 그것까지는 막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지금 식량 위기를 과장 확대해 국제사회의 동정적인 정서를 부추기고 유엔이 대북제재를 무력화하는데 활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사치성 건물은 계속 짓고 있고 군사훈련 할 것 다 하면서 식량부족을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은 너무나 몰염치한 짓입니다. 그들이 진짜로 식량 위기가 걱정스럽고 인민들이 굶어 죽는 것이 사실이라면 방사포, 발사체, 단거리 미사일 등을 잇따라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이번의 식량 위기는 주민의 위기가 아니라 국가기관의 위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일반 주민들은 이미 식량 배급체제에서 벗어나 독자적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농촌에서는 3:7제가 시행된 이후 농민과 국가 간에 식량 쟁탈전이 심화하고 있고 결국 농민들이 승리하는 추세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도적 하나를 열 사람이 못 막는다는 말처럼 모든 농민의 식량을 국가가 모두 통제하고 압수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3:7제는 실제로 식량 생산량을 확대해 식량 절대량을 증가시켰습니다. 문제는 국가의 세금으로 내는 3의 몫 외에 7할에 대해 농민의 소득으로 인정해줘야 하지만 국가는 여전히 농민의 몫을 예전처럼 공짜로 강탈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국가기관의 배급제가 폐지되고 식량 공급을 모두 시장화해야 하지만 그 많은 공무원의 공짜나 다름없는 배급을 중단시키고 쌀을 시장에서 취득하라고 할 때 심각한 체제 붕괴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선 개혁조치 없이 시행한 3:7제는 농민들의 분노만 자극하고 국가와 농민 간의 쌀 전쟁을 촉발하고 있습니다.

전. 그러니까 농민들은 자신의 지분을 당국에 뺏길 바에야 스스로 챙겨놓겠다는 것이네요.

강. 그렇습니다. 중국에서 집단농장을 개인농장으로 전환할 때 모든 식량 공급을 배급제에서 시장공급으로 전환했습니다. 그리고 식량을 시장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월급을 현실화시켜 농민들이 국가에 세금을 내고도 생존할 수 있는 충분한 권리를 주었습니다. 그 결과 식량 생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시장에는 쌀이 넘쳐나고 쌀값은 하락하게 된 것입니다. 북한도 어설픈 3:7제가 아니라 확실한 경제개혁을 시행해 국가공무원들의 배급을 국가에서 주는 것이 아니라 시장공급에 의존하게 하고 월급을 현실화하는 선행조치가 취해지면 식량 생산량은 늘어나고 쌀값은 하락해 오히려 민생이 안정되고 먹고 사는 문제를 한 순간에 풀 수 있습니다. 식량 생산만 늘리겠다는 유인책만 제시하고 농민들의 이익을 무시하는 북한 정권의 비생산적인 농업정책 때문에 결국 국가기관으로의 식량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배급이 끊기게 되고 결국 공무원집단이 큰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 공무원 집단이 얼마나 크길래 식량부족이 그런 위기까지 초래할 지 궁금합니다.

강. 현재 북한은 지나치게 비대한 공무원집단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노동자, 농민 한 사람이 6~7명의 비생산직 간부들을 먹여 살리는 구조입니다. 거기에 인구비례보다 감당이 안 되는 120만의 인민군 정규무력은 농민들이 사실상 공짜로 먹여야 하는 집단입니다. 농민들이 일 년 농사를 짓고 국가공무원 배급으로 식량을 공짜로 빼앗기고 나면 그들이 굶어 죽어야 할 판입니다. 굶지 않더라도 생활 자체를 할 수 없는 빈곤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농민들의 이판사판 식량 확보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고 결과적으로 국가기관 일꾼들의 아사로 이어지게 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아무리 외부에서 식량이 조달되어도 기본적인 식량 부족 문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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