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남한 중재역할 거부

워싱턴-전수일, 강철환 chuns@rfa.org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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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 고심하는 문재인 대통령.
한반도 정세 고심하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북한 외무성의 미국담당 국장이라는 권정근이 지난 6월 27일 발표한 담화에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북한과 미국과의 대화 재개 과정에서 앞으로 ‘남조선 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참견’하지 말고 ‘제집의 일이나 똑바로 챙기라’고 공개 면박을 주었습니다. 그동안 중재 역할을 자처해 세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두차례 미북정상회담 성사에 크게 기여했다고 자부하는 한국 정부로서는 자괴감과 황당함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요.

강철환: 물론입니다. 대내외적 여론 악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대북 식량 지원을 강행하고, 여러 인사를 동원해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들을 해오면서 대북 유엔제재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도록 이른바 ‘중재’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문재인 정부를 북한식으로 표현하면 ‘거지발싸개’ 정도로 무시하는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일과 비슷한 연배로 나이로 따져도 김정은의 아버지뻘 되는 사람입니다. 이미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서로의 우정도 통했다’고 하고 문 대통령은 외국 언론으로부터 ‘북한 수석대변인’이라는 비판을 받아 가면서도 북한의 입장을 도왔으니 황당하고 기막힐 노릇이겠지요. 하지만 이런 북측의 입장은 이미 지난 4월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도 표명됐습니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한국 정부에 대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면박을 줬습니다.

북한이 한국 정부의 중재자 역할을 무시하는 것은 한국을 자기들보다 한 수 아래로 깔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실패 이후 문재인 정부를 향해 미국의 간섭을 무시하고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라고 압박했습니다. 적어도 그 정도의 성의를 보여야 한국의 진정성을 믿겠다고 하는데 그것은 한국 정부가 미국과 맞서라는 선동과도 같은 말입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자기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결단을 가졌다고 떠들었습니다. 그 말인즉슨 자기가 미국과 협의해서 결정할 테니 한국은 김정은 본인이 결정하는 대로 따라오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와의 담판은 이미 다 끝난 것처럼 북한 내부는 들떠 있었습니다. 북한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속아서 협상에 응할 것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아주 우습게 본 것입니다. 그런데 요란하게 선전하며 떠났던 하노이 회담은 실패했고 돌아와서는 베트남 주석과 면담하는 모습을 부각하며 트럼프와의 회담은 애써 외면했습니다. 문제는 김정은이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한 일에 대해 자신이 제대로 하지 않고 그 책임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덮어씌우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적반하장의 행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 한국 통일부 장관은 최근 북한 관광은 유엔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국회에 증언했다고 하는데요.

강: 지금 한국 정부는 어떻게 해서라도 북한을 도와주는 길을 열고 싶어 안 달이 난 것처럼 보입니다. 사실 유엔제재의 핵심은 대량파괴 무기 개발에 들어가는 모든 자금을 동결시키는 것입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자금은 여전히 39호실 소속으로 되어 있고 그곳을 통해 군사비로 전용되고 있습니다. 유엔제재와 상관없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봅니다.

전. 북한 외무성 권정근 국장은 미국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할 생각은 않고 대화 재개를 앵무새처럼 외워댄다고 해서 조미 대화가 저절로 열리진 않는다’고 그 담화에서 말했습니다. 미국이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은 북측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하라는 말로 들리는데요.

강.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제시한 공개되지 않았던 북핵 시설 증거와 실제적인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이 조치를 취하라는 입장은 앞으로 더 강화될 일은 있어도 후퇴하기는 힘든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미국에 대해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기존의 껍데기와 쓰레기들을 합쳐놓은 것들을 받아먹고 유엔제재를 풀라는 것이나 같은 말인데 그것은 실제적인 핵 문제 해결에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나 마찬가지라서 북한에 대해 더 강도 높은 다른 제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고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하는 이유는 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의지는 현재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하나의 전술일 뿐 진심은 핵 포기 의사가 거의 없다는 것이 이번에 미북 회담에서 드러났습니다. 김정은의 얕은 속셈은 이미 고철 덩어리로 전락한 영변 핵기지와 이미 핵실험을 다량으로 해서 거의 쓸모 없는 풍계리 핵실험장, 그리고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을 주고 모든 유엔제재를 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장사에 밝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리 북한 핵에 대해 문외한이라고 해도 그런 잘못된 거래는 절대로 이룰 수는 없는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판단력을 가지고 있는 많은 전문가가 있는 미국에서 대통령이 김정은의 말만 믿고 그것을 거래할 사람은 없는 것입니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핵무기와 우라늄 시설은 아무것도 내놓지 않고 쓰레기를 던져주고 문제를 풀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핵 문제를 풀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전. 지금까지 자력갱생 등을 내세워 북한은 유엔 제재를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북한이 실제로 견딜 만한 제재의 고통 수준이 얼마나 될 지 궁금합니다.

강. 사실 북한 내부는 다 아시다시피 최악의 상황을 견디고 있습니다. 김정은 본인은 어떤 일반 인민들이 당하는 고통을 겪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인민 생활이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모양입니다. 고통을 견디는 일반 주민의 관점에서 보면 초인간적 희생을 강요한다고 봅니다. 노동당 39호실, 군수공장은 이미 대부분 가동 중단됐고 시장이 돈이 돌지 않아 물건이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시장이 축소되면 시장을 통해 생존하는 전체 주민들이 고통 받게 됩니다.  유엔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전체 북한 주민은 하루 하루가 먹고 살기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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